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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42화 (42/170)

42편

<-- 8. 이건 잠입인가요? 취업인가요? -->

황제 '크리헬 베히단 테렌투스'는 테렌투스 역사상 길이 남을 성군으로 묘사되었었는데, 그 말이 사실임을 몸소 깨달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황제를 멀리서라도 보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사람들은 꽤나 깊은 감명을 받은 듯 쉽사리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설에 따르면 현 황제가 있는 시점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테렌투스는 귀족들이 감히 반란을 꾀 할 수 없을 정도로 왕권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기득권 세력이면서도 가장 높은 신분의 황제는 애민정신 까지 투철하여 백성들을 소홀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런 조합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하늘이 내려주신 황제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황제의 모습이 사라진지 한참이 되어서야 북적거렸던 광장에 여유가 생겼다.

“잘생겼지, 젊지, 능력있지…”

그럼에도 황제는 애첩은 물론 황후의 자리 또한 비어있었다. 자신의 딸을 그 자리위에 앉히기 위하여 이름있는 귀족 가문들은 밤 낮 할 것 없이 여식들을 황제에게 소개하기 바빴다. 그러나 소귀에 경 읽기라고 이미 세르데벨라에게 푹 빠져 있는 그에게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올 리가 있을까?

내 옆에 나란히 서있던 머슨이 긴 다리를 뻗어 성큼 몸을 움직이더니 내 앞에서 허리를 숙인 채 눈을 마주쳤다.

“황제?”

“응. 뭐랄까… 생긴거만 보자면 만인의 첫사랑 이미지랄까? 굳이 황제 아니 였어도 그 외모면 남자고 여자고 결혼 하자면서 줄을 설 사람들이 널렸을 것 같은데 무려 황제라니. 세상 참 불공평해 그치?”

“...”

“아, 그리고 불공평한 걸로 따지자면 너도 빠질 순 없을 것 같다.”

황제가 선이 곱고 부드러운 이목구비라면 머슨은 짙고 강렬했다. 눈매는 또 얼마나 깊은지 본인 스스로가 ‘바람이 시원하네’, ‘저 고양이 귀엽다’ 정도의 가벼운 생각으로 바라만 보아도 다른 사람들은 그 시선을 몹시 부담스러워 한다. ‘나한테 화났나?’ 내지는 ‘나한테 관심있나?’의 의미로 해석되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의 깊은 눈과 마주쳐 질 때면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그렇다. 머슨은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미간에 주름이 져있고, 동공은 크게 뜨여 있었다. 눈을 제외한 얼굴이 천으로 가려져 있어 그가 정확하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기 어려웠다.

“읍…”

순간 머슨이 턱 밑으로 천을 슬쩍 내리더니 입을 맞춰왔다.

뭐, 뭐야?! 사람들이 많이 빠져 나갔다고는 하나 그래도 세자인의 거리에 비하면 배는 북적거리는 광장이었다. 행여 누가 볼까 싶어 다급하게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야!”

“첫사랑? 황제가 마음에 들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너 빨리 천 올려.”

“내 얼굴은 어때? 에리나 취향이 아니야?”

내 바람과는 반대로 머슨이 천을 모조리 벗어내고 있었다.

“에리나 잘 봐. 내가 그 황제보다 별로야?”

히익! 검은 머리칼이 들어났다. 붉은 눈을 고혹적으로 뜨며 내 눈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춰 온다.

“내 얼굴이 이상하다면 바꿀게, 마법으로. 한 번도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에리나가 원한 다면 할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더 이상 잘생겨질 수가 없어. 미의 정점이라고.”

“...”

머슨의 입새로 하아- 하는 긴 한숨이 터졌다. 눈꼬리가 슬프게 내려가고 눈동자는 길을 잃어 허공을 맴돌았다.

“...그럼 난 안되는 건가. 에리나의 첫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거야?”

맙소사. 이상한 곳에서 질투를 느끼고 그토록 자신의 외모를 품평했던 것이다. 난 그의 볼을 양 손바닥으로 감싼 뒤 힘을 주어 눌렀다. 입술이 튀어 나오며 볼이 뭉개졌는데도 잘 생겼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황제가 내 첫사랑이래? 절대 아냐. 취향으로 따지자면 황제보다는 너라고 너. 머슨.”

황제가 들었다면 뒤로 넘어갔겠지? 이름도 모를 웬 여자애가 황제보단 네가 더 낫지~ 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니...

난 머슨을 달래며 그의 머리에 천을 감싸 올려주었다. 머슨은 거부하지 않고 내 손길을 따라 얌전히 머리를 내어주었다.

“그럼, 난 에리나의 첫사랑인가?”

첫 사랑? 할 말을 잃었다. 첫 사랑의 기준이 무엇일까? 나는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 본 일은 없었다. 연애경험도 몇 없을뿐더러 그때마다 가볍게 만나고 쿨하게 헤어짐을 반복 했으니... 굳이 머릿속에 뚜렷하게 각인된 구남친들도 없다. 첫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머슨이 첫사랑인가? 글쎄... 머슨을 상대로 ‘사랑’ 이라는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애초에 있었던가?

대답을 바라는 그의 눈빛이 간절해보였다. 잘 못 날을 세웠다가는 와장창 깨어져 버릴 유리같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했다. 정해진 답을 바라는 아이처럼 그는 대답이 흘러 나올 내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 첫 사랑이 되도록 노력해봐, 머슨.”

부정에 가까운 말이었으나 그를 내치는 강한 부정은 또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기도 했다.

“에리나의 모든 것을 온통 나로 가득 채울게”

아니, 그러라는 의미는 아닌데?

머슨은 다행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 천을 다시 메어주고는 우리는 원래의 목표를 상기시켜 아비츠 가문 백작의 마크가 새겨져 있는 마차를 찾기 시작했다. 같은 장소에서 수상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의심을 하기 마련이기에 장소를 옮겨 가면서 대기했으나 아비츠 가문의 문장은커녕 비슷한 것도 보질 못했다. 너무 막연한 방법이라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으니 힘이빠진다.

아무나 붙잡고 아비츠 가문이 어딥니까?! 라고 물어볼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누구신데 아비츠 백작가를 찾죠? 라고 질문이 되 돌아 온다면 할 말을 잃고, 그 자리를 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행색은 초라하고 신분을 증명할 것도 없는 우리에게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 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없었다.

“머슨, 다른 곳을 가보자.”

눈이 뻐근해 오기 시작했다. 이는 장소를 옮기라는 몸의 신호이기도 했다. 양 팔을 쫙 올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면서 머슨의 ‘그래’ 소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은 잠잠했다.

“피곤해?”

여전히 조용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조심스럽게 옆을 바라보았으나, 역시나... 그가 없었다.

“머슨?!”

시선을 몇 번 다른 곳에 두지도 않았는데 그의 모습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기껏 열심히 둘러주었던 천을 다 풀어 헤치고 얼굴을 당당하게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미쳤나봐!

단숨에 그에게 달려가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죄송합니다!”

일단 사과하고 보자! 머슨이 무슨 짓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지 못할 말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여성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였다.

“꼭 무사히 찾길 바랄게요.”

머슨과 대화를 나누던 여성은 얼굴이 발그레 해진 상태로 두 뺨엔 수줍음이 묻어있었다. 두 손을 가지런 하게 모으고 몸을 베베꼬며 머슨의 눈을 정확하게 쳐다보지 못하고 슬쩍 올려다 본다.

“알았다.”

“길 안내를 해드릴 수도 있는데요”

“그건 괜찮아”

이건 무슨 상황이지? 머슨의 옷을 놓으며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눌렀다. 그러자 머슨이 내 팔을 잡고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뭐야?”

“길을 물어봤어. 아비츠 백작 가문.”

“...그냥 알려줘?”

“길은 안 알려주고 누구냐고 계속 묻길래, 답답해서 천을 내렸더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걸”

나는 고개를 돌려 방금까지 머슨이과 이야기했던 여자를 바라보았다.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사랑에 빠진 눈을 하고선 머슨의 뒷모습을 끊임 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뜨거운 눈빛이 행여나 나에게 튈까 나는 재빨리 얼굴을 바로 하였다.

“잘했어 머슨”

얼굴은 이럴 때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는 좀 짧네여 ㅠ 여기서 끊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늘 컨디션이 좀 안좋습니다ㅠㅠ 그러나 독자님들의 코멘트를 보고 열심히 영차영차 올립니다 제 소설의 원동력! 사랑합니다

*독자님 : 황제이름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영 게임 펫 이름할래여〉〈

작가 : 크리헬입니다! 〉〈!

*독자님 :인기에 둔감한 에리나와 머슨의 질투가 보고싶어여〉〈!

작가 : 앞으로 줄기차게 나올 예정입니댜 휴휴흇

*독자님 : 마왕성감금코스를 달라!!!더불어 기억상실도 끼얹어쥬라!!!!!!!

작가 : (반응이 뜨겁다!) 부지런히 적어올리겠습니다!! 머슨이 열심히 분발하는걸로..!!

*외전은 이번주 금요일날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노블을 새로파서 무료로 보시는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보기 쉽게 이 곳에 이어서 하는게 나을지 고민이 되네여 ㅠ 어떤게 편하신가요?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원고료쿠폰 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쩡아s님 감사합니다!

*거듭 감기조심하세여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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