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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08화 (108/170)

108편

<-- 15.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 -->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는데, 체닌의 배고픔으로 인하여 흐지부지 끝이 났다.

“...머슨 넌 이걸 놓고 와. 체닌 방 테이블 위에.”

체닌이 어제 작성한 편지를 받아 든 머슨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 졌다. 그 사이에 널브러진 방을 잠시 정리 하고 침대위에 걸터앉아 머슨을 기다렸다. 긴 생각에 빠질 틈도 없이 그가 빠르게 돌아 왔다.

“잘 했어?”

“응.”

“본 사람은 없구?”

“아무도 없었어.”

“좋아. 훌륭해.”

머슨이 허리를 숙여 고개를 내 눈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칭찬으로 짧은 뽀뽀가 이어졌다.

“이제부터 바빠질 거야.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이 생겨버렸거든.”

머슨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말이 곧 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느 종교의 대단한 교리라도 되는 것처럼 머슨은 재고 따지는 것 없이 무조건 오케이였다. 기억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 했을 때는, 아기 새가 어미 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이치 정도로 생각 했으나, 막상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았고, 존재하는 누구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마왕이 그러한 태도를 보이자 조금 기분이 묘했다. 낯선 두려움과 함께 근거 없는 든든함. 이것들이 동시에 밀려들어 나아가서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만 같았다. 아니 따지고 보면 특별한 건 맞나? 마왕의 반려니까 말이지. 이 점에 대해선 내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목구멍 안쪽에서 쓴 맛이 올라왔다.

“이리 와 앉아 봐.”

내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쳐보였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군말 없이 쪼르르 내 옆에 다가와 자리를 잡은 머슨이 상체를 틀어 나를 바라 본다. 나도 한 쪽 다리를 침대 위에 완전히 올려 놓은 상태로 그를 마주 보았다.

“너 천신이랑 싸우면 이길 수 있어?”

유치한 질문이었지만 꼭 해야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어디 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만약 이 일에 성녀가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천신과의 맞대면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 있다. 저번 성녀의 방에서 일어났었던 일을 경험으로 보아 천신은 성녀를 위해서라면 가히 미친놈처럼 날뛰는 것은 일도 아닌 것 같아 보이니까 말이지.

“물론이야.”

“안 다칠 수 있어?”

내가 무슨 대답을 바라고 있는지 알고 있는 머슨은 잠시 주춤했다. 천신이 길거리에 널린 흔한 양아치도 아니고 어떻게 그가 작정하고 덤비는데 안 다칠 수 있을까. 내 질문 자체가 우스운 것이었다.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해볼게.”

뭘 한다는 거야. 그 말투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하마터면 ‘오늘 분리수거는 내가 할 게’ 정도로 들을 뻔 했다.

난 이마를 짚으며 방금 내가 한 질문을 거둬들였다.

“아냐. 우선 세자인으로 무사히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가급적 성녀와의 마찰은 피하고 싶은 게 본심이다.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라 훗날을 생각 하면 나쁜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게 좋았으니까. 어찌됐든 내가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실타래가 성녀에게 얽혀있으니 말이다. 문득 지난 번에 들었던 성녀의 외침이 다시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게 거짓말을 했잖아요 에리나 홀든! 케일을 사랑하지 않는 다면서 이 상황은 뭐죠?!’

생각해보면 천신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한다. 듣는 천신 가슴 찢어지게. 누가 봐도 질투에 눈이 먼 여자의 대사였음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난 정말 거짓말을 했다.

‘난 케일을 사랑하지 않아요. 아니 할 수 없어요.’

그때 당시에는 진심이었으나, 그가 기억을 되찾았음에도 내 마음이 식지 않은 걸 보니 난 거짓말을 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걸 알면 성녀가 또 얼마나 길길이 날 뛸지 걱정이 된다. 도움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성녀 따위 아웃오브안중, 신경을 끄면 되는 일 일텐데. 처량한 내 신세야.

“고민이 많아?”

생각에 잠겨 있느라 한동안 말이 없자, 머슨이 내 손을 잡으며 걱정스레 물어온다.

“머슨, 성녀 말이야...”

‘성녀’ 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그의 눈이 가라앉았다. 암적색으로 짙게 변한 그의 눈동자에 몸이 섬칫 떨렸다. 내가 실수했나 싶어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머슨은 원래의 부드러운 빛으로 다정하게 되물어 왔다.

“왜?”

일순 보았던 머슨의 굳은 표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착각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말끔하게.

“성격이 원래 좀 그런가? 욕심도 많아 보이고, 질투도 심하고 좀 겉과 속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너랑 천신이 너무 어화둥둥 오냐오냐 키워서 성격을 다 버린 거 아냐?”

피식. 그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흘렸다.

“성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벨라가 천계로 올라와 가장 먼저 바란 일은 부모의 죽음이었어.”

“...”

“내가 교육을 잘 못 시킨 게 아냐. 그러니 우리 아이의 교육에 대한 걱정으로 물어 본 거라면 마음 놓아도 돼. 잘 할 자신이 있으니까. 마계에는 보육을 담당하는 전담 마족들도 많…”

“아니, 그것 때문에 물어 본 거 아니거든”

서둘러 머슨의 입을 콱 막아버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가 산으로 갈 뻔했다. 그가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얼마간 더 웅얼거렸으나 그것은 내 손바닥 밑으로 뭉개져 사라져 버렸다.

“푸하. 그것 때문에 물어 본 거 아니야?”

“됐어. 말을 말자.”

명백하게 내가 읽었던 소설의 성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소설 속 성녀는 다리가 다친 짐승하나 그냥 보내지 못하고 성심성의껏 돌봐주거나, 전염병이 도는 가난한 마을에 찾아가 몇날 며칠이고 밤새 간호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녀로 지명 받고 천계로 올라와 가장 먼저 바란 것이 누군가의 죽음이라니. 매치가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 학대를 당했나?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애답지는 못했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부모로부터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맛있는 걸 먹고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가 아닐까?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때 당시 성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 내가 뭐라고 왈가왈부야. 이내 쓸데없는 고민을 털어버렸다.

“태어날 아이는 딸이 좋겠어.”

머슨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간 눈동자를 빛냈다. 너, 아직도 그 얘기냐?

“에리나를 꼭 닮은. 작은 에리나 말이야.”

내 머리카락을 조금 집더니 한 올 한 올 세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그것을 천천히 비벼댔다. 아이 같은 건 생각도 해 본적 없는데, 작은 두근거림이 퍼져 올랐다. 가정을 꾸린다는 설렘이 아니라 나와의 미래를 생각하는 머슨의 얼굴이 행복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는 세상은 화사한 오색 꽃들로 만발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나 다름없었다.

“딱 한명만 낳자. 에리나의 사랑이 나한테서 너무 많이 떠나면 안 되니까.

“...”

그러나 난 그가 상상하는 미래에 동조해 줄 수 없다. 발밑으로 수 만개의 가시가 돋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러서지도, 다가가지도 못 하게 메어놓은 것처럼.

“머슨”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그를 불렀다. 꺼내지 못했던,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을 듣기 위해서. 그가 고개를 갸웃해 보인다.

“내가 너의 반려 잖아?”

“부정 할 수 없이.”

단호하게 못 박는 그의 말에 식은땀이 난다.

“...그걸 취소 할 수도 있는 거야?”

여태껏 바로바로 튀어나오던 머슨의 대답이 뚝 끊겼다. 그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입 안에 침이 고였으나 삼키는 소리 마저 너무 커 내 긴장을 들킬까 차마 넘기지 못했다.

“못 해”

무겁게 끊어지는 대답.

“아, 그래?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더 이상 파고들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더 쾌활하게 받아 치며 웃어 넘겼다. 그러나 여전히 머슨을 바라보진 못했다.

“방법 없어.”

“그래 그래”

“취소 같은 건 못해”

“응 알았어.”

“에리나는 영원한 내 반려야.”

“알았다니까?”

“...”

방금 전 침묵이 우스울 정도로 머슨은 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내 턱을 잡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만 말해도 돼. 그냥 진짜 궁금해서 물어 본 거니까.”

잘 못 건드렸다. 냉랭한 무표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꿀걱- 고여있던 침이 절로 삼켜진다.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말아줄래? 그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곧 입술이 닿을 것처럼 아주 가깝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앞머리가 내 이마를 스치고 퍼지는 열기에 얼굴이 홧홧해진다.

“반려의 각인이 깨지는 방법은 단 하나야. 반려자의 소멸. 그러니까 날 두고 갈 생각 같은 건 하지도 마.”

========== 작품 후기 ==========

*체닌 : 안먹는다니까 그러네... 저기 햄좀 썰어서 빵 안에 넣어 봐봐

에반 : (답답) 샐러드도 같이 드셔야죠!!

*확인 못하고 올려요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독자님 : 작가님. 내꺼.

작가 : 네. (아닠ㅋ... 너무 단호한 코멘이라 순순히 따라갈뻔 해따)

*독자님 : 성녀는 반드시 망할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어서, 짜증 안내고 볼 수 있어요〉〈

작가 : 그 믿음. 끝까지 간직하셔도 좋습니다.

성녀 : 소설의 묘미는 반전 아님? 너무 대놓고 망하는 루트로 가잖아. 내 말 안들려? 이보세요?

*독자님 : 작가님 진짜 에리나의 영혼은 어딨나요? 초반에 소환돼서 살해당한 마족이랑 관계 있나요?

작가 : 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에리나의 영혼은 이세계로 넘어와버렸습니다.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건 빈껍데기죠. (껍데기는 가라.) (읭?)

*독자님 : 초반에 머슨이 에리나 꿈에 들어가서 에리나한테 물어보는 장면 있잖아요 그거 다른 차원에서 온 걸 알 것 같은데

작가 : (소름 쫘아아악) 꿈 이야기 기억하고 계셔줬군용..! 그 이야기도 나옵니다!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독자님 : 죽기 전에 감옥은 누가 가나요?! 감옥 안에서 꽁냥꽁냥 있나요?!

작가 : 안타깝게도 감옥 꽁냥씬은 없네요. 감옥은... 독자님을 사랑한 죄로 제가.

독자님 : 진짜 죄가 뭔지 보여줘여?

*독자님 : 제가 좋아하는 황제 나왔으면 좋겠당 언제나오나요!!

작가 : 우리 불쨔한 황제 이번 챕터에서 등장합니닷〉〈!!!

황제 : (절세 미남, 인간계 최고 권력자로 만들어 줬으면서 작가가 계속 날 동정한다.)

*독자님 : 읽기만 하는 독자로서 작가님의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힘든일 잘 해결 됐으면 좋겠네요!

작가 : (벌써 백만스물 하나 에너자이저 충전이다.) 쿠오오오!! 힘이 솟아오릅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 : 문득 100편 넘은거 보고 옛날 생각나서, 처음부터 다시 봤는데 점점 시리어스한ㅋㅋㅋㅋㅋ.... 밤을 위한 소설로 봤다가 작가님의 후기글과 스토리에 빠졌어용! 완결 후에 이 소설은 프리미엄으로 될지 그리고 따로 책은 내시는지, 차기작에 대한 정보가 궁금합니다!

작가 : 소소하게 웃기면서, 나름 야릇한 소설을 쓰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넘나 소중한 독자님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해진 작가입니다! 출간에 관해서는 현재 진행중에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정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차기작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여주가 남주 둘을 이리먹고 저리먹고 요리먹는 내용입니다.(그게 머야...)(그러나 사실 먹히는건 여주였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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