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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65화 (65/170)

65편

<-- 10.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인가요? -->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엘?”

“네가 있는 곳엔 언제나 있지.”

“장난 하지 말고.”

성녀의 머리에 코를 묻던 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벨라의 신성력 주위에 익숙한 마력이 섞여 들어가 있기에 내려와 봤어.”

케일을 바라보는 엘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사계절이 겨울인 곳에 이미 수해 전부터 생겨버린 거대하고 날카로운 고드름이 머리위에 놓인 듯 했다.

“네 수하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어 놨던데. 벌써 천계까지 소문이 자자하다고. 속 시원하다면서 오히려 네놈 칭찬 하는 녀석들이 늘었지만 말이야.”

레이넌과 피에르의 이야기였다. 이 둘은 마계 내에서도 유독 마족에 대한 자긍심이 강했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마족 외의 종족, 이를 테면 천족은 신발 위에 쌓인 먼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겼다. 때문에 레이넌과 피에르에게 심한 모멸감을 느낀 천족들이 많았고, 분에 차 얼굴을 한방 갈기고 싶어도 워낙 마력이 강하니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분통이 터져 부들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보기좋게도 그들이 찬양해 마지 않던 마왕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천계에 퍼지자 다들 환호성을 내질렀다.

“언제 까지 벨라 옆에 붙어 있을 작정이냐, 엘”

멀찍이 떨어진 케일이 노려보는 엘의 시선을 덤덤하게 받아 냈다.

“나는 주신께서 택한 아이가 어엿한 성녀가 될 때까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

“주신의 명은 끝났어. 벨라는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었고, 성녀의 직위도 얻었지. 네 놈이 보호할 필요는 없어.”

즉, 쓸데 없이 시간낭비 하지 마라. 라는 의미에서 이야기 한 것이었으나 사랑에 눈이 먼 엘에게는 다르게 받아드려졌다.

“그래서 네녀석은 벨라의 옆에 있어도 되는 거고?”

엘은 벨라가 케일에게 관심을 주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반려의 증표를 벨라에게 준 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억지로 명분을 만들어 의미없는 전쟁을 일으켜 그녀를 되찾아 올 계획을 세우기 까지 했다. 그러나 각인의 증표가 완성되었음에도 벨라에게 별 다른 변화는 없었을 뿐더러, 그녀의 오빠를 살해하고 2년 동안 잠적한 케일을 보았을 때 혹시나 케일이 벨라에게 청혼 한다 하더라도 받아주지 않을 거라 안심했다.

모든 계획을 뒤엎고 그녀의 옆에서 유일한 의지가 되고 있는데, 2년만에 케일이 나타났다. 성녀가 그와 함께 있으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신이 피어오르고 두 눈으로 확인 하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 지경이었다. 이런 엘에게 케일의 말이 왜곡되어 전달 되어지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엘은 품 안의 성녀를 힘주어 안으며 짙은 소유욕을 숨김없이 풍겼다. 정작 일말의 관심도 없는 케일은 그러거나 말거나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한 번 이야기 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 구태여 엘을 설득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하지만 역시나 케일을 붙잡는 건 성녀의 애처로운 목소리 였다.

“가지마! 오랜 만에 우리 셋이 만났잖아, 응?”

성녀는 엘의 품에서 벗어나 케일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엘의 얼굴이 사납게 변하고 살기가 강하게 공기를 찔러댔다. 성녀의 몸이 움찔 떨리고 손등까지 닭살이 돋았다. 그러나 케일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두려움을 이겼다. 성녀는 발발 떨리는 손으로 여전히 옷을 쥔 상태였다.

힐끗. 케일이 고개만 돌려 코끝으로 성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가 더욱더 애절하게 이름을 불러왔다.

“제발, 케일.”

‘탓!’

“꺄아!”

가볍게 손목을 쳐내는 것으로 성녀를 뿌리쳤다. 아프지 않을게 분명했지만, 놀란 탓인지 성녀의 입에선 작은 비명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엘이 달려들어 케일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고, 그의 눈은 순식간에 광기로 들어차 있었다.

“벨라 한테 뭐하는 짓이야?!”

“미친놈.”

빠득- 이 갈리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당장에라도 저택을 날려 버릴 듯한 신성력이 엘의 주위에 모여들고 있었다. 감흥 없는 낯으로 엘을 바라보던 케일이 손바닥에 마력을 응집시켜 그의 가슴을 강하게 밀쳤다.

‘빠악!’

뜨거운 바람이 펑! 소리와 함께 퍼지고, 엘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인간이었다면 재가 되어 사라지기에 충분한 세기였다.

“정신 차려라, 엘.”

“그딴 식으로 네 놈이 위에 있다는 듯 말하지 마!”

"기다려 엘!"

여전히 진정하지 못하는 엘을 말린 건 성녀였다. 그의 가슴에 안겨들며 눈물을 보이자 놀랍게도 엘의 눈동자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슬픔이었다.

“그만! 그만해. 이 연회를 망쳐선 안 돼!”

그 모습을 바라보던 케일은 긴 말 할 것 없이 테라스를 빠져 나갔다. 저들의 장단에 섞여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태도였다.

오롯이 둘 만 남은 테라스에서 케일의 부재를 느낀 건 성녀 혼자였다.

“...두려움을 느끼게 해서 미안해.”

쉴 새 없이 성녀의 턱 밑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분노와 공포 그리고 슬픔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찾아 들었다. 자신을 밀쳐 내었을 때의 그 슬픔, 엘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무미건조한 눈동자에 대한 분노. 그리고 점점 자신의 존재가 케일에게서 옅어지면 어쩌나 하는 공포.

“...엘”

“응, 벨라.”

눈물로 범벅인 얼굴 위에 표독스러운 빛이 일순 서렸다가, 금세 사라진다. 허나 사랑에 빠져 판단이 흐려진 엘은 그것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케일을 혼내 줘.”

그녀의 사랑이 그릇 된 방향으로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참혹한 비극의 서막처럼.

“엘, 케일을 혼내 줘! 나의 오빠를 죽이고, 반려로 맞이하여 불멸의 삶을 주겠다 거짓 약속을 했던 그를 아주 고통스럽게 해줘!”

그녀 안의 가학성이 감히 마왕에게 까지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녀는 자신이 원하는 건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하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든 좌절 되었을 땐 절제되지 못한 분노가 일렁였다.

‘감히, 날 떠난다고? 마왕이든 천신이든 황제든 모두 내 손 안에 있어야 해. 불구가 되더라도 마지막 자리는 내 옆이 여야 해.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케일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주는 것도 바로 나야.’

또 한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성이 사지에 몰린 남자가 성녀의 부탁을 거절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내 날개를 찢어 네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 자식을 벌주겠어.”

“역시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엘.”

고맙다 말하는 성녀의 미소는 개구리를 앞에 두고 돌을 들어 올린 어린아이의 것과 같았다.

*

첫 날의 연회가 끝났지만 결국 체닌은 커녕 그녀가 매일 가지고 다니던 부채의 깃 하나도 보지 못했다. 피로로 녹초가 된 몸을 침대에 맡겼다. 팔 다리를 쭉쭉 뻗고 있는 탓에 머슨이 누울 공간이 사라졌지만, 비켜야지 하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머슨이 침대에 걸터 앉아 내 머리를 쓸어 넘겨 주었다. 난 자연 스럽게 상체를 꺾어 그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머리를 뉘였다.

“편하다. 오늘 이러고 자자.”

“그래”

“나 진심인데?”

“나도야.”

피식-. 머슨 이라면 정말로 내가 괜찮다고 할 때 까지 앉아 있을 위인이었으므로 편안함을 반쯤 포기하고 몸을 벽쪽으로 데구르르 굴렸다. 내가 침대를 툭툭 치자 그가 이불 속으로 들어와 머리와 목 사이에 자신의 팔을 끼워 넣는다. 난 멋들어지게 각이진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검지로 매만졌다.

“오늘 별일 없었어?”

사실 하고 싶던 말은 ‘성녀의 길 안내를 해주면서 별 일 없었냐?’ 였다. 그러나 괜히 물어보기가 껄끄럽다. 질투는 아닌데 질투하는 것 같고, 내심 걱정도 되는데 정작 걱정할 이유 따윈 없으니까.

나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물었는데 말 끝이 살짝 떨렸다. 머슨이 입술로 내 이마를 진득하게 눌렀다.

“에리나가 보고 싶었던 것 외엔 아무일도.”

“정말?”

“응.”

“정말이지?”

“듣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티났나?! ‘성녀랑 아무 일도 없었어! 길만 알려주고 어느 지점에서 그냥 각자 갈 길 갔어!’ 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었었다.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난 괜히 머슨을 밀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니?! 전혀?! 그냥 무슨 사고는 치지 않았나 궁금해서 물어본 거거든?! 하 참나! 나는 빙빙 돌려서 말 하는거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

내 몸이 멀어지자 머슨이 금세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내가 당황해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인지 그의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안한다. 그 모습에 괜히 더 부끄러워 져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머슨이 손을 내 등 뒤로 돌려 뒤통수를 간질였다. 웃음이 찬 그의 눈이 내 얼굴위에 정면으로 떨어진다.

“성녀랑은 아무 일도 없었어.”

“누가 그거 물어봤어?!”

“그냥 얘기해 주고 싶었어.”

그, 그래? 정 말하고 싶었다면야 뭐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생각 하자마자 순간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부끄러워. 하지만 이미 까발려 진거 내심 궁금했던 거 하나 더 물어보자.

“연회장에서 나 만났을 때, 테라스 안에 같이 있던 여자는 누구야?”

“누구?”

“막 얼굴 빨개져서 나간…. 그 있잖아.”

“많아서 기억 안나.”

“많아?! 아무 일도 없었다며!“

“별 일은 아니었어, 결혼해 달라 길래 거절했지.”

거짓말. 아무리 잘생겼어도. 처음 본 남자에게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머슨 너 이거이거 허세 아냐?

“에리나 표정이 왜그래?”

“과장되게 하지 않아도 너 잘난 것 쯤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머슨.”

머슨이 고개를 갸우뚱 해 보인다. 그래, 그래. 속 깊은 내가 그냥 넘어가 줄게. 그의 뺨을 잡아 당기자 별로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얼굴이 내려온다. 키스를 할 듯한 각도였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지 전까진 입술이 닿지 않았다. 내가 손쉽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위치가 되자 머슨이 멈추고 내가 다가갔다.

-쪽

“그런데, 연회 시작하고 나서 에반이 안보였지?”

“응”

“어디서 농땡이 피우는게 분명해. 널 좀 부탁하려 했더니. 내일은 만나자 마자 꼭 말해야겠다. 그 꿀자리에 머슨, 너도 데려가 달라고.”

“난 양파창고가 더 좋아.”

“너 되게 특이하다. 그럼 네가 양파창고 해. 내가 꿀자리 갈게.”

“그래 좋아.”

========== 작품 후기 ==========

*성녀 : 케일을 혼내 줘!! 날 거부한 쓴 맛을 알게 해 줄거야!!!

케일 : (에리나와 꽁냥꽁냥) ?? 왜 귀가 가렵지

*독자님 : 엘은 뭐하는 남정네지?? 안타까워...

작가 : ㅋㅋ 성녀와 엮이는 모든 남조들을 안타까워 하시는 독자님들

*독자님 : 작가님! 제 마음 자꾸 루팡해가면 어뚜캐 하나영?〉〈

작가 : 룰루팡! 룰루핏! 룰루우우웅얍!!!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어 독자님 마음을 훔쳐가쟙!)

*독자님 : 왜 엘처럼 날 안지 않는거야? 가 단순 포옹인가여?(음란마귀)

작가 : 아닙니다 흐흐... 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 불가니까여..흐흐..

*독자님 : 엘씨 왜 성녀를 그렇게 키웠나여.. 노답입니다.

작가 : 엘도 딱히 정상은 아니였던 지라...

*독자님 : 성녀 너무 비호감에 욕심이많아요!!

작가 : 맞습니다. 탐욕덩어리의 표본이죠!!

*독자님 : 자까님? 안오시나여? 클스마스 전에 이용권 만료예여!!!

작가 : (어떻게든 찾아 뵈려고 노력하는 작가) 오, 오늘은 왔습니다!!꺄아아악!!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에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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