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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23화 (123/206)

< -- 123 회: # 8 -- >

마나를 그런 식으로 써 먹을 줄은 처음 마나 운용을 시작했을 땐 상상도 못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아픔을 덜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되었든 내게는 이득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한번 해볼까요?"

근육통에도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그리 말하자 예상 외로 그가 고개를 내젓는다.

"그만 두지."

"왜요?"

"마나를 운용해서 조금이나마 근육을 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너는 마나를 운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워하지 않은가."

"……아."

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아프긴 덜 아팠어도 졸음이 마구 몰려왔었구나.

침대에선 통증만 줄어도 살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여기서는 체력이 바닥나 버리면 곤란하다. 춤 한번 춘 적도 없이 헉헉대는 아가씨라니. 보기엔 재밌겠지.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말이다.

포션을 가지러 갔던 호세 경이 곧 돌아와 그에게 병을 건네주었다. 그 병은 이제 내게도 제법 익숙한 것이었다. 포션을 받아들고 뚜껑을 따 건네주는 손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돌려 뒤에선 호세 경과 사키 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자기들을 쳐다보는 내 시선에 두 남자가 멀뚱거리며 나를 내려다본다.

"두 분, 가셔서 마음껏 즐기세요."

"네?"

"저기 저쪽에 예쁜 영애들 많네요. 시장하시다면 맛있는 음식들도 저기에 많이 있고요."

저 멀리서 이곳을 힐끔거리며 서성이는 영애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내 말뜻을 금세 파악한 호세 경이 단단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그 말투는 정말 괜찮다는 듯이 들렸다. 하지만 그가 괜찮든 괜찮지 않던 처음부터 괜찮지 않은 사람은 나였지 그들이 아니다.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계속 거기 서 계시니까 불편해서요. 마치 염탐당하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염탐이라뇨."

말도 안 된다는 호세 경의 말을 받아 사키 경이 냉큼 끼어들었다.

"아가씨께 호기심이 무럭무럭 샘솟는 걸요. 살짝 엿듣고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사키!"

호세 경의 날카로운 부름에도 사키 경은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거 보세요. 저렇게 깨끗하게 인정하면 얼마나 좋아요? 분명 염탐하고 있던 것이 빤한데 아니라고 하시긴."

은근슬쩍 사키 경의 말을 받아 내가 심술궂게 말하자 사키 경을 바라보는 호세 경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무료하게 지켜보던 공작, 뮤아르노와가 손목을 까딱이며 그들을 물리친다.

"저쪽이든 다른 쪽이든 가봐. 오늘은 편히 즐기지."

"주군!"

"정 할 일이 없다 싶으면 경비라도 돌던지."

"……알겠습니다."

공작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더는 우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분노를 숨기지 않고 사키 경을 쏘아 보던 호세 경이 거친 몸동작으로 홀을 나섰다. 방향을 보아하니 영애들에게 가보는 대신 경비 도는 것을 선택한 모양이다. 그 뒷모습을 히죽거리며 쳐다보던 사키 경이 호세 경의 뒤를 따라 홀을 나섰다.

"하아. 이제 좀 편하네요."

호위를 목적으로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 편하지도 않다. 그들을 물리치고 한결 편안해진 내 얼굴을 쳐다보던 그가 지나가던 하인을 불러 와인을 가져오라했다. 곧 하인이 잔 두 개와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왔다. 그는 얄밉게도 잔 한 개에만 와인을 따른다.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설마 마시고 싶다고?"

"……그러고는 싶지만 지금은 참아볼게요."

"좋은 생각이군."

그러면서 와인을 들이키는 그 모습이 어찌나 얄밉던지. 내가 와인 좋아하는 거 알면 배려해 주는 차원에서 아예 안 마셔줄 수도 있을 텐데. 괜히 눈앞에서 날 시험에 들게 한다. 그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만한 목소리로 구시렁거려댔지만 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더 약이 오른 나는 와인대신 포션을 벌컥거리며 마셔주었다.

어느새 한곡이 끝났나 보다. 우리 쪽으로 다가온 레니의 얼굴은 조금 달아올라 있었다. 저 멀리 라니와 루이 토킨 경은 다른 사람들의 인사를 받느라 정신없어보였다.

"잘 봤어. 춤 잘 추더라."

내 칭찬을 레니가 얼른 집어먹는다.

"뭘 새삼스럽게. 내가 원래 춤은 잘 추잖아."

"……너 말고 페터 리제도 공자께 잘 춘다고 한 말이었는데?"

"오빠도 잘 추지잉~. 근데 그래도 내가 더 잘 춰."

역시 레니는 강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보기 좋았다는 둥, 레니보다 훨씬 나았다는 둥의 인사치레를 페터 리제도 공자에게 해주었다. 그는 가만히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나란히 앉은 나와 공작 앞에 레니와 공자가 앉았다. 레니는 지나가는 하인에게 잔을 두 개 더 가지고 오라 시킨 다음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안마시고 있어?"

깔끔하게 비어 있는 내 잔은 와인을 따랐던 흔적조차 없었다. 나는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다고 대답해주었다.

"오늘은 마시지 말라고 하셔서."

"누가?"

누구긴 누구겠니. 옆에 앉은 남자를 향해 눈짓으로 범인을 지목해 알려주었다. 레니의 시선이 동그래진다. 힐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나를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왜? 라고 묻어온다.

혹시 공작성에서 혼자 마시다 주정 부렸니?

미친, 내가 너냐?

그럼 깽판 쳤어?

내가 너냐니까!

아님 밥 대신 술 마신다고 했어?

그날 술판 이후로 술은커녕 술병 그림자도 못 봤거든!

그런데 갑자기 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그때 가만히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던 그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폭로했다. 아니 하려 했다.

"내가 마시지 말라 했던가? 마시지 못하게 한 건 내가 아니라 네 배-,"

"하하하하하하. 아니야, 아니야, 레니야. 하하하하. 아무래도 내가 말을 잘 못한 것 같다. 내가 그랬어. 내가 오늘은 마시고 싶지 않아서 안마시겠다고 했어. 하하하하하하."

"……."

누가 봐도 어색함의 극치를 달리는 내 모습에 분위기는 싸하게 얼어붙었다. 그 단적인 예로 레니는 내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대체 너 뭐하는 거냐는 떨떠름한 시선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레니의 얼굴은 곧 안쓰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나중에 물을 테니 안심해."

"하하하하하."

"웃는 거 완전 어색하다고."

"하하하하하."

"바보야, 그만 웃으라고."

"응."

그 말에 깔끔하게 웃음을 멈춰보였다. 처음부터 억지로 지은 웃음이니 멈추는 건 쉬운 일이다. 페터 리제도 공자는 레니와 나의 대화를 따라오지 못한 채 조금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레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괜찮더군."

"네?"

"가끔은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하인이 새로 가져온 잔 두 개에 와인을 따르며 그 남자, 뮤가 말하자 페터 리제도 공자의 눈이 조금 커다래졌다. 그러다 곧 그 말뜻을 이해하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공작님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존재합니까?"

"아아. 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다기 보다는."

살짝 말끝을 흐린 그가 나를 쳐다본다. 어쩐지 그의 표정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의 그것과 거의 흡사해보였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고 해두지."

"저도 가끔은, 아니 사실은 자주 레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생뚱맞은 말을 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그의 말을 냉큼냉큼 주워 담는 페터 리제도 공자의 말도 의외였지만 이 남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도 의외다. 나와 레니의 놀란 얼굴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그 둘은 우리들의 험담 아닌 험담을 주고받았다. 그때 레니가 페터 리제도 공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상태 그대로 내게 물어왔다.

"너 언제 엉뚱한 말 한 적 있냐?"

"글쎄. 나는 잘 모르겠지만 너는 자주 한 것 같은데."

나는 모든 죄를 레니에게 뒤집어 씌웠다. 그러자 분노에 찬 레니가 나를 강하게 노려본다.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언제? 응?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그러는 너야 말고 혼자 사고는 다 치고 다니면서!"

"내가 언제 사고치고 돌아다녔니? 괜히 억지 부리다가 일 크게 만드는 건 네 전문이잖아. 내가 하나하나 집어줘? 엉?"

"내가 언제 무슨 일 크게 만들었다고 그래? 엉?"

"시끄러. 내가 제대로 입만 열면 넌 당분간 얼굴 못 들고 다녀. 창피해서."

"엥? 그게 뭔데? 그게 뭔데?"

"시끄러. 그냥 조용히 해. 진짜 폭로하기 전에."

"아, 그냥 말해봐. 빨리 말해보라고! 그게 뭐야?"

"몰라."

"모르는 게 어디 있어? 방금 네 입으로 말해 놓고선!"

"몰라!"

그렇게 우리는 서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험담했다.

============================ 작품 후기 ============================

임신인지 아닌지는 ㅎㅎ

스포가 될 수 있기에 결과는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당 ㅎㅎㅎㅎ

저 내일 옵니다, 꼭 옵니다 ㅎ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선작 코멘트 추천 해주신 모든 분들, 복 받으세요~^^

* M.

K님 ㅎㅎㅎㅎ맞아, 유나야.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단다 ㅎㅎㅎㅎ 걱정마세요. 뮤는 유나가 헤롱거리는거 별로 안좋아하니까요 ㅎㅎ

* 사랑솜님ㅎㅎ다들 유나 걱정을 해주시는 군요 ㅎㅎㅎ 뮤가 단속잘 해줄거랍니다 ㅎㅎ 뮤가 슬슬 자기 마음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ㅎㅎㅎ 제대로 직시하게 되는 날, 넵! 분명 올겁니다 ㅎㅎㅎ

* momorica님ㅠㅜ 아아~~~~~ㅠㅜ 죄송해요~ 어제 너무 졸렸어요 ㅠㅜ 지금 바로 드렸답니다!!!

* 월하한유님ㅎㅎㅎ 끊고 싶어서 끊은 것이 아니니 용서해주세요 ㅠㅜ 제가 많이 졸렸답니다 ㅠㅜ

* 루이영원님ㅎㅎ오타지적 늘 감사합니다~(꾸벅꾸벅) ㅎㅎㅎㅎ저는 상냥하니까욤!! ㅎㅎㅎ

* 배고파5님ㅎㅎ뮤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답니다 ㅎㅎㅎㅎ 이번 챕터는 생각 외로 굉장히 길어졌네요 ㅎㅎㅎ

* 나사tk님 ㅎㅎ뮤의 시점!!! 곧 나옵니다!!! ㅎㅎㅎㅎ

* 까만둥하얀콩님 ㅎㅎ아잉~~~감사합니다~~ ㅋㅋㅋ부끄럽고 기분 좋네욤 ㅎㅎ

* 우왕ㅋㅋ님ㅎㅎ쿤~~쿤~~~ 사실 저도!!!!!!

크흠!!!! 저는 차도남보다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따도남이!!! 더 취향이라는!!!!! ....... 뮤도 그렇군요.... 음... ㅎㅎㅎ

* 아랑마녀님 ㅎㅎㅎ으앙~~ㅎㅎㅎㅎ 결과는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ㅎㅎㅎ

* caty님 ㅎㅎㅎ많이 쌓였을 때 그때 보세요 ㅎㅎㅎ

* 뚱땅왕비님 ㅎㅎㅎ그러셨군요~ ㅎㅎ 이미 반한거 어쩔 수 없고, 뮤나 최대한 굴려볼까요? ㅎㅎㅎ

* 불타는에이스님ㅎㅎ뮤는 의외로 집착이 심합니다, 자기 것에는요!!!

* 검은라벤더님 ㅎㅎ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페르디엔님ㅎㅎ사실 사건은 조금씩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깔아놔서 아마 모르실 듯?? ㅎㅎㅎ

* 세이님 ㅎㅎㅎ 오랜만입니당 ㅎㅎㅎ 아기는~ 내일 발표됩니다!! ㅎㅎ

* whomi님 ㅎㅎ아이와 관련된 것은 내일을 기다려주세욤~~~^^ 지금 말하면 스포가 되거든요~ 아직 다 쓰지 못한 것도 있구요 ㅎㅎㅎㅎ 그리고 유나는 ㅠㅜ 미안해, 유나야. 나도 널 그렇게 쓰고 싶지 않은데..... (혹 이 말도 스포가 되는 건가요????? 만약 눈치채셨다면 쉿!! 부탁드립니당 ㅎㅎ)

* 바아스트로님 ㅎㅎ 그러게~ 넌 대체 언제쯤 네 행복을 네것이라 여기고 살 수 있을까? ㅠㅜ

* 별빛같은마음님 ㅎㅎㅎ임신은 내일을 기다려주세요>.

<ㅎㅎㅎㅎ

* 게으른냥님 ㅎㅎ그렇죠! 사실 차를 끊게 할 때부터 이런 일은 가까이든 멀게든 벌어질 일이었죠! ㅎㅎㅎ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 룰루랄라렌님 ㅎㅎ 쓰다 보니 뮤가 그런 스탈이 됐군요! 님께서 뮤 가지십시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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