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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9화 (19/170)

19편

<-- 3.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요? -->

처음이었다. 세자인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건. 처음 세자인에 발을 디뎠을 때 보다 더 그랬다. 단지 낮에서 밤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산 전체에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찼다. 무언가에 홀려(약초에) 산 깊숙이 들어와 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는 져있고 덤으로 길은 잃었다. 이 공식, 아주 흔히 알던 것이다. 바로 공포영화 사망 장면. 말 그대로 귀신 나와서 잡아가기 딱 좋은 장면을 내가 그대로 연출 한 것이다.

바들 거리는 두 손을 모았다. 나는 종교는 없었지만, 사람이 급박해지면 안 믿던 신도 찾게 된다.

“나, 나의... 강 같은 평화! 나의 강 같은 평화!”

할렐루야! 가사를 저 두 개 밖에 몰라서 같은 부분은 무한 반복 했다. 젠장 무서워 죽겠다! 제발... 혹시 내 근처에 귀신이 있다면 그냥 지나세요! 눈을 감는 것도 무섭고 뜨는 것도 무서워 시선을 발 끝에 내려 고정하고 있는데 달빛이 일렁였다.

꿀꺽-

눈에 힘이 들어가고 이를 악물었다. 마주잡은 두 손은 경기를 일으키듯 떨리며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아드막한 곳에서 나뭇잎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에 긴장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갔다. 바삭- 바삭- 잘 못 들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애석 하게도 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숨통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 앉았다. 몸을 웅크리고 귀를 틀어 막아 공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몸부림쳤다.

“나의 강 같은 평화! 나의 강 같은 평화! 나의…”

잔뜩 예민해져있는 등 위로 무언가 닿았다. 오도도 발 끝부터 정수리가 까지 소름이 쫘악 끼쳤다.

“에리…”

“가아앙!!”

부르려던 찬송가 구절이 비명이 되어 입밖으로 터져 나왔다. 꺼져! 꺼져! 붕 붕 얼굴을 들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허공에서 휘적거리는 내 팔이 손쉽게 잡혔다.

“어?”

따뜻하고도 커다란 품이 머리를 감싼다. 마법처럼 호흡이 진정되고, 익숙하고도 그리운 품 안.

“머슨?”

조심스레 눈을 들었다. 무섭고 창백 하기만 했던 달 빛 아래에서 따뜻한 미소가 보였다. 그것이 신호가 된 듯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내 눈가에 물이 고이자 머슨의 표정이 확 확 바뀌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물이 떨어지는 내 얼굴위에 입을 맞추었다.

“누가 널 울린 거야?"

“너! 니가! 으아앙!”

머슨은 영문 모를 사과를 나한테 반복했다. 미안해, 그러니 슬퍼하지 마. 잘 할게. 그에 품에 매달리듯이 안겨 목을 놓아 울었다. 억눌러 왔던 두려움의 표현이 폭발 하듯 튀어나온 것이다. 머슨은 내가 진정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난 퉁퉁 부운 발로는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머슨의 등에 업힌 채로 내려와야 했다. 편안하게 얼굴을 묻으며 그의 움직임을 느꼈다. 머슨은 내가 한참이나 헤매던 길을 단번에 척척 뚫고 나아갔다.

“아, 맞다. 머슨, 파티는?”

“시작했어.”

“불꽃은?! 쏘아 올려야 하지 않아?”

“아직. 좀 더 나중에”

“다행이네. 나 때문에 머슨이 여기 와버려서 불꽃 못 쏜 줄 알았어.”

“에리나 보다 중요한 건 없어”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어쨌든, 머슨이 날 많이 생각한다는 건 아주 잘 알겠다.

꼬르륵- 긴장이 풀리면서 배가 고파왔다. 뱃속에서 천둥이 치듯 울려대자 머슨도 당연히 내 뱃속 거지들의 아우성을 느꼈다.

“음식도 많아.”

“머슨 달려”

우리는 순식간에 파티장에 도착했다. 경쾌한 음악소리가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테이블 사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 음악에 맞추어 빙글 돌면서 춤을 췄다. 촌장님도 그 틈바구니에 껴있었다.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레테 할머니, 크리에타 아주머니, 아쟈 아주머니를 지나서 아저씨와 할아버지들도 저마다 촌장님과 춤을 추고 싶어 주변이 들끓었다. 며칠 내내 회색빛이 돌던 촌장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바닥에는 꽃길이 머리 위에는 예쁜 전등이 주변을 이루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내가 듣기에는 익숙하지 않은 음악소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발을 굴려가며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껴져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그것을 바라보며 눈에 담았다.

“젊은 부부! 어디 갔다 왔는가?”

“하이고메, 젊은 새댁은 꼴이 와그랴? 똥밭에 구른 것도 아니고”

내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저 말을 들어보면 가히 정상은 아닌 게 확실했다. 난 품 안에 고이 모셔 두었던 주머니를 꺼내었다.

“머슨, 촌장님한테 가줘”

촌장님이 우리를 보자 웃으며 반기다가도 등 뒤에 내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음... 생각 보다 어마어마 한가 보군. 난 개의치 않고 주머니를 건냈다.

“기력 회복을 기원하는 제 선물이에요”

“잉? 고것이 뭐시여?”

촌장님이 어물쩡하게 쳐다 보자 아쟈 아주머니가 중간에서 잽싸게 잡아챘다. 오, 날렵한 인터셉트.

“히익! 뮐 초 아니여? 이 귀한걸 우찌 구했댜”

“촌장님을 위해 목숨 걸고 구했습니다.”

이름이 뮐 초 였구나. 이제야 알았다. 아쟈 아주머니는 당장에 약을 써야 겠다며 뮐 초를 챙겼다. 촌장님도 약초의 이름을 듣더니 경기를 하듯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하이고! 이런 건 필요 없응게!”

“젊은 새댁이 요거 구한다고 통 안 보였구만. 욕봤네, 욕봤어”

뮐 초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감탄 어린 말들을 내뱉었다. 뿌듯함과 쑥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와 머슨의 등 뒤에 폭 숨어버렸다. 촌장님의 미소가 생각나자 나 또한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섭긴 했어도, 가길 잘했어.

마을 사람들이 다시 흥에겨워 춤을 추는 동안 난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살피며 배를 채웠다.

“머슨, 나 저거”

“응”

“그 옆에 꼬치도”

“응”

“저~쪽 과일 먹으러 가자”

“응”

머슨이 포크로 음식을 찍어서 등 뒤로 주면 난 입만 움직여 그걸 받아먹었다. 모든 음식을 세 번 이상씩 맛 본 후에야 배가 찼다. 이때 그란스 아저씨의 음악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변했다. 마치 오늘의 1등은?! 두구두구두구 하는 효과음처럼 긴장감이 돌았다. 낮게 깔리던 음악이 갑작스레 커지며 신호가 되자 머슨이 ‘탓!’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높은 하늘 너머 별들이 모습을 감추고 그 위로 형형색색의 불꽃이 떨어졌다. 촌장님의 두 눈이 튀어 나올 듯 했다.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 환호를 지르며 하늘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탓!’

한 번더, 튕기자 레테 할머니가 그렇게 강조했던 꽃모양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레테할머니의 소녀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란스아저씨도 연주를 잠시 멈추고 얼굴 위로 오색빛을 내리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평화, 행복. 이 두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밤이었다. 난 머슨을 깊게 끌어안았다. 그 귀하다던 불꽃은 머슨으로 인해 그칠 줄을 몰랐다. 다시 음악이 울렸고 마을 사람들은 불꽃을 만끽하며 오늘의 파티를 즐겼다. 난 촌장님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곤 가장 먼저 파티장 에서 나왔다. 뮐 초를 찾기 위해 요 며칠 평생 쓸 체력을 다 써버려 방전 됐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머슨이 목욕물을 준비해줬다. 나는 비틀 거리는 몸으로 풍덩 몸을 담갔다. 허름한 나무욕조였지만, 지금 느끼기엔 최고급 온천수가 따로 없다. 따뜻한 물이 온 몸으로 퍼지자 몸이 나른하게 풀렸다. 입까지 물에 담군 채로 석고상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너 안 나가?”

머슨이 그게 뭐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알몸이 부끄러운 건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건 아무래도 민망하다. 난 가벼운 손짓으로 머슨에게 물을 조금 튀겼다. 훠이, 썩 가라. 여자 씻고 있는데 함부로 보고 그러는거 아니다.

얼굴에 물방울이 튄 머슨이 손등으로 그것을 닦아 내었다. 발은 미동도 없었지만. 눈 싸움이라도 하듯 우리는 서로를 가만히 노려봤다.

싫어

가!

싫어

도무지 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 머슨에 결국 내가 등을 돌렸다. 앞판 보다는 뒷판이 그나마 덜 민망하니까. 다리를 뻗기에는 작은 욕조 사이즈 때문에 내 발목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퉁퉁 불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마사지도 해줄 겸 다리를 다시 물 안으로 집어 넣는데 갑자기 발 목이 잡히더니 쑤욱 들어올려졌다.

“끄악!”

머슨이 성큼 걸어와 내 발을 붙잡았던 것이다.

“뭐, 뭐야?!”

“풀어줄게”

“됐거든?!”

그러나 머슨은 내 발을 잡고 발바닥부터 엄지로 꾹꾹 눌러가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처음은 몇 차례 거부 했지만, 내 마음 읽기 라도 한 듯 뻐근한 곳을 찾아 정확하게 마사지를 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어우 시원해.

발가락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강약 조절을 하며 눌러주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고마웠다. 더불어, 우람한 팔 근육을 뽐내며 내 발에 열중하는 모습이 섹시하기도 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머슨이 눈을 들어 날 바라보았다. 적안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어 보였다. 머슨이 나를 바라보며 내 복숭아뼈에 입을 맞췄다.

“야! 너 뭐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발바닥과 발가락, 발등 까지 온 곳에 입맞춤을 했다. 부끄러워 발을 빼려 힘을 썼지만 단단하게 잡힌 머슨의 손아귀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의 입술이 발목을 타고 오더니 나를 쑥 밀어 당겼다. 물이 찰박 거리고 난 어느새 머슨의 가까이에 옮겨졌다.

“다 씻었지?”

“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겨드랑이 사이로 팔이 들어오더니 몸이 들렸다. 마치, 종이라도 된 듯이 가볍게 들어지더니 이내 커다란 타올에 몸이 감싸진다. 일사천리로 움직인 머슨이 나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야, 나 아직 머리 축축해”

‘탓!’

보송보송 해졌네?

아니, 이게 아니지. 마법으로 순식간에 물기가 사라졌다. 이어 머슨이 몸을 누르며 진하게 키스해왔다.

“으음”

또 정신이 몽롱해진다. 혀가 파고들어 입안을 쓸었다. 모든 곳을 맛 보겠다는 듯 볼 안쪽의 예민한 살부터 치아, 입천장 혀 아래까지 모두 훑고 지나갔다. 내 입술을 전부 집어 놓고 쪽 쪽 소리가 나게 빨아 당기더니 턱밑으로 이어졌다.

“아흣! 너 일단 씻고”

“마법으로”

그래서 상쾌한 물향이 났구나. 마법이란 건 참 편한 거야...가 아니라

“너, 그렇게 마력을 낭비하면 어떡해!”

“그래서 나 오늘 힘들어.”

“흐읏!”

머슨이 가슴을 쥐었다. 쇄골 아래를 찌릿하게 아플 정도로 깨물면서 가슴을 쥔 손은 한없이 부드럽다. 한 손에 차기에 약간 모자란 가슴을 느긋하게 주물렀다. 흥분해 튀어 나온 유두를 엄지로 살살 비비면서 뜨거운 숨을 퍼부었다.

“불꽃도 쏘고 말이지”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와 선작 3천이 넘다니 (넙죽 절한다.) 곧 한편 더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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