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편
<-- 15.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 -->
너무 당당하게 말 하는 나머지 “그랬었구나” 라고 답 할 뻔 했다. 양심없냐, 응? 베개는 다시금 머슨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안면에 베개 어택을 몇 번 맞은 머슨은 드디어 학습이 되었는지 무릎 위에 양 손을 단정하게 올린 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럼 왜 정기를 달라고 한 건데?”
“...반려끼리는 마력을 떠나 정기를 주고받는 게 당연 한 거야.”
“호오- 어째서”
“정기를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성욕이 올라. 물론 이건 2세를 갖기 위햅…”
입술을 콱 잡아버렸다. 어쩐지, 정기를 나눠 줄 때마다 야릇한 기분이 든다 했더니. 순진하게만 봤더니 요물이 따로 없었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삽입까진 하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까딱 잘 못 했으면 발목 잡힐뻔 한 거 아닌가? 내가 널 사랑하지만 않았으면 당장에 깜빵으로 쳐 넣었을 거야. 물론 이 놈을 가둘 만한 감옥이 이 세상에 존재 하겠냐 만은...
“그 성욕이 아이를 갖기 위해서 라고 치자. 그런데 만날 정기타령 하면서 뽀뽀만 했잖아.”
“읍읍-”
아차, 대답은 할 수 있게 선심 써서 입술을 놓아줬다.
“사랑해서.”
“내 입장은 고려 안 해?”
“솔직하게 얘기 했다간, 뽀뽀 한 번 해줄 것 같지 않았으니까”
“당연하지!”
“당연한... 거야?”
뭐, 왜 눈은 또 그렇게 불쌍하게 뜨는데! 짙은 눈썹이 기울어지며 물기어린 눈망울이 반짝 빛을 낸다. 피해자는 난데, 왜 악덕 사체업자가 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보편 적으로는 말이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런 스킨쉽은 잘 하지 않아.”
“...날 사랑한다며”
“그건 나중에야 깨달은 거고”
급기야 입술이 툭 튀어 나온다. 힘이 빠진 어깨는 축 쳐져 내려가고 각이 잡혀 단단하게 무릎을 쥐었던 손은 어느새 의미 없이 손가락을 부비고 있었다.
정말 기억 안 잃은 거 맞아? 영락없는 ‘삐친 머슨’의 모습이었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 있지만 3년 전의 마왕 이라고는 상상 하기도 힘들다.
“이 모습 뒤에 내가 모르는 다른 면이 있지?”
앞머리를 걷어 훤칠한 이마를 드러내고, 얼굴 곳곳을 샅샅이 만졌다. 볼은 꽤나 세게 눌렀는지 하얀 피부 위에 불긋한 자국이 올라온다.
“가면을 벗어”
당황한 머슨은 팔을 휘저으면서도 나를 밀쳐내진 못했다. 난 작정을 하고 그의 허벅지 위에 타고 올라가 앉아 코도 마구 흔들어 보고 눈꺼풀도 까뒤집으며 그의 얼굴을 탐구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때, 이제 슬슬 빡치지? 어디 한번 사납게 굴어 봐”
“으으- 에리나.”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두 개 풀어 낸 뒤 벌어진 셔츠 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밀어 넣고 넓게 벌렸다. 꼬박 하루 안 봤을 뿐이지만... 여전히 몸은 좋군.
“너 정말 기억 찾은 거 맞아? 내가 알던 마왕의 모습이 아닌데.”
그의 양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제는 역으로 생각해 본다. 기억 안 찾았는데, 찾은 척 하는 거지 너? 갭 차이가 커도 너무 크잖아. 내 질문에 머슨이 웃는다. 설산 위에 흩뿌려진 태양 빛처럼 눈이 부시다. 그리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달콤한 입맞춤으로 멀쩡하던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나야. 에리나가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너.
미련할 정도로 나만 바라보고, 남 시선은 생각도 안한 채 때와 장소는 엿먹으라는 듯이 애정표현도 거침없고, 내 칭찬 한마디에 울고 웃으며 세상의 전부 인 것 처럼 여기는 너.
그렇게 3년을 지내면서 아주 서서히 내 마음을 네 색으로 물들여 버린 너.
입가가 간지러웠다. 머슨이 뱉은 말 한 마디에, 마음 속에 쌓아 두었던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가 버렸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리라는 것처럼.
그를 똑바로 마주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오로지 그 자체를.
이 세계에 있으면서, 아니 어쩌면 평생 부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케일”
무엇이 됐든 너는 너. 내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는 남자는 머슨이자 케일이었다. 때문에 머슨 또한 내가 둘 중 하나를 콕 집어 생각한다 해도 받아 드릴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둘 모두 자신이라 생각하니까. 적어도 나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응”
이제야 웃음이 나온다. 내 허리를 당기고, 커다란 손으로 뒷목을 받친 채 깊게 키스해 오는 이 남자 때문에 허파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 남자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키스하는 내내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서로의 입술 사이로 듣기 좋은 웃음 소리가 흘러들어갔다.
*
역시 사람은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에 들 수 없다. 아니 내 경우엔 같이 자는 사람의 문제인가? 뭐 어쨌든, 자는 환경이 쉽게 바뀌면 안 된다는 말이다. 황성에서는 그렇게 말똥말똥하던 눈이 머슨이 있는 여관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이불을 끌고 들어온다. 양을 샐 겨를도 없이 뇌는 이미 퇴근했다.
마음고생도 하고, 야밤에 전력질주도 해서 그런지 기절하듯 잠에 빠져 들었다. 눈을 떴을 땐 해가 중천에 떠있었고, 아침 바람 맞을 세도 없이 햇볕이 내려앉았다. 아오 하품 하는게 버거운 거 보니 얼굴이 보기 좋게 부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양 팔을 천장 위로 쭈욱 뻗고 허리를 휙 휙 돌려가며 기지개를 켜는데, 부담스럽다 못해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언제 일어났어?”
“네 시간 전”
“...왜 안 깨웠어.”
“자는 모습이 예뻐서, 보다 보니”
“아침부터 그런 말 듣기엔 속이 좀 메슥거린다. 가서 고춧가루 팍팍 친 칼칼한 김치찌개나 내놔 와 봐”
잘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을 한껏 구기며 머슨을 밀어냈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중얼거렸다.
“가끔 에리나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해.”
“잠이 덜 깨서 그래.”
기억을 되찾은 마왕과의 첫 아침은 여느 날과 다를 게 없었다. 부스스 거리는 머리칼도 같았고, 아침만 되면 쓸데없이 애교가 많아져 웅얼거리는 목소리도 변함없었다. 물론, 시계 바늘은 아침이 아니라며 날 부정하고 있었지만.
“에반이 조용하네. 배고프다고 난리를 칠 줄 알았더니.”
체닌이 잘 있나 한번 둘러도 볼 겸 에반의 방으로 가기 위해 이불을 걷어 냈다. 그러자 머슨이 허리를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여기서 더 게을러졌다간 사슴벌레 유충이 될 거야.”
달라붙는 머슨을 떨쳐내고 침대에서 벗어났다. 손바닥으로 마른 세수를 한 후 거울을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오, 역시 보기 좋게 부어있네. 조금만 더 잤으면 터져버렸을지도 모르겠어.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웃겨 혼자 허허 웃다가, 이질감이 들어 거울을 얼굴 가까이 바짝 들이밀었다.
“머슨, 목에 멍 네가 치료 한 거야?”
보기 흉할 정도로 크게 자리 잡혔던 멍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황제도 멍에 대해서 별 말 안했었네. 그럼 그 전에 없어졌다는 건데
“아니.”
“잉? 그럼 뭐지. 쉽게 빠질 멍이 아니던데.”
“자가 치료. 마력이 개방 됐잖아. 웬만한 상처는 눈 깜짝할 새에 다 나을거야. 내 반려니까.”
머슨의 말처럼, 멍은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가 있는 목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았다.
“반려...”
상처는 없었지만 왜인지 목 언저리가 따끔거린다. 아니 그보다 더 밑인가? 좀 더 깊숙한 곳이 아프다.
“아쉬워?”
내 뒤로 다가선 머슨이 몸을 감싸 안으며 목 위로 입술을 내렸다. 따뜻한 숨결이 퍼지고 곧이어 부드러운 입술 감촉이 여린 피부를 누른다.
“다른 곳에도 많이 새겨주고 싶어.”
어째 점점 더 능글맞아 지는 것 같다. 눈 뜨자마자 보이는 꽃 미모에, 낯간지러운 멘트. 받고 스스럼없는 스킨십 까지. 내가 평균 나이보다 일찍 죽게 된다면 사망사유는 심장병일게 틀림없을 것이다.
“작작해”
========== 작품 후기 ==========
*에리나의 능력이 추가 되었습니다.
에리나 : 진지한 상황에 생리현상 참는 능력은 없나요?
(102화~104화 독자님 답코멘)
*독자님 : 설마 해서 들어와봤는데 업뎃이ㅠ 자기전에 한 편이라도 더읽어서 뿌듯하네여
작가 : 우왕! (설마 하고 들려 봐 주셨다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모니터 앞에서 오열)우리 벌써 그런 깊은 사이가 되어버렸네여 (수줍)
독자님 : ...무슨사인데
*독자님 : 난 황제를 지켜야해 황제주!
작가 : 됐다. 됐어. (크리헬 너, 에리나랑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벌써 해피엔딩이다 짜샤 울지마 이제! 뚝!)
*독자님 : 누가누가 더 사기쳤나 겨를수가 읎써! 황제! 판사가 좀 되어주오!
황제 : 흐음(세상진지) 마왕 지하감옥, 에리나 내 마음속 감옥
작가 : 저기요, 사적인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황제 : 너 국외추방
*독자님 : 모닝콜에 으으..ㅜ 더 자고싶다 하다가, 업뎃 됐겠다 싶어서 소설 읽다 보면 잠이 깨용 기쁜 하루 시쟉!
작가 : 헛, 넘나 감동적인 코멘...( 오또카지.. 분명 이거 작업거는 것 같은뎅..넘어가 버릴것 같은뎅...)저도 3시간 뒤 출근(개망)졸립다가도 매일 독자님들 코멘트 보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빠샤빠샤!!!
*독자님 : 백작과 성녀가 무슨 일을 꾸미든 말든 걱정 1도 안되구영~ 다만 황제만 좀 불쨩
작가 : 영고황제. 아니여요, 그도 머슨에 비해 딸려서 그렇지 가진 건 많습니다...(아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독자님 : 헉! 정주행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이라는 메세지를 봐버렸어여 ㅠ
작가 : 정주행 감사합니다! 8ㅅ8!! 행복 행복 사랑합니다!
*독자님 : 한번에 정주행 했어요 개잼
작가 : 앗, 정주행 하셨다는 분이 또 계셨네요. 한번에 쭉 읽어주셨다는 코멘 보면 가슴이 뭉클ㅠ!! (나 지쨔 어떠카냐..ㅠ 이거 완전 독자님 킬러되겠네)
독자님 : 응 착각
*독자님 : 크윽 연참 이벤트 한 줄 몰랐다. 9연참에 동참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다음 연참 이벤트는 언제져?
작가 : (구, 구구구연참...ㄷㄷ) 다음 연참이벤트는... 아마, 제가 큰 맘 먹은 날이요.
독자님 : 큰 맘 먹게 함 해드려여?(몽둥이)
*독자님 : 새벽에 잠시 깨서 한번 보고 일어나서 또 보공 휴식 하다 또보고 놀다가 또보고
작가 : 그 유명한 '보고 또 보고' 독자님! 감사합니다ㅠ.ㅠ 저도 독자님들 댓글 보고 또 보고 크훗 사랑의 짝대기는 연결되어 있어여
독자님 : 야, 가위 가져와
*독자님 : 1시부터 보려고 아까 8시부터 자다 인제 일어났어요 ㅋㅋ 이런 열정을 만들어주신 작가님 짱
작가 : 와 진짜여? 넘나 벅찬 사랑이...ㅠ 감사합니다ㅠ (정작 업뎃이 새벽 6시 가까이) 수면패턴 고쳐야 하는데 진짜 드릅게 안고쳐지네여 ㅠㅠ 퇴근하고 와서 바로 자면 안되겠어여..ㅠㅠ 좀 버텨봐야짓 ㅠ 그럼 12시에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ㅠ!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확인 못하고 올려여 ㅠ 추후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