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편
<-- 15. 죽기 전에 감옥 한 번은 갔다와야 하지 않을까요? -->
하루를 꼬박 새고 이곳에 왔던 체닌은 흙길에서도 위태로울 정도로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며 곧 죽어도 품위를 중요시 하더니 결국은 테이블 위에 뺨을 기대고 잠에 빠져들었다. 보다 못한 에반이 그녀를 들쳐 엎고 자신의 방 침대에 눕혀 준 뒤 돌아왔다.
“내가 뭘 들은 건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야.”
서로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느라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체닌의 말에 의하면, 게르니아도 죽고 피를 담은 마도구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한 위치도 알지 못하는 지금, 황제의 신임을 받은 아비츠 백작을 고발하는 건 굉장히 위험했다. 뿐만 아니라 그 뒷배가 성녀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여파로 단숨에 체닌과 관련된 세자인의 마을 사람들이 죽어 나갈 수도 있는 것이고.
성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마왕과 또라이 천신의 손에서 커서 그런지 일을 벌이는 스케일이 어메이징 하네. 보모중 하나 였던 원흉(?)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머슨이 움찔 하며 고개를 바닥을 향해 숙인다.
“아, 너네도 해결 해야 할 문제가 있었지.”
내 시선을 다르게 받아 드린 에반이 슬슬 우리 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편하게 얘기해. 난 새벽 마실 이나 다녀오지 뭐.”
방을 체닌에게 빼앗겨 갈 곳이 없어진 에반은 부랑자 신세로 전락했다. 어차피 누워 잠들지도 못할 것 같으니 괜찮다며 밖으로 나간다. 방문 까지 꼭 꼭 닫아주면서.
에반이 나가자 공기가 바뀌었다. 침 넘어가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어색한 적막이 깔린다. 옆에 서있는 그의 존재가 너무도 크게 느껴져서 손가락 하나 제대로 까닥 하기 힘들었다.
“미안해, 에리나.”
“난, 널 어떻게 생각하면 돼?”
이미 마음은 머슨이라 단정 짓고, 몸도 그렇게 대하고 있으면서... 괜한 물음이다.
“뭐든.”
“좋아. 질문을 바꿀게, 왜 거짓말 했어.”
“에리나가 불안해 하니까. 사실대로 말하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았어.”
불안해 한 건 사실이다. 처음은 그에게 했던 짓이 있으니 기억을 찾자 마자 날 죽일까봐 두려웠고, 다음은 미련 없이 날 떠나버릴 까봐 두려웠다. 오로지 그만 생각했을 땐 기억을 찾길 바랐으나 마음 한 구석, 아니 깊은 내면에는 그러지 않길 바랐다.
“...내가 밉지도 않았어?”
“어떻게 그래.”
“널 엿 먹였잖아.”
“그렇게 생각 안 해. 오히려 에리나가 내 반려가 되어줘서 행복했어.”
이 자식, 반려가 된 것도 알고 있었네? 이 부분은 약간 열이 받는다. 난 머슨의 손을 잡고 끌어 침대 위에 그를 앉혔다. 키가 너무 커 목이 아파왔으니까. 그리고 그의 앞에 서서 질문을 이어갔다.
“넌 날 죽이려 했어. 그런데 어떻게 한 순간에 반려가 되어줘서 행복하다느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데.”
“나도 부정해봤는데, 그게 안 되더라. 에리나의 칭찬을 들으면 어느 순간에 웃고 있고, 계속 듣고 싶고, 옆에 있고 싶다 생각하게 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 하지 말아 줄래? 엄청 부끄러우니까!
“나중 가서는 마왕이든, 머슨이든 에리나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아무거나 좋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에리나는 역시 머슨이 좋고 편한 것 같으니까. 평생 이대로 살아야겠다 라고 결단도 섰고.”
“미쳤어? 마왕 자격 박탈이면 소멸이라면서!”
“소멸 안 돼.”
“또 그 소리.”
“에리나가 생각 하는 것 보다. 나 꽤, 많이 강하거든”
“...”
오, 자뻑 하는 여유까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당연한 이치를 얘기하는 것처럼 머슨은 자신이 강하다. 라고 말했다. 놀릴 틈도 없이 확고하게.
“인간계에 내려와 천 년을 노닥거린다 해도, 괜찮아.”
뒤에 “레이넌의 능력도 훌륭해서 말이지” 라는 말도 얼핏 들렸다. 흘려 말해 정확 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저 의미가 맞는 것 같다. 농땡이 피우는 상사 밑에서 고생이 많구나.
그래, 백 번 양보해서 다른 마족들이 부재인 마왕의 자리를 대신에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주고, 워낙 짱짱맨인 머슨은 평생 놀고먹어도 약해질 틈이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치자.
“그런데 왜 나야?”
상상만 해도 마음이 쓰라리지만... 성녀도 아니고, 왜 하필 나한테 빠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냥, 좋아.”
“끝?”
“주신이 얘기한 적 있었어.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는 네 놈이라 할지라도, 그 기고만장함을 한 손가락만으로 꺾어버릴 운명을 만나게 될 거다.’ 라고.”
“음... 그게 무슨 얘기야? 그러니까, 그게 나란 소린가”
“아니, 주신은 틀렸어. 손가락 까지 가지도 않아.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난 한 없이 무너져 내려 너에게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되어버리는 걸.”
“...”
“에리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아. 나는.”
화악- 그런 진지한 얼굴로, 이런 낯간지러운 멘트를 내뱉다니! 무방비한 상태에서 완전히 한 방 먹었다. 귀가 뜨거워져 서둘러 양 귀를 감싸 쥐었다.
“시, 시끄럽고! 말해두는 데, 난 그날... 3년전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너한테 죽었으면 아주 억울해서 밤새 네 꿈에 찾아갔을 거야. 마족의 신체 어쩌고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으니까!”
“나중에야 알았어. 에리나의 몸 속에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내 마력들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구나”
뭐지, 재능 없다는 말을 돌려서 까는 것만 같은 이 느낌은. 아니, 가만... 마력 하니까 불현 듯 어떠한, 아주 내가 고생을 했었던 ‘구실’ 하나가 떠오른다.
“기억을 잃지 않았다고 했었지?”
“정확하게는 두 달 만에 돌아 온 거야.”
“그래 어쨌든. 즉 전부 회복이 되었다는 뜻인데”
“...”
“허구한 날 마력이 없어서 몸이 공허하네, 정기가 부족하네 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나 때문에 멀쩡하다 못해, 완벽한 애를 부족한 애 만들었다 싶어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들어줬었다. 딱히 원하는 것이라고 하기엔 소소한 칭찬정도였지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기’를 원할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증발해버린 마력을 정기로 채워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정기라는 것은 밀도 높은 스.킨.쉽을 통해 전달된다.
머슨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엉덩이를 슬그머니 뒤로 빼 나와의 거리를 만들고, 이제는 약간 사선 아래로 고개를 숙이기 까지 했다. 난 단숨에 그의 턱을 붙잡아 내 시선을 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어디 한번 씨부려봐.
“키스해 줘.”
매혹적인 음성으로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응, 그럴까? 반쯤 감은 우수에 찬 눈망울과, 물기어린 입술이 나를 끌어당긴다... 아니, 아니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양 손으로 머슨의 뺨을 꾸욱 눌러 얼굴을 뭉갰다. 너무 잘생겨서 오래 보면 위험해.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다. 그런데 이건 또 이거대로 귀엽네.
“흠흠.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바른 대로 말 해.”
머슨이 갑자기 내 허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다리 사이에 내 상체가 반쯤 올라가게 만들어 버렸다. 손을 뻗어 베개를 집고는 그의 얼굴에 꾸욱 눌러 경고했다.
“아직 그럴 타이밍 아니야.”
어떻게든 대답을 회피하고 싶은 머슨의 노력이 가상했다. 그러나 물러나 주진 않아 이 자식아.
정말 떼어 놓기 싫은 것처럼 손을 부들거리며 내 허리를 잡고 있다가 결국은 아주 조금씩 힘이 풀리더니 완전히 날 놓는다.
“...화를 내도 좋아.”
“그건 내가 정할 문제지.”
얼핏 머슨의 머리 위에 강아지 귀가 보인 것만 같다. 시무룩해져서 푹 접혀버린 앙증맞은 귀가.
“오직 반려만이 정기를 채워 줄 수 있어. 저번에 마왕성에서 에리나가 그랬던 것처럼.”
음 그렇지. 내가 그때 고생을 좀 했지. 가장 용기있던 순간 베스트에 들어 간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에리나의 정기가 실제로 필요 했던 적은 딱 한 번 뿐 이였어.”
“...”
“마력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거든. 기억을 찾기도 전에 마력이 먼저 돌아 와 있었어.”
========== 작품 후기 ==========
*작가 : 이 정도면 사기 결혼.
*독자님 : 이 시간 까지 안자길 다행이네요 코멘트 50개면 3연참 진짜죠?!
작가 : (첫 코멘을 확일 할 당시의 작가) (아직은 마음이 가볍다) 물론이죠.(콧노래흥얼)
*독자님 : 작가님 3연참 보다 머슨분량 많이 많이 좀 뽑아주세요!
작가 : 3연참 중 2회가 머슨이 쩌리였네요ㅜ(머슨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젠..마니..마니..무마니...(기승전치킨)
*독자님 : 화면 우측상단 화살표 누르시면 맨처음에 스크롤로할지 다른걸로 할지 버튼이있습니다.
작가 : 최소 얼리어답터 독자님 ㅠㅠ감사합니다!! (기계치 작가) 독자님의 친절함에 치얼스-(눈동자에 건배를)
*독자님 : 쥐위를 아니고, 주의를 맞습니다. 오타영!
작가 : 친절한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8ㅅ8!! (빛보다 느리고, 독자님 눈보다 한참 느린 오타수정)
*독자님 : 작가님 글 읽으려고 간간히 노블 구매하고이써용〉〈!
작가 : (트렌치코트)(낙엽)(입에 문 나뭇가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다른 독자님 : 아, 우리집 작가 버릇 나빠지니까 칭찬 자제점
*독자님 : 지구야 힘을 줘! (21/50) 여러분 아침이에요 일어나서 머슨으로 시작하세연
작가 : (정말 이 때부터 코멘트 갑자기 늘기 시작하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독자님 : 만약 코멘 100이면 연참 어캐 되는건가여??ㅋㅋ
작가 : (진지하게 생각중....) 약속이고 뭐고 다 취소하고 미친 듯이 글만 쓰고 있을 것 같네여 (키보드 아작)
*독자님 : 댓 26~27~28 입니다. 작가님^^
작가 : (중복스킬을 시전하시는 독자님을 보고 기겁하기 시작)(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한 작가는 독자님의 뛰어난 전술에 서둘러 한글프로그램을 켜기 시작한다.)
*독자님 : 댓글을 필사적으로 올리는거 작가님 아실라나.
작가 : (너무도 잘 알기에 작가는 필사적으로 3회 분량을 적고있었다.) 아, 전 언제나 주,주주주준비 되어이이이이ㅆ 늫 자잣가 임미다ㅏㅏ^^
독자님 : 지금 손이 떨리는데?
*독자님 : 일어나서 댓글 수 부터 확인하는
작가 : 일어나서 댓글 수 부터 확인하는
*독자님 : 중복제외 없엇으니 달리자! 150개 만들어 9연참을 만들어버리자!
작가 : 지, 진정...아니 사랑해요... 아니 보증설게요(응?)
*독자님 : 기본댓글 2개! 이런 적 처음이예여〉〈
작가 : (이때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저도 처음이예여ㅠㅠ
*독자님 : 아니 이럴수가 연참 미션이있었나여? 화력을 보태지 못하다니 이럴 수 없써!
작가 : 50개가 채워졌는데도 댓글 달아주셔서 넘나리 기쁨미다 (내적댄스 댄스)
*독자님 : 결국 노블결제했어여 ㅠ 이렇게 된거 알차게 볼겸 추천과 코멘으로 작가뉨을 달달달 해볼까 하는 생각?
작가 : (고뇌하다) 달달달 이 무엇일까.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너에게 끌려(?) 달달달 떨게 만든다(?) 빨리 담편 달달달라고 독촉한다(?) 음.... 그냥 오늘 달이 밝았다는 걸로 결론
독자님 : 뭐래.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약속한 3연참 중 세번 째는 독자님들 답코멘 적느라 시간이 좀 오래걸렸네요, 죄송합니다ㅠ
*50개 코멘 ... 감사해여 ㅠ 위 답코멘에서는 '무서웠다 덜덜덜!' 식으로 남겼지만 사실은 정말 감사했습니다(몸둘바) 한 분이 여러개 남기시는 정성 까지 쏟아주시고 완전 울컥해 가지공 징쨔 ㅠㅠ 왤켕 저를ㅠㅠ 감동먹이눙 거예여유ㅠㅠ
*스토리상 필수 였으나 조금은 지루(?)했던 지난 챕터가 지나갔습니다 후후. 이번 챕터에서는 씬도 나오닝 재밌게 봐주세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