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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87화 (87/170)

87편

<-- 1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나요? -->

*

장마도 끝났건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곧 머리 위로 굵은 빗줄기가 아프도록 쏟아질 것처럼. 성녀는 창문을 통해 흐린 날씨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일을 치르기에 아주 적합한 날씨구나.’

그리고 뒤로 돌았을 땐 시한 폭탄을 손에 쥔 듯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얼굴로 엘을 마주했다.

“그만 돌아가. 케일이 곧 올 거야.”

“그런 말이 나와? 널 내쫓았다며, 용서를 구할 사람은 그 자식인데, 기껏 용서해주겠다 찾아간 널!”

“사정이 있었을거야. 난, 그렇게 믿을래.”

사정? 사실 성녀는 자신이 어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광경 중 단 한 장면도, 1초도 이해 할 수 없었다. 감히 마왕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큰소리를 치던 맹랑한 계집도, 완강한 듯 보였으나 그 계집에게 쩔쩔 매던 케일도. 게다가 어딜 가던 화제의 대상이었던 자신이 공기취급 받으며 강제 이동된 것 하나 까지 전부 받아드릴 수 없었다.

성녀는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지독한 수모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엘에게 까지 닿아 그가 내려왔고. 모멸감을 비롯해 자신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엘을 이용해 여과없이 전해주리라 다짐했다. 성녀는 당장에 불씨를 피웠다.

“벨라, 언제 까지 그렇게 미련하게 굴거야?! 왜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냐고!”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난 한낱 인간인걸.”

“한낱 인간이 아니야, 나의 소중한 벨라. 못 하겠다면 내가 해. 날개를 찢은걸 후회하지 않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불씨는 마른 지푸라기에 옮겨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성녀는 길길이 날뛰는 엘의 몸을 와락 끌어안고는 속삭였다.

“내가 너무 분노에 무딘걸까?”

“뿐만 아니라 넌, 항상 자신 보다 남을 생각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도록 해 벨라.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여자야.”

“케일이 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목숨 까지도 바칠 수 있는 성녀 자신만을 위한 충견처럼 말이다. 뭇 사람들이 들었다면 까무러칠 정도로 위험한 생각이었으나 성녀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있었다. 엘의 말대로 자신은 그저 한낱 인간이 아니니까. 주신이 선택한 문을 여는 자. 문을 뛰어넘어 상상 할 수 조차 없는 기이한 것을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활용한다. 어쩌면 마왕이나 천신 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그리 오만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녀의 눈에는 세계가 우스웠다.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자들은 오죽 할까. 성녀는 그 누구에게도 지배당하고 싶지 않았다. 신을 뛰어넘는 왕이 되어 모두들 움직이고, 발아래에 두고 싶었다.

그런데 단 한명. 케일만이 손에 쥐어지지 않아 그토록 애가 타는 것이었다. 성녀의 머릿속에 케일의 얼굴이 비춰지자 극심한 애증이 솟구치고 이가 맞물린다.

‘개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겠지.’

*

누군가 내게 지금 기분을 물으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날 좀 여기서 꺼내 줘!! 사실 아침 밥 먹었어? 라고 물어도 난 똑같이 대답 할 것이다. 웬 동문서답 이냐고?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

“차 좀 들어요.”

“아 네...”

성녀는 저번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를 내어 놓았다. 하지만 지난 번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탓인지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너무 대놓고 마시지 않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이려는 찰나 성녀의 옆에 앉은 저… 백발의 미남자 즉, 천신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찻잔이 흔들렸으나 쏟아지진 않았다.

“꺄앗!”

너무 놀라 욕이 튀어나올 뻔 했는데, 다행이 성녀의 비명소리가 더 빨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성녀가 권하는데도 내가 차를 마시지 않자 천신이 무언의 압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대놓고)을 한 것임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성녀가 더 놀라하자 천신은 아기다루듯 성녀를 토닥인다.

...내가 이 곳에서 한 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이유였다. 처음 내 눈앞에 서있는 이 잘생긴 조각이 천신 엘이라는 걸 알았을 땐 악수라도, 싸인이라도 받고 싶은 팬의 마음 대신, 머슨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몸이 굳어졌다. 역시나 머지않아 천신은 머슨과 나에게 강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당장이라도 머슨의 목을 조르고 싶어 안달이 난 눈치였다. 그러면서 성녀에게는 또 한없이 따뜻한 자상남 이라니… 그러나, 성녀는 눈치 없게도 그런 천신을 마다한 채 연신 머슨에게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분위기는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였다. 성녀의 말대로라면 천신이 머슨을 향해 칼을 갈고 있을텐데 언제 갑작스러운 공격이 이루어질지 몰라 끊임없이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성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천신이 있다는 걸 말을 해줬어야지! 그럼 내가 얘 안 데리고 왔지! 여하튼 머슨 털 끝 하나만 건드려봐 아주 죽을 때 까지 지랄해주마

“반드시 올 줄 알았어, 케일.”

성녀의 상체가 머슨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럴 때 마다 천신은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당사자인 머슨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자식아, 눈치 좀 있어라.

“에리나양을 초대하면 케일이 따라 올 거란 걸 알았지.”

“...”

“본의 아니게 속인 게 돼서 미안해요 에리나양. 사실 내가 정말 초대하고 싶던 건 케일이었어요.”

“하하, 그러게요. 천신님이 계신 줄 알았으면 뜯어 말렸을…”

“그런데, 당신도 나에게 거짓말 한게 있잖아요?”

뜨끔! 성녀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저런 표정은 내가 알던 성녀랑은 완전히 딴 판이다. 난 재빨리 성녀에게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나열해보기 시작했다. 하나, 기억상실 마왕을 정상마왕 인것처럼 속인 것. 둘, 반말을 넘어서 욕까지 해대는데 깍듯이 모시는 것처럼 위장한 것. 정도였다. 모든 걸 제대로 설명하자니 성녀바라기인 저 천신이 ‘감히 나의 피앙새를 속여?’ 라며 단숨에 내 목을 자를 것 같고, 안 하자니 마땅히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걸 물어보려 여기까지 부른 건가?”

머슨이었다. 줄곧 한마디도 하지 않던 머슨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 난 케일 널 만나기위해…”

“그러니까 왜”

그때였다. 멀쩡하던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그 누구도 마시지 않았던 홍차는 결국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쏟아져 버렸다. 천신이 과격한 동작으로 머슨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려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니가 뭔데 벨라의 말을 끊어먹어”

와 쫌팽이! 고작 그런 것 가지고 멱살을 그렇게 휘어잡나?! 난 천신이 머슨의 얼굴을 한방 갈기기 전에 재빨리 그의 팔을 잡아 당겼다.

“놓고 얘기해요!”

“빠져라”

천신이 내가 붙들고 있는 팔을 휘둘렀다. 한번 툭 하고 쳐낸 것 뿐인데, 놀랍게도 내 몸은 부웅 날아가고 있었다. 이어 딱딱한 것에 등이 강하게 부딪혔다. 개아파! 등에 닿는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머리에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투툭

“으, 으으 등이고 머리고 깨질 것 같네.”

난 정수리를 문지르며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 올렸다. 전부 책이었다. 표지도 없이 와인색으로 짙게 칠해진 책은 일반 시중에서 파는 책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단순히 간단한 메모를 위한 노트 같지도 않았다. 뭐지? 호기심에 그것을 열어보려는 찰나 누군가 내 손을 강하게 내리친다.

“아파!”

내가 동네북이냐?! 계속되는 아픔에 짜증이나 소리쳤다. 휙 위를 올려다 보는데 성녀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방금전 내가 손에 쥐던 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나는 단숨에 남이 보아선 안 될 비밀 책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를테면 싸이월드 사진첩 같은 흑역사 모음집이라던가....

“에리나! 괜찮아?”

어느새 천신을 떼어냈는지 머슨이 달려와 물었다.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일으키곤 나를 앞 뒤로 자세히 살피어 구겨진 옷자락을 손수 펴주면서 먼지를 털어냈다.

“허리가 좀 뻐근하긴 한데, 죽을 정돈 아니야.”

이때 성녀의 고함이 울렸다.

“거봐, 내게 거짓말을 했잖아요 에리나 홀든!”

아, 잘 넘어갔다 싶었는데 또 다시 꺼내어 지는 이 화제. 여기서 거짓말이 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하아 역시 사람은 죄짓고 살면 안 돼. 성녀는 여전히 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채로 외쳤다.

“케일을 사랑하지 않는다 했으면서 지금 이 상황은 뭐죠?”

응? 뭔가 핀트가 어긋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난

“...그런 말 한적 없는데요”

“그렇다면 내가 케일에 대한 마음을 고백 할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처음 성녀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녀는 ‘케일’을 좋아 하고 있다 얘기했었다. 왜 여기서 내가 ‘나도 사실 그를 사랑합니다’ 라고 말 하지 않았느냐가 포인트 였다.

“그거야…”

그거야… 난 머슨을 바라보았다. 3년 가까이 함께 지낸 그를 ‘사랑’이라는 두 글자와 연관시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와 키스를 하는게 당연했고, 그가 나만을 바라봐 주는게 익숙했고, 내가 그를 끔찍이 아끼는 게 일상이었다. 사랑이 뭐지? 난 머슨을 사랑하는 걸까? 짧은 시간이었으나 수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러다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적안이 나를 바라보자 쉽게 답은 내려졌다.

“케일을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 작품 후기 ==========

*에리나 : 케일을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천신 : 케일 너 대놓고 차임ㅋㅋ 계집 팩트폭력을 멈춰 줘라 ㅋㅋ

머슨 : (...혼자 마왕성에가서 운다.)

피에르, 레이넌 : 뭘 본거지? 소멸 당할 때가 됐나보다.

*독자님 : 뜻밖의 3차 빡침ㅋㅋㅋ꼬시다

성녀 : 훗, 하지만 난 케일을 부르기 위해 그 요망한 계집을 데려오라 한 거였지.

머슨 : (에리나만 본다.) (에리나만 챙긴다.) (에리나만 지킨다.)

성녀 : (딥 3차빡침!!) 아오!!!

작가 :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됩니다.

*독자님 : 자까님 보려고 결제했어영 뀨!

작가 : (뽀뽀 쮸압쮸압)

경찰 :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서로 가시죠

*독자님 : 4각관계로 치닫는 건가요?!!

작가 : 엘은 정말 온니 성녀바라기 입니다. 레알. 트루. 참사랑. (절레절레)

*독자님 : 작가님 자주 못와서 죄송해요!! 그치만 글과 씬 사랑합니다!

작가 : (글과 씬으로 유혹했으니 이제 작가가 유혹할 차롄가?) (찡긋)

*독자님 : 에반 이러다가 같이 세자인으로 가는거 아니에용?ㅋㅋㅋ

작가 : 에반의 향후 거취를 생각해주시다니 (에반의 기분이 +200 상승했습니다.)

에반 : 먹을거 나눠드림, 이거 청혼임.

독자님 : 너나 많이 드세요^^

*독자님 : 저 노블 결제하는거 작가님 보려고 하는 거예요 칭찬의 댓글을 자세히 남기진 않지만 언제나 재밌고 읽고싶은...(적다가 부끄러워져서 잠시 심호흡 후하후하)소설이라고 생각하구 있어요^^

작가 : 하, 오늘 잠 다 잤네요. 설레서 이거 원... 꿈에는 나타나지 마세용 영영 잠들고 싶을테니까 (느끼 미소)

독자님 : 가위 눌렸으면...

*독자님 : 작가님!! 제가 작가님 작품보려고 노블사는 그런사람입니다. 이런 저를 아시나요?!!

작가 : 제 두 눈에 박아넣겠습니다.

*독자님 : 후기가 넘 잼써요 책 나올때 후기도 같이 나오면 짱일텐데용!!

작가 : 저도 독자님들 코멘트 보면서 후기 쓰는게 가장 재밌습니다. 들썩들썩 (벌써 어깨춤)

*이제 설이네요^^! 음식 먹다가 체하실 수도 있으니 소화제 꼭 꼭 구비해두세용 새해복 많이 많이 받으세용! 넘치도록 받으세용!!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별하난이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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