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편
<-- 4. 우리 그냥 행복하면 안될까요? -->
“어때 흥미가 생겨?”
“별일이네. 그 두 가지것 외에 관심사가 너한테 있을 줄이야.”
“그러게…”
테론의 눈이 어두워지고 입이 비틀렸다.
이틀 전, 테론은 여느 때와 같이 자기 소유의 개인 저택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곳 지하에는 테론의 엇나간 욕망과, 충족되지 못한 사랑에 대한 분노와 광기가 퍼져있었다. 창문 하나 없이 어둡고 습한 지하엔 매일 같이 여자의 비명이 울려댔다. 그것도 날마다 다른 목소리의.
테론은 손 아래에 가늘고 여린 한 여자의 목을 두었다. 성기를 꽂아 넣고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 까지 울리는 흥분감에 몸을 떨면서. 뜨거웠던 여자의 몸이 서서히 차게 식을 때 까지 테론은 천박한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몇 차례의 정사가 끝난 후에야 테론은 여자의 시신 위에서 내려왔다. 20대 초반 정도 되는 젊은 여자는 전신에 시퍼런 멍자국이 물들어 제 피부색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리 사이에 피를 쏟고, 고통에 몸부림 치며 바닥을 긁었던 손톱은 짓이겨져있었다. 감지 못한 두 눈엔 두려움과 공포가 어려있었다.
테론은 피와 정액을 닦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것 과 같은 기분 좋은 낯을 하고선. 책상에 앉아 잉크를 찍은 펜을 들었다. 바로 다른 여자를 유인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수도를 동경하고, 귀족을 동경하는 평민 여자들이 테론의 주요 범죄대상이다. 유혹하기도 쉽고, 죽여서 뒤탈 날 일도 적기 때문이었다. 받는 여자의 이름만 바꿔 쓰고 정갈한 글씨로 같은 내용을 적어 편지를 보내는 것이 그가 저택에서 하는 일의 마무리였다. 그래, 그래야만 했다.
‘쿵!’
웬 치렁치렁한 은발의 남자와 그보다 좀 더 어려보이는 남자가 난데없이 문을 뚫고 들어왔다. 열고 들어 온 것이 아니라 아주 커다란 구체가 통과한 것처럼 깔끔한 구멍이었다. 보랏빛의 오묘한 남자의 머리칼이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 방에서 흩날리더니 얌전히 떨어졌다.
“영혼들이 끓어 넘쳐. 아주 지독하군”
“마치 레이넌님의 융통성 만큼이나요”
“뭐?”
“아 죄송. 실언을.”
호위기사들이 달려 들어 테론의 앞을 지켰다. 위협적으로 검을 들이밀고 있었지만, 레이넌과 피에르는 호위기사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로 투닥거리기 바빴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생각에 욱 하고 분노가 들어 찬 테론은 당장에 저들의 목을 벨 것을 명했다. 충직한 호위기사 들은 미련하게도 레이넌과 피에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살기 싫을까?”
‘툭’
목이 떨어지는 건 호위기사들이였다. 눈 깜짝할 새였다. 저택의 모든 호위기사들 심지어 지하를 지키고 있던 기사들 마저 몰려와 덤볐으나 둘의 옷자락 한 번 건들 수도 없었다. 테론이 보기에 은발 머리남자는 뒤에서 쫑알대기만 할 뿐이고, 모든 살육은 저 묘한 보랏빛 머리칼이 자꾸만 휘날리는 남자가 한 짓이었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모두 사라진 테론은 한순간에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보라색 머리의 남자 즉 피에르가 다가오자 테론은 감히 가늠하지도 못 할 힘의 차이를 느꼈다. 쇠퇴한 줄 알았던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이 그가 강자라는 것을 알렸다. 테론은 시키지도 않았건만 무릎을 꿇고 그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던 여자 하나. ‘에리나 홀든’. 목숨을 부지하는 대가로 4일안에 그 여자를 찾아야만 했다. 테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여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여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또 나타날까 두렵고, 무서웠으며 머리가 밟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벌벌 길 때의 모습을 생각하니 치욕스러웠다. 그리고 왜 그들의 눈에 걸려 이런 끔찍한 상황에 놓여야 하는지 억울했다.
에리나 홀든.
모두 그여자 때문이다.
테론이 이를 바득 갈며 체닌에게 말을 이었다.
“섹스 그리고 살인 이외에… 내가 이렇게 움직일 줄은 나도 몰랐거든”
“그래서, 그 관심 이라는 게 뭐야?”
“여자”
피식- 그럴 줄 알았다. 체닌의 비웃음이 들렸다.
“말 만 바꾼거네”
“그런데 섹스도 살인도 못 하는 여자야”
“어디 지체…읏 높은 따님이신가 보지?
체닌이 시녀의 입에 닿은 성기를 비비며 마구 허리를 흔들었다. 시녀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혀를 멈추지 않고 구석 구석 핥아 내렸다.
“평민 계집이야”
“뭐? 하응! 아… 그래, 지금처럼”
절정으로 치닫기 일보직전인 체닌은 손을 내려 자신의 음핵을 거칠게 만졌다. 이때 테론이 체닌의 가슴을 밀어 시녀 위에서 떨어뜨렸다.
“뭐하는 짓이야?”
“하아... 하아...”
액으로 입주변이 번들거리는 시녀가 숨을 토해냈다. 테론이 바지를 벗어 던지고 체닌의 아래에 페니스를 꽂아 넣었다. 흥분에 찬 신음이 터졌다.
“후우…이젠, 내 말 에 집중 할 수 있겠지?”
“흐읏…평민 계집 이라니? 응! 앙!”
“모래 까지 후욱, 그 계집을 찾아야 돼. 좀 도와줘야겠어”
“읏! 응! 니가, 하악! 나한테?”
체닌이 어이없는 웃음을 짓자 테론이 페니스를 입구 끝까지 뺏다가 힘을 실어 강하게 쳐올렸다.
“아악!”
“대륙에 존재 하는 모든 평민 여자들 중 단 하나의 이름을 찾아야 돼”
“미친놈! 흐으. 그, 이름이 뭔데?”
“에리나 홀든”
테론의 허리짓에 몸을 맡기던 체닌이, 눈을 번쩍 떴다. 어떻게 잊겠는가, 굴욕적인 수모를 안겨 줬던 그 계집의 이름을. 체닌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내리 치곤 멈추게 했다. 그러나 테론은 체닌의 팔을 잡아 뜯어 누를 뿐 쳐올리는 허리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흐응! 아! 아! 멈춰 봐! 아흣!”
“씨발, 여기서 어떻게 멈 춰.”
“나, 그년 알아. 에리나 홀든!”
그제서야 테론이 움직임을 멈췄다. 체닌이 몸을 일으키자 페니스가 빠져 나갔다. 여전히 발기해 있는 페니스는 폭발하기 일 보 직전이었다. 테론이 옆의 시녀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 그것을 물게 했다.
“니가 어떻게?”
“아주 잘 알지. 그래서 찾으면, 죽일거야?”
“내 손엔 아니겠지만, 반드시 죽어.”
기분이 좋아졌다. 발 아래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그 남편과 체닌 스스로가 잠자리 하는 것을 두 눈앞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남편이 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흔드는 것을 허망하게 바라보다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엔딩을 생각하니 썩 만족스러웠다. 테론 에게서 ‘에리나 홀든’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듣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열 댓 명의 기사를 한 번에 죽이는 마법사가 분노에 차 찾고있다라...
“좋아, 협조하지”
감출 수 없는 웃음 소리가 방을 쩌렁 울렸다. 사실, 분노에 찼는지 어땠는지 테론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저 체닌의 도움을 받으려 그녀가 원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첨가 했을 뿐. 어찌됐든 에리나 홀든의 위치만 찾아서 그들에게 알려주면 자신은 또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름 모를 여자들과 자신의 취미를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
"그래서 에리나 홀든은?"
4일째가 되는 날. 어김 없이 둘은 찾아왔다. 몸에 남았던 공포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에는 짧은 시기였다. 허나, 에리나 홀든을 찾았다는 그 하나의 사실이 자신감을 미약하게 불어 넣어 주고 있었다. 테론은 억지로 입술을 끌어 올려 미소를 지었다.
“찾았습니다.”
“거봐요. 살려두길 잘했죠?”
“쳇”
레이넌이 혀를 찼다. 그러나 에리나를 찾았다는 사실에는 만족스러워 뒷 말은 없었다.
“유부녀 더군요”
“그건 알 바 아니고, 위치나 말해”
정보를 조금 더 알려주면 호의를 사지 않을까했지만, 괜히 입을 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론은 곧바로 책상 서랍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여기 세자인이라는 작은 마을에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
피에르가 지도를 챙겨 들었다.
“바로 갈까요?”
“말 할 것도 없지.”
피에르가 테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테론이 순간 몸을 움찔 했으나 이어 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어깨의 힘을 풀었다.
“수고했어”
감정이 없었다. 그러나 테론은 애써 그 사실을 무시하고 안도했다. 지금 무사하면 된거지, 저 칭찬이 진심인지 아닌지 따위 중요하지 않아. 그럼, 이제 그만 내 영역에서 나가. 내내 무표정이었던 피에르가 희미하게 웃었다. 테론이 잘 못 봤나 싶어 눈을 가늘게 떴다.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맹수와도 같은 날카로운 송곳니가 빛났다.
“지옥에서 보자”
테론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쳐 천장까지 닿았다. 자신의 피로 만들어 진 비를 맞으며 몸이 붉게 젖어 들어갔다. 한순간에 밀려온 엄청난 고통에 테론의 눈이 튀어 나올 듯 크게 떠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으로 무거운 몸이 힘없이 떨어졌다.
“너무 쉽게 보낸거 아냐?”
“에리나 홀든 찾았잖아요. 전 약속은 지키는 마족이라서.”
피에르의 보랏빛 머리칼이 공중으로 나부끼더니 빛이 레이넌과 피에르 사이에 몰려들었다. 둘의 몸을 집어 삼킬 정도로 점점 커지더니 이내 팟! 하고 주위로 흩어졌다. 둘의 모습도 더 이상 그 자리엔 남아있지 않았다. 오로지 싸늘한 테론의 시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테론 안뇽 잘가
*독자님 : 체닌이 어설픈 악녀가 아니였군영 8ㅅ8!
작가 : ... 더한 년이 나옵니다.
*독자님 : 마왕 부하들이 에리나를 죽이려 하면 어떡하나영? (걱정걱정)
작가 : 에리나와 부하들이 만나는 장면! 다음편에 나오니 낼 확인해주세여〉〈 투비컨티뉴
*에리나 : 나 오늘 안나옴 ㅋ
작가 : 웅ㅎ
머슨 : ㅡㅡ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