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편
<-- 2. 굳이 그녀를 환영해야 할까요...? -->
체닌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요령이 생겼는지 아악! 이젠 내 머리채를 잡는다.
“놔! 이 미친년아!”
“난 그냥 미친년이 아니라 정의구현 하는 미친년이야!”
우리는 좁은 집 안에서 빙글 빙글 돌다가 결국 밖까지 튀어 나왔다. 빗소리에 파묻힐 줄 알았던 체닌의 괴성이 오히려 쩌렁쩌렁 하게 울린다.
“아이고 무신 일이여?!”
“젊은 새댁 아니여? 촌장님 손녀 딸 도 저기 있구먼! 누가 좀 말려봐!”
큰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그러나 나나 체닌이나 서로가 먼저 손을 떼기 전에 머리를 놓을 생각은 없었다. 쉴 틈 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것처럼 피부 위를 때렸지만 순간 흥분된 몸이 그것을 잊게 만들었다.
“너, 아악! 내가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아?!”
“아이고! 무서워라 바지 다 젖겠네!”
“귀족 모독이 얼마나 큰... 아악! 아파!”
우리의 혈투를 두고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말려보라고 소리 쳤지만 누구하나 선뜻 나올 생각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생각해도, 젊은 여자 둘이서 버럭 버럭 소리 쳐가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괜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말렸다가 엉덩이 뼈나 부러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때였다.
“꺄아악!”
내 머리를 단단히 잡고 있던 체닌의 손이 오일이라도 바른 듯 미끄러지며 빠져 나가고, 몸이 튕기더니 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아이고! 아가!”
촌장님이 놀라서 허겁지겁 뛰어가 체닌을 부축했다. 체닌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떻게 된 거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내 앞에 머슨이 등을 돌린 채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고요하게 비를 맞으며 체닌에게 다가갔다. 촌장님의 품 안에서 엉엉 울던 체닌이 머슨에 의해 높이 들렸다.
“으윽!”
머슨이 체닌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린 것이다. 체닌이 숨이 막힌 듯 발을 동동 굴리며 괴로워 했다. 촌장님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머슨!!”
힘주어 그를 불렀다. 그가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날 돌아보았다. 또 눈동자가... 변했어. 분명히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아주 분명히. 보석이었다면 귀부인 이고 노예고 할 것 없이 탐을 내어 전쟁까지 일으킬 법한 아름답고 유혹적인 것이었지만, 그것이 두 눈이 된 순간 묘한 이질감을 불러 일으켰다.
난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마. 머슨의 손에 힘이 풀리고 풀썩- 바닥으로 체닌이 떨어졌다. 그녀의 구두는 처량하게 버려져 뒹군지 오래다.
“콜록! 콜록!”
“아가 괜찮아?”
머슨이 나를 향해 걸어 왔다. ‘팡-’ 우산이 머리 위로 드리웠다. 이미 다 젖었는데, 우산이 무슨 소용이야. 자신은 비를 묵묵히 맞으면서도 내 몸 주위에는 한 방울도 맞히지 않겠다는 듯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펼쳐진 우산이였다.
머슨이 상체를 숙여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의 큰 손이 내 머리칼을 정리하고 얼굴에 긁힌 손톱 자국을 매만졌다. 앗. 따가움에 인상을 찌푸리자 그 또한 아픈 듯 미간을 좁힌다.
“푸흡”
니가 다친 것도 아닌데.
뭐야, 바보 같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꼴이 엉망진창일 텐데도. 머슨을 보니 그냥 왠지 모르게 괜히... 웃음이 나왔다.
“젊은새댁 괜찮어?!”
“우리집으로 후딱 가드라고, 약 있응게!”
마을 사람들이 비가 차가운 줄도 모르고 나에게 몰려들었다. 감기 들어요! 내가 대답할 새도 주지 않고 나를 끌고 아쟈 아주머니 댁으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 가는데, 아직도 차가운 길 바닥 위엔 체닌과 촌장님이 남아 있었다. 체닌은 여전히 울음을 그칠 줄 몰랐고 촌장님의 얼굴에도 물 투성이였다. 그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
체닌이 떠났다. 장마가 멈추기도 전에 서둘러 수도로 돌아갔다. 그 날 촌장님이 오랜 시간 비를 맞고 있었던 것이 자꾸 생각나 하루에 몇 번씩은 촌장님 댁에 들렸다. 심정이 여러 가지로 복잡 하신지 하루 하루 기운이 빠져가시는 모습이 눈에 너무나도 잘 들어왔다.
저녁을 만들어 드리고, 억지로 스푼을 잡아 음식을 넘기는 것 까지 다 지켜 볼 즈음 아쟈 아주머니와 폴아저씨가 약과 당분이 많은 복숭아를 들고 찾아오셨다. 난 그제야 자리를 떠 집으로 향했다.
“나오지 말라니까”
“응”
머슨이 우산을 들고 촌장님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보다는 비가 많이 줄었다. 아마 내일이면 해가 기운을 차리겠지.
집에 도착하자 머슨이 내 옷 위에 솔솔 떨어진 빗방울들을 털어 주었다.
“촌장님 걱정이야. 계속 기운이 없으시네”
“에리나는 괜찮아?”
“나야 뭐...”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는 손톱자국이 신경 쓰였나 보다.
“머슨, 기운 한번에 확! 차리게 해줄 묘약 같은거 없을까?”
“묘약?”
“응! 뭐... 물론 체닌이 정신차려서 짐 싸들고 돌아와서 할아버지 잘못 했어요 비는 게 가장 제일이긴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머슨이 날 버리고 도망갈 만큼 희박하니까 포기”
“그건 있을 수 없어”
짜식. 머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머슨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 침대에 앉히더니 내 허벅지 위로 머리를 들이 밀며 누웠다. 난 그의 부드러운 검은 머리칼을 매만지며 다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산삼이라도 캐러가야 하나?”
“산삼?”
“응 있어. 먹으면 막 힘이 나는 거. 넌 안 먹어도 돼”
이쪽 세계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아쟈 아주머니가 약초에 해박한 듯 하니 내일 날이 밝으면 당장 물어봐야겠다.
“에리나”
“응?”
머슨이 내 허벅지에 반쯤 고개를 파묻고 있어서 그가 말할 때 마다 허벅지 위로 얕은 떨림이 느껴졌다.
“다치지 마”
“오구, 그렇게 걱정 됐어요?”
“날 걱정해주는 건 미치도록 좋은데, 에리나가 다치는건 그 이상으로 싫어.”
고마워. 날 생각해줘서. 그의 머리칼을 좀 더 느리게 천천히 만져 보았다. 손가락 마디 마디를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이 이유없이 두근거린다.
“그러니까... 응?”
머슨의 적안이 나를 향하며 동의를 구한다.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슨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휘어진다. 그러더니 내 배쪽으로 얼굴을 깊게 파묻곤 옷 안에 꽁꽁 숨겨둔 내 배를 찾아 이로 깨문다.
“읏! 간지러”
머슨이 집요하게 입을 대자 옷이 축축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늘은 에리나가 키스해 줘”
“어?”
머슨이 고개를 돌려 정면을 향하게 누웠다. 왜 부끄럽지? 뭐야. 볼 빨개져 있는 거 아니야?
“날 걱정시켰으니까. 어서.”
그냥 싫다고 이야기 하면 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마치 나에게 선택권이란 없다는 듯이. 꼴깍- 목을 타고 침이 넘어갔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얼굴을 내렸다. 내 머리칼이 쏟아져 머슨의 뺨과 이마에 내려앉는 것이 보인다. 서로의 코끝이 아찔하게 스치고 뜨거운 숨이 입술위로 느껴진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눈을 감았다. 1센티 다가가는 것에 천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언제쯤 닿을까? 생각 하던 와중에. 아주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입술을 맞이했다
“으읍”
포근하고도 매끄러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이 열리고 혀가 맞닿았다. 평소 같으면 머슨의 혀가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야 했을테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올 듯, 말 듯 하면서도 입 주변에서만 맴돌기만 했을 뿐이다. 감질 나게 혀를 섞었다가 사라지고 또 다시 훑었다가 사라진다. 마치 나에게 들어오라는 듯이.
“읍... 머슨”
애가 타 그를 불렀다. 그가 쿡쿡 웃는 것이 느껴진다. 결국 참지 못 한건 나였다. 어느새 내가 머슨의 양 뺨을 쥐고 그의 입속으로 혀를 넣었다. 말캉한 것이 나를 반기며, 왜 이제왔냐는 듯 격하게 환영한다. 감싸고 당기고 이로 간질이기도 했다.
난 머슨이 했던 것처럼 그의 치열을 훑고 입천장과 혀아래를 번갈아 가며 살살 건드렸다. 너도 한번 당해봐라. 입술을 떼어 그의 귀를 물었다.
“에리나...”
귀가 멀도록 쪽쪽 소리를 내고 핥았다. 반듯하고 예리한 턱을 혀로 쓸어내리고, 튀어나온 목젓을 입에 머금었다.
“으윽”
머슨이 소리를 내자 뜨거운 진동이 느껴진다. 자세가 불편하여 다리를 빼고 머슨의 몸 위로 올라 갔다. 반대로 입술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그의 가슴을 이로 긁었다. 머슨이 움찔 하더니 번쩍 상체를 이르켰다.
“깜짝아!”
저항할 수도 없는 강한힘에 몸이 번쩍 들렸다. 머슨이 상의를 벗어 던지고 나를 안았다. 그리곤 내 옷자락을 쥐어 이로 물었다.
“잠깐! 찢지마 아까워!”
머슨은 잠시 멈칫하더니 일순 고민하는 듯 싶었다. 그러다 손가락을 ‘탓!’ 튕겼다. 응?
“야! 너…”
빛이 번쩍 하더니 내 몸 위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채로 머슨에게 깔린채려 안겨버렸다.
“다 벗기면 어떻게 해”
“어차피 다 벗길 거였어”
누구 맘대로?! 내가 몸부림 치자 머슨의 맨가슴과 내 가슴이 맞닿아 야릇한 감각을 전해주었다. 그의 손이 내 등 뒤로 넘어가 등부터 허리를 쑤욱 쓸더니 엉덩이를 쥐었다.
“하앗!”
“냄새 좋아”
머슨의 코가 목 옆에 파묻힐 듯 찔러댔다.그가 숨을 빨아들일때 마다 살이 같이 밀려 들어가듯 자극적이었다.
“다 벗기면 어떻게 해”
“어차피 다 벗길 거였어”
누구 맘대로?! 내가 몸부림치자 머슨의 맨가슴과 내 가슴이 맞닿아 야릇한 감각을 전해주었다. 그의 손이 내 등 뒤로 넘어가 등부터 허리를 쑤욱 쓸더니 엉덩이를 쥐었다.
“하앗!”
“냄새 좋아”
머슨의 코가 목 옆에 파묻힐 듯 찔러댔다.
========== 작품 후기 ==========
움직이자 머슨!! 아자아자!!!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연참입니당 13화부터 읽으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