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편
<-- 1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나요? -->
“하지마. 에리나…”
“미안.”
난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머슨의 위에 빠르게 내려 앉았다. 안이 꽉 메어진다. 머슨은 헉! 소리와 함께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몸부림을 친다. 난 그럴수록 그의 가슴과 배를 쓸어주며 천천히 허리를 돌렸다.
“...읏, 나도 힘들거든? 니꺼 엄청 커서 바로 움직이면 죽을 것 같다고.”
내가 집어 삼켰지만, 안쪽으로 들어온 머슨의 페니스는 온 몸을 장악하는 것 같았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안겨주는 페니스에 무너지지 않으려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으흑…”
손에 닿는 머슨의 근육들이 역동적으로 꿈틀 거린다. 가린 눈 밑으로 날이 선명한 이가 드러나고, 지극히 뇌쇄적인 목젖이 마른 침을 넘기는 듯 움직인다. 난, 원을 그리며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천천히 골반을 앞으로 밀며 뒤로 빼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자 빠듯하게 차 있던 페니스가 더욱 부풀어지며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날 힘들게 만들었다.
“움직, 이지, 마”
달뜬 호흡에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머슨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머슨이 제 정신이었다면 마구 귀여워 해주고, 놀려줬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몸은 착실히 머슨에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 질척한 애액이 윤활유처럼 흘러나와 움직이는게 훨씬 쉬워졌다.
쇳불도 단김에 빼라고, 몸이 자극을 받기 시작하자, 무릎을 세워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위 아래로 페니스를 비비며 척! 척! 소리가 날 때까지 세게 내리쳤다. 머슨의 목에 전에 보이지 않던 힘줄이 솟아나고 내 아래에 깔린 골반의 움직임도 심해졌다.
“안 돼, 에리나! 큿…!”
“으읏, 응, 앗”
이 자극은 나도 버티기 힘들었다. 의도 한 건 아니었지만 안 쪽 깊숙이 숨어있던 좋은 곳이 찔리며 몸에 전류가 흐른다. 머슨이 주먹을 세게 쥐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난 허리짓에 박차를 가하며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평소보다 배는 심한 머슨의 신음이 윙윙 거리며 귀를 때린다. 쾌락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싫어 몸부림 치는 것인지 확실히 분간 할 수 없었다.
“멈춰, 흣, 으, 앗, 에리나, 처, 천천히…”
머슨의 입에서 ‘천천히’라는 말을 들을 줄이야. 이런 건 녹음해 뒀어야 하는 건데. 요부라도 되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허리를 쳐댔다. 테크닉도 없고, 비장의 카드 같은 것도 없지만 다행이 머슨은 충분히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아랫배에 힘을 꽉 주며 페니스를 조였다. 궁지에 몰린 머슨이 마도구를 잡아 뜯어낼 듯 팔을 세게 당겼다. 덜컹! 하는 소리가 또 불안하게 들려 몸이 섬칫 했지만 다행이 머슨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었다.
“괴로워, 읏, 하아. 윽!”
“참지 않으면 돼. 흣”
“그만, 크흑, 제발”
밤 마다 그렇게 나를 괴롭혔건만 머슨은 마치 섹스에 무딘 동정처럼 굴었다. 상체를 일으키고 싶은 듯 어깨가 들썩이고 고개를 마구 도리질 치는 것이 매우 혼란스러워 보인다.
“느껴지는 대로 내버려 둬. 그래도 돼.”
머슨을 도와주고 싶었다. 빌어먹을 저질 체력 때문에 당장이라도 옆자리에 벌러덩 눕고 싶은 욕망도 있었으나, 결박되어 괴로워 하는 머슨의 모습을 보니 없던 힘도 생겨나는 기분이다. 내 아래 또한 머슨의 페니스를 놓아주기 싫은지 끈덕지게 따라 붙으며 그것을 갈구한다. 고개가 위로 쳐들리고 내 손 아래에 잡힌 머슨의 허리를 꽈악 누르며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내 아래에 깔린 거대한 육체는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억지로 밀려오는 강제적인 쾌락에 울부짖고 있었다.
“에리나, 으읏…, 하”
“흐앗, 응, 아! 아, 흐으으”
페니스가 움찔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날 꿰뚫고 싶은 듯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쳐올린다. 내가 했던 것 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순간 정신이 훅 나갈 정도로 지독한 쾌감이었다. 계속해서 머슨이 쳐올리자 어느새 전세가 역전되었다. 내 스스로 그를 리드하는게 아니라 머슨의 거친 몸짓과 빠른 박자에 내가 안간힘을 쓰고 따라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 앙, 아! 머슨, 하아….”
“못 참겠어. 에리나. 크흑, 헉”
느리게 차오르던 고양감에 기름이 끼얹어 진 듯 화악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교성이 튀어나오고 난 그의 몸 위에서 광란의 춤을 추듯 마구잡이로 움직여댔다. 가슴이 출렁대고 머리카락이 나풀댈 정도로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은 대단했다.
어느정도 쾌락을 느끼자 머슨이 폭주 한 것이다. 오히려 싫다 거절할 때 보단 잘 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하악, 머슨, 잠깐… 가, 갈 것 같… 읏, 응! 아!”
내가 먼저 가버릴 것 같았다. 젠장. 들리지 않는지 머슨은 오로지 본능에 충실하며 움직였고 그 위에서 나는 절제되어 있지 않은 페니스를 받아내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결국 내가 자제할 틈도 없이 오르가즘이 머리 끝에서부터 파르르 퍼지며 몸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불행중 다행인건 머지 않아 머슨도 두 번째 사정을 끝맞쳤다는 것이다.
삽입을 끝내지 않은 채로 난 머슨의 가슴팍 위에 쓰러졌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그의 몸을 간질이고 거친 고동소리가 뺨을 쿵쿵 울린다. 엄청난 체력소모로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는데 머슨은 이제야 시동이 걸린 듯 다시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잠깐, 조금만 쉬다가…”
불편한 삽입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골반을 비틀어 댔다. 결국 난 녹초가 된 상태로 몸을 일으켜 그를 받아 내야했다. 또 우스운 것이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가도 머슨이 움직이면 금방 흥분감에 사로잡힌다. 머슨은 싫다고 말은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본능에 몸이 사로잡힌 듯 해 보였고, 난 한층 수월하게 사정까지 그를 유도할 수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피스톤질이 어느 순간 절정을 찍으며 페니스가 내 안에 박힐 듯 마구 밀려 왔고 세 번째 사정을 마쳤다.
그리고 난 머슨은 정말 무서운 놈이라는 걸 깨달았다. 앞도 보이지 않고 손 발이 묶인 상태로 어떻게 그렇게 오래 섹스를 즐길 수 있는지... 대단할 따름이다. 그리고 네 번째가 시작됐다.
빌어먹게도 다섯 번째는 하던 도중에 구속 마도구가 찰캉!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풀려 버렸다.
“어, 어? 어어어어?!”
놀라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 머슨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로워진 몸으로 나에게 덤벼들었으며 순식간에 난 그에게 깔려 자제력 없는 머슨의 거친 몸짓을 더욱더 강하게 받아드려야 했다.
그래, 마도구가 세 시간이라고 했지 머슨이 세 시간 안에 끝날 거라곤 안했었구나.
머슨은 복수라도 하려는 건지 내 양 손을 교차시켜 한 손으로 부여잡고는 내가 밀어내지도, 도망가지도 못하게 포박시켰다. 아래가 얼얼하게 아프고 골반이 뻐근하게 아려올 정도로 머슨은 쉬지 않고 달렸다.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쾌감에 눈을 질끈감고 버텼다.
“에리나, 나 좀 봐봐.”
몸이 흔들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마법 같은 목소리에 눈이 절로 떠진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상기된 얼굴이 집요 하게 나를 바라본다.
“싫은데, 왜 이렇게 좋지?”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난 머슨의 엉뚱한 물음에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는 없었으므로 그래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머슨은 뜨거운 숨과 짐승같은 신음으로 짖으며 내 위에서 또 다시 절정을 맞이 하였다. 내 밑에서 몇 번이나 퍼부어진 정액을 또 느끼며 난 서서히 정신을 잃어 갔다.
*
달콤한 초콜릿 냄새가 내 신경을 끌어당겼다. 이어 느껴지는 것은 배고픔이었고, 그 다음은 몸의 뻐근함이었다.
“으으”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내 목 뒤에 따뜻한 손이 받혀 진다. 일어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알고 나를 부축해 주기 위함이었다. 난 상체를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댔다. 뻑뻑한 감각에 눈이 제대로 뜨여지질 않는다.
“눈 아파”
이때 ‘탓’ 소리가 들리며 몸에 수분이 돌기 시작했다. 인공눈물을 넣은 것처럼 뻑뻑했던 감각도 사라지고 염색이 풀려 버린 검은 머리가 살랑거리며 보였다.
“괜찮아?”
“그건”
아, 목소리가 쉬어서 쇳소리가 튀어나온다. 난 목을 가다듬고 다시 얘기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괜찮아 머슨?”
“에리나 덕분에.”
총명한 붉은 눈동자를 보니 다시 원래의 머슨처럼 돌아온 건 분명했다. 그런데 내가 눈을 뜬 곳은 마왕성이 아니었다.
“여관 이네.”
“돌아왔어. 에리나가 여기를 더 편해할 것 같아서.”
확실히 맞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날 죽이려던 그 마족들 앞에서 마음 편하게 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머슨이 좀 더 멀쩡했다면 마왕성 구경이라도 하고 오는 건데 라는 아쉬움은 살짝 남았지만... 잠깐, 아쉬움?
“아 맞다!”
레이넌과 피에르에게 반려에 대해 물어보려고 그랬는데! 난 일이 꼬여도 뭐 이렇게 맨날 꼬이냐.
“왜 그래?”
머슨에게 말해봤자 모를게 뻔하고, 괜히 “내 반려가 되는게 싫어?” 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대충 떠넘겨야 겠다.
“초콜릿 냄새 그거 뭐야?”
반은 진심인 물음이었다. 배가 고픈 것은 물론이오 단게 왕창 땡기는 지금 초콜릿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머슨은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던 초콜릿 조각 케잌이 담긴 접시를 내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먹기 좋게 포크로 잘라 내 입에 넣어주자 단 맛이 화악 퍼지면서 엔돌핀이 도는 것 같다.
“꿀 맛.”
“초콜릿인데?”
“엄청 맛있다는 소리야.”
또 다시 입에 넣어 주려는 머슨의 손을 붙잡고 포크를 빼앗아 내가 들었다. 아니 무슨 새모이 주듯 그렇게 조그맣게 잘라서 줘? 배가 고픈 나는 케잌을 퍽 퍽 난도질 하여 입에 한 가득 집어 넣었다.
“더 가져다 줄까?”
“묻는 의도가 뭐야.”
당연 한거 아냐? 난 빨리 가져오라는 뜻으로 머슨에게 손짓해보였다. 그러나 머슨은 가라는 내 말에 오히려 가까이 다가온다.
살포시 눈을 내리깔고 키스할 것처럼 고개를 틀더니 내 입가를 입술로 훑으며 떨어졌다.
“묻었어?”
“응. 다녀 올게.”
머슨이 문을 닫고 나가기도 전에 난 케잌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빨리 가져와라! 단게 땡긴다. 이놈아!”
========== 작품 후기 ==========
머슨 : (제빵점에서) 여기 있는 거 전부 사겠다.
주인 : (흠칫) 배고픈 아이들에게 기부라도 하시려나 보군요. 좋은사람...
머슨 : ? (졸지에 잘생겼는데 선행까지 하는 호감인으로 거듭나다)
*독자님 : 이러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머슨 : 나도 고맙다.
작가 : ( 쑥쓰 ) 아니 뭐, 후훗, 그렇게 고마워 할 필요는 흐힛
에리나 : 죽쒀서 개줬네.
*독자님 : 믿는 도끼한테 발등 찍힌다는 소제목이 설마...(모든건 머슨의 연기였다?)
작가 : 아님미다 ㅋㅋㅋㅋ 아쉽게도 머슨은 당하는 취미는 없는걸로...
머슨 :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독자님 : 노블 야간권 끊었다가, 시간 다 돼서 1일권 끊었어영 설렘설렘
작가 : 세상에 ㅠㅠ뿌애애앵 계속해서 봐주시다니 ㅠㅠ 감사합니다 (끄아아앙!! 감동의 포효) 더욱더 열심히 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훌쩍)
*독자님 : 이런건 끊지 말고 10연참으로 가셔야 합니다 ㅋㄷㅋㄷ 10연참 콜?
작가 : 코,, 코 콜라 쿵쿵따
독자님 : 라듐. 이거 진 사람 연참 가는 거 맞져?
작가 : 듀, 듐칫탓 리듬에 맞춰 스핀 기타!
독자님 : (냉정 싸늘)
*독자님 : 저 구속 마도구 나중에 머슨이 에리나에게 사용할 것 같은데, 제 말이 틀린가요 작가님?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시져!
작가 : (마치 답은 정해져 있고 작가는 쓰기만 하면 된다의 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외, 외전으로 한번.... 살짝 끼얹어보겠습니다!
*독자님 : 흠, 이러다 임신 하는건 아닌지.
작가 : 여태까지 임신 안한게 용할 지경이죠. 저도 미약하게나마 양심은 있어서 더 이상 임신을 묵인 할 수는.... 아!!!!! 본격 남주가 무정자증인 설정으로!
머슨 : (손가락을 당장이라도 부딪힐 듯 들어올린다.)
작가 : 아, 아니 상상만. 상상도 못해?
머슨 : 하지 마라.
작가 : 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