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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33화 (33/170)

33편

<-- 6. 거짓말쟁이 -->

〈에리나 기절 까지 한 시간전〉

"마왕님을 모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습니다!"

레이넌의 유난스러움에 마왕성의 일과는 평소보다 일찍 시작 되었다. 먼지 한 톨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대청소는 물론이며, 마왕성 길목 마다 마력을 증폭시켜주는 네플레로꽃을 가져다 놓았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마왕의 마력을 걱정해서였다. 길가에 보는 흔한 들꽃 처럼 마왕성은 네플레로 꽃으로 뒤덮였다. 꽃 한송이가 집 한채 값이랑 맞먹는 가격 탓에 마왕성 재정에 뜻하지 않은 구멍이 나버렸다. 웅장한 악사의 연주와 더불어 수 십명의 무용수들이 마왕성 입구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었다. 마왕성의 주방 또한 평소의 세배 가량 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 내느니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어느 연회보다도 성대한 마왕 맞이가 준비되었다.

레이넌은 모든 점검을 끝낸 후에야 피에르와 함께 세자인으로 출발했다. 왕좌에 앉아 칠흑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피보다 붉은 적안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세상위에 군림하는 마왕을 상상하자 레이넌은 전신에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피에르는 어딘가 모르게 긴장되어 보였다. 아마, 그 인간 계집을 마왕 몰래 처리 하는 일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듯 했다.

레이넌도 피에르가 부디 성공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존경받아 마땅해야 할 마왕이 한낱 계집에게 연연 하여 마왕성으로 쉽사리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더러, 만약 각인의 증표를 흡수 했다면 그 연결 고리를 끊는 방법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냥 죽어주면 귀찮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이다.

둘의 플랜은 간단했다. 레이넌이 마왕을 마왕성으로 이동 시킨 후 피에르가 남겨진 인간 계집을 처리한다. 이 플랜이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마왕이 자리를 비워야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풀린다 싶으면 피에르가 계집을 꼬드겨 잠시 빼낸 뒤 처리 하는 것으로 둘은 합의를 보았다.

'쾅!'

레이넌의 코 앞에서 문이 거칠게 닫혔다. 문전박대. 레이넌은 포기 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며 마왕을 애타게 불렀다. 자신의 부름에 응답 한건지 문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마왕이 아니라 계집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돌아가라"

"가셔야 합니다! 안 가시겠다면 억지로라도..."

"억지?"

딸꾹. 한 마디만 더 나불거렸다간 심장이 꿰뚫릴 것 같았다. 식은땀만 삐질 흘리고 있는데 계집이 주제넘게 입을 열었다.

"몇 분만 시간을 주세요. 제가 타일러볼게요."

뭐, 누구를 타일러? 보호자라도 된 듯이, 마왕이 자신의 소유물인 듯이 말하는 인간이 가소로우면서도 속에서 열이 끓었다. 피에르도 같은 감정이었는지, 아니 레이넌 보다 더한 분노가 차올랐는지 미처 다스리지 못한 살기가 공기를 찔렀다. 인간계집이 몸을 떠는 것이 느껴진다. 고작 이정도의 살기로 지레 겁을 먹으면서 누굴 타이른단 말인가? 계집이 피에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그리고 검붉게 내려앉은 적안이 지그시 피에르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먹잇감을 눈 앞에 두고 몸을 숨기는 짐승 처럼 고요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발톱이 몸을 갈기갈기 찢겨 놓을 정도로 날카롭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레이넌이 황급히 피에르를 말리려는 찰나에 문이 또 닫혔다.

"이봐, 피에르 어린애 처럼 감정 하나 못 숨길 거면 이 자리에 나타나질 말았어야지!"

"겁만 줬을 뿐이예요"

"겁? 니가 내뱉는 호흡 하나에도 살기가 가득이야."

"계집도 확실히 느꼈겠군요"

"마왕님도 느끼셨을지 모르지!"

피에르가 보라색 머리칼을 쑤욱 넘기며 짙은 숨을 내뱉었다. 잠시 머리가 어지러운 듯 보였다. 비단 화를 참아 내리느라 그런 것이었다.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겁니다."

"네놈이 나보다 흥분하는 꼴은 오랜만이군"

"감히 저를 우유부단 팔불출 변태 레이넌님과 비교하지 말아주시죠"

레이넌의 한쪽 볼이 씰룩 거렸다.

"은근슬쩍 상사 욕한다?"

"설마요. 대놓고겠죠"

레이넌의 이마에 힘줄이 툭 튀어나오고 무어라 큰소리를 칠 때 즈음 다시 문이 열렸다. 레이넌은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키었다.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을 것 같던 마왕이 놀랍게도 레이넌을 향해서 터벅 걸어왔다. 레이넌은 피에르로 인해 상했던 감정이 눈녹듯 사라지고 환희가 차올랐다.

"드디어 가시는 건가요?"

"그래"

마왕의 입에서 그토록 기다렸던 대답이 나오자 레이넌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피어 올랐다. 힐끗 피에르를 바라보니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 같은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그를 감싸던 분노가 이성을 찾아 몸을 숨긴 것이 느껴졌다.

레이넌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 인간계집이 마왕을 설득한 것일 까? 무섭도록 단호하게 가지 않겠다고 얘기했던 그가 왜 마음이 바뀌었을까? 혹시나 하고 마왕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그 의중을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레이넌은 일단 의문을 접어두기로 했다. 우선 다른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끼어들기 전에 마왕을 빨리 마왕성으로 데려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레이넌이 주문을 외자 빛무리가 몸을 감싸고 공간이 이동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우렁찬 나팔소리와 함께 마왕님을 위한 악사들의 연주가 울려 퍼질 것이다.

"..."

한참을 기다려도 나팔소리는 커녕 휘파람 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왕성 입구에 줄을 세워놓은 마족들의 박수갈채도 없었다. 슬며시 눈을 뜨니 여전히 세자인이다.

"어, 어떻게 된거지?"

방금 전엔 산 아래 마왕이 살고 있는 집 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그곳을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너머로 혼자 남은 인간 계집이 보인다. 레이넌의 눈이 어리둥절 돌아갔다.

마왕이 바로 자신의 옆에 서서는 세상 슬픈 눈으로 인간 계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님?"

불러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온통 인간계집에게 정신이 쏠려있었다. 인간 계집이 오도카니 그 자리에 서있다가 손으로 눈을 비벼댄다. 울고 있는지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 레이넌이 마왕을 보고는 뒤로 넘어가 혼절 할 뻔했다. 마왕의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맙소사"

우수에 차 젖은 눈을 빛내며 인간 계집을 바라보는 마왕의 모습은 레이넌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왕을 옆에서 보좌한 2천년의 세월 동안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긴 세월을 산 시간만큼 여러 궂은일들이 마왕성에도 지나갔었다. 믿었던 부하에게 배신 당하고, 천족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마족이 목숨을 잃었을때도 그는 과묵한 분노로서 자신의 슬픔을 표출했다. 물론 슬픔의 대가는 그들의 목숨이었다. 이처럼 눈물을 보이며 슬퍼 했던 적은 단연코 없었다는 이야기다. 레이넌은 정신이 아짤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마를 짚었다.

한참을 서있던 인간계집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 위에 피에르가 다시 모습을 들어냈다.

'큰일이다!'

레이넌의 머릿속에서 위험 신호가 울렸다. 애초에 저 인간계집은 건드려선 안 될 존재였던 것이다. 마왕이 그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의 폭이 얼마나 깊은지 이제서야 뼈저리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피에르를 말리려 크게 소리 쳤으나 목소리가 제대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레이넌 크슈 프라브레히"

어둠 보다 짙게 깔린 낮은 목소리가 전신을 관통했다. 레이넌은 두 무릎을 꿇고 그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마왕 케일하르츠는 방금 전 감성이 들어찬 인간적인 모습이 사라진 채로 본연의 모습으로 그 앞에 군림했다.

'기억이 사라지신게 아니셨어.'

고위 마족이 시전하는 텔로포트 좌표를 중간에 바꿔 버리는 일은 마왕 말고는 불가능 했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강한 마력은 레이넌이 전에 기억하던 대로 그 양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마왕의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네 놈들의 같잖은 수를 내가 읽지 못 할거라 생각했나?"

마왕의 물음에도 레이넌은 불충하게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봉인 되여 한 마디도 흘러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에르는 전에도 세르데벨라 성녀를 못마땅해 했지."

"..."

"그땐 모르는 척 넘겼지만, 이번엔 투기의 상대를 잘못 골랐어. 주제도 모르고"

========== 작품 후기 ==========

*급하게 올리느니라 ㅠㅠ 확인 못하고 올립니다! 오후에 수정할게요 ㅠㅠ

*독자님 : 이용권만료예요 ㅠㅠㅠㅠ 나중에 또 올게여 ㅠㅠ

작가 : 독자님 오실때 까지 부지런히 내용을 채워놓겠습니다〉〈

*독자님 : 머슨은 제꺼 할 수 없으니 작가님 제꺼하시져

작가 : 혹시 밴드세요? 마이허즈밴드

*독자님 : 머슨 가긴 갔나요?ㅋㅋㅋㅋ

작가 : 보시다시피 ㅎㅎ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후원쿠폰 주신 암흑속에사는뱀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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