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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17화 (17/170)

17편

<-- 3.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괜찮을까요? -->

아쟈 아주머니 집에 도착하자 내부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 말고 누가 와있나? 문을 살짝 밀어보니 사람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한 탓인지 열려있었다.

“젊은 부부도 왔구먼?!”

“오늘 무슨 날 이예요? 왜 다 모여 있어요?”

좁은 집에 마을 사람들 전부가 옹기종기 모여 둘러앉아있었다. 아, 가만 보니 촌장님만 없다.

“다들 촌장님 걱정 돼서 모였지. 젊은 부부도 그것 때문이지?”

“네 뭐 그렇죠.”

얼굴에 다들 수심이 가득했다. 의자가 부족해 앉지는 못하고 테이블위에 엉덩이만 살짝 걸터앉았다.

“젊은 부부도 왔으니께 야기 하는 것 인디... 손녀 딸한테 한 번 더 와달라고 부탁해 보는건 어쩔까나?”

“하이고! 말도 마소! 그란다고 올 아가 아니여”

“젊은 새댁이랑 대판 싸우고 갔는디, 또 오겄서?”

응. 응. 유부녀가 남에 남편 어떻게 해보려고 미약 먹였는데 실패하고, 하필 걸려서 머리 쥐어뜯기는데 어렸을 때부터 봐 온 사람들이 다 알아버렸잖아. 절대 못 오지. 나 같으면 머리 자르고 산속에 들어갔을 거야.

뚜렷한 대책이 없이 의미 없는 말들만 이어졌다. 촌장님 어떡하냐, 이러다 병나는거 아니냐 라는 걱정의 말만.

“아쟈 아주머니. 먹으면 막 불끈불끈 힘이 솟고 기운 넘치는 약초 없을까요?”

“그란게 있으믄 우리 다 병치레 안 겪었제”

크리에타 아주머니가 홀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쟈 아주머니가 아니라고 손을 휘저었다.

“어디든 있긴 있어. 몸에 좋은 약초가.”

“구할 수 있어요?”

“수도에서 구할라믄 이 마을 반을 팔아도 못 구혀 비싸서”

하긴, 그렇게 효과 직빵인 약초를 사람들이 그냥 두지 않겠지. 너도 나도 가지고 싶어 할 텐데 그 값어치가 얼마나 뛰었겠어.

“근디, 여서 구할라믄 공짜로 구하는 것이제”

“네? 여기서 구할 수 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 비싼 걸 이 시골 마을에서 어떻게 구한 다는 소리야? 내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아쟈 아주머니는 ‘요 앞에 가면 감나무 있어’ 라는 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젊은 부부 사는 집 윗산에 고것이 자라더라고. 나도 딱 한번 밖에 못 봤지만. 그걸로 약써다가 먹인게 레테아지매 아니여”

“잉? 고것이였어? 어쩐지 무릎이 싹 났드만”

“어, 어떻게 생겼어요?”

“엄지 만 한 풀인디, 강아지풀처럼 보송보송 한 디 색이 새파란 약초여”

“어디쯤에 있었어요?”

내가 엉덩이를 떼고 의욕적으로 이야기 하자 아쟈아주머니가 말을 하다가 날 말리기 시작했다.

“행여나 따러갈 생각 하지 말어. 저 산 반대편에서 나도 젊었을 때 운 좋게 본 것 인게. 그리고 해가 빨리 넘어가서 거 까지 가면 위험햐. 나도 마음먹고 다시 가봤는디 이젠 없었어.”

하지만 아쟈 아주머니의 말은 가슴에 새겨지지 않았다. 슬쩍 창문을 보니 해가 쨍쨍하다. 장작 일은 머슨이 이미 끝내 두어 마침 할 일도 없었다. 무리 하지 않고 어두워진다 싶으면 다시 되돌아오면 될 일. 이미 내 마음은 확고했다.

“그럼 약초는 됐고, 촌장님 활기좀 돌게 할 수 있는 게 또 뭐 없는가?”

또 다시 원점. 폴 아저씨가 지겹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아, 기운나는건 파티가 최고제”

“파티?”

“맛나는 음식 깔아 놓고, 그란스댁이 숌좀 불고 춤이나 한판 추면 그것이 최고제”

“그려, 오리도 좀 잡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파티를 열자!’로 흘러갔다. 촌장님이 좋아할 법한 것들을 다 모아놓은 촌장님을 위한 파티였다.

“불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디. 촌장님이 수십년 전에 그거 처음 본 이야기를 여적 하니께”

“마법사도 없고, 마법 용품도 없는디 어서 구한다요.”

“그냥 아쉬워서 하는 말이여. 아쉬워서”

이 세계의 불꽃은 다른 말로 하면 마법쇼 였다. 마법사가 구상해 놓은 그림을 마력을 담아 하늘로 쏘아 올린 후 신호에 맞춰 터뜨리면 그것이 불꽃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법사가 매우 드문 이 세계에서 하물며 이런 시골에서 불꽃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천 년이 지나도 있을 까 말까 한 것이다.

나는 문득 눈동자만 굴려 머슨을 바라보았다. 불꽃 터뜨리는거 마력 많이 필요 하겠지? 흐음... 안 그래도 힘든 애인데... 그래, 됐다.

이때 머슨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시선이 맞물렸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를 향해 웃었다. 뭘 봐 자식아

“할 수 있어”

“잉? 고것이 먼 소리여?”

무슨 소리니? 머슨이 큰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얘기 했다.

“불꽃 터뜨리면 되는 거잖아”

내 눈이 커졌다. 너 진짜? 머슨이 나를 보며 마저 웃는다. ‘나 잘했지?’

마을 사람들은 머슨이 마법 용품이라도 지니고 있는 줄 알고 잔뜩 떠들썩해졌다.

“불꽃이 있으면 완벽하구만! 그럼 좀 부탁혀! 다들 맡은 거 준비하고 사흘 뒤에 파티를 열 수 있도록 하드라고”

불꽃 이야기 하나로 마을사람들의 열의가 끓어 넘쳤다. 나도 거기서 안 된다고 머슨을 차마 말릴 순 없었다. 난 머슨의 손을 잡고 끌듯이 집을 향해 걸었다.

“깍지 끼지 마라”

머슨이 손가락을 스물스물 움직이더니 내 손가락 사이로 들이민다. 지금 정답게 손 잡자고 끄는거 아니거든? 머슨은 신경쓰지 않고 내 손을 꽉 쥔채로 걸었다.

“너 괜찮아?”

“응”

“마력 괜찮냐고”

머슨이 웃었다. 그리곤 뺨에 입을 내렸다.

“어물쩡 넘기지 말고”

“에리나가 채워줄 거잖아”

으윽. 순간 얄미워 정강이를 확 찰까 하다가. 촌장님의 기운 빠진 모습이 생각나 관뒀다. 불꽃으로 정말 기운이 차려지신 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에리나, 어디가?”

머슨을 지나쳐 가는데 팔이 붙잡혔다.

“산에, 약초 캐러”

내 뒤로 머슨이 따라오며 산 이곳 저곳을 뒤졌다. 초록의 투성이라 파란색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한 마디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쉽게 찾을 거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이럴 때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 주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으로 넘어 오기 전에도 로또 번호 두 자리 넘게 맞아 본적 없는 내가 행운을 빈다고 해서 그 효과가 얼마나 하겠냐만은...

높게 솟아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해빛이 희미해져 갔다. 얼마 찾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해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반도 못 온 것 같은데...

“머슨, 여기 해 지면 진짜 무섭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서 정체 모를 것들이 피부에 닿고 (잎이나 나뭇가지 따위의 것들이겠지만), 찌르르 울리는 벌레소리와 울퉁불퉁한 땅을 헤치고 있노라고 생각하니 오싹 몸이 떨렸다.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법한 분위기.

“내가, 오컬트에 좀 약해”

“오컬트?”

“응. 귀신, 악마, 전설 속 괴물 뭐 이런거”

머슨이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그게 뭐가 무섭지?”

“...미안, 니가 그 오컬트의 왕이었구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얘기 한 후 발걸음을 돌려 산을 내려왔다. 한 번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서, 하행 하는 내내 머슨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다음날, 마을 사람들이 파티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꽃으로 촌장님 집 앞을 장식 해야 하는 아쟈 아주머니를 도와 꽃을 엮다가, 해가 머리위에 높게 떴을 때 자리를 떴다. 폴아저씨네에서 과일을 수확하던 머슨이 어떻게 알았는지 금새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어제 보다 많이 올라와 산 중턱 까지 와있었다. 그러나 약초는 역시 보이지 않았다. 정말 없을 지도 모르지만 ‘감’이라는 게 어디 선가 사람의 눈길을 피해 자라 있을 것만 같다고 신호를 보냈다. 포기하기 아쉬워 해가 뉘엿 넘어갈 때 까지 찾다가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자 결국 오늘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작품 후기 ==========

에리나 : 오컬트적인게 무서엉 ಢ∽ಢ)

머슨(전직 마왕, 현직 머슴) : 모든 영혼을 마왕성에 가둬

피에르, 레이넌 : (;◔д◔ )

작가 :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예약설정 오류로 10분 늦게 올라갔습니다 ㅠ 죄송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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