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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13화 (113/170)

113편

<-- 15.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 -->

“어떻게?”

“그 무례한 대식가가 아침부터 또 무례하게 스푼을 학대하고 있길래 나도 앞자리에 앉아 잠시 거들어 줬었는데”

무슨 말이야, 그래서 너도 무례하게 스푼을 학대하는 데에 동조했다고? 말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몇 없는 비싼 구두에 흙을 묻히기 싫어서 잠시 나갔다 온다고 얘기했었어.”

그래, 여기 까지는 에반에게 들었던 내용 그대로다.

“내가 일어서니까 뒷자리에 있던 웬 남자들이 따라 일어서더라?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말야. 뭐 그런 식의 대시는 질릴 정도로 많이 받아봐서 그러려니 했지.”

말 하는 체닌의 콧대가 높아졌다. 보통은 남자 여럿이 눈치 봐가면서 졸졸 따라가면 의심이 들 법도 한데 말이야.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체닌의 사상은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도 먼 존재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역시 나를 따라 문 밖까지 따라 나오더라.”

“그런데 밖으로 나가자마자 돌변한 남자들이 널 기절 시켰니?”

“무슨 헛소리야.”

체닌이 기가 차 코웃음을 쳤다. 아, 아니야?

검지가 대뜸 눈 앞에 치켜 세워 지더니 좌우로 흔들린다.

“인기 없는 여자애는 이해 못하지.”

“...미안하네 인기 없어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귀찮게 따라 오길래. 못생긴 애들은 딱 질색이니까 가서 사포로 턱이라도 갈고 오라고 따끔하게 충고해줬지. 엄마 치맛자락이라도 붙잡고 울 것처럼 하더니 우르르 도망가더라.”

진짜 단순히 그거였어?

그 모습이 생각나는지 체닌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피식거렸다. 말을 하면 할수록 긴장이 풀어지는지 목소리가 한층 더 재수 없어진다.

흠. 그렇담 남자들도 아니고 체닌을 여관에서부터 감시하고 있었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 일까?

“그런데 남자들이 사라지니까 웬 막돼먹은 꼬맹이 하나가 내 뒤에 서있었더라고.”

설마.

“다짜고짜 달려 들어서는 내 장갑을 빼앗는데, 꼬맹이 주제에 힘은 왜이렇게 센지 결국 한짝을 빼앗기고 말았어. 젠장 엉덩이를 걷어 차 주는건데.”

체닌은 화가 가시지 않아 씩씩 거렸다. 장갑, 꼬맹이. 성녀의 품에서 칭찬을 구하던 그 아이일 것이다.

“어떤 부모의 자식이건 간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 생각으로 혼을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 하고 울리는 거야. 그때 내 앞에서 기죽은 척 하던 꼬맹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킬킬 거리 길래 뭐가 잘못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겪은 것과 같은 증상이다. 아이와 이야기를 한 것 만으로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었다. 정체모를 무언가를 마시지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도 아닌데... 반항할 여지도 없이 한 순간에 당해버린 것이다.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건지는 몰라도 어리다고 해서 전부 선한 건 아냐. 저주받을 범죄자 꼬맹이!”

그 아이. 아니 체닌의 말마따나 막돼먹은 꼬맹이는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연기도 수준급이고, 사람 둘을 납치하는 건데 떠는 기색 하나 없이 간도 크다. 이름하야 무대체질. 이거 완전 재능 낭비네.

체닌은 그때의 일을 곱씹으며 욕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난데없이 끌려와 두려움에 떠느라 엉엉 울어 재끼는 것 보다야, 씩씩해 보이고, 감옥 안에 활기도 돌았기에 굳이 말리진 않았다. 그런데 체닌의 말을 되짚어 보자니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여관에서 나오자마자 남자들을 내쫓았고, 꼬맹이한테 당한 거라고?

“그럼 신발은, 너 시장에서 신발 샀다고 했었는데”

“뭐라는 거야”

내 입장에선 꼬맹이를 만나기 전에 신발장수를 먼저 만났었다. 분명히 체닌이 그곳에서 신발을 사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고 했고, 난 그 말을 듣고 체닌을 쫓아가던 중…

“시발. 신발장수놈도 나한테 구라쳤어”

“푸흡. 뭐야, 넌 두 놈한테 당했어?”

속도 없이 체닌이 실실 웃어댔다. 세상에 믿을 놈 머슨 밖에 없다더니(이런 말 없다.) 그 말이 딱 이다. 생각해 보니 내 몸을 짐짝 마냥 들쳐 업었던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 나왔었다. 성녀와 아비츠 백작의 수하들이 시장 내에 작정을 하고 잠복 했다는 얘기가 된다. 아마 여관 내에 직접적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던 건 케일 때문이었겠지. 체닌이 여기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는 점에서 이미 나와 머슨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는 뜻이니까.

우선 어찌됐건 간에 여기를 빠져나가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머슨이 나의 마력을 강제로 개방시켜 두었다는 것이다. 여관위치는 기억하니 경험을 살려 체닌과 텔레포트로 이동하면 짧은 감옥 체험은 여기서 끝. 체닌의 멘탈이 심각하게 부서지지 않아 달래줄 필요도 없었고, 간수도 자리를 비웠겠다. 이만 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내 손을 잡아.”

허리를 반쯤 숙이고 쭈그려 있는 체닌을 향해 손을 넌지시 건넸다. 하지만 맞닿은 건 불쾌함이 서린 눈초리였다.

“무서우면 구석에 가서 머리나 박고 있어. 어디서 손을 잡아 달래.”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꺄앗-. 이런 야만적인…!”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게 배는 빠를 것 같아 막무가내로 손을 잡아챘다. 바등거리는 체닌을 무시한 채 눈을 감고 집중했다.

우리가 줄곧 머물던 여관으로. 머슨이 있는 곳으로

부웅- 몸이 떠오르며 뱃속에서부터 차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뜨거운 것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감은 눈 안으로 푸른 불꽃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더니, 이내 몸 밖을 빠져 나와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뭐, 뭐야!”

솔직히 나도 좀 놀랬다. 머슨이 할 때는 숨 쉬는 것처럼 쉬어보였는데, 나는 왜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시전이 되냐.

얼마 지나지 않아 울렁거림이 찾아왔다. 이제 곧 이동된다는 전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두 다리는 땅에 붙은 채 제자리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고, 몸을 감돌던 푸른 불꽃이 체닌과 맞잡은 두 손에 집중적으로 모여들었다. 점점 뜨거워지나 싶더니 이내 고온에서 달군 쇳덩어리를 만지는 것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 까지 치달았다.

“꺄앗-!”

“으아?!”

결국 먼저 손을 놓아버린 건 체닌이었다. 피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방금전의 감각이 생경한지 체닌의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나를 한껏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내 몸 주위의 불꽃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거 왜이래!”

퍽 퍽! 몸을 두드려 가며 꺼보았지만 점점 더 부풀어 오르기만 할 뿐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내 몸을 집어 삼킬 듯 커지더니 눈 앞이 파랗게 변해갔다. 아드막히 체닌의 비명이 들렸다. 몸이 부웅 떠오르고 한계까지 가득 부풀어진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허억!”

전기에 감전된 듯 강한 발작이 한번 이어지고, 말로 형영 할 수 없는 강한 공허함이 찾아 들었다.

“...무슨 짓이야!”

체닌의 고함에 정신을 차렸을 땐, 다시 그 찬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 몸 안에서 시작된 마법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시전 되지 못하고 이 좁은 공간 안에서 폭발해버렸다. 소름이 돋아 팔뚝을 감싸 쥐었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공허함. 몸 안이 텅텅 비어버린 것 만 같은 극도의 공허함이 끔찍했다.

“이제야 제 말을 믿으시겠어요?”

생전 처음 겪는 감각에 허우적대면서도 머리를 관통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 어둠에 파묻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만 같던 감옥의 통로에 불이 비추어 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체닌이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하지만 이해했다. 그도 그럴것이 두꺼운 쇠창살 건너편을 확인하고 나도 곧바로 욕이 튀어나올 뻔 한걸 겨우 참아 내렸으니까.

“아비츠 백작의 장남을 살해하고, 흑마법을 사용한 죄인들입니다. 폐하.”

“...”

폐하라 불린 자는 고유의 광채가 선연한 금빛 눈동자가 사라지고 그 안에 혼란이 들어찼다.

“...폐하.”

부르자 황제가 설핏 움찔해 보인다. 성녀가 황제의 옆에 가깝게 달라붙어 간신처럼 귀에 속삭였다.

“악질중의 악질입니다. 폐하.”

========== 작품 후기 ==========

*에리나 : (머슨에게) 머슨, 옛말에 이런 속담이 있어. 세상에 믿을 놈 에리나 밖에 없다.(속담 치고는 사심이 많이 들어가 있다.)

머슨 : 에리나가 곧 내 세상이야.

에리나 : (끄덕) (참교육)

*독자님 : 작가님 보고싶어서 한 달이용권 끊었던게 내일이 마지막이네요..어쩌죠? 저 작가님 보기위해 다시 돌아오게써요

*독자님2 : 이용권 열흘 남았는데 이거 한달치 더 끊게 생겼어요 ㅠㅠ

*독자님3 : 노블 이용권 막바지에여ㅠㅠ 어떻게 안될까요 투정부리지만 보고싶어서 또 금방 살거 같아여 ㅎㅎ

*작가 : 이번주 주말은 미친듯이 글만 쓰겠습니다. 결말이 자꾸 늦어지는데 안되겠어요(결단) 독자님들의 소중한 이용권을 위해서 진짜 소처럼 글만쓰겠습니다.(핵다짐)

*독자님 : 작가님 일상과 일에 맞추셔서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써주세욧 헷 하지만 뒷이야기를 넘넘 보고싶어영〉〈

작가 : ㅠㅠ 이와중에 작가를 생각해쥬시는 마음차칸 독자니뮤ㅠㅠㅠㅠㅠ 이러면 제가 손을 부지런히 안움직일수가 없꾼여. 뽀뽀 쮸압쮸압 쮸아아아압

독자님 : (모니터 괜차나?)

*독자님 : 작가님! 전 자격증시험이라는 늪에 바져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몰라여 엉엉 ㅠ 일주일밖에 없는 방학이나마 작가님을 꼭 보러 오겠습니다. (습작 ㄴㄴ) 작가님의 글로 시작해서 너무 행복하고 방학에 다시 볼수 있기를 바라며! 사.랑.해.요.(강조는 하지 않아따)

작가 : 자격증 시험 파팅파팅!!!! 이세상 모든 네잎클로버야! 독자님 발 밑에 무수히 깔려랏!!!

*독자님 : 에리나 마법써서 아비츠좀 눕혀버리면...

에리나 : 히야압!(마법이 실패 하였읍니다.) 아 시바 나한테 왜이래?

*선작,추천,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 감사드립니다!

*후원쿠폰 주신 사월화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말에 폭탄 업뎃 할게요. 근래에 많이 못 올려서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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