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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29화 (129/206)

< -- 129 회: # 8-8 그 남자 -- >

"뮤."

"네?"

"뮤라고 부르지."

"……."

그녀가 또 망설인다. 전에도 그랬다. 자기의 이름을 부르라 했을 때, 그녀는 지금처럼 이름을 부르는 것이 매우 어렵고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중대한 사건인 것 마냥 굴어댔다. 대체 뭐가 그렇게 고민스럽고 어려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 역시 계속 그것을 유나에게 강조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님'자가 붙는 것조차 꺼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만을 분명하다.

급기야 그녀는 예쁜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더 망설임이 심한 그 모습에 뮤는 조금 심술궂은 기분이 되어 그녀를 쏘아보았다.

왜 저렇게까지 선을 그으려 하나? 어차피 그녀는 그의 곁에서 도망치지 못할 텐데. 날아오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그녀가 여겼을 땐, 그땐 이미 날수 있기는커녕 날개가 꽁꽁 묶인 상태가 되어 있을 거란 걸 아직 모르는 건가?

한참을 고민에 빠져있던 그녀가 곧 결심을 마쳤는지 제법 단단한 시선으로 뮤를 쳐다본다. 그 야무진 척 제법 굳센 얼굴에 가슴 속 어딘가가 살랑이며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뮤는 웃지 않았다.

"알았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부를게요."

"지금."

"네?"

"지금 불러보라고."

당장 듣고 싶으니까.

뮤님이라고 부르는 중간 중간에도 틈틈이 섞여 나오는 그놈의 공작님이란 소린 이미 질릴 대로 질려 더 이상 지적하고 싶지도 않을 지경이다.

"꼭 지금요?"

뮤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뮤의 요구에 잠시 당황하는 듯 보이던 그녀가 맘을 굳혔는지 가만히 입을 연다.

"뮤."

만족스런 순간이었다. 동시에 불쾌한 순간이기도 했다. 굳었던 그의 마음이 삽시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풀려버렸다. 이렇게 바보 같은 모습이 자기에게도 있을 줄 뮤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 도와줄 거죠?"

혹여나 그가 맘을 바꿀까 염려되었던 건지 유나가 재빨리 그를 다시 재촉해왔다. 그 달려드는 모양새가 흡사 먹이를 요구하는 강아지 같아 뮤는 잠시 골려주려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먼저 날짜를 정해."

"예? 아, 네. 그럴 게요."

"그리고 며칠 동안 벌일 건지 미리 정해놓고."

"음……, 그럼 열흘 정도?"

"하! 어이없군. 레니 롱아르 영애의 결혼식이 두 달가량 남았다고 어제 말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입술 위로 웃음을 빙글 띠운 뮤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것을 제대로 캐치해낸 유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고른다.

"그, 그럼 5일?"

파격적인 단축이었다. 유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이 보인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럴 테지. 화끈하게 절반으로 줄이지 않았나.

하지만 뮤는 여전히 심드렁해보였다. 그 얼굴에 유나가 경악성어린 소릴 내질러댔다.

"여기서 더 줄이라고요?"

"롱아르 백작의 허락을 받고 싶다면 그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조건을 어느 정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쳇. 우리가 사고 치면서 노는 것도 아니고 얌전히 수다만 떠는 건데. 그리고 그저 중간 중간 술을 좀 곁들이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지간하면 그런 말은 하지 말지. 왠지 내 처지가 안타까워질 것 같으니."

"무슨 말이에요?"

암 것도 몰라요, 순진한 눈망울로 뮤를 올려다보는 유나의 얼굴에 뮤는 상당히 심란한 눈빛이 되었다. 그저 수다를 떨면서 술을 곁들이는 것뿐이라 말하는 이 앙큼한 여자를 대체 어찌해야 좋을까.

단지 술을 곁들이는 것뿐이라고? 술통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도 알고 있고, 그녀 또한 알고 있음이 틀림없는데 뻔뻔스럽게 저런 말을 내뱉는다. 게다가 그런 빤한 거짓말을 내뱉으면서도 무척이나 당당하다. 언제부터 이 여자가 이리도 뻔뻔스러워졌는가. 그녀는 정도라는 말을 먼저 배워야 할 듯하다. 거짓말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란 것을.

뮤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댔다. 아무래도 너무 받아준 모양이지. 겁도 없이 마구 기어오르려 하고 있구나.

"아, 알았어요. 3일이요."

뮤의 냉담한 표정에 유나가 체념한 목소리로 다시 타협을 시도해온다. 잠시 벌의 종류를 생각하고 있던 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이건 나중에 천천히 궁리해 봐도 될 듯하다. 그러자 시무룩한 모습의 유나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혼이 잔뜩 난 어린아이 같다. 그 모습에 뮤는 슬그머니 눈을 찌푸렸다. 너무 어린아이 같은 그런 모습은 맘에 들지 않는다. 아직 그녀가 어른이 아닌 소녀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허나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해도 그녀는 소녀가 아니다. 여자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여자. 분명 수백 번 이상을 자기가 품고 안았고 취했던 여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왜 이리도 어린 아이 같기만 한 건가.

어제 저녁에 나누었던 뜨거웠던 정염을 떠올리자 순식간에 온 몸에 열기가 몰아쳐왔다.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그녀는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었었다. 무척이나 향긋했다. 그런데 그 화려한 향기를 온전히 뿜어내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또한 단아하기도 했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이중적인 모습을, 그녀는 뮤에게 보여주었다. 완벽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 그래. 그리고 나는 그런 네가 맘에 들었다. 그런 네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지.

"아이참. 3일 정도면 양호하잖아요. 그 정도도 설득 못 해줘요? 네? 설득 해주세요."

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나는 마냥 칭얼거리기만 했다. 급기야 유나는 뮤에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 3일조차도 허락해주지 않을 심산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감히 뮤에게 짜증을 부린다……라.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남자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심지어 이 나라의 황제조차 편히 여기지 못하는 사내에게.

그런 건방진 유나의 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다 그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겁을 집어먹고 부들부들 떨어대는 것보다야 낫지. 그녀의 입에서 무서웠다는 말을 듣는 건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으니.

그녀의 끈질긴 재촉에 뮤는 그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승낙에 유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눈빛과 표정에 떠오른 오롯한 기쁨의 빛은 무척이나 맑은 것이어서 제법 뮤의 마음에도 들었다. 뮤는 피식 웃으며 3일도 길다 여기는 속내의 불만을 잠재웠다.

"아, 입이 심심하다."

"배가 고픈가?"

"음, 배가 고픈 게 아니라 그냥 뭔가가 먹고 싶어요."

"뭐가?"

"따뜻한 거?"

이 더위에 따뜻한 거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식성에 뮤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여튼 다른 사람과는 다른 의미로 까다로운 입이다. 그러자 유나가 해죽 웃으며 뮤에게 속살거려댔다.

"왜 있잖아요, 그런 거. 오손도손 모여 앉아서 가운데 불을 지피고 찌개나 수프 같은 걸 끓이는 거예요. 책에서 보니까 야영 같은 거 할 때도 그렇게 한다면서요. 저도 어렸을 때 해본 적이 있거든요. 겨울에 하면 참 재밌는데. 추운 날 후후 숨 불어가면서 그렇게 먹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시죠? 저는 어렸을 때 엄마랑 아빠랑 자주 해봤었어요. 그렇게 먹으면 의외로 더 맛있기도 해요. 왜 그렇게 먹어야 하는지 아마 뮤님……아니 뮤는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다가 아니라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야영은 해보았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오손도손 둘러 앉아 정답게 그리 식사를 하진 않았다. 게다가 왜 멀쩡한 집을 놔두고 밖에서 추위를 참아가며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입술을 내밀며 후후 거려댔던 그녀의 모습은 귀여웠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래서 뮤는 그녀의 입술을 짤막하지만 강하게 빨아들었다.

아, 역시 그녀는 향기롭다.

"다음에 같이 하지."

스스로조차 의식하지 못한 말을 뱉어내자 유나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다랗게 변한다. 그 말이 그리도 뜻밖이었던가? 하지만 뮤도 전혀 의식치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놀라 눈만 깜박이는 유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뮤가 웃었다.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뮤는 유나의 허리를 붙잡아 그대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아까부터 갈증을 일으켰던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마음껏 향기를 들이마셨다. 깊게, 아주 깊게 들이마시며 향기에 취해간다.

그 향기에 중독될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오늘 음악회갔다왔더니 졸려요;;;

대체 몇 년만에 한 교양활동인지 ㅎㅎㅎㅎ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 모든 분들, 복 받으세요~^^

* 잡초노인님 ㅎㅎㅎ 감사합니다~ 선의의 댓글을 베풀어 주셨군요 ㅎㅎ

* M.

K님 ㅎㅎㅎ임신과 관련된 것은 지금 밝히지 않을래용~ ㅎㅎㅎ

* 불타는에이스님ㅎㅎ임신은 쉿! 비밀입니다. 그런데 님 아이디를 볼 때마다..... 과자 에이스가 너무 먹고 싶어요... ;;;;;

* 검은라벤더님 ㅎㅎㅎ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랑솜님ㅎㅎ점점 더 적나라해질 거예요. 원래 감기랑 기침이랑 사랑은 속일 수 없는 거라 했던가요? ㅎㅎㅎ 뮤에게 있어 하루 마무리는 최고였겠네요~ 뮤, 나한테 감사하렴 ㅎㅎ

* 월하한유님 ㅎㅎ뮤가 원래 자기 사람은 잘 챙기는 스타일이랍니다 ㅎㅎㅎ

* 루이영원님ㅎㅎ그럼요~ 아이는 앞으로 만들면 되는 일이죠~ 사실 유나가 18살 생일도 맞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어린 나이는 맞답니다. ㅎㅎ

* 앙살이님 ㅎㅎㅎ달달한 꿈을 꾸시면 됩니다!!!! 그럼 담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으실 거예요. ㅎㅎ

* jadoo님ㅎㅎ아이~ 감사합니다~~~ 몸을 베베꼬아요~^^

* 유진유민쓰마미님 ㅋㅋㅋㅋㅋ역시 엄마의 위엄이라는 건가요? 제가 처음 듣는 말씀을 어찌 그리 하시나요? ㅎㅎㅎㅎ

* 타니안님 ............. 얀?? ???

무슨???

* 진조아님 ㅎㅎㅎ매일매일 해드리고 싶습니다만 ㅠㅜ 체력이ㅠㅜ 그래도 완결을 빨리 내려 최대한 노력중입니다^^

* 까만둥하얀콩님ㅎㅎㅎ 달달 달달 ㅎㅎㅎㅎ

* 페르디엔님ㅎㅎ 가지십시오!!! 그냥 뮤를 님께서 가지세요!!!!

* 쿠니쿠마님ㅎㅎ네~ 감사합니다~ 화이링할게요~^^

* momorica님ㅎㅎ 아잉~~ 더 열심히 수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욤 ㅎㅎ

* 바아스트로님ㅎㅎㅎ조금씩 솔직해지고 있는게 보이시나요? 그럼 참 다행입니다 ㅎㅎㅎ 급하게 쓰지 않으려 감정조절하는게 좀 힘들었어요ㅎㅎ

* 퍼플버블님 ㅎㅎㅎ뮤의 자는 모습ㅎㅎㅎㅎ 유나가 왜 못봤을까요?

ㅎㅎㅎ

* lahen님ㅎㅎㅎ앙~ 계속 달달해야 할텐데요 ^^;;;;;;;;;;;;;;

* 별빛같은마음님ㅎㅎㅎ 코멘트의 위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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