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편
<-- 7. 수도에는 미인이 많나요? -->
“응. 2년전에 입고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건데…”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 보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흔한 천 조각을 보는 듯 무심했다.
“가져갈까?”
망토로 쓴 다기 보다는 이불로나 쓰면 딱 일 것 같다. 푹신푹신 하고 폭도 넓으니, 어쩔수 없이 야외에서 잠을 잘 때 안성맞춤 인 듯 보였다.
머슨이 망토를 꺼내 들자 펄럭- 소리가 나며 위용 있게 그것이 펼쳐졌다.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자태로 머슨의 손 아래서 춤을 췄다. 망토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인생의 역작으로 만들고, 진귀한 재료를 전부 넣어 만든 망토가 있다 해도 이것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옷장에나 박혀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망토에 하나의 흠이 있었다. 바로 어깨죽지에 달려 있던 보석들 중 하나가 떼어진 것이었다.
아, 그래 2년 전에 내가 팔 수 있냐고 물어봤다가 돌멩이라는 판정을 받고 실망했던 그것이었다.
난 다시 씁쓸하게 혀를 찼다. 명색이 마왕인데, 가짜 보석을 메고 다니냐?
“돌멩이...”
진짜면 수도에서 돈 걱정은 안 할 텐데. 안타까움에 속삭이자 머슨이 나를 돌아보았다. 난 머슨을 보며 알 수 없는 측은함이 느껴졌다. 마왕성도 국고가 많이 모자라나 보구나.
“색은 예쁘니 공깃돌로 쓰면 좋겠다.”
“이걸?”
“응. 가짜야. 돌멩이야.”
아쉬움이 뚝 뚝 묻어나는 투로 이야기 하자 머슨이 또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큭큭 거리다가 이내 참기가 힘든 듯 소리 내어 웃었다. 왜이래? 내가 쳐다보자 그가 크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말에는 마저 터지지 못한 웃음이 어려있었다.
“그래, 에리나가 원하는 데로 쓰면 돼. 그게 돌멩이든 뭐든”
망토 까지 전부 넣은 뒤에야 짐 꾸리는 것을 마쳤다. 머슨의 일도 해결 되었으니 오늘 당장 떠나도 되었지만, 짐을 꾸리는 데에 시간이 생각 보다 많이 지체 되어 하룻밤 더 묵고 내일 일찍 떠나기로 했다. 막상 떠나려니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처음 봤을 땐 유령의 집처럼 으스스 하기만 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 세상 어느 곳 보다 여기 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가 없었다.
밤이 되어 감수성이 충만해져 집안 이곳 저곳을 눈에 담았다. 결국 늦게 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도록 떨림과 긴장 그리고 설렘 사이에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수도는 어떤 곳일까? 체닌은 무사히 데려 올 수 있을까? 머리가 어지러워 질 때 즈음 손을 붙잡아 오는 머슨이 느껴졌다. 그가 옆에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고민들이 바닷물에 쓸려 씻겨나간 듯 했다. 그의 온기를 느끼며 세자인 마을의 산 아래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나보다 먼저 눈을 뜬 머슨이 짐을 챙겼고, 난 먼 길을 떠날 준비로 온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언제 또 샤워를 할 수 있을지 모르니 평소보다 더 유난을 떨며 씻어내렸다. 마치 전쟁을 하고 나온 듯, 숨이 찬 모습으로 내가 나오자 머슨이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너 안씼어?”
‘탓’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머슨의 모습이 말끔하게 변했다. 젠장. 나도 저렇게 씻겨달라고 할 걸. 아침부터 괜히 에너지만 쏟았다.
음식과 여벌의 옷 등 큰 짐은 머슨이 챙겨 들었고 나는 이가 나간 단검과 약초 주머니를 메었다. 짐의 무게가 너무 편향된 것 같지 않느냐고?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 한다. 그런데 고집이란 고집은 전부 부려 자신이 들겠다고 우겨대는 머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 약초 주머니랑 단검도 들겠다는 걸 겨우 뺏어냈다. 사람이 양심이 있지. 난 사디스트 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집 밖으로 나오자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난 가장 먼저 보이는 레테 할머니한테 달려가 응석을 부렸다.
“하이고, 젊은 새댁 그라믄 맘 약해져서 가지 말라고 붙잡응게 그만둬어”
아쟈 아주머니가 눈물을 찍으며 이야기했다. 질세라 폴 아저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인자 장작은 누가 패서 준당가, 겨울이 오기 전에 꼭 와야혀”
따뜻하게 한 마디씩 건내주는 말들이 가슴 속에 콕콕 박히었다. 고령화된 세자인에서 유일하게 젊은 층인(머슨은 외향이 젊으니) 우리를 친자식처럼 예뻐해주고 아껴주었던 온정이 생각나 코끝이 찡해졌다. 영영 떠나는 게 아닌데, 어차피 내가 다시 돌아올 곳은 여기 밖에 없는데… 2년 만의 헤어짐이 이렇게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란 것은 짐작도 못했다.
내가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있자 머슨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눈물을 참으려 입술에 힘을 주고 있다가 머슨과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눈물을 터뜨렸다.
내가 울자 어떠한 신호라도 된 듯 여기 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 무사히 다녀와야혀, 우리 땀시 고생이 많네”
“네, 흐읍, 꼭 다시 올게요. 체닌도 데리고 올게여. 으아앙-”
아쟈 아주머니가 날 안고서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분위기도 못맞추고 빳빳하게 등을 곧추세우고 있는 머슨의 머리를 누르며 다시 인사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산을 오르며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손톱 만 해질 때 까지도 우리집 앞에 옹기종기 모인 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난 멀리서 크게 손을 흔들었다. 보일리 없었겠지만 저 멀리서도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았다. 난 흘러내리려는 콧물을 들이마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찍 돌아 오자 머슨”
“그래”
마차도 없이 산을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었다.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오고 벌써부터 발이 부르텄다. 나와는 달리 짐까지 등에 메고 있으면서도 유유자적 잘만 걷는 머슨이 신기했다.
“에리나 아파?”
“참을만해”
거짓말이다. 발에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강줄기라도 만나 시원한 물에 두 발을 담그고 싶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동행했다면 잠시 쉬어가자고 제안이라도 할 텐데 마왕이랑 같이 다니려니 선뜻 그런 말도 못하겠다. 책도 너무하지. 기왕 빨려 들어온 거 조금의 능력정도는 줄 수 있었잖아? 예를 들면 똥을 쌌는데 금이 나온다던지. 이건 아닌가? 여튼 뭐든지 말이야.
쉬지 않고 내내 걸어온 탓에 초점을 잃고 기계처럼 걷고 있었다.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발이 시키는데로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몸이 기울더니 붕 떠올랐다.
“이렇게 가자.”
“어?”
머슨이 내 다리와 등을 바치고 걷는 것이었다. 일명 공주님안기.
“야, 불편해 내려줘.”
“그럼 어떻게 안아줄까?”
“그게 아니라, 마음이 불편 하다고”
“재워줄까?”
“그건 더 싫어!”
남은 힘들게 짐이며 사람이며 다 들쳐 엎고 걷고 있는데 나는 속편하게 잠이나 자라고? 맙소사. 잠깐 이면 몰라도 목적지는 이름하야 수도 트렌시아 였다. 꼬박 닷새가 걸리는 거리를 태평하게 잠이나 자면서 의지하고 갈 순 없었다. 머슨은 내가 멈추라 말 하지 않으면 멈추지도 않고 무작정 닷새동안 쉬지도 않고 트렌시아로 갈 것만 같은 기세였다.
“내려줘”
“에리나. 무리해서 걷다가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거야.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그러면 시간이 더 지체될 거라고 보는데. 맞지?”
반박할 수 없었다. 이리가나 저리가나 짐이었다. 게다가 내가 계속해서 걷는 쪽은 더 큰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뜻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머슨이 말을 이었다.
“난 힘이 있고, 에리나는 계획이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
“...계획 같은거 쥐뿔없어.”
“에리나가 하겠다고 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가 계획이야.”
“무슨 말이 그래?”
“나한텐 그래. 내가 에리나의 계획이 되어줄게.”
머슨과 종일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해가 저물었다. 난 머슨에게 여전히 안겨있는 상태였고 머슨은 힘든 기색은커녕 나랑 같이 걸었을 때 보다 오히려 속도를 빨리 하여 걸었다. 두 사람 분의 짐까지 들고, 내가 힘들어 하니 드라마 속에서나 보았던 공주님 안기로 날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니 머슨은 마치 나의…
“머슴같아.”
“불렀어?”
“머, 멋있는거 같아! 천하장사 머슨!”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불안하게도 비가 내리려는 건지 구름이 몰려와 달빛마저 가려버렸다.
“머슨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날 밝으면 출발 하자.”
텐트는 기대 할 수도 없고 침낭 비슷한 것도 없었다. 믿을 만한건 마왕의망토 였다. 쫙 펴서 깔아 놓으니 성인 두명 이 누울 정도로 넓어 졌다. 다행이 여름밤이라 춥지는 않았지만 벌레들의 공격은 피할 수 없어보였다.
“오늘 피 엄청 뽑겠네”
‘탓’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머슨이 손가락을 튕겼다. 주위로 푸른 빛을 띄는 반원의 막이 쳐졌다. 옅은 빛 덕분에 온통 어둠 투성이었던 주위가 밝아졌다. 이름 모를 벌레 하나가 풀쩍 풀쩍 뛰어 오다가 막에 부딪혀 길을 돌아간다
“...마력 괜찮아?”
“힘들어”
역시나. 하루종일 육체노동도 했는데 마력까지 쓰고 있으려면 당연히 힘들 수 밖에.
“이거 마법 취소하자.”
머슨의 눈이 풀어진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에리나가 채워 주면 돼”
“...어떻게?”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야릇하게 물들어간 분위기에 당황하여 내뱉어진 말이었다. 머슨이 손가락을 한번 더 튕기자 몸이 개운해졌다. 꾸덕하게 달라 붙어 있었던 땀의 흔적들도 말끔하게 지워져 상쾌함을 남겼다. 씻긴 거구나.
그가 어깨를 눌러오자 자연스럽게 내 엉덩이가 바닥에 깔린 망토 위로 닿았다. 머슨이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신발을 벗겼다. 부어오른 발을 머슨이 마사지 해주기 시작했다. 전에 뮐 초를 따러 갔다가 발이 부었을 때처럼 머슨이 능숙하게 발을 주물렀다.
“이제 괜찮아”
씻었다고는 해도 그것이 마법이라, 발을 내어준다는게 민망했다. 머슨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려 발을 끌어 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이래야 내일 괜찮아져”
내 발을 정성스럽게 받아들며 주무르던 그의 손이 종아리로 올라 왔다. 아프지 않게 주무르다가 이내 허벅지까지 타고 올라간다. 손가락 끝이 허벅지 안쪽의 여린살을 스치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파?”
“흣...아니”
원피스 아래가 걷어 올라가고 앉은 상태로 다리를 벌린 채 머슨이 그 사이에 앉아 손을 움직였다. 내가 느끼기에도 자세가 너무 야해 다리를 오므리려는데, 머슨이 허벅지 안쪽을 꾸욱 눌렀다.
“흐으읏…”
일부러 저러나 싶어 쏘아보았지만 머슨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괜히 나 혼자만 이상한 것 같아 신음을 참으려 애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머슨의 손가락이 노골적으로 더 깊은 곳으로 들어 왔다.
“하윽… 그만, 여긴 그만 해도 돼”
기다란 손가락 하나가 음순을 뚫고 그 안을 쓸기 시작했다. 뻑뻑하던 손가락 사이로 액이 흘러나와 부드럽게 미끌어진다.
“그만…!”
음핵을 빠르게 문지르는 손길에 엉덩이 뒤에 놓여져 있던 팔이 움직여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 아파?”
앓는 소리를 내자 그가 짓궂게 물어온다. 난 고개를 도리질 치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쑤욱 밀려들어왔다. 젖은 내벽이 손가락을 감싸듯이 그것 하나로도 꽉 차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안을 헤집던 것이 빠르게 움직였다. 질척 질척 하는 소리가 내 신음과 맞물려 울렸다.
“아… 아… 흐앙”
머슨의 어깨를 잡고 쾌감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옆으로 그의 숨결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나지막하게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핥아 줄까?”
고개를 들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여전히 손가락은 내부를 빠르게 왕복하고 있었다. 머슨의 팔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 그의 얼굴을 마주보기가 부끄러워졌다.
“아니면, 에리나가 핥아 줄래?”
음핵과 질 안을 휘젓던 손이 쑤욱 빠지고 그가 바지를 벗어 던졌다. 이미 잔뜩 솟아있는 페니스를 쓰다듬으며 나에게 물어왔다.
“어떻게 할래?”
========== 작품 후기 ==========
*어떻게 하긴. 둘 다 하면 되지^^
*독자님 : 머슨이 제 심장을 저격하고있어여8ㅅ8!!!
작가 : 독자님이 누군가의 심장을 저격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사망)
*독자님 : 머슨 다 가졌네, 이제 나만 가지면 되네
작가 : (큰일이다. 머슨에게 독자님을 빼앗기게 생겼다.) (독자님께 치명파워 미소를 날려본다) 싱긋
*독자님 : 칼..머시기? 보다 머슨 이라는 이름이 더 입에 잘 붙어요!
마왕 : 케.일.하.르.츠.
작가 : 응 머슨
*선작,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
*드디어 수도로 떠납니당 시골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