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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93화 (193/206)

< -- 193 회: # 11 -- >

유나는 벌써 일주일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라일은 보기보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칼날이 짧아 다행히 내장이 많이 손상되진 않았다며 뮤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옆구리에 남은 칼의 흔적 말고도 뮤의 심기를 거스르게 불쾌한 자국은 온 몸에 남아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뮤가 절로 이를 갈아댈 만큼.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자국은 목둘레에 남아있는 멍이었다. 얼마나 심하게 목을 졸랐던지 손자국이 아주 선명히 남아 보기만 해도 아파보일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 볼 역시 맞은 흔적으로 인해 심하게 부풀어 있었고 그 압력으로 입 속은 다 터져있었다. 주먹으로 얻어맞은 배에도 이제는 보라색의 멍이 선명히 나 있었다. 무릎으로 찍힌 양 허벅지에도 역시 멍 자국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당한 흔적은 없습니다."

"……."

라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것에 관해 주군이 알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넘기고 싶어 하는지의 여부는 감히 그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일단은 그리 입을 떼어 보았다. 라일의 말에도 뮤의 얼굴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유나의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뮤의 표정은 이랬다. 차갑게 굳어버린 조각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것도 이미 포션을 들이붓듯 사용해댄 덕분에 이제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해보였다. 적어도 외관상 보이기에는 그랬다. 마치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는 이유는?"

그랬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문제가 아니었다. 의사의 소견으로 현재 유나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잠든 상태로 지금까지 일주일째라는 거다. 라일은 유나가 아직까지 깨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그 어떤 정확한 답도 내어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송구스럽고 민망했다. 자신의 부족함이 이토록 절실히 여겨졌던 적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뮤에게, 그가 모시는 주인에게 라인은 커다란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건 라일의 부족함 탓이 아니었다. 라일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원인이었다.

비록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을 부상을 입었고 또 충격적인 폭력이 있었다지만 그것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불충분 했던 것이다. 피를 많이 흘리긴 했다. 라일이 유나의 상태를 처음 보았을 땐 단검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하는 것보다 수혈이 더 급했을 정도로 피를 많이 흘렸었다. 하지만 역시 그 때문이라고 하기에도 설명이 불충분했다. 다른 상처들 역시 공작성으로 옮겨지고 난 후에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많이 심각하다 할 수 없었다. 물론 이것들을 모두 단순한 부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지만 그 결과가 이토록 길게 의식불명의 상태로 이어질 줄은 라일도 예상치 못했더랬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오래지 않아 깨어날 거라고 뮤에게 그리 말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이틀은 삼일이 되었고 삼일은 사일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상처가 완벽히 치유된 지금까지도 유나는 잠자듯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사실은 라일을 당황케 만들었다.

"토킨 부인은?"

라니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다행히도 라니는 일찍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유나와 다른 의미로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충격으로 인한 혼돈상태로 보입니다. 차차 나아지실 겁니다."

웃기게도 유나를 구한 건 뮤도 아니고 유나 몰래 뮤가 붙여둔 그림자들도 아니었다. 가까스로 도망쳤던 겐두라가 수도로 다시 돌아와 유나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재빨리 파견된 공작성의 기사들도 아니었다.

"이 쓰레기!"

"컥!"

"이 짐승만도 못한 놈!"

"너……, 네가 감히!"

"죽어버려! 이 쓰레기야!"

바로 라니였다.

라니는 유나가 말했던 카페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수도 내의 한 도로가 전면 통제된 것이다.

"무슨 일이예요?"

"잘 모르겠습니다, 마님. 하지만 경비병들이 도로의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평상시였다면 그냥 마차를 돌렸을 거다. 하지만 이미 통제된 도로 안쪽에는 유나와 만나기로 한 카페가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라니는 마차에서 내려섰다. 왠지 유나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가 자꾸 라니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라니는 마부에게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뒤 홀로 골목길 외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유나와 론을 발견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짐승처럼 유나를 덮치고 있던 론을 발견했다. 그 장면에 라니는 머리가 하얘지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렸다. 온 몸이 떨렸다. 시야가 어두워졌다. 라니는 갑작스런 악몽이 자기를 덮친 건 아닌지 이 상황을 의심해야만 했다. 그만큼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무언지, 현실인지 악몽인지 인식도 채 하기 전에 라니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이것이 단순한 꿈일지라도, 저 짐승에게서 유나를 떼어놓아야 한다!

유나를 구해야 한다는 것밖에 라니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라니는 달려들었다. 짐승 같은 놈에게 칼을 휘둘렀다. 네랜에서 돌아온 유나가 라니와 레니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었던 이 단검이 이토록 절실히 필요할 줄은 라니도 생각지 못했다.

라니의 단검은 론의 등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이 짐승아! 넌 왜 끝까지 이러니, 응? 이 쓰레기야!"

"이, 이년이!"

열 받은 론이 급하게 라니를 쳐내려 했지만 단검을 다시 뽑아든 라니가 조금 더 빨랐다. 라니는 망설임 없이 다시 단검을 론의 어깻죽지에 박아 넣었다.

"이 미친년!"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론이 거칠게 라니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바닥으로 내리 꽂았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라니의 몸이 땅바닥에 쓸려 라니의 연약한 피부를 사정없이 긁어댔지만 라니는 지금 그런 고통 따위는 느끼지도 못한다는 듯 증오가 가득한 시선으로 론을 노려볼 뿐이다.

"죽어버려!"

"이 년이 돌았나!"

"죽어버려, 이 쓰레기! 짐승만도 못한 놈아!"

라니가 외쳤다. 상처로 얼룩진 목소리가 세상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하지만 그 절절한 아픔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론의 눈빛엔 라니에 대한 분노로만 가득했다. 저벅저벅 라니에게 다가온 론이 그대로 다리를 들어 올려 라니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무자비한 폭력이 라니의 온 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한 채 라니는 론의 폭력을 받아냈다. 론의 입에선 라니를 향한 욕설이 끊임없이 내뱉어졌다. 그저 몸을 웅크린 채 폭력을 견뎌내는 라니의 눈빛은 세상 끝에 다다른 사람의 것 마냥 공허하고 또 공허했다. 그리고 그 공허한 시선 끝에는 엉망으로 헝클어진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유나가 닿아있었다.

"유…… 나."

퍽! 퍽! 퍽!

"유나야…… ."

유나의 옆구리에 박힌 단검이 아프게, 아주 아프게 라니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 주위로 흘러내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피의 웅덩이 역시 라니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팠다. 너무 아팠다. 론에게 짓밟히고 있는 육체가 아닌 심장이, 영혼이 라니는 너무 아팠다. 눈물이 났다. 우리에겐 행복이 사치인 것 같아서, 결국은 이리될 운명인 것 같아서 라니는 서러워 눈물이 났다. 서글퍼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유나…… ."

"에잇! 퉷!"

실컷 라니를 걷어찬 론이 더러운 침을 라니에게 뱉어내는 것을 끝으로 폭력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라니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씩씩거려대는 것을 보아하니 분이 풀려서 폭력을 그만 둔 것이 아니라 때리다 지쳐서 그만둔 것 같았다. 단검의 날이 얄팍하기 그지없어 치명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론 역시 꽤나 많은 피를 흘려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라니가 쑤셔 넣은 두 번의 공격이 아주 유효했다. 론은 화끈거리는 통증에 짜증난다는 듯이 라니에게 다시 한 번 침을 뱉고는 유나를 돌아보았다.

"젠장!"

창백한 얼굴, 터져버린 입술, 엉망으로 헝클어진 몰골. 동할 구석이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 이상하게도 론은 유나를 향한 욕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안고 싶었다. 너무나도. 칼에 세 번이나 찔린 지금조차도 론은 그랬다.

"쳇!"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미친년! 그냥 순순히 좀 안길 것이지!"

죽일 생각은 없었다. 단연코 없었다. 물론 자기가 유나를 억지로 겁탈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목숨이 위험할 거라 생각했지만 론은 유나가 그 사실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당연하지. 그 사실을 말했다간 결혼하지 못할 텐데. 그 잘나디 잘난 공작이 다른 놈한테 겁탈당한 여자를 아내로 삼겠느냔 말이다. 그리 판단했기에 론은 망설임 없이 유나의 옷자락을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웅성웅성웅성.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그 소리에 론은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그리고 미련이 덕지덕지 묻은 눈으로 유나를 쳐다보고는 골목길을 몰래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곳에는 피를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유나와 론의 모진 구타로 기절한 라니만이 남아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이 늦었습니다 ㅠㅜ 먼저 사죄드릴게요 ㅠㅜ

그리고 한가지 당분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먼저,

다른 싸이트 언급하며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전 아청법에 걸리고 싶지 않습니다.

비번 걸면 된다고 그러면 미성년자들이 못본다고 계속 저한테 쪽지 보내지 마세요.

저 인기작가 아닙니다. 이 글로 돈벌어먹고 살만큼 돈 많이 버는 인기작가 아니라고요. 다른 싸이트로 옮기고 싶지 않다는 말에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저를 매도하지 말아주세요. 솔직히 불쾌합니다.

정말 글쓰고 싶은 의욕이 팍팍 사그라듭니다.

그리고 이글의 장르를 판타지가 아닌 로맨스로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처음부터 로맨스에 올렸으면 모를까, 완결을 앞두고 있는 지금 로맨스로 옮긴다면 판자기 결제를 끊으신 독자님들께 폐가 될 것 같아 그것 역시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한분한분께 쪽지를 보내드리다가 그렇게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 그냥 여기에 적습니다.

노블레스를 볼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우리 자기 편의만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뜻에 맞지 않으시면 그냥 이 글을 보지 말아주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글을 다른 싸이트로 옮길 생각도, 로맨스로 장르를 바꿀 생각도 없습니다.

다들 좋은 저녁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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