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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62화 (62/170)

62편

<-- 10.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인가요? -->

“난 한가하지 않아.

어쭈? 이제 아주 힘으로 등을 밀고는 억지로 걷게 만든다.

“아, 알았어요! 내가 걸을게요, 내가.”

저택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병들을 제외하고는 수상한 사람들의 모습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다들 연회가 벌어지는 홀에 들어가 즐기기에 바빴는지 어두컴컴하고 삭막한 저택 정문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였다. 나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든든한 사병들이 마시지도, 먹지도 않은 채 주변을 지키고 섰는데 내가 왜 길 안내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체닌도 찾아야 하는 마당에 길안내 까지 하기 에는 내 사정도 여유롭지 못했다. 난 완고한 가면의 남자를 향해 마지막 날갯짓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중얼거렸다.

“양파도 까야 하는데… 안 까면 혼날 텐데…”

“내가 여기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필히 널 지목할 것이다. 내가 살았든, 죽었든 간에.”

...완전 또라이다. 니가 잘못되면 그 범인 놈을 지목해야지! 왜 날 걸고 넘어져?! 죽기전에 안간힘을 다해 피로 적어놓을 다잉메세지가 고작 길 안내를 하지 않고 돌아간 나 일 것이라고?!

가면 뒤 남자의 표정을 읽을 순 없었지만, 그 어떤 표정을 짓고 있건 간에 나에겐 좋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할 수 만 있다면 유난떨지 말고 집이나 가라며 뺨을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지나가라는 말이 있듯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아, 물론 절대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것 이라고 우려하여 찝찝한 기분에 그런 생각을 하는건 아니었다.

스읍. 아비츠 백작이 발이라도 닦아줄 기세로 받드는걸 보면 귀한 핏줄인 것 같은데… 가면 까지 썼단 말이지. 그런데 고위 귀족이 초청받은 연회에서 왜 굳이 가면까지 쓰지? 아, 그래 암살위협에 시달리는 귀족일수도…

“머리 돌아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어서 안내하지.”

귀신이네. 크흠 그렇담 나도 그에 맞는 대답을 해야겠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아, 발 밑에 조심하십시오 개미떼입니다.”

양파껍질 까는 직책에서 순식간에 이름 모를 고위귀족의 호위가 되었다. 사람들이 없는 길목으로 가면의 남자를 안내하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하고 안전하고 매위 귀.찮.은 호위였다.

“아무도 없어요”

“그럼 저 자는 뭔가?”

달빛도 닿지 않은 외진 곳에 한 사병 하나가 등을 돌려 선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눈썰미도 좋아라.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도 가지 않을 만큼 졸음에 취해 있으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조심성이 없군.”

“그렇게 조심성 많으신 분이 왜 혼자 이곳 까지 오셨데요?”

빈정대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말이 비뚤게 튀어나갔다.

“아무도 모르게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럴 거면 아예 오질 마시지.”

엄한 사람 귀찮게 만드시네 거참.

“그러려고 했었다. 그런데 꼭 와달라고 하니 거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시야를 넓게 두고 사람이 있나 없나 찾는 와중이었음에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순식간에 반 바퀴 빙그르 돌았다. 내 갑작스런 행동에 남자가 흠칫 놀라 ‘앗, 뭐야?!’ 라고 외쳤지만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으므로 뇌에서 삭제시켰다. 것보다 더 궁금한 건.

“아비츠 백작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예요?”

“뭐?”

“전 취향은 존중합니다. 그런데 아비츠 백작이 유부남이라 그게 좀 걸리네요. 그래서 밀회를 하셨…”

“아니다. 아니야.”

가면의 남자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쭈욱 밀어냈다.

“아아앗, 그래도 불륜은 안됩…”

“아니라고!”

“히익!”

놀라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혹시 큰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주위를 열심히 살펴보았다. 다행이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건 그렇고 내가 왜 더 호들갑이게 된 거야?

남자는 내 손목을 잡아 떼어 냈다. 거친 동작도 아니었고, 손목을 세게 비틀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레이디의 손을 마주잡듯 아주 예의있고 부드러웠다.

“그런거 절대 아니니까 이상한 상상 하지 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불륜이 아니라면 역시 암살이 맞네요.”

남자는 한숨과 동시에 자잘한 웃음을 터뜨렸다.

“좋을대로 생각해라”

“상상하지 말랬다가, 좋을대로 생각하랬다가. 제 상사였으면 깨나 뒤에서 욕좀 드셨을 거예요. 밤새 귀가 간지러워서 뒤척일 정도로”

“그것이야 말로 다행이군. 내가 상사가 아닌 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정문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왔다 쳐도 문지기들 몰래 지나갈 순 없을 텐데요?”

“여기서 부턴 내 친구가 도와주기로 했지.”

“아 그렇군요. 그럼”

내 할 일은 여기서 끝!… 인줄 알았으나 내 앞을 가로 막는 이 팔은 또 뭐지?

“친구가 올 때 까지 담소나 나누지.”

“...저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요?”

“안타깝게도 내가 지금 한가해서 말이지.”

남자의 팔을 툭툭 밀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옆으로 슬금슬금 걸어 오더니 온 몸으로 내 앞길을 막았다. 어이없는 낯을 숨기지 않고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결국 잘 정리되어 있는 잔디위에 엉덩이를 깔고 풀썩 주저 앉아 버렸다.

“이번엔 얌전하게 말을 듣는군”

“도망도 못가는 처지에 그쪽 친구분 올 때까지 붙잡혀 있을게 뻔한데, 입아프게 씨름하는 것 보다야 낫죠.”

“아주 얼이 빠지진 않았어.”

남자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귀족이라 품위 어쩌고를 생각하며 계속 서있을 줄 알았건만 좀 의외였다.

“아무리 신분의 격차가 하늘과 땅차이지만, 초면인데 말이 심하신거 아니에요?”

신분의 격차가 하늘과 땅차이 인걸 인지한 것 치곤 당돌한 발언이었다. 잠시 잠깐 같이 있었을 뿐인데 잠시 마음이 풀어져 버린 것 같다. 내 예상처럼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하며 입을 열었다. 물론 내 말을 지적했지만, 내가 말이 심하다 언급했던 부분은 아니었다.

“초면 아닌데?”

잉?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심히 놀랐다.

“절 어디서 본 적이 있어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 후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푸흐흡, 크흠. 흠!”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하는 듯 보였으나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난 잔뜩 인상을 구긴채 남자가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왜저래?

“푸하! 아, 크흐흐.”

자신의 두 뺨을 꾸욱 누르더니 머리까지 털어낸다. 무엇이 그리 재밌던 걸까? 웃음을 겨우 멈춘 남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한 손을 다시 들더니 나에게 흔들어 보인다.

“안녕?”

“그래, 안녕이다.”

“...이제와서 인사하긴 너무 늦었는데요? 잘 자요 인사라면 저한텐 너무 이르구요. 아직 일중이라서.”

남자는 여전히 손 흔드는걸 멈추지 않은 채로 나에게 계속 인사를 해보였다. 의미를 알 수 없었으나 무언가 생각하기 싫은 것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남자가 그것의 종지부를 찍었다.

“황제의 행진 날.”

“...”

내 표정이 차게 식는게 느껴진다. 반대로 남자의 입술은 다시 곡선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맙소사.

“봐, 봤어요?”

“못 봤을 리가”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아무도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 엄청 가까이에 있었다고.”

떠오른다. 내 미래가.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질 나의 짧고도 얇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난 남자의 손을 덥석 붙잡아 올렸다.

“비, 비밀로 해주시는 거죠?”

“당장에 화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무례였지.”

“화형...이요?”

“사지가 찢긴 다거나.”

자식같은 머슨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 없이 이 무서운 세상에 홀로 서서 하염없이 나를 찾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난 붙잡은 손에 힘을 주어 아주 간곡하게 부탁했다. 제발! 비밀로! 해! 줘라! 줘!

“오늘 제가 길 안내까지 해줬는데, 설마 냉큼 가서 고발하시는건 아니죠? 의리가 있는데!”

“그래, 난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 그런 짓은 안하지.”

“역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십니다!”

맥락이 이상하지만 남자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그런데 왜 그런 건가? 갑자기 손을 흔들다니 말이야.”

“눈이 마주쳤는데, 몸이 말을 안 듣더라고요. 통제 밖이였어요.”

“긴장했나?”

“딱히 놀라울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얼굴을 보니 그게 아니였어요. 엄청 잘생기셔서”

“그래? 어디가 어떻게 그랬지?”

남자의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 것이 느껴졌다.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건지 감도 못 잡겠다.

========== 작품 후기 ==========

*대.지.각.작.가*

*죄송합니다 ㅠㅠ 요새 이사+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ㅠㅠ 소설 쓸 시간이 나질 않네요 ㅠㅠ

*독자님들 코멘트*

*독자님 : 황제는 왜 아비츠백작을 만나러 들어 간거예여?

작가 : 성녀가 가라고 꼬셧기 때무니졍 으흐흐

*독자님 : 작가님 잡아다 글만쓰게 하고싶다...

작가 : (잡혀가서 글만 쓰고싶다. 아, 밥은 주셔야돼요 맛있는걸로)

*독자님 : 황제가 생각보다 에리나랑 케미가 터진다...

작가 : 황제도 성녀만 아니면 참 괜찮은 남자랍니다(안쓰럽)

*독자님 : 작가님과의 사이가 견우직녀라니! 까치야 다리를 맹글어쥬렴8ㅅ8!!!

작가 : (남은 까치=비축분이 없습니다.) 뿌애애앵!!!

*독자님 : 작가는 빨리 다음편을 내놔라!!!!(쿠아아앙!)

작가 : 이, 일단 하나 받치옵니다 덜덜덜

*바쁜와중에도 핸드폰으로 독자님들의 코멘트를 읽는 작가 기본 열번씩은봅니다 쿡쿡쿡

(약속했던 연재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코멘트 창 열기가 무섭지만 실눈뜨고 확인하는 작가)

*한편 더 올립니다! 쓰고있는 와중이라 (ING현재진행중)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9ㅅ9 일단 이번 편 먼저 올립니댯!

*머슨 : 출연이 없다니.

작가 : 쫌만 기둘려. 주인공이잖아... 곧 나와

*선작,추천,코멘트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아이고아잉님, 나무멍게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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