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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86화 (186/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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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그렇게 몇 걸음을 떼었을 때였다. 내가 들어선 골목길과는 다른 반대의 곳에서 다시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정확히 날 보며 서 있는 모습을!

"아."

그제야 난 깨달았다. 우연히, 내가 우연히 그의 모습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저 남자가, 저 사람이 의도한 거다. 내게 자기의 모습을 일부러 드러낸 거다. 그를 쫓아올 수 있도록, 자기를 만나러 올 수 있도록, 자기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내가 알도록. 그가 내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내 시선이 다시 한 쪽에 고정되자 내 기사 역시 그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저 자입니까?"

단단하고 굵은 목소리에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한 행동이군요."

그제야 내 기사도 저 남자가 고의로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을 깨달은 듯 불쾌한 음색을 뱉어냈다.

"그래도 제 의견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가씨께서 나서실 필요 없는 일입니다. 일단 카페로 돌아가십시오. 쫓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내 등을 카페로 미는 것이 얼른 걸으라는 뜻 같아 나는 그의 뜻대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 모습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그는 절대 이곳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스잔나 노르젠 영애의 호위였던 자를 쫓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전히 같은 곳에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거리가 꽤 있어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기사가 그를 쫓기 시작하자 잠시 동안 그렇게 더 나를 바라보던 그가 몸을 돌려 다시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아……."

우울한 회색빛갈의 빛 무리가 그곳에 남겨진 마냥 나는 한동안 그가 서 있던 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신은, 당신은 어디로 갔었을까?

스잔나 영애는 당신을 어디로 보내주었을까?

영애는 당신을 놓아준 것이 틀림없다. 억지로 당신을 곁에 얽매 두었던 것에 대해, 물론 당사자였던 당신의 분노도 컸겠지만 당신의 분노가 컸던 그 만큼 영애 역시 상처를 받았을 거다. 영애는 내게 그리 말했었다.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는 행복했지만 그만큼 또 슬프기도 했다고. 노르젠의 핏줄을 더는 이 세상에 남기지 않겠노라 결심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당신을 놓아줄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을 터.

그런데 당신은 왜 돌아온 거지?

당신과 영애의 관계가 실질적으로는 어땠든 당신이 노르젠 가(家)의 기사였던 사실이 변하지 않는 만큼 당신은 이곳 루노로 돌아오면 안 되었을 텐데. 그런데 당신은 왜 돌아왔나? 응? 왜 돌아와 나를 찾는 건가?

심장이 콩닥콩닥 떨린다. 불안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당신만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득 속삭인 내 진실을 깨닫고 나는 고개를 퍼뜩 쳐들었다.

"아!"

그래, 그랬구나. 그랬어. 나는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

진실을 깨달은 마음이 한층 더 격렬하게 뛰어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두 손으로 심장을 꾹 눌렀다. 심장이 거세게 뛰는 만큼 머리도 아파왔다.

그러기에 왜 돌아와서는!

다시 돌아온 그에게 화라도 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바보냐고, 왜 그리 어리석은 행동을 하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노르젠 가(家)가 하룻밤 새에 멸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루벤스 제국에 퍼지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유명한 일이다. 그것을 그 역시 들어 알았을 텐데, 노르젠과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대체 당신은 왜 돌아왔나, 왜! 나를 만나기 위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은 또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건가?

"스잔나 영애, 당신도 그랬지만 당신 남자도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 자에게 애정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고작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사람에게 무슨 애정이 생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스잔나 영애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더 내게 짙게 남겨졌고 그 때문인지 나는 내가 그의 죽음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기사가 쫓아 들어갔던 그 골목길을 쳐다보았지만 그곳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일 뿐,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

한참을 망설였다.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몇 번이나 반복해가며. 기사가 그를 쫓아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둘의 실력을 가늠할 수도 없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는 시간에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만 갔다.

드르륵.

그러다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사가 그를 쫓은 지 족히 20분은 넘은 것 같다. 만약 그를 놓쳤다면 기사는 재빨리 내게로 돌아왔을 거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를 쫓는데 허비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자가 생각보다 강한 걸지도……."

그 날, 내가 네랜 영지로 이동되었던 그날, 나를 라니네 집까지 호위했던 그도 저 남자에게 당했다고 들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그는 강한 모양이다.

설마 격하게 싸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탁자를 집은 손이 절로 떨려왔다. 목표가 나라면, 그저 나를 만나 이야기를 하러 온 것뿐이라면, 굳이 싸울 필요 없다. 누군가 다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노르젠과 연관된 자는 누구도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선언이 황실에서 있었지만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를 놓아주고 놓쳤노라 변명하면 끝이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간 오히려 일이 커져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급속히 초조해졌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스잔나 영애가 먼 곳으로 보내면서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남자의 생명이 어이없이 꺼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안 돼, 안 돼. 더는 아무도 다치길 원하지 않아."

그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곳에서,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무사히 자기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길 원한다.

스잔나 영애, 당신도 그것을 원했겠지요.

물론 괜한 일로 공작성의 기사가 다치는 것 또한 나는 원하지 않았다. 내 남자가 품어야 하는 식구 아닌가.

그들이 들어섰던 골목길로 따라 들어서며 나는 귀를 기울였다. 혹시 칼부림 소리가 나지는 않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하지만 골목길 안은 조용했다. 작은 말소리 한조각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섰다. 귀족들을 상대하는 상점이 즐비한 거리라 그런지 골목길 안쪽까지 무척이나 깨끗해 위화감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그 점에 안도하며 나는 한걸음 한걸음씩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더는 길가의 소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인데도 여전히 골목길은 적막하리만치 고요하기만 했다. 고요가 이토록 소름끼치기는 처음일 정도로.

"아무도 없어요?"

가만히 소리를 내어본다. 길게 이어진 높은 담벼락들 사이로 부딪힌 목소리가 진동하듯 골목을 울렸다. 고인 침을 꿀꺽 삼켜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시켜 보았다.

"안에 아무도 없어요?"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답변도 없다. 아무래도 이곳에 없는 모양이다. 나는 한껏 긴장했던 어깨의 힘을 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골목길은 이곳이 분명했지만 그들 실력으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거다. 이곳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길게 몇 번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호흡을 진정시킨 나는 다시 골목길을 나가기 위해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헉!"

그렇게 뒤돌아섰을 때였다. 내 뒤에 서 있던 그를 보았던 건!

심장이 내려앉고 순식간에 식은땀이 온 몸을 덮쳐왔다. 손끝이 파르라니 떨려오고 입술이 얼어붙는 기분이다.

"너, 넌!"

"히히. 오랜만이네."

"……."

"정말, 오랜만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는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자였다. 저 뒤틀린 웃음, 광기어린 눈빛, 역겨운 숨소리. 내게 끔찍한 기억만을 남긴 자!

"아, 정말 보고 싶었어."

"빌어먹을."

배롤린 가(家)에서 내게 욕정을 내비치며 그토록 나를 겁탈하려 했던 사람.

론 배롤린이 내 앞에 서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등록 후수정입니다.

이틀에 한번씩은 올리고자 했는데 것도 컴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다보니 힘드네요.... 그래서 그동안 끄적거린거 지금 얼른 타자쳐서 올립니다 ㅎㅎㅎ

결제하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분들 ㅠㅜ

그냥 완결 되면 한꺼번에 보세요 ㅠㅜ

그래도 제 목표는 3월 안에 끝내는 거니까;;;; 이건 지킬 수 있겠죠?

;;;;;

완결 딱지 딱! 붙으면 그때 보세요 ㅠㅜ

선추코 해주신 분들, 모두 복받으세요~^^

추신 : M.

K님ㅠㅜ 흑흑흑흑흑.. 네 맞습니다 흑흑;; 제가 정신이 많이 없어요 ㅠㅜ 흑흑흑흑

나는 바쁜거 싫어하는 게으른 뇨잔데! 흑흑흑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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