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편
<-- 5. 우리 그냥 행복하면 안될까요? -2 -->
*
꿈을 꿨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지평선 너머가 보였다. 난 그 가운데에 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두 다리를 뻗고 작은 쪽배 위에 몸을 뉘였다. 바다의 광활함에 비하면 금방 집어 삼켜질 정도로 조그마한 배였으나, 물결이 잔잔하여 두렵지 않았다. 아니, 내 옆에 앉아 천천히 노를 젓고 있는 머슨이 있어 든든했던 것 같다. 비록 꿈이 었지만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적당히 빛을 내어주는 태양과, 한풀 고집이 꺾인 옅은 바람 그리고 머슨이 노를 저을 때 마다 들리는 물소리. 난 지그시 눈을 감고 이 편안함을 즐겼다.
‘에리나, 이것 봐봐’
머슨이 내 목 아래에 손을 넣어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뭐?’
벽 하나 보이지 않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였으나 목소리가 왕왕 울리는 것 같았다.
‘여기.’
머슨이 푸르게 웃으며 눈 짓으로 배 아래를 가리켰다. 난 쪽배에 손을 짚어 물을 내려다 보았다.
물 위로 낯익은 얼굴이 비추었다. 이 세계에선 볼 수 없었던 머슨과 같은 흑발… 아니, 조금 더 옅다. 그리고 검은색 눈동자. 꿈 속에서의 난 에리나 홀든이 아니였다.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물을 헤집었다. 잠시 일렁이다가 다시 내 얼굴을 비추어낸다. 내 가 뺨을 만지면 물 속의 나도 뺨을 만지고 웃으면 따라 웃는다. 그래, 나다. 완벽한 나.
그런데 머슨한테 이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 가? 쿵- 심장에 무거운 추가 달려 바닥 끝까지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저… 머슨,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고개를 드는데 머슨의 모습이 미묘하게 변했다. 냉소적이고 잔인한 미소가 그에게서 피어 오른다.
‘...케일하르츠’
본능이 알려 주었다. 그는 머슨이 아닌 마왕 케일하르츠 임을. 오싹-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하늘을 머금던 바다가 거세게 일렁이더니 검게 변했다.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 하늘은 잿빛 먹구름을 잔뜩 몰고 왔다. 난 어느새 쪽배의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걸치고 있었다. 케일하르츠의 얼굴에는 예의 그 다정함이 사라졌다. 2년 전에 처음 본 그날처럼, 수 백 명의 목숨을 가차 없이 끊어 버리던 끔찍한 모습이 지금과 겹쳐온다.
‘오지마…’
‘어째서?’
마왕이 묻는다.
‘두려우니까.’
‘무엇이?’
콰강- 천둥이 쳤다. 쪽배는 검은 물결을 타고 크게 휘청거렸다. 나는 물에 빠지지 않으려 손에 힘을 주었다.
난, 무엇이 두려운 거지? 죽음이? 분명 이것이 가장 큰 두려움일 줄 알았는데 이보다 더 한 두려움이 심장을 울린다.
‘내가 널 속인 것.’
‘그리고?’
케일하르츠는 현인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잘 벌어지지 않는 입 때문에 턱에 힘을 주어 얘기했다.
‘...실은 너와 나의 거리가… 차원을 뛰어 넘을 만큼 멀다는 것이’
넌 마왕이면서 책 속에 살고 있고, 난 평범한 인간이면서 그 책을 보는 독자 이다. 이것이 진실이지만 ‘머슨’과 같이 지내는 2년 동안 난 이것을 잠시 잊었었다. 그가 머슨이 아닌 케일하르츠고, 마왕성으로 돌아간 다는 것만 생각해도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차원을 넘는 이별은 또 얼마만큼의 고통을 가져올까?
‘잘 들었어.’
적안이 날 응시했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잠시 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순간 케일하르츠가 머슨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가 팔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마주 대는 순간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탓!’
눈을 질끈 감았다. 온 몸에서 피가 솟구칠 줄 알았는데, 바다가 하늘로 치솟았다. 잠시 하늘에 머무는가 싶을 정도로 오래 치솟았다가 그대로 배 위로 떨어졌다. 나는 정신없이 검은 물 사이에서 헤엄쳤다. 수영 못하는데... 검은 물 안에 홀로 남겨져 있자 두려움, 공포가 밀려왔다.
아득 하게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명 조차 지르지도 못하고.
“허억!”
건져 올려진 듯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 땀으로 등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갓 깨어났음에도 두 눈이 또렷하게 떠졌다. 공포가 실제가 아니었음을 깨닫자 안도가 찾아왔다.
“에리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이불을 밀어내고 머슨이 두 눈을 비볐다. 그런데 내 입에선 의지와 다르게 다른 이름이 튀어 나왔다.
“...케일하르츠.”
헙!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머슨의 나른한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입을 막고 있는 내 손등위로 그가 입을 맞췄다.
“해가 중천이야”
타액으로 반짝 거리는 붉은 혀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훑었다.
못 들었나? 그의 눈치를 보았다. 여전히 눈동자는 잠에 취해 나른하기만 하다.
이내 검지의 여린 살이 머슨의 이에 살짝 깨물렸다.
“배고파”
못 들었네.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마족들을 기다렸다. 머슨은 여전히 안 간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인 소멸 만은 막고싶었기에 난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마왕성으로 보낼 작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꽤 지났음 에도 마족들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어제는 동트면 바로 데리러 올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
“나랑 그렇게 헤어지고 싶어?”
머슨이 시무룩해 져선 물어온다.
“헤어지기 싫어서 가라는 거야”
“소멸 안 당한다니까?”
“만에 하나라는게 있잖아”
“억에 하나라도 그럴 일은 없어”
어쭈, 말하는 게 좀 늘었다? 자신감에 차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머슨을 보면 그 말이 거짓이라도 믿고 싶어진다.
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머슨과 나는 과거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물어 보지 않으니 대답하지 않았고, 굳이 나도 먼저 머슨에게 꺼내지 않았다.
네가 마왕이였는데 날 죽이려해서 내가 니 낭심을 걷어 찼어!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마력은 점점 차오르는 것 같은데 기억이 돌아오질 않으니 슬슬 걱정이 되긴 한다. 머슴 생활이 너무 잘 맞아 마왕 따위 때려 치우고 농사꾼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고민 할 것도 없이 소멸이지. 으악! 안 돼!
“머슨, 정말 기억 나는 게 하나도 없어?”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잠시 눈알을 굴려 열심히 생각해 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더니 내 허리를 번쩍 들어 쇼파에 앉아있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응?”
“기억 나”
“뭐, 뭐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심이 되는 이 복잡한 기분. 이때 머슨의 손가락이 느릿 하게 배 아래를 쓸더니 그 자리에 머물렀다.
“에리나의 여기에 들어가던 느낌”
“...”
“아주 생생해”
뭐, 뭐라는거야?! 온 몸에 확 열이 올랐다. 부끄러움에 그의 품에서 벗어 나려 무릎에 힘을 주었지만 머슨이 허리를 바짝 끌어 당겨 안았다. 그가 내 목에 코를 파묻었다.
“하고 싶어”
“으읏”
맙소사. 머슨에게 당겨진 배 위로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 어제 밤 내 몸을 드나들며 신음을 흘리게 하던 바로 그것이.
머슨이 어깨를 떼어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어느새 눈가가 열망으로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해야겠어.”
“자… 잠깐, 이렇게 갑자……흐앗!”
머슨이 옷 위로 가슴을 쥐었다. 다급하게 입을 맞춰 왔다. 내가 입을 벌려주지 않자 가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앗…”
고통에 소리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혀가 밀고 들어간다. 이 갑자기 무슨 전개야?!그에게서 벗어 나려 몸을 마구 움직였다. 갑자기 머슨의 입에서 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후윽- 그렇게 비벼 대는 건 날 감당할 수 있다는 뜻 이야?”
머슨이 위에서 아래로 허리를 쳐올렸다. 하읏! 더욱더 단단해진 페니스가 위협적으로 내 배를 찔렀다. 머슨이 귓바퀴를 잘근잘근 씹었다. 움찔- 예민한 부위에 이가 닿자 몸이 떨린다.
“잠…깐, 이러다 마족들 오면 앗…”
“상관없어.”
난 상관 있거든?! 내가 머슨의 열기에 호응해주지 않자 그가 심술궂게 내 뺨을 빨아 당겼다.
“자국 남아”
“남으라고 하는 거야.”
‘탓’
익숙하고도 불길한 손가락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었다. 그러나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역시나 옷은 쇼파 밑으로 굴러가 있고 나는 헐벗은 상태로 머슨의 몸 위에 포개져 있었다. 큰 손이 내 골반부터 등허리를 타고 어깨까지 느긋하게 올라갔다. 그에게 완전히 사로 잡혀 마치 인형이라도 된 듯 안겨있었다. 뜨겁고 축축한 혀가 가슴을 핥았다. 혀끝으로 유두를 건드렸다. 부드럽게 할짝 거리다가 혀 끝에 힘을 주어 꾸욱 눌렀다. 말랑한 가슴이 그의 혀가 이끄는 대로 움푹 파여 들어갔다.
“으응… 이상해”
다리에 점점 힘이 풀어졌다. 부끄럽게도 여성의 바로 아래에 닿은 머슨의 허벅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민망함에 슬쩍 엉덩이를 빼자 갑자기 머슨의 손이 그 아래로 들어왔다.
“흘리는 거 내가 다 받아 줄게”
“무, 무슨 소리 하는거… 흐엇”
질퍽한 입구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갔다. 이물감에 엉덩이를 내리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자 머슨이 한 쪽 손으로 어깨를 꾸욱 눌렀다. 깊숙이 박힌 손가락에 아랫배가 아찔하게 떨렸다. 보이진 않지만 역동적으로 내부를 휘젓는 손가락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쩌억 쩌억- 야한 소리가 쉬지 않고 나왔다. 이 분위기 대로라면 정말 끝 까지 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족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마당에 한가하게 머슨이랑 몸 섞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허리를 들어 손가락을 빼내려 움직일 때마다 머슨이 어깨를 눌러 다시 앉혔다.
“손가락 말고 이걸 넣은 다음 움직이는 게 어때?”
머슨이 내 손을 잡아 끌어 페니스를 훑게 만들었다.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손가락은 여전히 쉬지 않은 채 계속해서 나를 자극해갔다.
‘쾅! 쾅!’
이때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껏 들떠 있던 몸이 바짝 굳었다. 그러나 머슨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잠깐… 마족들이 왔…… 하읍!”
동시에 엄지로 음핵을 문지르자 신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 막았다. 머슨은 오히려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가볍게 들어 쇼파에 눕힌 채로 페니스를 꺼냈다.
“아, 안 돼! 잠깐… 밖에 누가 하악!”
머슨이 멈추지 않고 질구를 향해 귀두를 밀어 넣었다. 빠르게 내부로 들어찬 페니스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쾅! 쾅! 쾅!’
노크 소리는 커져 가는데 머슨은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느긋 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내가 잠시 적응 할 동안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난 조금도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저 연약한 나무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 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노크 소리는 커져 가는데 머슨은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느긋 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내가 잠시 적응 할 동안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난 조금도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저 연약한 나무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 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노크를 하는 건 누구...???
*2연참을 약속했으니 다음 편도 올릴게요! 그런데..... 또 금방 나가봐야 돼서 ㅠ 집에 다시 돌아오는대로 올리겠습니다 ㅠ (약속을 지키려는 작가의 몸부림)
*독자님 : 머슨이 납치하나여?!!
작가 :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댜..ㅋㅋㅋ 납치는 없었습니당.. 그냥 에리나 편하게 잤던걸로^^..*
*독자님 : 머슨이 과연 한 번으로 끝나나요?
작가 : 에리나가 힘들어 하니까 일단은 배려하는 머슨.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해요! 매주 달리는 독자님들의 코멘트가 엄청 힘이되어용! 꺄아〉〈
엇, 정신차려 보니 선작 4000넘었네요! 감사합니다!!! (반드시 다음편을 올린다! 내가 이러려고 2연참을 약속한게 아닌데 ㅠ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