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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18세 미만 구독불가 였습니다-7화 (7/170)

7편

<-- 1.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아침 내음이 코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적당히 눈부신 햇살이 따뜻했고 단단하게 안겨져 있는 품이 포근했다. 이 상태로 라면 며칠은 더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최적의 잠자리 상태였다. 그러나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난 억지로 눈을 떴다.

마왕은 내 허리를 단단히 끌어 안고 정수리에 턱을 기대어 곤히 자고 있었다. 슬쩍 몸을 밀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세상에, 나 아직까지 옷이 올라가 있었네. 그리고 목부터 시작해서 가슴까지 얼룩덜룩한 붉은 자국들이 남사스러웠다. 이 정도면 병에 걸렸다고 해도 믿겠어.

옷을 추스르고 이른 아침의 단잠을 깨운 근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

“자는데 깨워서 미안혀 색시”

말을 끝내기도 전에 펑퍼짐한 다갈색 원피스의 밑단을 한 손으로 힘겹게 올려 잡은 아주머니가 불쑥 고개를 들이 밀고는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촌장님 건너 편 사는 크리에타 아지매여. 거, 아침댓바람부터 미안한 소린줄 아는디... 나 좀 도와줄 수 없나 혀서”

“무슨 일이신데요?”

“소똥 치우는 날인데 일손이 부족혀가꼬...”

아침부터 웬 똥 같은 소리?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누워있는 마왕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야 일어나 소똥 치우러 가야 된데.

마왕은 몸을 돌려 내 발목을 팔로 감아 안았다. 아니 일어나라니까? 한 번 더 깨우려고 한 순간 난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왕이 내 아킬레스건을 혀로 간질였기 때문이다. 이게!

발길질 한 번에 마왕이 눈을 떴다. 우리 둘 다 머리가 부스스한 상태로 축사에 갔다. 역한 냄새가 예상 했던 것처럼 피어 올랐다. 나는 코를 막고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장난?

“그럼 부탁 좀 혀~”

흙인지 똥인지 구분이 안되는 곳에서 열심히 삽질을 했다. 우웨엑- 땀이 비오듯 쏟아 졌다. 마왕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티를 벗었다. 우람한 체격과 멋들어지게 자리잡힌 근육을 뽐내며 똥을 퍼날랐다. 이와중에 눈 호강 감사요

퍼도 퍼도 끝이 없는 똥에 지쳐서 울타리에 빨래 널린 것처럼 널부러져 있는데 마왕은 지친 기색도 없이 똥을 퍼날랐다.

“내가 할게. 넌 쉬어”

난 사양 같은거 안한다? 울타리 밖을 빠져나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마왕은 정말 일을 야무지게 잘했다. 순식간에 축사가 깨끗해 졌다. 이젠 좀 쉬려고 할 때에 이번엔 과수원에서 일이 들어왔다. 가지치기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오 마치 체험삶의현장. 못 쓰는 가지를 치러 사다리위에 올라 가자 마왕이 내 허리를 잡더니 휙 들어 올렸다.

“뭐해?”

“넌 안 해도 돼”

그리곤 사다리 밑으로 날 내리더니 혼자 슝 하고 올라가 버린다. 마왕은 예리한 눈으로 못 쓰는 가지를 귀신같이 찾아 척척 잘라 내었다. 마왕의 솜씨에 아주 만족한 과수원 아저씨 폴에게 복숭아와 사과를 한 바구니씩 받았다. 이어 도착한 곳은 촌장님의 텃밭이었다.

작고 좁은 의자에 앉아 몸을 숙이고 고추를 하나 하나 떼어냈다. 물론 이번 일도 마왕 혼자서 다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난 마왕을 향해 박수를 쳤다. 브라보.

마왕은 땀으로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난 익숙하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크리에타 아주머니 폴 아저씨 그리고 촌장님이 감사하다고 전하며 음식꾸러미를 넘겨 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주머니도.

“이게 뭔가요?”

“공짜로 사람을 쓸 순 없지.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조금밖에 못 넣었슈”

와- 생각지도 못하게 돈을 벌었다. 난 허리를 깊게 숙여 꾸벅인사했다.

“그건 그렇고 젊은 남편이 일을 참 실하게 잘 하더구만?”

“그려! 내가 했으믄 하루 죙일 걸려도 못 끝냈을 겨”

나도 동감. 아주 머슴처럼 일을 잘 하긴 했다. 마왕 맞아? 왕이잖아. 농사일을 이렇게 잘해도 돼?

“그라고 보니 젊은 부부 이름을 여태까지 못 들었네”

“내 이름은 마와…”

“마악! 알려주려고 했어요! 이제 막!”

황급히 마왕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마왕씨 마왕씨 불렀던 탓에 이름이 마왕인줄 알았나보다. 어휴! 흑염룡 날뛰는 흑역사 만들뻔 했다.

“전 에리나 홀든이구요. 이쪽은…”

“마와…”

“머슨! 머슨이예요! 머슨 홀든”

난 작명센스 같은 거 쥐뿔도 없다. 머슴처럼 일을 잘하니 그래 머슨으로 족하지 음음. 마왕이 날 쳐다 보았다. 붉은 동공이 커다랗게 띄였다. 내 이름이 머슨이였구나! 깨달음의 눈빛이 였다.

*

이 날처럼 하루에 3개씩 일이 밀려들어 오는 날은 없었지만 간간히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머슨이 도와주러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마을에 적응하며 텃밭도 가꾸고 소소하게 받은 일당으로 4달에 한 번씩 오는 상인에게 여러 중고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고 세르데벨라가 등장하기 까지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머슨 떨어져”

“싫어”

그렇게 뒤에 바짝 붙어있으면 설거지 하기가 힘들다고! 난 팔꿈치로 그의 몸을 툭툭 건들며 밀었다.

“키스해 줘”

“안 돼”

요즘 따라 칭얼거림이 심해졌다. 점점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지 농사일도 머슨의 손짓 한번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낡은 건물 보수작업도 머슨이 나서면 초단위로 해결됐다. 이러다가 기억이 돌아오는거 아니야? 엄청 걱정했지만, 아직 그럴 일은 없어 보였다. 지금처럼 칭얼대는 것을 보면.

‘탓!’

“어라?”

내가 분명히 잡고 있던 그릇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그릇이 말끔하게 씻겨져 가지런한 자태로 놓여있었다.

“마법 안써도 되는 일이잖아. 마력 아껴”

마력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매번 정기를 달라고 떼를 쓰는거보니 아직 머슨안의 마력의 공허함이 큰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그럼 키스해 줘”

머슨이 어깨에 입을 맞추며 졸랐다. 어휴. 난 그의 두 뺨을 강하게 부여잡고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입을... 맞추려고 했는데? 어우 자식 드럽게 크네

머슨이 고개를 숙여주지 않으니 내 입술이 닿을리없다. 오기가 생겨 목을 쭉 빼고 입술을 찾으려는데 턱에서 머물고 만다.

“크흑”

“비웃냐?”

머슨이 쿡쿡 대며 날 내려다 보았다. 키 커서 참 좋겠습니다. 내가 못마땅하게 머슨을 바라보자. 머슨이 허리를 숙여 아주 가볍게 입맞춤했다.

한번. 두 번. 세 번...

자잘한 입맞춤이 길어지더니 이내 혀가 파고들었다. 머슨이 날 거세게 밀어 붙이자 어느 순간 등 뒤로 차가운 벽의 감촉이 느껴졌다.

“하읍”

혀를 깊게 밀어 넣어 내 입안을 삼킬 듯 휘젓다가도 입꼬리 턱 뺨 등에 자잘한 키스를 퍼붓기도 했다. 그리고 머슨의 타액이 자연스럽게 내 입안으로 넘어갔다.

머리가 몽롱해지며 힘이 쭉 빠진다. 나는 이것이 정기가 빠져 나가고 있음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몸을 가누는게 힘들어지자 머슨이 내 허리를 받쳐 들며 입술을 찾았다.

입술이 뺨을 타고 올라가더니 귓바퀴를 약간은 아프게 깨물었다. 흐읏! 중저음의 고혹적인 신음소리가 귀를 감싸 안았다.

“이제 그만...”

입술을 피해 고개를 돌렸지만 내가 쳐다보는 방향대로 머슨이 끈질기게 쫒아왔다. 미소를 머금으면서.

“내가 일찍 죽으면 다 너 때문이야”

“절대 죽게 안 둬”

머슨이 팔에 힘을 주더니 날 들어올렸다. 방문을 열어 침대에 나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었다.

“조금만 더 할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와 선작 100넘었어..감격감격 8ㅅ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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