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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89화 (89/170)

89편

<-- 1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나요? -->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군, 계집.”

천신이 다가오자 머슨이 내 몸을 자신의 뒤로 감췄다. 손목을 붙들고 있는 머슨의 팔이 행여나 또 떨어질 까 싶어 자유로운 다른 손으로 머슨의 팔뚝을 단단히 잡아두었다.

“마왕은 말이야. 팔 다리가 잘리거나 머리가 떨어져 나간다 해도 소멸 되지 않아. 인간으로 치면 머리카락이 몇 가닥 빠진다 해서 죽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잘린 신체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복원 되지. 궁금하면 다시 보여줄 수도 있고.”

“정 보여주고 싶으면 본인 팔을 자르는게 어때?”

머슨이 마루타야? 왜 니 멋대로 보여 준다 만다야!

“계집이 그렇게 질색하는 걸 알았으니, 케일 자식의 팔을 다시 자르긴 힘들 것 같고. 그래 뭐, 좋아. 그 정돈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천신은 보란 듯이 내 눈앞에서 자신의 팔을 힘주어 잡아 당겼다. 살과 뼈가 뜯겨 나가는 듣기 거북한 소리에 귀를 틀어 막았고, 너덜너덜 해진 괴이한 팔의 형태에 머슨의 등 뒤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란 다고 진짜 하냐? 저 새끼 정상이 아니다.

“뭐야, 일부러 보여주는데 무시하긴가?”

오늘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긴 글렀다. 더 이상 갓 떼어낸 살덩이가 오가는 자리에 있기 힘들어 머슨의 옷을 잡아 당겼다.

“돌아 가자.”

“그래.”

이 곳에서 벌어진 일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건 나 혼자였다. 머슨은 마왕 일때의 본성이 남아 있는 건지, 퍽 덤덤한 모습이었고 성녀 또한 천신과 마왕의 밑에서 자란 인간 답게 익숙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팔을 뜯고 뜯기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머슨 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천신은 뭐 말 할 것도 없고.

맞지 않는 신발을 우겨넣은 듯,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힘든 것들을 일상처럼 부리는 건 역시나 낯설고, 불편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을 건네는 이 괴상한 방에서. 그러나 이 맞지 않는 신발들은 날 쉽게 놓아줄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얘긴 끝나지 않았다고 했을 텐데?”

“그렇게 급한 얘기라면 어제하지 그랬어”

천신은 어느새 방문 앞에 기대어 우리를 막고 있었다. 빠르게 재생 된 팔을 나를 향해 흔들면서.

“머슨, 미안하지만 텔레포트…”

“라면 안 하는 게 좋아. 텔레포트를 시전 하는 즉시 네놈들이 지내고 있는 그 낡은 여관을 재로 만들어 줄 테니까.”

천신이 머슨을 바라볼 때마다 섬뜩한 광기가 느껴진다. 방금 내뱉은 말도 단순히 우리를 붙잡아 두기 위한 빈말이 아님을 느꼈다. 이거 진짜 악질중의 악질이네. 딱 전형적인 비열한 악역의 모습 그대로다. 넌 로맨스 소설 속 남자주인공 자격 박탈이야 이 자식아.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해대는데 머슨이 내 어깨를 감싸온다. 뭐야? 올려다 본 그의 표정은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한가로워 보이기만 한다. 야, 너 설마

“머슨 잠깐!”

아니나 다를까 머슨이 평소처럼 손가락을 튕기려 할 때에 내가 재빨리 그의 손을 붙잡았다.

“돌아 가고 싶다며.”

“그건 그렇지! 하지만 상황을 봐”

머슨이 나에게서 눈을 떼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곤 다시 손을 들어 올린다. 아 진짜!

“저놈 말 못 들었어?”

“들었어.”

“텔레포트 하면 여관이 사라져버린다고.”

“뭐가 문제지?”

오, 이 정도면 공감 능력 테스트에 병원 진료를 권유 받겠는데? 머슨은 멈추지 않고 이어 말했다.

“에리나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야.”

그래, 인생이 하고 싶은 데로 다 되면 얼마나 좋겠니. 난, 머슨을 붙들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죄 없는 여관 사람들이 불쌍하잖아 등의 말은 별로 효력이 없을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천신과 성녀가 들리지 않을 크기로 머슨의 귀를 내 입 가까이 가져왔다.

“머슨, 우리가 수도로 온 목적이 뭐였지?”

“체닌.”

“맞아. 팔자에도 없는 고용인 일 까지 하면서 겨우겨우 만나 여관 주소를 알려줬어. 체닌이 마음을 고쳐먹고 여관으로 왔는데 하루 아침에 그곳이 없어져 버리면 모든게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잖아. 또 비밀리에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에리나는 텔레포트를 쓰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야?”

“응. 그거야.”

다행이도 머슨은 내 말을 쉽게 알아 들었는지, 텔레포트를 시전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엘을 쓰러트리고 가겠어.”

“뭐?”

“한 일주일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니 잠깐…”

쉽게 알아 들었다는 말은 취소다. 나는 머슨의 허리를 붙잡고 뜯어말렸다. 호락호락한 상대도 아니고, 기억을 잃은 마왕이 제 실력을 전부 발휘해서 싸울 리도 없었기에 이 어리석은 싸움의 끝은 머슨의 부상으로 맺어질 것이다. 난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절대로!

머슨이 싸울 준비를 하려는 듯 소매를 밀어 올리면 난 재빨리 그것을 다시 내렸다. 좀 진정해봐! 머슨이 올리고 내가 내리고를 반복할 즈음 잠시 잊고 있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의외의 말을 하면서.

“가.”

성녀였다. 물기어린 목소리로 나와 머슨을 향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엘, 비켜줘. 자 가라고. 나도 억지로 붙잡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불편하니까.”

저기요, 억지로 붙잡고 있던 것 맞아요. 뭐, 정확히 따지고 보면 저 천신이 그랬지만. 성녀가 비키라 말했지만 어째서 인지 천신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엘! 날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마. 이제 케일을 보내 줘!”

“진심이야?”

“...내 의지와는 상관 없어. 케일이 나와 함께 있는 이곳이 싫다면 싫은거야. 난 그저 엘과 케일이 화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자리를 만든건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 갈 줄 몰랐어.”

참신한 개소리다. 책임을 피하려 자기 좋을 대로 떠들어대는 궤변에 속아 넘어갈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케일, 들었지? 벨라는 너한테 그런 취급을 받고도 널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든거라고!”

있네.

성녀가 나와 머슨을 지나쳐 천신에게 달려가더니 그의 손을 잡는다. 아기 다루듯 천천히 손등을 문지르다 눈물로 축축해진 자신의 눈가에 가져다 댄다.

“이제 그만하자. 나 너무 지쳐.”

“시작도 안 했어. 저 자식이 멀쩡하게 이 문을 걸어 나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보겠다는거야?”

“말했잖아. 난 케일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아!"

“벨라, 넌 끝까지!... 저 자식만 생각하지.”

“...”

“성녀의 권한을 포기해도 괜찮다며 저 자식의 반려가 되려 했고, 오빠를 죽였어도 포용했지, 그리고 웬 낯선 계집 하나를 싸고도느라 널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도 끝까지 벨라의 머릿속에는 케일이 전부잖아. 거기에 왜 난 없냐고!”

어라, 상황이 좀 이상하게 흘러간다. 성녀의 말에 천신의 분노는 무거운 추가 달린 것처럼 더욱더 가중되어 갔다. 공기가 바뀌었다. 이산화탄소가 가득 찬 듯 숨 쉬기가 버거워 지고, 등꼴이 오싹할 정도의 지독한 살기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머슨이 나를 품에 안으며 등을 쓸어 내려준다. 난 그의 옷자락을 부여 잡고 숨을 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다.

“멈춰라. 에리나가 힘들어 해.”

머슨이 말했지만 천신은 여전히 자신에게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 불쾌한 것들을 거둬들이지 않는다. 분명 힘든 것 나 뿐만이 아니라 성녀도 마찬가지일 텐데.

“엘, 안돼…”

“벨라, 미안해. 조금만 버텨 줘. 그리고 눈을 감아.”

“꺄악!”

머리위에서 들리는 비명에 고개가 올라갔다. 성녀가 하얀 빛무리에 눈이 가려진 채 색이 옅은 푸른 구체 안에 갇혀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몸이 떠밀려 바닥을 굴렀다. 다치진 않았지만, 얼떨떨한 상태로 고개를 털고 머슨을 찾았다.

“머슨!”

발광하는 은빛 화살이 머슨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보아, 나에게 날아오려던 것을 머슨이 막아준게 틀림없었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천신은 빛과 연기로 이루어져 있는 묘한 활을 들어 시위를 당겼다. 눈이 자각하지도 못할 속도로 화살이 튀어 나갔고, 그것은 여유롭게 머슨의 손에 잡혔다.

“역시나 소용없군.”

“어떤 방법으로든 이길 수 없다는 걸 알텐데?”

“그래, 아주 잘 알지. 난 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를거야.”

활이 당겨진다. 나를 향해. 난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반사적으로 양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나는 비무장 이잖아 이 치사한 놈아!

“흥미로운 구경이었어. 케일이 사랑해 마지않는 여자라니. 어느 구석하나 매력적인 곳이 없는데 말이지.”

“건들면, 소멸시킨다.”

“두려워 할 거라고 생각하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팽- 하고 줄이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곧 들이 닥칠 고통에 대비하여 눈을 질끈 감았으나 아직 까지 그것은 찾아오지 않았다. 설마 하는 마음에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명중이네.”

머슨이 내 앞에서 등을 보인 채 주저앉아 있었다. 난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서둘러 머슨을 살폈다. 화살이 허벅지에 꽂혀 검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머슨이 그것을 한 손에 쥐고 거칠게 뽑아내자 피가 튀어오른다.

“머슨 괜찮아?!”

“괜찮지 않지. 일반 마족이었으면 즉사겠지만, 케일이라면 재생까지 이틀이면 충분 하겠군. 이 화살은 일반 무기와는 다르거든. 고위 천신 다섯 명이 밤낮 가리지 않고 사흘동안 신성력을 쏟아 부어야 만들 수 있는 게 이 화살이야. 백 년단위로 딱 다섯 개 밖에 지급되지 않지만, 난 방금 전 세 발을 날렸고, 나머지 두 발도 쓸 이 곳에서 쓸 예정이지.”

“머슨한테 왜이래?!”

“머슨? 아까부터 웃기지도 않는 이름을 불러대는 군. 애칭이라도 되나”

“상관 마. 우릴 보내줘.”

머슨이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 그리곤 피가 흐르는 다리를 펴 다시 꼿꼿하게 천신의 앞에 섰다.

“제 아무리 니가 강하다 하더라도 저런 떨거지 하나를 데리고 나와 싸우기엔 어려움이 있지. 난 나머지 두 발을 모두 저 계집에게 쏠 것이고 그때마다 화살을 맞게 되는건 케일 니가 될거야.”

“쏴”

“머슨 안돼!”

“재수 없는 새끼.”

망설임도 없이 활을 당겼고 화살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머슨의 손을 통과한 채로 내 이마에 아슬아슬 하게 화살 촉이 다가와 있었다. 머슨은 또 다시 손에 박힌 화살을 뽑아 들고 흐트러짐 없이 서있었다. 오히려 주춤한 건 천신이다. 화살이 한 발 밖에 남지 않으니 초조해 진 것이다.

“쏴”

“닥쳐!”

시위가 당겨진다. 그러나 이번엔 방향이 다르다. 화살이 손쉽게 잡힐 줄 알면서도 머슨을 향해 정면으로 화살이 쏘아져 날아갔다. 그리고 아주 깔끔한 동작으로 머슨은 그것을 받아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건 머슨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우스운 소리를 하는 군.”

안도의 시간은 짧았다. 내 목에 차가운 날붙이의 표면이 너무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천신은 머슨의 주위를 화살로 돌린 후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나를 노린 것이었다. 내 턱 아래에 단도 하나를 들이밀면서.

========== 작품 후기 ==========

*성녀 : (공중에서) 천신과 마왕 싸우는걸 VIP석에서 보다니! + (손안대고 코풀기)

*독자님 : 에리나! 목욕은 왜 시켜줘? 천신 덕에 머슨만 개이득

에리나 : 팔이 다시 생겨났으니 무효

머슨 : (잡아 뜯는다)

에리나 : ...그 정도의 열의면 한 번 해줄게(절레절레)

머슨 : (뽀뽀한다)

*독자님 : 소장본 나오나요? 외식 두 번 안하고 사겠습니다!

작가 : 외, 외식을 포기하실 정도라니 (이 정도면 아이돌 홈마 수준)(감격의 눈물로 키보드가 젖는다.)크훕ㅠㅠ 출간&소장본 결정되면 재빠르게 공지 때리겠습니다 흘규흘규

독자님 : 오버 하지마

*독자님 : 머슨 답답! 천신이고 성녀고 나발이고 다 발라주라!!!!!!

작가 : 독자님 고진감래입니다!! 쪼꿈만 버텨주세요!!! 우선 심호흡 후하후하!

*독자님 : 뜬금없이 황제는 모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용

에리나&머슨 : (피 철철 흘리며 천신과 대치중)

황제 : (호수 앞에 여유롭게 앉아) 퐁당 퐁당 돌을 던져라~.

*독자님 : 에리나를 향한 머슨의 집착을 천신이 눈치챘으니 적어도 연적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작가 : 머슨이 성녀를 좋아한다는 사실보다 성녀가 케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더 열불나 하는 천신입니다.

*독자님 : 작가님의 다른작품 보기가 안떠요 히잉

작가 : 처,처처처처처처첫소설이라... (하.. 옆에 다른 작품 목록 좌르륵 쌓이고 싶다) (빨리 완결내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

독자님 : 어느 부분에서?...

*독자님 : 작가님! 막 전역한 제 소중한 조카를 배송시켜 드리고 싶군요! 앗 설마 작가님 고등학생은 아니시죠?!

작가 :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식장은 어디가 좋을까요? 호텔? 야외? 참고로 대학 졸업했습니다 (찡긋)

조카님 : 아, 군대 다시가는 꿈 꿨어

*독자님 : 머슨 폭발할 줄 알았는데 ㅋㅋ 이 사건 끝나면 폭발 하려나여?

작가 : 음... 이번 챕터에서 머슨은 폭발하지..못 합니다. (크흡, 아쉽) 에리나가 폭발하져

독자님 : 읭?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 쿠폰 주신AliceChong님, 냐스타님 감사합니다!

*A.M 6 : 55 업뎃. 계속 한국 이지만 시차를 겪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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