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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91화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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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네가!"

죽은 게 아니었나? 아니 죽지는 않았더라도 어떻게 그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

"역시 넌 내 것이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희열로 번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는 바로 론 배롤론이었다!

나는 그런 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두 팔로 그의 가슴을 힘껏 밀쳐내었지만 그런 내 발악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간지럽다는 듯 몇 번 가볍게 내치던 론은 기어코 내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어내자 웃던 얼굴을 대번에 찡그렸다.

"꺼져!"

내가 소리쳤다.

그런 내 발악에 론이 손을 들어 올려 내 뺨을 내치쳤다.

짝!

순간 눈앞이 휭 돌 정도로 강력한 힘이었다. 하지만 론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금 손을 들어 올려 반대쪽 내 뺨도 강하게 내리쳤다.

짝!

그리곤 두 무릎으로 내 허벅지를 강하게 찍어 내리는데 그 아픔에 나는 신음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양 다리가 부러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부러지진 않았을 지라도 그만큼의 고통이었다.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려왔다.

"아, 이건 운명이야. 운명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 않고선 어떻게 네가 네 스스로 이곳까지 와? 안 그래?"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여대는 그 능글맞은 목소리에 아파 정신이 없는 와중에서도 소름이 돋아났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엔 네가 내게로 온 거야. 네가 네 두 발로 내게로 온 거라고. 알아?"

네 놈이 있는 걸 알았다면 내가 왔겠냐?

그렇게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고통 때문도 있지만 입안으로 가득 고인 피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론의 손찌검에 속살이 터져버린 모양이다. 역한 피 냄새에 폭이 울렁거려댔지만 반대로 그 덕에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젠장! 어떻게 이놈이 그 전쟁과도 같은 장소에서 살아남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눈 앞 바로 앞에서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론의 머리는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제야 나는 론의 머리에 부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까 그림자에 의해 내팽개쳐질 때 났었던 상처인 모양이다.

그때 그냥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너무 살살 던졌던 모양이지!

그 사실이 안타까워 죽을 것 같았다.

"하아. 이제야, 이제야 너를 안을 수 있게 되는 구나."

황홀하다는 듯 그리 말하며 론이 내게로 입술을 내렸다. 키스를 하려는 그 몸짓에 나는 고개를 휙 옆으로 돌려 최대한 바닥과 맞붙게 했다. 그러자 론의 입술은 내 입술이 아닌 귓불에 내려앉았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는지 귓불을 입안에 넣어 맘껏 굴리며 숨을 컥컥 거려댔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목덜미까지 혓바닥으로 빨아댔다. 징그럽게 전해져오는 축축함에 소름이 돋았다. 끔직했다. 끔찍하고 또 끔찍했다. 그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 끔찍함에 순간 나는 아픔도 잊었다. 온 힘을 다해 발악했다.

"가만히 있어!"

그러자 그런 내 반항에 열통이 터지는 지 론이 다시 한 번 내게 손찌검을 해댔다. 이번 건 강했다. 아주 많이. 우악스런 주먹으로 내 배를 내리친 것이다.

퍽!

뺨을 때릴 때와는 달리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커……억!"

숨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말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엄청난 아픔에 나는 숨 쉬는 법조차 잊고 그저 켁켁 거려대야 했다. 몸속에 있던 모든 장기들이 갈가리 뭉개진 아픔이 바로 이런 걸까? 눈에서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침조차 제대로 삼킬 수 없을 만큼 너무, 너무 아팠다.

"아……아……."

차라리 론에게 당하느니 날 죽이려 들었던 놈들에게 깔끔한 죽임을 당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비명을 질려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소리는커녕 내 귀에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이상한 신음성만이 삐죽 튀어나온다. 그런 내 우스꽝스런 모습에 론이 비죽 웃는다. 그리고는 친절하게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소릴 질러도 아무도 안 올 거야. 여긴 담벼락 외곽이거든.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켁, 켁."

"그러니까 이젠 얌전히 내게 안겨. 잘해 줄 테니."

그렇게 말하며 론은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물컹거리는 가슴이 론의 손아귀에 의해 형체가 마구 일그러져간다. 그 끔찍한 감각에 나는 입술을 세차게 깨물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너무도, 너무도 싫다.

하지만 내가 끔찍함을 느끼는 만큼 론은 흥분한 모양이다. 점점 달아오르는 얼굴이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고대해 왔는지 보여주었다. 론의 눈빛엔 드디어 원하는 것을 얻은 자의 환희가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슴을 주물러대던 론이 슬슬 더 큰 것을 원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한손은 가슴을 주물러대며 다른 한손으로는 드레스를 끌어내리려 들었다.

"이잇!"

하지만 쉬이 내려지지 않는 뻑뻑한 옷자락에 곧 신경질을 부려댔다. 그래도 그동안 여자 옷을 많이 벗겨본 것 때문에 곧 이 드레스는 뒤에 자크를 내려야 하는 옷이라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아 챘나보다. 히히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내 목덜미를 혀로 마구 핥아대며 손으로는 대 등과 바닥 사이를 파고들어온다. 나는 있는 힘껏 몸에 힘을 주어 론의 손이 등 쪽으로 파고들지 못하게끔 등을 바닥에 꾹 눌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조심스럽게 은장도를 꺼내들었다.

절대로 당할 수 없다! 절대로 당하고 싶지 않다!

이 일념 하나로 나는 온 몸에 벌레가 이는 기분을 무시하며 최대한 냉정해지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게는 힘이 부족했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어쩌면 론에게 얻어맞은 배의 충격이 생각보다 더 컸을 수도 있다. 론의 손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바닥으로 있는 힘껏 눌러댔던 등은 그 발악이 우습게도 너무나도 쉬이 론의 손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익~!

론이 지퍼를 끌어내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퍼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소리와 함께 헐렁해진 상체를 보며 론이 웃었다. 욕망이 가득가득 묻어난 그 역겨운 웃음에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였다. 나는 실수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 조금 더 참았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참아서 한순간의 기회를 제대로 노렸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참지는 못해서, 그래서 큰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서둘러 드레스를 끌어내리려는 론의 모습에 있는 힘껏 론의 옆구리에 은장도를 박아버렸던 것이다.

"헉!"

갑작스런 충격에 론은 놀랐지만 하지만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은장도는 정확히 론의 옆구리에 향했지만 부족한 힘 때문에 치명타를 입을 만큼 충분히 상처를 주진 못했던 것이다.

아, 바보 유니시이나.

조금 더 참았어야 했다. 조금 더 참아야 했어. 참고 또 참아서 목덜미에 은장도를 박아버렸어야 했다!

론의 상처는 그를 죽일 수 있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옆구리에 경미한 상처를 내며 긁은 은장도를 내 손아귀에서 빼낸 론이 은장도의 크기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고작 이런 장난감 같은 걸로 자기를 죽이려 들었냐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장난감만으로도 론은 충분히 열이 받은 모양이다. 씩씩 거려대며 나를 노려보던 그가 다시 한 번 더 내 양 뺨을 내려쳤다.

짝! 짝!

고개를 절로 돌아갈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쿨럭!

속에서는 이는 기침에 입 안 가득 고였던 피가 입술을, 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가도 얻어맞은 모양이다. 시야가 어지러웠다. 잘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흔들리고 빙빙 돌았다. 초점을 제대로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았다.

"미친년. 그냥 순순히 안길 것이지."

"쿨럭. 쿨럭."

"넌 예전부터 그랬지. 반항하고 또 반항하고!"

"윽!"

그렇게 소리치며 론은 두 손으로 내 목을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부족했던 숨이 더욱 가빠졌다. 덜덜덜덜. 절로 온 몸이 떨려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목을 졸래대고 있는 론의 손을 떼어내려 해보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떼어내기는커녕 손을 제대로 들어올리기조차 여의치 않았다.

이게 바로 고통이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아주 생생한 고통이 온 몸을 잠식했다.

"커……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아주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고음이 사실이라는 듯 오래지 않아 나는 더는 반항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들어 올렸던 손은 떨어져 내리는 꽃잎마냥 힘없이 바닥으로 떨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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