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편
<-- 14. 그녀가 집을 나가나요? -->
앉을 자리를 찼던 체닌은 허름한 여관 내부에 마땅히 자신과 어울리는 의자가 없다고 인식되자 짜증이 솟구쳤다. 모자와 같은 색인 장갑을 낀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병균이라도 옮을 것처럼 경계했다.
에반은 멋없고 딱딱한 나무의자 위에 에리나와 머슨이 덮고 잤던 이불을 둘러버렸다.
“여기 앉으시죠.”
여전히 체닌은 못마땅했으나 하루 종일 서있을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걔 중에 났다 판단했는지 조금은 억지스럽게 그 위에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어맛, 깜짝이야!”
갑작스레 체닌의 얼굴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남성의 체취가 훅- 그녀의 후각을 자극했다. 머슨의 팔이 체닌이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어 팔 사이에 그녀를 가둬버린 것이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눈 앞의 남자 만큼이나 빼어난 용모와 피지컬을 지닌 사람은 본 적이 없을뿐더러 어떠한 명화나 소설 속 묘사도 이 아름다움을 전부 담아내지는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개인적인 감정은 그리 좋지 않다만 저렇게 진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여태 담아두었던 안 좋은 일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이대로 품 안에 안겨들고 싶었다.
“진짜 체닌인가?”
그녀의 입술이 곡선을 그린다.
“보시다시피.”
은근슬쩍 상체를 기울여 머슨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짙은 페로몬에 홀려 체닌의 눈빛 또한 뇌쇄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분위기를 잡고 있는 건 아쉽게도 쌍방이 아니었다. 체닌의 이마가 머슨의 쇄골 언저리에 닿을 때 즈음 그가 손을 떼고 몸을 곧추세웠다.
“어디가?”
에반이 물었다.
“에리나한테 알려주러”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며?”
머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방 문을 열었다.
“핑계가 생겼잖아.”
당장이라도 에리나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와중에 체닌이라는 핑계가 생긴 것이다. 물불 가릴 것 없이 머슨은 일단 에리나를 만나고 싶었다. 한 소리 듣게 된다면 체닌이 왔다는 이야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찾아 갔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에리나도 거기에 대해선 칭찬을 해 줄 거라 믿었다.
머슨이 나가고 방 안에 남겨진 체닌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피, 핑계?”
큰 마음 먹고 손수 이 곳 까지 찾아와 줬더니 뭐? 잠시나마 그 외모에 속아 좋게 생각 했던 일을 금방 후회했다. 체닌의 나빠진 기분을 달래는 건 같이 남겨진 에반의 몫이었다.
여관 방의 분위기를 모호한 불편함으로 가득 채워버리고 나간 머슨은 그러거나 말거나 에리나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상기돼있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텔레포트로 황제에게 찾아갔다.
“에리나는 어디있나”
집무를 보고 있던 황제는 저 질문을 지금 말고도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각에. 무려 두 번씩이나 같은 질문을 하며 불쑥 찾아온 머슨 때문에 황제 크리헬은 머리가 지끈 아려오는걸 느꼈다. 특히 지금은 더 심하다.
“갔습니다.”
“언제”
“한 시간 정도 전에 황성을 나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디를 간다고 얘기하지 않던가? 혹시 날... 보러 간다거나”
자신의 말이 곧 법인 것처럼 언제나 당당하던 마왕의 어투가 확신에 차 있지 못하고 위태로워보였다. 황제는 봐선 안 될 것을 본 것만 같아 심히 당황했다.
“듣지 못했습니다.”
수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에리나는 많은 곳을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여관, 황성, 아비츠 백작가 정도. 아비츠 백작가에 혈혈단신으로 뛰어 들어가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 그 가능성은 적고, 그렇다면 에리나가 향할 곳은 머슨 자신이 있을 여관 밖에 없었다.
조금 더 기다릴 걸.
머슨은 죄없는 황제의 책상을 한번 내리치며 다시금 텔레포트로 자취를 감췄다. 에리나와 호숫가에서 만난 직후로 내내 마음이 두근대던 황제는 진정될 틈도 없이 에리나에 대한 사랑이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머슨을 만나 이제는 머리까지 복잡해져 갔다. 결국 꼼꼼하게 닫혀 있던 창을 열어 새벽바람을 맞았다.
이렇듯 의도는 없었지만 또 한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은 머슨은 에리나가 도착해 있을 법한 여관 주변으로 이동해 왔다. 타이밍은 좋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에리나가 자신을 만나러 이곳에 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걸 머슨은 온 몸이 근질거려 참기가 힘들었다. 결국 여관에서부터 반대로 뛰며 에리나를 찾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때 저 멀리서부터 달빛을 내려 받은 분홍 머리칼이 힘있게 찰랑 거리며 머슨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이 순수하게 맑아지며 쾌청한 미소가 얼굴위에 만연했다. 달려가는 그 시간마저 아까웠는지 머슨은 다시 한번 텔레포트를 시전 했다.
‘탓’
바로 눈 앞에 에리나가 보인다.
“에리나!”
“나와!”
머슨의 기대와는 다르게 에리나는 머슨을 손으로 툭- 밀어 비키게 하고는 여관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머슨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자신의 멘탈을 잡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며 다시금 에리나의 뒤를 아주 힘겹게 쫒아야했다.
*
체닌과 약속 한 날이 오늘이 마지막인 걸 깨닫자마자 또 다른 불씨가 마음 속에서 타올랐다. 체닌이 끝까지 오지 않는다면 여전히 우리를 믿지 못한다는 건데, 그건 즉 체닌은 아비츠백작에게 아첨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 채라는 것을 말해주는 게 된다. 위험할 걸 알면서도 주소를 적은 쪽지를 건냈으나 권력욕에 눈이 먼 체닌이라면 그것을 가만히 쥐고만 있을리없다. 나와 머슨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단 에반이 걱정이었다. 신분이 확실한 그의 주소를 알아내는 건 시간 문제고, 여관도 안전하지는 못하다.
일단 에반을 피신 시켜야 한다.
본연의 목적이 바뀐 채로 여관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온 생활이 너무도 길었기에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여관에 도착한 후였다.
숨이 넘어갈 정도로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눈 앞에 불쑥 나타난다. 한 시간 전까지 그렇게 날 어지럽게 했던 머슨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문제를 마주할 여유는 남아있지 않았다.
“에리나!”
넌 나중에 이야기 하자.
“나와!”
곧 바로 여관으로 직행하여 거칠게 에반의 방문을 열었다.
“하아, 하아, 에반!”
충분히 자고도 남을 시간인데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늦은 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와 머슨이 지내던 문도 열어 보았다. 심장이 두근 대는 것이 오래 달려서 그런 건지, 걱정과 초조함이 비롯되어 그러는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늦었네, 에리나 홀든.”
“하아, 하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무료한 표정으로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체닌이었고 그 다음 보이는 것은 그녀의 옆에서 열심히 손부채질을 하며 시중을 들고 있는 에반이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니 앉을 뻔 했다.
“조심해.”
머슨이 내 등 뒤를 받쳐 주며 엉덩방아를 찢는 불상사를 막았다.
“너, 이말 전해주러 나한테 오는 거였어?”
“응”
“...잘했어.”
“응”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은 들떠 있었다.
========== 작품 후기 ==========
머슨 : 에리나 한테 두번 버림받았다. (똥과 에반. 에반과 똥. 또반과 엥)
에반 : 나를 똥이랑 같은 취급 하진 말아 줘.
*독자님 : 제 조아라 첫 노블30일, 첫 코멘트도 모두 이 글을 만나고 였어용! 그나저나 황제 주식은 없는거군요 쳇
작가 : (눈물 찔끔) (감수성 폭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데스티니. 아, 황제 주식은... 드릴 말씀이...
황제 : (눈물 찔끔)
*독자님 : 작가님 100회 축하드려요〉〈 제가 이거 쓰려고 돌아왔습니다 사랑해요!!
작가 : 와 독자님 진짜 이게 웬 프레젠또 ㅠㅠㅠ 100회 축하를 위해 달려와주시다니 감사해용!!!!
*독자님 : 작가님을 소환하려면 뭘 준히 해야 하나요?
작가 : 깨끗한 영혼, 순수한 마음, 선한 눈동자 정도요
독자님 : 그것들을 합하면 왜 당신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반대 아님?
*독자님 : 머슨과 황제만 챙기느라 천신은 어느새 쩌리급ㅋ. 걱정마 난 널 잊지 않았다.
천신 : 부디 나를... 잊지..말..아요..(아련)
성녀 : 걱정마 난 널 잊지 않아 엘
작가 : 너는 좀 잊어
*독자님 : 100회기념 연참은 없는건가요?ㅠㅠ
작가 : (면목이 없는 작가 입술을 굳게 맞물린다.) 기억이 안납니다.(응? 이때 쓰는 말이 아니다.) 넝담 이구요9ㅅ9! 근래 휴재가 많아 연참 생각은 항상 하고 있으나 몸이 따라 주지 않아 슬픈 짐승이 되었네여 ㅠ
*독자님 : 100회기념으로 제가 해드릴건 진심어린 축하와 따뜻한 눈빛 정도? 특집외전으로 둘의 몸이 바뀌는것 정도?
작가 : 아 그러니까 저와 독자님의 몸이 바뀌어, 독자님이 연재를...
독자님 : 아니야
작가 : 죄송합니다. 일단 외전 하나 밀린게 감금물이있기에 그것 쓰고 에리나와 머슨의 몸이 바뀌는 에피소드도 한번 구상해 보겠습니다 쿡쿡쿡
*독자님 : 연참 연참 연참 원츄〉〈!!! 10연참 달려요!!
작가 : (연참을 외치는 독자님들이 많다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오늘코멘 50개 넘으면 낼 3연참 갈게여(막던진다)
*독자님 ; 100화라니 감격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ㅠㅠ 완결까지 (제 지갑과)함께 달리겠습니다!
작가 : 잉 ㅠ 저도 그렇습니다 ㅠㅠㅠ 이거 완결 내도 가끔 제 뜰이나 쪽지나 놀러와주세엿 (독자님을 못 보면 죽는 병이있다) (그러나 바로 차기작)
*독자님 : 머슨은 에리나가 다른 세계의 영혼임을 알까영?!
작가 : 1도 모릅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져 ㅋ
에리나 : (뜨끔)
*독자님 : 본편만큼 자가님 후기가 넘 기염꼬 잼써영!
작가 : 루키루키~ 마슈파루키루키루키 마찌 마찌 그 느낌적인 느낌느낌~
독자님 : 왜 이러는 거죠
작가 : 그냥 귀엽게 함 불러보고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독자님 : 100회 정말 축하드려요!!!
작가 :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코먹)(눈물)
독자님 : 수상소감이 웬 말이야 집에가자.
작가 : 끄앙! (바짓가랑이) 정말 감사드려요!!!! (마지막 외침)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박베리, 하니송이, 늘품21님 감사합니다^^
*조아라 어플, 화면이 옆으로만 넘겨지게 업데이트 된 건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