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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44화 (44/170)

44편

<-- 8. 이건 잠입인가요? 취업인가요? -->

어엇. 걷는 자세를 교정하려 애썼으나 고장난 기계처럼 몸이 삐걱 거렸다.

“그런데 머슨, 우리 어디로 들어가는지 알고 걷는 거야?”

머슨이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4개의 건물이 하나로 합쳐져 수 많은 창들이 달린 고풍스러운 본관이 아니었다. 세자인에 머물렀던 우리의 산 아랫집에 비하면 대저택으로 보이겠으나, 웅장한 본관 옆에 있으니 유독 초라해 보이는 보잘 것 없는 별관이었다. 문 앞에는 한 여자가 두꺼워 보이는 종이 뭉치를 들고 서 있었는데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꼬리가 하늘을 찌를 듯 치켜올라가 있었다. 겉모습 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한 편견이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정적으로 다가 왔다. 고리타분 하고, 깐깐하며 신경질 적일 것 같은 느낌의 소유자 였다.

그런데 그 매서운 눈 정도는 싹 잊을 만큼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저거 사람 가슴 맞지?”

눈을 벅벅 비볐다. 꽉 끼는 상체에 비하여 스커트는 주름이 많아 펑퍼짐했고 거추장스러운 긴 소매는 땅에 끌리지 않도록 묶어 올렸다. 소매와 스커트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풀럭 거리는데 유독 상체만 몸의 윤곽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어우, 저 언니 볼륨감이 장난이 아닌데?

천이 모자라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숨쉬기도 어렵게 옷을 만들어 입었나 모르겠다. 저 언니가 자신의 바디를 뽐내고자 부러 입고 나왔다면 탁월한 선택이라고 이야기 해 주고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 낸 환경에 따라 싫은 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입어야 했던 복식이거나, 소속된 단체에 의해 강제적으로 입어야 하는 유니폼같은 것이라면 이런 디자인을 고안해 낸 작자를 찾아가 하루 종일 코르셋을 입힌 다음에 뷔페음식을 끊임없이 먹이게 하고 싶었다.

가슴 큰 언니가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그 안에 짓이겨져 있을 가슴이 요동치며 넘실거렸다. 괴, 굉장하다!

문득 내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솟아있긴 하지만 음. 음. 더 이상의 설명은 덧붙이지 않겠다. 언젠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끝내주는 핫바디 외국 언니로 살아가길 소망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책 속의 인물의 몸매도 원래의 내 몸과 별 반 다를 것이 없었다. 원래는 지문 한 방에 죽는 마을 사람 역이였으니 그런 버프 따위 주어지지 않았을 게 당연한가?

“머슨”

난 괜히 머슨을 불러 세웠다.

“응, 에리나.”

“내 가슴 어때?”

말이 좀 이상하지만, 뭐 어때.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 벗은 몸을 본 사람이 얘 하나인걸.

내 질문에 머슨이 고개를 갸우뚱 움직인다. 잠시 고민 하더니 빠른 속도로 고개를 내린다. 앗, 또 입 맞추려고 그러지?! 서둘러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머슨의 고개는 내 얼굴 옆, 더 정확히 말하면 귀 쪽으로 숙여졌다.

“덮쳐 달라는 거지?”

“왜 말이 그렇게 되냐?!”

머슨의 눈동자 안에 불꽃이 튀었다. 정욕이 물들고 주변의 공기가 음란하게 바뀌었다. 난 서둘러 그의 눈을 가려 막았다.

“안 돼”

“에리나가 먼저 시작했잖아.”

“그런 의미가 아니었거든?”

머슨이 내 팔을 잡아 내렸다.

“그럼 뭔데?”

“그… 볼륨감이라는 게 있잖아. 옷을 입을 때 태가 나고, 성숙해 보이는거. 그런게 느껴지냐 이 말이야.”

저 핫바디 언니처럼!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어. 난 에리나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 심지어 남자라 해도.”

아무렴. 너한테 물어 본 내 잘못이지. 머슨의 대답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한 명은 아니고 불규칙 하게 땅을 울리는 것이 꽤 많은 수인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그들이 우리 앞을 훌쩍 지나갔다. 젊은 남녀의 무리 였는데, 공통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나이와 우리랑 비슷한 후줄근한 옷차림이었다는 것이다. 예상컨데 파티 시종직으로 지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틀림 없었다.

“머슨, 저 무리에 끼어서 가자.”

행렬이라고 하기 엔 난잡한 대형이었지만 우리는 그 행렬 맨 뒤에 졸졸 붙어 따라갔다. 별관 앞에 도착 하자 작은 수근 거림이 들렸다. 너네 들도 저 언니의 가슴을 본 게 틀림이 없구나.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핫 바디 언니가 별관으로 통하는 계단 위에 올라 올 곧은 자세를 잡고 서자 쥐죽은 듯 주위가 조용해 졌다.

“난, 아비츠 백작가의 모든 시종들을 총괄 하는 시종장 게르니아 폴헨이다. 확히 일주일 후 아비츠 백작가에서 황제폐하께 새 영지를 하사 받음에 감복하여 성대한 연회를 열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백작님과 백작부인께서 쓰시는 개인 방을 제외하고 모든 저택을 개방할 예정이라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때문에 너희 같은 배움 없는 서민들도 감히 아비츠가 저택에 발을 들여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

“어머, 저 언니 말하는 싸가지 봐”

“죽일까?”

“아니, 기다려.”

자신을 게르니아라고 소개한 언니가 품에 안고 있던 종이 뭉텅이를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간질이긴 했지만, 종이를 날릴 정도로 거세진 않았기에 맥없이 팔랑 거리며 계단 아래로 떨어질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종이는 공중에 두둥실 떠있었다.

“와아!”

“마법이다!”

놀라움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나야, 머슨 덕에 더한 마법도 줄기차게 보아 온 지라 종이를 공중에 띄우는 마법 정도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내성이 생겼지만, 괜히 박수를 쳐대며 놀란 척을 했다.

게르니아의 표정이 묘했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썩 마음에 드는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웃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우매한 서민들’ 이라고 그 예사롭지 않은 눈꼬리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게르니아가 손을 뻗자 마술사가 카드를 날리듯 공중으로 흩어졌다. 어느새 각자의 머리위에 종이가 두둥실 자리를 잡더니 스르륵 떨어진다. 내 머리 위에도 종이 한 장이 나풀거리며 내려왔다.

“이 인원 전부가 연회에 투입될 예정이며, 내일부터 당장 교육에 들어간다. 간단한 주의사항은 종이에 적혀있으니 참고하도록. 그리고 오늘은…”

게르니아가 손뼉을 치자 별관의 문이 쾅! 하고 열린다. 문 안으로 외투가 긴 검은 턱시도를 입은 사내들이 허리를 굽히며 게르니아에게 인사를 했다.

“움직여.”

말이 떨어지자, 그들이 계단 밑으로 내려와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일을 하고자 모인 젊은 남녀의 턱을 잡아 올리곤 휙 휙 돌려가며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다 판단이 된 자는 앞으로 끌고 나가 게르니아 앞에 서게 만들었다.

“뭐, 뭐야?”

다들 영문을 몰라 당황하여 우왕좌왕 하면서도 시종들이 하는 꼴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왜 끌려 나가는 거야?

앞에서부터 몰아 닥친 시종들 때문에 상황이 잘 보이지 않았다가, 내 근처로 다가 오자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했다. 얼굴 생김새가 좋은 이들만을 골라 앞으로 빼내고 있었다. 살집이 많은 자는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쳤다. 마치 질 좋은 물건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우리들 전부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덧 한 시종이 내 앞으로 다가 왔다. 기계적이고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려 내 턱을 쥔다. 아니, 쥐려 했다.

“으윽”

“손 대지마.”

머슨이 시종의 팔을 붙잡고 꺾어 내리고 있었다. 손아귀의 힘이 얼마나 센지 시종이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머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굴이 고통으로 뭉개진다.

“머, 머슨 놔! 놔!”

행여나 일이 커질까 그를 말렸다. 머슨이 그제서야 손을 풀어준다. 아마 퉁퉁 부어 며칠은 쓰기 힘들 지경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게르니아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선택 되어 앞으로 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 하느니라 바쁜 것 같았고, 팔이 꺾인 시종 또한 굳이 게르니아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마 게르니아는 시종 하나가 죽었다고 해도 눈하나 꿈쩍 하지 않을 사람 같았다. 시종 또한 그리 생각 하는지, 분을 내면서도 크게 일을 만들진 않는다. 시종이 머슨을 잠시 노려 보다가 그의 적안이 마주치자 금세 꼬리를 내렸다. 이때 다른 시종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머슨의 눈에 또 다시 불꽃이 튀었으나 이번엔 내가 그를 제지시켰다.

내 턱을 강하게 부여잡고 얼굴을 돌리더니 나를 끌고 나간다. 머슨이 따라 나서자 시종이 팔을 들어 잠시 막다가 그의 훤칠한 몸을 보고 다시 손을 내린다.

“얘는 뭐야?”

게르니아의 눈이 머슨을 향했다. 둘둘 감은 천 때문에 한 말이었을 거다.

“벗어”

“안돼요!”

잘생긴 외모가 들키게 되는 건 둘째고, 검은 머리칼은 되도록 들키지 않았으면 했다.

“안돼?”

게르니아가 안경을 쓰윽 올리며 물었다. 별 다른 행동이 아니었음에도 위압감이 느껴진다.

“이, 이가 있어요. 사정이 안 좋아서 며칠 씻지를 못 해가지구요. 일단 임시방편으로 가려는 놨는데... 만약 벗기신다면 시종장님도 금세 옮아 버리실 걸요.”

거짓말은 효과적이었다. 게르니아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 머슨과 멀어졌다.

“다음 번에 올 땐 깨끗한 모습으로 오도록. 천을 두르고 일을 할 수는 없으니.”

“네”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우리가 맨 마지막 즈음 서있었으니 사람을 가리는 작업은 얼마 기다리지 않아 끝이 났다. 이름을 명부에 옮겨 적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나간 사람들의 이름을 적는 명부와 남겨진 사람들의 명부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에리나 홀든’

‘머슨 홀든’

적어 내리자. 게르니아가 다시금 말을 걸어 온다.

“부부인가?”

“이제 3년차입니다.”

그녀가 피식 웃더니 출입문으로 턱짓을 해 보인다. 그 미소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진흙밭에 발을 담구고 있는 것처럼 불쾌했지만 애써 무시 한 채 머슨의 팔을 끌고 자리를 나왔다. 일정 시간이 되면 출입해도 좋다는 출입증을 받아 들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확인 못하고 올립니다.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독자님 : 에리나 눈치 채! 머슨이 트렌시아가 관광지인걸 어찌 알겠어8ㅅ8 아이고 답답아

작가 : 에리나...이 바보..멍튱이...8ㅅ8 독자님이 너였다면 단번에 알아채고 머슨한테 따져 물으셨을거야8ㅅ8

*독자님 : 등심 삼겹살 갈비 제공해드림미다, 우리집으로 오시죠?

작가 : (벌써 짐싸는 중) 어디로 가면 되죠?

*독자님 : 머슨 교태 더 볼순 없나여...?

작가 : 머슨 들었지? 분발하자?

*이 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황제에게 하사받은 영지 2.게르니아의 마법 3.외모지상주의 4.에리나의 가..스흐흡흐ㅡ그르흐그ㅡㅎ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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