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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19화 (119/170)

119편

<-- 16.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2 -->

순종적이지 않은 내 말에 또 다시 입을 다물기 어려운 고통이 이어졌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것들이, 이를 테면 저들의 일방적인 폭력에 나는 묶인 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정상적인 심문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처음부터 각오 했던 일이었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강도가 높아질수록 몸은 버티기 어려워져갔다. 살갗에 닿는 표면적인 아픔 보다 익숙해질 법한 피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속이 더 그랬다.

진실이고 나발이고 일단 나 살고보자 라는 욕구가 최우선으로 강하게 이끌릴 때 결국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말을 내뱉게 된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자, 테론 아비츠는 왜 죽였지? 흑마법에는 언제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나!”

귓가에 웅웅- 울리는 고함마저 견디기 힘들다. 얼굴을 바짝 들이 민 남자는 다시 한 번 거세게 추궁하며 의자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 어지러워.

“하아... 날 완전히 범죄자로 확정짓고 있네”

“묻는 말에만 대답해. 테론 아비츠를 죽인 이유가 뭔지, 흑마법을 사용하기 시작 한 건 언제부터 인지.”

“...”

“촉망 받는 백작 가문의 장남이라는 것에 대한 열등감으로 살해를 했나?”

대답하지 않았는데 남자는 제멋대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친절하게도 내 몸 상태를 고려하여 꺼내준 말은 절대적으로 아닌 것 같고, 어떻게든 나에게서 범죄의 이유를 붙이려는 수작인 것이었다.

“...”

“고아 출신인 너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살다가 ‘왜 난 이 모양이지? 내 운명이 너무 가혹해!’ 라는 자기혐오에 빠져들었을 거야. 시간이 흘러 그것은 자연스레 타인에 대한 혐오로 변질되었고, 행복하게 웃는 자들을 볼 때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어. 맞지?”

“더 얘기해 봐.”

남자의 한쪽 볼이 실룩거렸다. 눈을 게슴츠레 뜬 그는 혹시나 내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까봐 아주 또박또박 발음에 신경써가며 말을 이어나갔다.

“타인을 본인처럼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너는 우연히 흑마법에 대한 것을 듣게 되고, 마력이 없어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강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에 유혹당하지. 처음엔 끔찍하게도 어린 아이였을 거야. 아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순수하고 힘없는 나약한 아이 말이야.”

“워, 그거 진짜 쓰레기다.”

“서서히 마력을 채워나가 성인 남자도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즈음, 부쩍 유명세를 타고 가문을 키워가고 있는 아비츠 백작이 자연스레 눈에 걸렸어. 그의 젊고 잘생긴 아들 테론 아비츠는 단숨에 네년의 표적이 되었지. 평소 권력욕에 눈이 멀어있던 체닌 아비츠를 꼬드겨 테론 아비츠와 접촉시킨 뒤 니가 흑마법을 걸어둔 마도구를 사용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를 살해하는데 성공했어!”

피보다 기분 나쁜 것은 남자의 더러운 침방울들이었다. 손이 좀 자유로웠다면 단숨에 닦아 내렸을 텐데... 눈가로 튀어오는 것을 가만히 맞고 있으려니 남자가 뭐라고 했는지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되게 진부하네.”

“...끝까지 부인하겠다 이거군.”

부인하고 말고간에 '우연히'가 너무 많잖아. 최소한의 정성이라도 보일 생각 같은 건 없었냐.

근육덩어리가 늘어지는 내 대답을 재촉하려 채찍을 든 팔을 크게 움직였다. 바닥을 치는 날카로운 소리에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 몸이 바르르 떨렸다. 마음은 덤덤한데 몸이 먼저 비명을 지른다.

“인정해.”

다시금 채찍을 휘두르려던 근육덩어리를 남자의 팔이 가볍게 막아 세웠다. 고문 당하는 나에 비 할 바는 아니겠지만 장시간 붙잡고 있느라 피곤함을 느끼고 있던 남자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들어 남자를 힘겹게 올려다 보았다.

“아니라고 해도, 안 믿을 거잖아.”

“학습능력이 느리군.”

“인내심이 강한거야.”

문득 속담 하나가 떠올랐다. 살인 한번이면 참을 인 세 번을 면한다고. 뭔가 좀 바뀐 것 같지만 지금 이 말만큼 절절하게 다가오는 말은 또 없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죽여야지. 또 참을 인 세번 그리는건 딱 질색이다.

모든 것을 시인하고, 허점투성이인 허술한 진술서를 작성해야 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근육덩어리와 싫은 손을 마주잡는 역겨운 스킨쉽을 해야 할 때는 오바이트를 참지 못했다. 와, 마지막 까지 고문의 연속이네 연속이야. 결국 토사물로 진술서가 더러워졌다는 이유로 얼굴을 몇 방 더 얻어맞긴 했지만, 뭐 이건 나도 참을 수가 없었는 걸.

묶여있던 손이 풀림과 동시에 정신이 점점더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피로 얼룩진 천으로 눈을 가리는 것을 잊지 않은 채 근육덩어리들이 나를 붙들고 어딘가 불편한 자세로 질질 끌고 갔다.

철푸덕- 몸이 떨어지고 차갑고 습한 바닥이 뺨에 닿아 온다. 곧이어 쇳소리가 강하게 들렸으며 내 것이 아닌 흐느끼는 목소리가 머리를 때렸다.

“개새끼들아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놔?!”

울음 섞인 소리가 주변을 쩌렁쩌렁 울렸으나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는 무정하기만 하다.

“괜찮아? 너 진짜 죽으면 안 돼. 여기서 죽으면 나한테 죽어!”

“...”

“흑흐윽. 눈 좀 떠...”

“...”

“정신 좀 차려 보라고! 흐엉-”

얘랑 이런 감동실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멜로를 찍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 눈 뜬거야. 부어서 감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눈 뜨고 있는 거거든?

말 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체닌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목소리를 내기가 버거워서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다간 저 징징대는 소리를 멈추지 못하게 할 것 같아 큰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다.

“...나도 안 우는데, 왜, 울고 지랄…”

“욕 할 기력은 있냐!”

실수다. 기세가 더 심해졌다. 피떡이 되어 있을 나는 오히려 체닌을 달래기 시작했다.

“아, 안 죽어. 그만 울어…”

“크헝, 숨이 껄떡 껄떡 넘어가네!”

“괜찮아. 어렸을 때 보약을 크흑… 잘, 먹어서…”

“이젠 헛소리 까지 하네! 오 신이시여 맙소사”

니가 언제부터 신을 믿었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이젠 정말 방전이다. 남아 있는 에너지가 0.0001퍼센트.

떴는지 감았는지 모를 눈이 정말로 어둠을 데려오고 유독 크게 들렸던 체닌의 울음소리는 다행이도 의식의 저편까진 따라오지 못했다.

*

작은 배 위에 앉아 광활한 바다의 저편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현실의 불안으로부터 잠시 휴식을 가져다 주는 안식처와 같은 느낌도 든다. 물론, 내 몸은 아직 어두운 쇠창살 안에 있고, 상처도 낫지 않았을 테지만...

어찌됐든 여기는 꿈 속이니 몸도 아프지 않았고, 불안도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또 만났네. 케일.’

처음 꿈을 꿨을 땐, 그가 머슨이 아닌 케일이라는 것을 알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어주고 싶다.

그가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내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언제나 여기 있었잖아.’

‘그래, 넌. 언제나 내 옆에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었어.’

하늘을 닮은 바다위에서 연인을 태운 쪽배는 목적지도 없이 항해했다. 조급해 하지도 않고 아주 훌륭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난 전에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내밀고 물 위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내 얼굴, 청회색의 눈과 분홍 머리칼이 물결을 따라 일렁인다. 그리고 그 옆으로 머슨이 비춘다.

‘에리나다.’

‘응, 나야.’

‘옆은 나고.’

‘어울리네 우리.’

바다가 웃음을 담았다. 장난치듯 약한 파도가 쪽배를 한 번 흔들었다. 몸이 무너지며 머슨의 가슴팍에 손이 닿고 그대로 고개를 묻어 잔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명 더.’

‘응?’

‘봐봐. 에리나.’

머슨이 내 어깨를 잡아 세우고 물 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던 머슨의 얼굴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미소가 그려졌다. 사랑하는 사이인 나조차 처음 보는 아주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가.

홀린 듯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렸다.

‘작은 에리나.’

========== 작품 후기 ==========

*독자님 : 작가님 연재주기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다리기 넘나 힘드네여 ㅠ

작가 : 죄송합니다 ㅠ 최대한 많이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상황이 여의치않네여 (시무룩) 일단 말씀드릴 수 있는건, 내일은 업뎃이 되고 목욜은 업뎃이 안됩니다 ㅠ 제 자신의 미래를 저도 멀리 내다 보지 못하는 지라(최소 궁예이고싶다.) 짧은 주기정도로 나마 알려드리겠습니다 ㅠㅠ

*독자님 : 엘은 성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게 아니라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사랑이라고 착각하는게 아닌가요?!

작가 : 엘은, 그는 크흑(말잇못) 성녀가 빤쓰만 입고 야밤에 배드민턴을 치자고 해도 흔쾌히 같이 해줄 위인입니다.

*독자님(윗 독자님과 동일) : 성녀 으마으마하네요. 공감능력결핍으로 타인의 괴로움을 즐기고 자신의 지위와 외모를 이요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결국 반역을 시도 하고 (절레절레) 게다가 주신은 능력도 줬어 (맙소사) 이렇게 양육한 엘과 머슨의 잘못인가요? 주신의 잘못인가요?

작가 : ...작가의 잘못입니다.

독자님 : (흠칫) (듣고보니 맞는말)

작가 : 본질적으로 성녀가 글러먹었구요. 성녀 하고싶은거 다해~^^ 식의 교육 방법을 쓴 엘, 그리고 방관한 케일도 문제죠.

*독자님 : 작가님 어디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요?

작가 : 꺄흥. 독자님은 어디 치명학과 전공생? 부전공으로 덕후양성학과?(어깨 퍽퍽)

독자님 : 아, 아, 때리지 마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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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못하고 올려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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