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47화 (47/170)

47편

<-- 번외 .그 책의 주인공이 약을 먹었습니다. -->

*선작 5000기념으로 독자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쓰여진 외전입니다. 본 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개연성 1도 없습니다!

소소하게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 정신으로 삶을 영위하는 한적한 시골 마을 세자인. 그러나 세자인의 산 아래 집은 그다지 한적해 보이지 않았다. 얕은 유리창을 뚫고 에리나의 고함소리가 풀잎에 매달렸던 아침이슬을 기어코 땅 속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또 마법 쓰지?!”

세수 조차 하지 않은 채, 얼굴은 퉁퉁 붓고 머리는 산발인 상태로 머슨에게 버럭 소리쳤다. 즉, 눈을 뜨자마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머슨의 모양새도 에리나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까치집이 지어져 있는 머리를 손 볼 틈도 없이 꼬리를 내리고 에리나 옆에 쥐죽은 듯 앉아있었다. 뭐, 에리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슨의 외모는 빛을 잃지 않고 빼어나게 수려했다는 점이다.

에리나는 테이블 위에 덩그라니 놓여진 호리병 모양의 유리를 들어올렸다. 정체 불명의 녹색 액체가 담겨있었는데 점성이 많아 보여 먹을 것이라곤 생각 되지 않았다.

“이젠 하다 하다 마법 약까지 만드는 거야?!”

“에리나가 밤일이 힘들다고 하니까”

“뭐?”

“한 번 하는 것 가지고 매일 지치잖아. 마법으로도 얼마든지 체력을 늘릴 수 있어.”

“그, 그런거 필요 없어!”

어젯밤의 일이 떠올라 에리나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사실 아직도 다리 사이가 욱신 거린다.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페니스를 사정없이 박아대던 머슨 때문에 지난 밤 깨나 고생을 해야 했다.

“에리나는 몸이 약해서 한 모금이면 돼. 너무 많이 마셨다간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주의하고.”

“안마실거거든?”

‘탁!’

유리병을 거칠게 테이블 위에 내려 놓았다. 머슨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자 그것을 냉큼 손으로 잡아 주욱 당겼다.

“아침부터 웬 빛이 번쩍 하나 했더니 이런 마법약이나 만들고 있고 말이야. 네가 마력을 아끼면 나도 정기를 나눠줘야 할 일이 줄어 들잖아”

강하게 쏘아 이야기 해 준뒤 에리나는 휙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머슨이 시간의 틈이 없이 곧바로 에리나의 뒤를 따랐다.

“비켜 옷 갈아 입을거야”

“너무해 에리나.”

“뭐가?”

옷장 문을 열자마자 머슨이 그것을 밀어 닫았다. 에리나의 옆으로 머슨의 우직하고 두꺼운 팔이 보인다. 에리나를 옷장 사이에 가둔 머슨이 슬픈 눈을 하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나한테 정기를 나눠 주는 게 싫어?”

불쌍한 척. 머슨이 에리나에게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효과적으로 에리나에게 먹혀들어간다. 세상 모든 상처는 다 받은 것만 같은 얼굴로 “아무 기억이 없는 날 버릴거니?” 라는 속 뜻을 담아서 이야기 하면 에리나는 열이면 열 넘어왔다. 그러나 나지막한 자존심 때문에 바로 그를 보듬어 준다기 보다는 아닌척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은 머슨의 뜻대로 하게 된다.

“누, 누가 그렇데? 그냥… 더 합리적인게 무엇인가를 따졌을 때 마력을 쓰지 않으면 애꿎은 힘 들어가면서 정기를 줄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지”

“그러다가 내가 마력 쓰는 방법 까지 영원히 잊으면 어떻게 해?”

“...”

에리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물들어 갔다. 그녀의 속마음은 너무나도 쉽게 표정으로 드러났다. 본인은 아닌척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나 머슨이 보기엔 아예 이마에 글씨를 써 놓은 것처럼 확연하게 티가 났다. 망설이는 에리나의 마음에 한번 더 불을 붙였다.

“난, 이렇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

“...써 마력. 펑펑”

빙고. 머슨의 입꼬리가 능글맞게 올라갔다. 에리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오매불망 머슨의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한 듯 보였다. 그런 에리나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마시자. 응?”

머슨이 에리나의 팔목을 이끌고 다시 테이블 위로 섰다. 잠시 망설이던 에리나는 에이씨 하며 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래, 몸에 좋은거라는데…!”

“에리나. 한 모금만 마시면 되는거야.”

“걱정 마”

진득한 녹의 액체가 출렁거린다.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자 머슨이 한마디 더 부추겼다.

“날 위해서 부탁해.”

코를 콱 부여 잡고 한번의 동작으로 병의 입구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혀끝으로 차디찬 액체가 닿더니 입안 전체를 적신다. 으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못 먹어줄 맛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썩 유쾌한 맛은 아니었다. 약간 쌉쌀하면서도 비린 것이 훅 퍼져 올랐다. 어디서 많이 맛 본 것 같은데, 마치 정액 같은…

“응?”

그럴 리가 없는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큰일이다 이젠 정액의 맛까지도 구분해 낼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삼키지 못하고 약을 입안에 머금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더 고통스러운 것 같아 목을 크게 움직여 한 모금 삼켰다. 으윽- 미끄덩거려. 그런데…

-콰아앙!

집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웅- 웅- 거리며 크게 요동 치기 시작했다. 놀라 입이 벌어지고 약병이 들렸으며 그만 마셔야지 라고 자각할 틈도 없이 목구멍으로 꿀떡 꿀떡 넘어가기작했다. 머슨이 에리나의 손에 있던 병을 내리치고 쨍그랑- 유리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바닥에는 녹색의 액체 몇 방울만 튀어있을 뿐 대부분의 내용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에리나의 몸속으로…

병이 깨어짐과 동시에 집의 울림이 멈추었다.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하는 빛으로 에리나는 머슨을 바라보았다.

“이거… 한 모금만 마시라고 했지?”

끄덕. 머슨도 에리나와 마찬가지로 심히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 다 마신 것 같은데?”

끄덕.

“나 어떻게 되는…”

아이고 머리야. 다시 지진이라도 난 걸까? 세상이 빙글 돌더니 몸에 힘이 빠진다. 시야가 기울어지고 에리나의 몸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투욱- 머슨이 재빠르게 다가와 에리나의 몸을 바쳐 들었다.

“에리나, 정신차려! 에리나!”

머슨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시야또한 어두워졌다. 에리나의 고개가 머슨의 팔 아래에서 맥없이 뒤로 꺾여 버렸다.

머슨이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어깨를 흔들었지만, 에리나는 그의 대답에 응해주질 못했다. 가슴은 오르락 내리고 호흡도 안정적이었느나 의식만 없는 상태였다.

‘쾅! 쾅!’

“마왕님! 저희 왔습니다!”

머슨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문이 열리자 레이넌과 피에르가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마왕의 심기를 파악하지 못한 레이넌이 헤실 웃으며 입을 나불댔다.

“이거 보십시오! 저와 피에르가 마왕성 본관을 그대로 본 따 새집을 지어 왔습니다. 이동시키는데 마력소모가 꽤 심했지만, 피에르가 누굽니까. 마왕성의 인재 중의 인재! 자, 이제 이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세자인에 어울리지 않는 흑빛의 고층 건물이 떡하니 지어졌다. 얼핏 보면 거대한 탑이 뭉쳐 있는 것처럼 솟아있는 건물은 괴이한 분위기를 풍김과 동시에 모험심을 자극하는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정교하게 조각되어있는 마왕의 조각상이 입구에 떡하니 배치 되었는데 시골청년 머슨의 느낌 보다는 괴랄한 대마왕 케일하르츠의 느낌이 강했다. 방금전 느꼈던 대지의 흔들림이 다 이것들 때문이었으리라. 머슨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탓’

머슨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콰가강!

“마, 마왕님의 새 집이!”

레이넌과 피에르가 힘겹게 짓고 옮겨온 것이 한순간에 재가되어 무너져 내렸다. 레이넌이 좌절하며 불과 10초전 까지만 해도 건물이 있었던 터에 달려가 울부짖었다.

“눈치 없는 레이넌님, 분위기 파악을 좀 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피에르가 멀리서 외쳤지만 레이넌은 슬픔과 아쉬움에 젖어들어 들리지 않았다. 머슨이 피에르앞에 바짝 다가가 서자 피에르가 반사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그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렷다.

“소멸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저 머저리를 데리고 돌아가.”

“따르겠습니다.”

피에르가 쏜살같이 날아가 레이넌의 멱살을 쥐어짜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으아악! 왜? 왜?!”

일그러지는 공간 사이로 레이넌의 비명이 멀어져갔다.

머슨은 에리나가 눕혀져 있는 침대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카우디의 약물’

에리나가 방금 과다 복용한 약의 명칭이었다. 신화 속 인물 ‘카우디’가 자신의 부인을 위해 처음 만든 약으로 정액을 쥐어짜 그 안에 마력을 쏟아 부어 만든 것이다. 섹스 도중에 체력이 남아나질 않아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약효가 발휘 된다. 약에 포함된 정액 주인의 체력이 소비되고 오히려 약을 마신 쪽은 그 힘을 나누어 받게 되는 것이다. 즉, 머슨이 에리나를 대신하여 체력을 소모할 수 있도록 하게 위함이었다. 그러나 정액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복용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카우디 부인은 그 약을 한 번에 털어 마셨다가 정액안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여 육체가 으스러지는 비극을 맞이한다.

머슨의 약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에리나의 몸에 머슨의 마력이 가득 차있어 카우디의 부인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진 않을 테지만 한 모금 이상 마신다면 그녀 또한 위험하긴 매한가지였다.

“에리나”

불러 보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다. 혈색도 좋고, 호흡도 안정되어 있고, 몸 속 마나의 흐름도 정상이다. 생명에 위협이 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떨쳐지진 않았다. 결국 머슨은 에리나를 안아 들었다.

자신의 마력으로 가득 들어찬 마왕성 으로 가면 상성이 맞아 회복이 더욱더 빠르게 진행 될 것이다. 그리고 혈관에 섞여 들어간 카우디의 약물을 뽑아내야겠다고 판단했다. 더 길게 생각 할 것 없이 머슨은 텔레포트를 시전 했다.

*

쩌억- 목과 목이 달라 붙을 듯 끈적했다.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입 안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든 생각은 무언가 시원한 것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물…”

에리나는 눈도 뜨지 못하고 물을 찾았다. 그녀의 옆에 바싹 붙어있던 머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 잔을 들었다. 에리나가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그녀를 일으켜 등을 받혀주고 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꿀꺽 꿀꺽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가득 채워져 있던 물잔이 순식간에 바닥을 들어냈다.

“하아…”

에리나가 그제서야 눈을 뜬다. 입 주위로 묻은 물은 소매로 닦아 내곤 머슨을 가만히 쳐다본다.

“이제 정신이 들어?”

“...”

“약은 다 해독했어. 문제는 없을 거야.”

“...”

에리나가 대답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자 머슨이 그녀의 옆에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허리를 감싸고 입술을 찍어내렸다.

“으음…”

향긋한 체취와 함께 물향이 퍼졌다. 머슨은 에리나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 얼마나 그녀의 눈동자가 보고 싶었는지 모를 것이다. 엄지로 에리나의 턱을 눌러 벌리게 한후 혀를 밀어 넣었다. 에리나가 당황하여 몸을 움찔 떠는 것이 느껴졌다. 머슨은 그럴수록 더욱 힘을 주어 에리나를 끌어 당겼다.

“아읍…”

여린 몸이 힘없이 안겨들며 미약한 신음을 내뱉는다. 자그마한 두상이 한 손에 들어올 때면 그것이 깨어질까 두렵다. 뒷통수를 강하게 밀고 입술을 짓이기고 싶은데 너무도 연약하여 조금만 힘을 주었다간 터져버릴 것 같아서 흉포한 마음을 억지로 눌러 내렸다.

“으읍… 저, 하앗 그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오물 거리는 입술을 일부러 더 강하게 빨아드렸다. 에리나가 힘에 겨워 밀어 낼 때면 못된 마음이 생겨 더 세게 밀고 나가고 싶다. 아랫 입술을 혀로 꾹 꾹 누르고 입 안으로 넣어 맛을 보았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든다. 에리나의 혀가 자꾸만 입 안으로 도망을 가자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눌렀다.

“흐엇!”

놀라 비명이 튀어 나올 때 빠르게 혀를 낚아 채어 머슨의 입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입가를 타고 침이 줄줄 흐르는데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타액을 밀어 넣는다. 에리나의 얼굴 전체가 머슨의 타액으로 젖어들어갔다. 머슨의 입술이 에리나의 입술을 벗어나 얼굴 전체를 핥아 올리기 시작했다.

“저, 잠시만요!”

우뚝. 그의 행동이 멈추었다. 도저히 에리나의 입에서 들린 거라고는 생각 되지 못할 말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에리나는 축축해진 자신의 얼굴을 손등으로 닦으며 어안이벙벙한 상태로 머슨을 바라보았다.

“에리나?”

“...누구세요?”

“...”

머슨은 할 말을 잃었다.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는 에리나의 눈동자가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누구냐고.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겪었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나의 존재를 영원히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제 이름이 에리나 인가요?”

당황한 건 에리나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죽을 듯이 목이 말랐고, 겨우 갈증이 해소되나 싶었는데 이젠 원하지 않은 타액이 몸안으로 섞여들어 왔다.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키스를 퍼붓는데 그 느낌이 이상하리 만치 익숙했고 또 좋았다…. 그를 밀어 내려 손을 뻗었지만 저릿하게 피어 오르는 묘한 흥분감에 밀어내질 못했고 고함이 터질 정도로 잘생긴 그의 외모에 넋이 나갔다. 그러나 타인은 타인이었다. 키스가 이어지고 입술이 떠나 얼굴 곳곳에 입을 내려 찍자 이건 아니다 라고 뒤늦게 생각했다.

누구냐고 물었을 뿐인데 머슨의 눈이 슬픔과 혼란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보자, 에리나 또한 마음이 미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적안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랬다.

“맞아. 에리나 홀든.”

머슨이 에리나의 이름을 또박 또박 가르쳐주었다.

“그럼 당신은요?”

“머슨 홀든”

“우리 뒤에 이름이 같네요?”

“부부니까.”

에리나는 심히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부, 부부라고요? 제가 유부녀라는 말씀이세요?!”

기억은 없지만 직감적으로 미혼일거라 생각했다. 아니 굳이 ‘난 미혼이야!’ 라고 생각했다기 보단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그럴줄 알았다. 그러나 남편이 있다는 소리에 심히 놀랐다. 게다가…

“이렇게 잘생긴 남편을 뒀다고요?”

========== 작품 후기 ==========

*2편은 오늘 오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세용 쀼쀼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