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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63화 (63/170)

63편

<-- 10.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인가요? -->

“그걸 굳이 꼭 말로 해야 아나요? 아마 폐하도 거울 보다가 새삼 감탄스러울 정도일걸요”

“아니, 꼭 그렇진 않을걸?”

“분명히 그래요. 폐하는 만인의 첫사랑 이미지예요. 뭐, 분명 실제로 폐하가 첫사랑인 사람들도 많을 것 같지 만요.”

“너도 그러한가?”

“말이 그렇다는 거죠. 4월의 봄처럼 꽃 향기가 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잖아요. 그 외모에 그 권력까지 가지다니. 세상 너무 불공평 한거 아니에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난 남자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어폐를 정정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예요.”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휘황찬란한 연회장의 홀 보다 차갑고 딱딱한 이 잔디 밭 위가 더 즐겁다는 듯 그렇게 웃고 있었다.

“그래, 외모가 출중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됐으니 다른 느낀 점을 말해 보거라.”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난 속을 숨기는 자들을 싫어한다.”

아무도 없건만 괜히 주위를 살폈다. 혹 누가 숨어있다가 내 얘기를 듣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남자는 무릎을 세워 그 위에 팔을 얹은 채 턱을 괴었다. 들을 준비를 완벽히 하고 있는 것이다. 딱히 나쁜 의도로 물어본 것 같지 않으니 난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기로 했다.

“...좀 사기를 잘 당할 것 같다고나 할까요?”

삐끗-

남자의 턱이 손 바닥위를 벗어났다. 그로 인해 가면이 비뚤어졌지만 남자는 고쳐쓸 생각도 없어보이는지 내 뒷말을 기다렸다.

“등쳐먹기 딱 좋은 스타일. 황제라 다행이지 사업했으면 동업자한테 홀라당 전 재산 다 빼앗겼을 거예요.”

“푸흡”

한번 느슨해진 가면은 얼굴 밖을 벗어나 반듯한 이마와 깊은 눈동자를 드러내놓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내가 이 남자의 얼굴을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가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범죄 현장에서 범인 얼굴을 보면 백퍼센트 죽는다! 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 밑으로 떨어지려는 가면을 서둘러 잡아 누르고 팔을 머리 뒤로 돌려 느슨해진 끈을 감각으로만 묶기 시작했다. 거의 매듭이 다 지어지기 시작할 즈음 가면 안에 숨어있는 짙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어?”

유리처럼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는데, 똑같은 사람의 눈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티비쇼 프로그램 보다도 강하게 이끌렸다. 청초한 달빛을 따다 눈에 박아 넣은 듯 했다.

“되게 잘 생기셨네요.”

“외모 이야기는 이제 됐다고 하지 않았나.”

“네?”

손이 스르르 내려갔다. 고개를 갸우뚱 해보이자 남자의 입술끝이 올라간다. 깜빡 깜빡 그것을 쳐다보다가 내 머리가 인식 하기도 전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오소소 끼치기 시작했다.

뭐 마려운 것처럼 몸을 부들 떨자 남자가 더욱더 짓궂게 웃어보였다. 스포트라이트라도 비춘 듯 달빛이 옅은 금발을 향해 내리쬈다.

“이름이 뭐지?”

물어오는데 목소리가 바뀐 것 같다. 아니 장난기 어린 투도 똑같고 봄철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가벼운 것도 아까와 같았는데 내가 듣기에 그랬다.

“...에리나 홀든.”

난 뭘 또 이름을 나불나불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에게 사로잡혀있을 동안에 주변이 소란스러워 진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친구가 왔군.”

남자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풀벌레 소리도 잘 들리지 않던 곳이 순식간에 떠들썩해해져 저택 정문쪽을 바라보니 연회장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행진의 맨 앞에는 익히 알고 있는 얼굴 성녀 세르데벨라 르네가 서있었다.

아득하게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등의 말이 들렸다. 성녀가 신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려 떼를 지어 나오는 무리였다.

성녀는 목례로 가볍게 인사 한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가면의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 조심히 돌아가세요. 음…. 오늘 한 말은 전부 다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내 친구와 인사를 하지 그래.”

“아뇨! 더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요.”

남자는 성녀를 발견하고부터 나에게 남아 달라는 등의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안주머니를 뒤적 거리더니 순백색의 손수건 하나를 꺼내어 내 손에 쥐어준다.

“시간이 나면 놀러와. 식사라도 대접하지.”

“예, 뭐. 시간이 나면.”

히익! 성녀가 남자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보인다. 남자가 빠른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난 전속력으로 달려 성녀의 시선이 나에게 닿기 전에 그 자리를 떴다.

건물 벽에 등을 붙이고 숨을 돌리는데 성녀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전기사예요. 저와 신전까지 안전하게 동행하기 위해 먼 발걸음 하여 아배츠 백작님의 저택 까지 왔답니다. 다들 들어가셔서 나머지 연회를 즐기도록 하세요.”

난 알고 있었다. 그 가면의 남자가 신전 기사 따위가 아니라는 걸. 내 손에 붙들려 있는 흰백의 손수건을 내려다 보았다. 중앙에 떡하니 황제의 금박 문양이 찍혀있음을 확인하고 머리가 빙글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오늘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네.”

*

황제와 함께 마차에 올라탄 성녀는 예의 그 순박한 웃음을 거둬드린지 오래였다.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딴 세상에 가있는 듯 눈동자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가면을 벗어 던지고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누군가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이 있나요?”

“있죠. 사람은 아니지만.”

황제는 그가 마왕 케일하르츠 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떻게 연회장에서 만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왕은 인간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아득하게 먼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자신이 퍽 우습기도 했다.

“뭐라던 가요?”

황제가 물어오자 연회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처음 아비츠 저택가의 중앙 홀에 들어오자마자 케일과 에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케일의 눈은 사랑에 빠져버린 달콤한 남자의 눈이었고, 에리나의 눈은 감히 마왕을 두려워 하지도 존경해 하지도 않고 아주 편안해 보였다. 그런 눈은 자신 또한 가져 본 적이 없는데. 가슴이 쿵! 울렸다. 순간 자제력을 잃고 소리를 지를 뻔 한걸 겨우 참아 내야 했다.

에리나가 빠져 나가고 성녀는 자신과 한번이라도 인사를 하고 싶어 달려드는 귀족들을 내버려 둔 채로 케일에게 다가갔다. 뒤 따르는 눈들이 많아 무언가 부탁 하는 것처럼 표정을 꾸며냈다.

“케일. 여기에 왜 있는거야?”

케일의 적안이 성녀를 향해 내려다 보았다. 움찔- 처음 느끼는 묘한 살기에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왜, 왜 그렇게 화가 난거야? 성녀는 주먹을 꽉 쥐며 애써 겁먹지 않은 척하며 턱을 치켜 들었다.

“다시는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마.”

“...그렇담 나는 널 어떻게 대해야 하지?”

케일은 에리나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던 그날이 떠올라 발 끝에서부터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성녀의 목을 졸라 창 밖으로 내 던지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아냈다. 성녀가 어렸을 적 ‘마왕님’ 하며 자신을 따랐던 추억을 억지로 되새긴 후 지금의 다 커버린 어엿한 숙녀가 된 세르데벨라를 마주했다.

“보는 눈이 많아. 자리를 옮기자, 케일.”

쓸데없는 사건에 휘말려 에리나가 쓸데없는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룰까봐 케일은 순순히 성녀의 말을 따랐다.

“자, 이제 말해봐.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언제부터 마왕이 성녀에게 일정을 낱낱이 보고 했나?”

“케일, 나로썬 도저히 이해가 안가. 그 여자애와 함께 있는거나, 이딴 시종옷이나 입고 접객을 한다는 게!”

“기어오르는 것도 정도가 있어.”

“뭐?”

성녀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자신이 잘 못들은게 아닌가 하고 두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끔찍한 악몽의 도입같았다.

“투정을 부리려면 엘한테나 가서 해.”

“...우리 오빠를 죽여놓고선, 이제 나까지 버리려는 거야?”

“애초에 널 가지지도 않았어.”

성녀는 눈물이 차오려는 것을 억지로 꾹 눌러 삼켰다. 자신을 밀어내는 말 같은건 수년 전에도 질리도록 들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예뻐지면, 마왕의 옆에 설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워 지면’

주신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기에 성녀 세르데벨라는 인간들 중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녀로 성장했다. 천신 엘트리온 마저 성녀에게 빠져 드는건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마왕 케일만은 자신을 단 한번도 여자로 보아주질 않았다. 가장 마음을 얻고 싶어 죽겠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호 해야 할 대상‘ 그 이상으로 봐주질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듣는 차가운 칼날 같은 거절은 마음 후비고 또 후벼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른 생채기를 내었다.

“...그럼 그 여자애는 뭐야. 왜 옆에 끼고 있는건데?”

“보호 해야 하니까.”

번쩍 정신이 들었다. 좌절의 연속 속에 실낱같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사랑 따위가 아니라 ‘보호’ 였다니. 그저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여자애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래, 처음 천계에 갔을 때 케일은 날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었지. 그 여자애 또한 마찬가지 일거야.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참하게 버려질게 틀림없었다. 무슨 명분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따윈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버려질 것이라는 것만 확실하면 된 거니까. 그 후엔 가죽을 벗겨 불구덩이에 던져버리리라

========== 작품 후기 ==========

*독자님 : 아악! 드디어 오셨군용 하루에 12번도 더 확인한다구영 풍악을 울려라!

작가 : 덩기덕쿵 더러러러 쿵기덕 쿵 더러러러

*독자님 : 에리나 그와중에도 머슨(자식같은놈ㅎ)걱정

에리나 : 어휴, 우리 머슨이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야채도 좀 먹고 그래야 할텐데

작가 : 너나 안 잡아 먹혔으면...

*독자님: 작가님을 짤짤이 형에 처한댜!!!

작가 : (짤짤이 형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 멱살을 잡혀 짤짤짤 흔들리는 형인가?! 덜덜덜)(벌써 뇌 이동)

*독자님 : 데리러 온다는 친구가 설마 성녀인가요?

작가 : (감탄의 박수) 역시 코난 독자님들... 대단쓰 대단쓰...

*선작,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에리나가 없던 사이에 머슨에게는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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