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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73화 (73/170)

73편

<-- 11.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인가요?-2 -->

삽시간에 사병들이 몰려 들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했다. 난 체닌의 어깨를 세게 눌러잡았다.

“체닌, 잘들어. 아비츠 백작은 널 죽일 거야. 세자인을 갖지 못해도 죽일 거고, 갖게 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지. 그땐 쓸모 없는 존재가 될 테니까. 지금 너를 두고 아비츠 백작이 촌장님을 협박 하고있어. 이 곳에서 니가 바라는 이상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아. 그러니까 돌아가자.”

“무슨 헛소리야?”

“난 진지해! 나와 머슨은 널 데리고 다시 세자인으로 가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니가 시골마을에 이골이 나서 떠났다는 것을 알아. 그런데 이 방법은 아니야. 우선 돌아가자. 돌아가서…”

“돌아가?!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 그딴 촌구석을 내 두발로 걸어 들어가라고?! 내가 어떻게 백작 부인이 됐는데, 어떻게!!”

“지금 백작이고 나발이고가 문제야? 죽는 다니까! 죽으면 다 끝이라고! 솔직히 말하면 니가 죽던 말던 백작 부인이 되던 세자인에 남던 내 알바 아니야. 그런데 촌장님이, 마을 사람들이 슬퍼하니까, 힘들어 하니까…. 선택해 나와 함께 가면 넌 살고, 아니면 죽어. 일단 살고 나서 귀부인이든 뭐든 되란 말이야!”

소리 쳤지만 체닌의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보였다. 열린 문 뒤로 여러 사람의 발 소리가 들려 온다. 아비츠 가의 사병들임이 틀림 없었다. 이 상태로 있다간 꼼짝없이 잡히고 말 것이다.

지금의 이런 식의 대화로는 어떠한 성과도 걷을 수 없을게 분명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입 밖으로 욕 짓거리가 튀어나온다.

난, 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와 펜을 하나 들어 그 곳에 나와 머슨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소를 적어 체닌에게 건냈다.

“생각이 바뀌면 여기로 와. 딱 일주일 기다릴거야. 반드시 와야 해. 반드시.”

받지 않는 체닌의 품에 종이를 떠밀 듯이 안겨주고 나서 머슨에게 달려갔다. 머슨은 내가 말 하기도 전에 나를 안아 들고, 남은 한 손 으로는 에반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체닌, 모두가 널 기다려.”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아까와 같은 강렬한 적의는 옅어졌지만,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입술이 파들 떨리는 것을 확인했을 때, 한 번 겪었던 거북함이 찾아오고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여관 방으로 이동된 나는 메슥거림에 벽을 짚고 한 참을 서있어야 했다.

풀썩-

잔뜩 피로해진 에반은 바닥과 입을 맞추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에리나, 괜찮아?”

“약간 어지러운 것 빼곤.”

머슨이 등 뒤에서 나를 껴안더니 이마를 한번 쓸어 올린다. 그의 손이 무척이나 시원하여 머릿속에 박하사탕을 집어넣은 듯 화한 느낌이 감돌았다. 울퉁불퉁 고르지 못했던 속이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후-”

크게 숨을 내쉬자 완전히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있던 머슨이 내 호흡소리를 듣자마자 황급히 멀어진다.

내 몸에 벌레라도 묻었나?

그를 바라보는데, 선뜻 다가 오지 못한다. 아 맞다. 허락없이 만지지 말라고 못 박아 뒀었지. 나를 안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선,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어 몸을 움찔움찔 하면서 머슨은 한 발자국도 가까이 오질 않는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리로 와.”

양 팔을 뻗자 강아지처럼 안겨온다. 꼬리가 있었다면 쉴 새 없이 살랑거렸을 것이다. 그의 넓은 어깨를 쓰다듬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체닌이 올 까?”

“걱정 돼?”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강제로 데려올 그랬어.”

머슨의 가슴에 입술을 묻고 “으음- 으음-” 소리를 냈다.

“이 소란에 체닌 까지 사라지면, 백작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실종신고를 했을 거야. 납치당한 줄 알았던 체닌이 세자인에서 발견 되면 마을 사람들 전체가 범죄자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라구. 우리가 진짜 체닌을 납치하더라도 모두가 안 보는 사이에, 아주 은밀히 진행해야 돼. ‘당신과는 못살겠어요! 우리 이혼해요!’ 라는 편지도 잊으면 안 되고”

“일주일 내로 안 오면?"

“으음- 일단 기다려 보자. 내일 아침 우리를 잡으러 황국의 병사들이나 아비츠가의 사병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체닌이 이곳으로 올 확률은 높아지는 거겠지.”

유일한 목격자인 체닌에게 범인들이 손수 주소까지 적어 줬으니까. 체닌, 너의 어두운 판단력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그러나 나를 향했던 매서운 눈빛을 떠올리자니 또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나 죽이라고 정보까지 준 애인데, 내 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긴가?

아휴- 한숨이 터져나왔다. 머리가 더 아파오기 전에 머슨의 등을 짝! 두드리곤 감정을 환기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은 일찍 자자. 내일 연회도 없으니 미친 듯이 늦잠이나 자보자구”

침대로 걸어가 폴짝 뛰어 몸을 뉘였다. 머슨을 향해 손짓 하자 그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씻겨줘.”

“욕실로 가자. 일단 옷부터 벗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내리는 머슨의 손등을 때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마법으로 씻겨 줘. 바로 자고 싶어.”

아쉬운 한숨과 함께 ‘탓’ 소리가 들린다. 몸이 개운해진다. 아아 편리하다 편리해. 역시 내 머슨.

“그러고 보니까 에리나!"

머슨이 크게 소리친다. 아오 깜짝아. 놀라 쳐다보자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 온다.

"나 이제 키스해도 되지?"

“돼? 가 아니라 되지?”

“체닌 찾았으니까.”

맞다, 체닌 찾으면 해도 된다고 했었…. 대답하기도 전에 머슨이 내 위로 몸을 겹쳐온다. 싫지 않은 익숙한 무게감이 오히려 안정을 가져다 준다. 나를 내려다 보며 오후의 햇살처럼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깨어질까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얼굴을 어루만진다.

“키스라고 했지, 만지라는 말은 안했는데?”

괜히 놀려주고 싶어 꺼낸 말이었다. 실실 웃는 투로 말이 삐져 나와 골려주려는 의도가 너무나 명백히 들어났지만.

역시나 머슨은 내 말에 실망 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젓는다. 이마가 맞닿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숨결이 느껴진다.

“이젠, 못 참아.”

“어쭈?”

그의 긴 속눈썹이 서서히 그림자를 만들어 내더니 이내 고혹적으로 감겨온다. 난, 적안이 숨어버리는 것이 아쉬워 끈질기게 눈꺼풀을 쫒다가 어느새 입술에 닿아있는 머슨의 촉촉하고 매끈한 감촉에 또 다시 웃음이 피어 올랐다.

살짝 살짝 고개를 돌려가며 내 입술을 입 안에 물고 누르는데, 나는 웃음이 멈추지 않아 계속 피식거렸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적안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내 키스가 아무 느낌도 없어?”

낮게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에 가슴이 ‘덜컹’ 울린다. 걱정과 불안함이 겹쌓인 소리였다.

“아니, 아니야.”

“에리나 나한테 전혀 집중하고 있지 않잖아.”

“하고 있었어.”

머슨의 미간이 좁혀지더니 양 검지로 내 입꼬리를 잡아 쭈욱 내린다. 아, 너무 바보같이 웃었나?

“나랑 있는데”

다른 재미있는 것이 떠올라 자신이 뒤로 밀려난 게 아닌가 하는 뜻에서 물어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다른 것은 들어 있진 않았다. 지금을 느끼고 머슨을 두 눈에 담을 뿐이었다.

“미안, 그냥 웃음이 나와서”

“왜?”

왜냐고? 글쎄, 그냥…. 마음이 푸딩처럼 말랑말랑 해지고, 온 몸이 간질간질해 지더니 편안한 마음으로 머슨의 얼굴을 마주보자 그냥, 그냥 이유없이 재미있고 웃음이 흘렀다.

“널 보니까 그래.”

머슨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난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한번 더 이야기했다.

“나, 널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가 봐.”

그리고 이어지는 농도 짙은 키스. 코가 스치고,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나는 그의 목을 힘껏 껴안았다. 영원히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입술이 멀어지고 달콤한 타액이 우리를 미약하게 나마 이어주었다.

머슨은 다시 내 입꼬리를 검지로 누르더니 이번엔 위로 밀어 올린다.

“웃어, 예뻐.”

“푸흡”

빠른 태세전환에 소리내어 하하! 웃어보였다. 눈물이 찔끔 고일정도로 웃어대는데 머슨 또한 나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촉촉한 내 눈가를 엄지로 쓸어내더니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하자.”

“뭘?”

“섹스.”

퍼엉- 얼굴이 달아오른다. 아니, 넌 무슨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냐! 난, 아직 적응이 안되거든?!

그의 손이 벌써 내 가슴을 느긋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도리질 치며 억지로 머슨을 떼어냈다.

“미쳤어?”

“정기를 잔뜩 주겠다고 했었잖아.”

“아니! 지금은…”

손을 뻗어 바닥을 가리켰다. 의식은 잃었으나 어쨌든 이 공간안에 같이 존재하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에반이 있잖아”

“기절 했어. 내일 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아.”

뭘 그렇게 확신하냐?!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뻔히 사람이 있는데 하는건 예의도 아니고! 그런 스릴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든?!

“안 돼. 어떤 말도 안 통하니까 머리 굴릴 생각 하지마.”

난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 머슨을 밀쳐냈다. 머슨이 어깨를 축 내리고 처연한 모습으로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머슨을 지나쳐 세상 모르고 잠든 에반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그 앞에 다리를 모으고 앉았다.

머슨이 불쌍한 눈을 하고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내 옆에 자리를 잡는다. 난 그의 어깨에 편안하게 머리를 기대었다.

“기죽어 있지마.”

“응”

“대답은 잘해.”

시선 아래로 머슨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하얀 피부에 모난 곳 없이 긴 손가락. 얜 손 마저 예쁘냐. 그의 손등 위로 내 손가락을 사이 사이 집어 넣어 얽혀 잡았다.

“머슨, 세자인에 돌아가면 불꽃 놀이 다시 하자.”

“지금도 할 수 있어.”

“아니, 세자인에서 해야 돼. 모두가 다 같이 봐야 하니까.”

그때는 하늘에 수 놓인 오색 빛깔의 불꽃이 터지는 하늘을 체닌도 같이 올려다 볼 수 있기를.

이 곳을 완전히 떠나기 전, 모두의 웃음이 내 머릿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기를.

그렇게 혼자 바보처럼 생각했다. 지금 머슨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주제에.

========== 작품 후기 ==========

*에리나, 머슨 : (닭살 닭살) 꺄르르

기절해 있는 에반 : 으...으아아ㅏ!!!! (깊은 악몽에 시달리는 중)

*독자님 : 체닌 진짜 한대 때리고싶다...(부들부들)

작가 : (한구탱이 맞는 장면을 넣어야 겠따 다짐하는 작가)

*독자님 : 체닌 알몸인 상태로 세자인에 배송해주고 싶네요!

작가 : 세상망신 동네망신 개망신

*독자님 : 머슨 마밍아웃좀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작가 : (시, 시원? 시원?... 음...) 에리나만 없었으면 활개를 치고 다녔을 머슨

*독자님 : 에리나 스펙타클한 3각~5각 관계 부탁드립니다. 크헬헬

작가 : 일단 황제 소환!!!!

머슨 : ㅡㅡ?

*독자님 :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 : 2016년 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드디어 지나갔습니다!! ㅎㅎ 독자님들 올 한해 새로운 다짐!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하여 행복이 가득찬 2017년 보내시길 바랍니다〉〈!!!!!! 머슨과 함께 올해에도 열심히 달려보아욧!! (그러나 곧 완결)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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