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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30화 (30/170)

30편

<-- 5. 우리 그냥 행복하면 안될까요? -2 -->

“막말로다가 체닌 고것이, 촌장님이 찾아가서 집에 가자 허면 갈 애여유?!”

보다 못한 아쟈 아주머니가 촌장님을 향해 큰소리를 내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촌장님 입장에서는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가만히 기다려야겄는가? 땅을 다 줘뿔고 나믄 그때 우리 아는 우째 되겄어!”

세자인의 영지를 완벽히 백작의 것으로 만들게 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둘 사이의 자식에게 물려주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 까지 백작이 관리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영지의 소유자가 더 이상 영지를 관리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배우자 에게 귀속되게 하는 것이다. 즉, 체닌의 죽음을 뜻한다.

아쟈 아주머니가 배 속 깊은 곳 에서부터 착잡한 한숨을 뱉었다. 촌장님의 주름이 배는 깊어진 것 같다.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면 촌장님은 오로지 체닌을 위해서 영지도, 마을사람들의 안정도 포기한 셈이었다. 그런데 그 끝이 체닌의 죽음일지도 모른다니… 비극의 연속이었다.

촌장님이 문서를 들어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치워버렸다. 지금 이 위기를 타개 할 만 한 마땅한 돌파구가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체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어렸을 적부터 지내온 마을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내 쫓아버릴 정도로 야망을 가지고 있는 애인데, 촌장님을 이유로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것은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백작이 널 죽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해주는 방법은 어떨까? 헛소리 집어 치우라며 손톱이나 세우지 않으면 다행이다.

으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아파온다. 체닌만 마을에 돌아와 주면 영지를 빼앗길 걱정도 없고 체닌의 목숨 또한 안전할 텐데.

“에리나?”

머슨이 나를 불렀다.

“어?”

그가 팔을 들어올렸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힘주어 꼬옥 붙잡고 있었다. 맞닿은 손에서 떨림이 느껴진다. 머슨의 것이 아니었다. 나로부터 시작된 떨림이었다. 걱정에 걱정을 더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자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내 몸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머슨의 손을 놓지 않으며.

“제가 체닌을 데려 오죠”

“젊은 새댁이?”

나, 뭐라는 거야? 내가 얘기 하자 마자 촌장님이 내 앞으로 몸을 숙이며 눈을 반짝였다.

“차, 참말이여? 무신 수로 데려온당가?”

치밀한 계획 같은 거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체닌이 모든 걸 내려놓고 시골로 돌아 오진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납치죠. 납치”

“납치?!”

“체닌을 만나서 대화를 먼저 해보고, 통하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와야죠. 당장 죽을 판인데 권력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안 그래요?”

결국 저질러버렸다. 나는 내내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자인에 가만히 앉아있는다고 해서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발버둥이라도 쳐봐야지.

“아이고, 젊은 새댁 혼자 위험 한디”

“나도 같이…”

“아니, 나 혼자 가”

머슨이 따라 일어서려는 것을 말로 막았다. 넌, 마왕성에 가야지. 머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납득 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안 돼. 에리나 혼자 못 보내”

“나 애 아니야.”

“그래도 안 돼”

“나한테 안 된다고 할 권리 없어. 내 행동은 내가 결정해”

“에리나”

다른 사람이 들을까 난 머슨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너는... 이제 돌아가야지”

나는 뒷 말이 따라 붙을까 재빨리 이어 이야기 했다.

“아비츠 백작가로 직접 들어가는 짓은 안 해요. 편지를 보내 수도에서 약속을 잡은 뒤 설득을 해볼게요. 뭐, 호위 기사는 붙어 있지 않을 것 같으니 여차 하면 강제로 끌고 오죠.”

“뭐든, 우리 체닌만 무사히 오믄 된겨”

촌장님이 나에게 작은 희망을 걸었다. 꼭 꼭 부탁 한다며 몇 번이고 반복했다. 아쟈 아주머니는 내가 걱정되는지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팔짱을 끼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 촌장님이 허리까지 숙여가며 애원하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위험하다 시프믄, 바로 도망오는 거여 알겄제?”

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 대답했다.

체닌에 관한 문제는 내가 총대를 메어 일단락되었다. 촌장님은 마을 사람들의 집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기점으로 영지를 반으로 나누었다. 그 곳에는 평생을 관리한 농지가 있었고, 폴 아저씨의 과수원도 있었다. 곧 들이닥칠 아비츠 백작가의 사람들에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촌장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일의 전말을 전부 설명해 주었다. 폴 아저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우리는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라는 마족들은 안 오고, 백작가가 엿을 먹이러 오다니”

의자를 끌고 와 창문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앉았다. 내일 하루 만 더 마족들을 기다려 보고 수도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백작가의 사병들이 마을을 장악하기 전에 서둘러 체닌을 데리고 오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그나저나…”

머슨이 조용하다. 등 뒤로 따끔따끔 시선이 느껴졌다. 나 혼자 간다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저러는 것이었다. 마냥 달래줄 수만은 없어 일부러 무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불편해.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뻐근하게 아파 올 때까지. 총 총 별이 빛을 내고 마을 위로는 청량한 여름달이 길을 비추었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쨍그랑!’

“깜짝아!”

감상에 젖고 있었는데 산통 다 깨졌다. 등 뒤에서 유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자 바닥에 접시 하나가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깨진 접시 뒤로 머슨이 나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신경전이었다.

치우려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어리광은 이제 끝. 넌 마왕성으로 가야 되고 난 수도로 가야 돼. 절대 받아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이번엔 나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슬쩍 옆을 보니 머슨이 포크로 문을 긁어 내고 있었다. 문 정 가운데에 나무 껍질이 벗겨져 네 개의 선이 보기 싫게 생겨버렸다.

저게 진짜…

버럭 화를 내려다가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 내렸다. 어디 해보자 이거지?

휙 휙 옷가지와 이불이 휘날린다. 머슨이 마력으로 온 집안의 물건을 공중에 붕붕 띄워 놓기 시작했다. 애써 무시하며 침대로 걸어가 누웠다.

“으어?!”

침대가 두둥실 떠올랐다. 머슨은 현관 문 앞에서 무릎을 모으고 쪼그려 앉은 상태로 검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침대 위에서 노려보자 머슨이 검지를 밑으로 향하게 했다. 점차 침대가 아래로 떨어져 제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다른 물건들은 여전히 공중에 떠올라있는 상태다.

‘덜컥! 덜컥!’

옷장 문이 빠르게 여닫히고 식기들도 떠올랐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 이였다.

“맙소사”

아이고 두야. 이마를 짚었다. 난 쿵쿵 발걸음 소리를 내며 머슨 앞에 섰다. 그가 날 올려다 보았다.

“...”

적안에 물기가 차올라 있었다. 마음이 찌릿 하고 아파와 그의 머리를 안아 줄 뻔 한 것을 겨우 참았다. 난 크게 호흡을 먹고 강하게 이야기 했다.

“당장 멈춰”

‘우당탕!’

공중에 떠올랐던 것들이 중력을 찾아 무질서 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식의 항의는 나한테 통하지 않아.”

“같이 가”

“말했잖아.”

널 마왕성으로 보낸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도 아주 대단한 결심이거든?

머슨과 세르데벨라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갈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소설책에 나온 시간대를 기억해 보자면 헤일던 대학살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둘은 재회한다. 그리고 지금은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 날을 위해서 세자인에서 2년을 넘게 시간을 보냈는데,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유일한 희망을 놓쳐버릴수도 있는 건데… 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도 난 널 마왕성으로 보내주겠다고 하는 거잖아.

머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 높이가 훌쩍 높아졌다. 그가 내 옷깃을 잡고 엄지로 천천히 쓸었다.

“나도 말했어. 소멸 되지 않는다고.”

“넌 몰라”

“모르는 건 에리나야”

한 발자국. 머슨이 움직였다.

“어떻게 하면 믿겠어? 내가 소멸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

그가 허리를 숙여 키스 할 듯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나 입술이 닿지는 않았다. 코가 스치고 뜨거운 호흡이 입술위로 퍼부어 진다. 잠시 머물던 그가 입을 열었다.

“신의 목을 따오면 되는 건가?”

========== 작품 후기 ==========

*독자님 : 야한거...좋고 백작땜시 빡치지만 씬을 다시 읽고 히죽였습니다....〈 미국 상황땜시 멘탈 박살 나던게 좀 나아졌습니다(*´ω`*)

작가 : (기사보고 사망) (코멘트 읽고 부활)

*독자님 : 회사에서 몰래 읽다가 혼자 얼굴 빨개졌어영〉〈

작가 : 저도 기차에서 몰래 씬쓰다가 포기했던 것이 생각나네요ㅋㅋㅋ

*선작,추천,코멘트 감사합니다!!!

*머슨 진정해 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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