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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10화 (110/206)

< -- 110 회: # 8 -- >

훌렁~!

원피스 등에 달린 지퍼가 언제 내려간 건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간단히 흘러내려간 원피스가 하얀 어깨를, 쇄골을 하늘아래 내보인다. 갑작스럽게 세상 밖으로 노출된 어깨가 사정없이 떨려댔다. 어찌할 줄 몰라 마냥 흘러내리는 원피스 자락만 부여잡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올려보려 노력했지만, 그리 시도했던 손은 브래지어를 그대로 밀어올린 채 그 위로 입술을 떨어뜨린 뜨거움에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흑!"

축축한 혀가 가슴을 끌어안듯 정점을 감싸며 마구 희롱해댄다. 뜨겁다. 춥다. 모르겠다. 정신이 없다.

"춥, 춥."

하얀 살덩이가 춤을 춘다. 강한 힘에 의해 위로 치솟았다 내리 눌러지는 등 마구 굴려진다. 짜릿한 통증이 온 몸의 전율을 일으켰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잡힌 반대쪽 가슴 끝이 아릿아릿 저려왔다. 호흡이 가빠지며 정신이 희미해져간다. 그가 양손으로 두 가슴을 그러모으고 두 꼭지를 희롱해 댈 때는 이곳이 밖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신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악. 하악."

더듬더듬 거침없이 미끄러져 내려간 손이 엉덩이를 훑고 허벅지를 훑는다. 치마 속으로 파고는 손길에 망설임 따윈 전혀 없었다. 자기의 것을 당연히 자기가 갖는다는 것과도 같은 당당함, 그 의연한 취(取)함에 나는 치마 안으로 파고든 손이 얇디얇은 속옷마저 파헤치고 다홍빛의 살 속으로 달려들고 있음에도 그저 속절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고 말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끔찍하리만큼 강렬한 쾌락에 휘어지는 몸을 주체하지 못함에 그저 떨어대는 것뿐이었다.

"아훗!"

속살을 긁어대는 자극에 이를 악 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크게 소리를 질러버릴 것만 같아서. 하지만 그것 역시 부질없는 반항이었다. 내벽을 긁어대던 손가락의 개수가 하나 더 늘어나자 몸의 열기는 미친 듯이 들끓어댔다.

"아흑, 아, 아."

차마 어쩌지 못한 신음이 둔중한 통증처럼 새어나온다. 그런 유나를 내려다보던 뮤의 가슴에 진한 남자의 충족감이 피어올랐다. 분홍빛으로 물든 뽀얀 가슴은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만의 것이었다.

"아흣, 흑."

정염으로 인한 갈증이 목이 아닌 온 몸에서 일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강한 갈증은 입에 담기도 민망하고 창피한 그 곳, 허벅지 사이에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어 올려 쾌락을 주는 손가락의 율동에 맞춰 움직여댔다. 숨결이 아우성쳐댄다.

더 큰, 더 큰 쾌락을 원한다.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홧홧 이는 열기로 들뜬 몸은 그 바람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애꿎은 발가락만이 휘어졌다 펴졌다 아우성쳐댔다.

"으, 으흣!"

질퍽질퍽. 그의 손가락이 출입을 반복적으로 해댈 때마다 더해가는 민망한 소리. 부끄러워 죽어버릴 것 같으면서도 다리를 오므릴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저 하염없이 몸을 내어주고 있던 그 때였다.

"아!"

어느 순간 토해지듯 흘러나온 덩어리와 같은 고농도 액체에 나는 깜짝 놀라 몸을 흠칫거렸다.

맙소사! 내가 정말 미쳤구나, 유니시이나. 여기가 지금 어디라고!

아랫도리에서 쏟아낸 그 덩어리는 본래의 뜨거움과는 상반되는 차가운 얼음처럼 내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몽롱했던 눈동자가 선명해지고 한없이 늘어졌던 몸이 뻣뻣해진다. 헐떡였던 신음소리는 사라지고 안달하던 허벅지 사이의 떨림이 가라앉는다.

"그, 그만요. 그만해요. 제발."

온 힘을 다해 몸을 바동거려댔다.

방금 전까지 쾌락에 온몸이 젖었더라면 지금은 부끄러움에 온 몸이 젖어버릴 것 같다. 장담할 수 있다. 창피함으로 인해 사람은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에. 지금 내가 딱 그런 심정이었으니까.

"제, 제발요. 그만해요, 제발."

그런 내 절박함을 알았던 걸까? 마치 처녀가 남자를 거부하듯 강렬하게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자 그런 날 그는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는 예상보다 더 얌전히 내 몸에서 비켜나 주었다. 허벅지 사이로 야릇한 느낌을 주던 손이 빠져나가자마자 서둘러 다리를 오므린다.

"자."

그의 무게가 사라졌음에도 쉬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몸을 일으켜주더니 가슴 아래로 훌러덩 내려갔던 옷자락을 다시 올려주기도 한다.

창피해. 지금 당장 이 남자 앞에서 사라지고 싶다. 그 정도의 낯 뜨거움이 밀려들었다. 최대한 그에게서 떨어져보려 했지만 그건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가 내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 손길에 헐떡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쿵쿵쿵.

차분하고 안정적인 그의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쿵쾅쿵쾅.

내 심장은 미치기 일보직전인데! 나는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혼자 침착해?

그 사실이 짜증나면서도 서글프다. 그런데 이율배반적으로 이렇게 그의 가슴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 또 행복하다. 나는 한껏 더 그에게 몸을 기대앉았다. 그러자 나를 농락하듯 속에서 움직여댔던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싸 안는다.

하아. 하아.

한동안 그 자세로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왜 헤어진 건데?"

"예?"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결에 치마가 팔랑거렸다. 속살로 시원한 기운이 아슬아슬하게 타고 들어왔다. 열기가 뜨겁게 올랐던 그곳이 바람의 시원함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좋다. 계속 그 시원함을 느끼고 싶다.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방이었다면 샤워라도 하러 갔을 테지만 지금은 밖이고 그리고 이 남자와 같이 있다. 치마를 위아래로 팔랑거려 바람을 가득 들이고 싶지만 그런 욕망은 꾹 누른다. 내 얼굴이 암만 두꺼워졌다지만 그렇다고 남자 앞에서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누구요?"

"쿤이라는 꼬마랑."

쿤, 쿤이라.

다시금 이 남자의 입에서 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정말 궁금하네. 어떻게 이 남자가 쿤을 아는 걸까?

가슴에 기대었던 머리를 떼고 그를 올려다보고 싶었지만 그의 손이 내 머리를 꾹 눌러대고 있었다.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사 갔어요."

"이사?"

"예. 쿤의 어머니가 편찮으셨거든요. 그래서 어머니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고 그랬어요."

"어디지?"

그가 여전히 내 머리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태로 물었다.

"저도 몰라요."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정말 모른다. 쿤의 어머니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쿤은 말해주지 않았고 나는 묻지 않았다. 아니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그냥 단순히 쿤이 이사 간다는 그 말에 그저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커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건 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걸까?

편지를 주고받는 건 그 때 그 당시엔 평민들이 이용하기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마법이 그때보다 발달한 지금은 평민들도 손쉽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그때도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긴 있었다는 소리다. 마음만 있었다면. 비싸긴 했더라도 그래도 일 년에 한번 정도는 쿤과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행동이었다. 똑똑한 쿤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도 쿤은 그저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적어도 서로 싫어져서 헤어진 건 아닌 모양이군."

"싫어하긴요. 쿤이 절 얼마나 좋아했는데."

꿈에서조차 쿤은 나를 좋아해주지 않은가. 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 단 한 가지, 쿤이 내게 얼마나 다정했는지, 얼마나 상냥히 대해주었는지. 가끔씩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해서 그렇지 쿤은 언제나 내게 최선을 다했더랬다. 갑자기 떠오른 향수에 행복한 웃음이 입가에 새겨진다.

"있잖아요. 쿤이 저한테 향수를 선물한 적이 있었거든요. 사과 꽃 향수였는데 저는 그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비싼 선물을 냉큼 받아버리면 엄마 아빠한테 혼날 것 같아서 갖고 싶어 죽겠는데도 못 받겠다고 그랬지요."

아름답고도 행복한 추억. 그 속에는 늘 엄마 아빠가 함께 있고, 그 속에서 웃고 있는 내가 있고 그리고, 그리고 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그리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지만 모든 것이 엄마 아빠 그리고 쿤만큼 아름답진 못하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내게 주겠다는 듯 나를 사랑해주었던 사람들. 나의 소중한 보물들.

"아주 많이, 정말 아주 많이많이 그 향수가 가지고 싶었어요. 그런 달콤한 선물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사실 그 선물을 전해주던 그때의 쿤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향수병을 손에 쥐고 있었던 쿤의 작은 손만은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다.

"당장 가지고 싶은데 엄마 아빠한테 혼날까봐 머뭇거리고만 있자 쿤이 제게 향수를 발라주었어요. 손목에 그리고 귓등에."

그의 차가운 숨결이 내 머릿결로 떨어져 스며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후끈 거렸던 몸이 오슬오슬 떨려온다.

"발라보았더니 향기가 더 좋더라고요. 향수에 대한 욕심이 무럭무럭 생겨났죠. 그래서 엄마 아빠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울어버리려고 결심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쿤이 그러더라구요. 엄마 아빠가 허락해주지 않아도 걱정 말라고. 매일같이 자기가 이 향수를 가져와 발라 줄 테니 어차피 그 향은 내 것이라고."

너와의 추억은 항상 아름다워, 쿤.

"흐음. 정말 멋진 이야기군."

조금도 감동적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가 제 턱을 내 정수리 위에 내려놓는다. 턱에 힘을 주고 눌러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날 골려주려는 것 같다.

"하지만 아나?"

"예?"

"내 여자 입에서 나오는 다른 남자 얘기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걸."

전혀 불쾌한 목소리가 아닌데요?

그렇게 덤덤한 목소리로 말해봤자 아무렇지도 않다. 게다가 정말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두 손가락으로 나이를 셀 수 있을 만큼 어렸을 때의 이야기. 그런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불쾌해 할 만한 나이가 아니지 않나? 유치하고 또 유치하게시리.

우리에게선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마냥 무겁거나 불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꽤 편안한 자세로 그에게 기대 앉아 내 앞에 펼쳐진 텔의 향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이 남자와 조금만 더 누릴 수 있기를. 이런 평화, 이런 안락함을 조금만 더 함께 할 수 있기를. 이 남자에게 내 심장 따위 절대 들키지 않기를. 내 마음이 그의 발목을 잡고 추해지는 일이 없기를. 진정한 사랑으로 가족을 만든 엄마 아빠를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떳떳한 딸의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내가 선택한 사랑만은 깨끗하고 순수하기를. 내 사랑이 더렵혀지지 않고 구차한 눈물 따위 짓게 되는 그런 날은 오지 않기를.

감히 당신의 사랑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연말이다 보니 이젠 눈이 휙~ 돌 정도로 바쁘네요.

올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정말로요.

다들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새해를 환하게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__)

모든 분들께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댓글 코멘트 추천해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 사랑솜님 ㅎㅎ 쿤은 조숙한 아이였지요~ ㅎㅎ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어렸을 때, 유독 조숙한 아이가 한 둘은 있었답니다. ㅎㅎ

* 검은라벤더님ㅎㅎ넹~ 안녕히가세요~^^

* M.

K님 ㅎㅎ유나는 입이 방정 ㅎㅎㅎ

* 루이영원님 ㅎㅎㅎ현재가 힘들수록 원래 과거는 미화되잖아요 ㅎㅎㅎ 유나의 경우는 미화시키지 않아도 아름다웠을 과거가 얼마나 더 애틋할지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ㅎㅎ

* 별빛같은마음님ㅎㅎ 술판!!!! 저는 불가능한.. ;;;;;;;;사실 저도 벌여보고 싶은데 현실상 그럴 수 없어 여기에 적는 거랍니다...... ;;

* 유키렌님 ㅎㅎ유나 어렸을 때 쿤은 애절한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아름다웠기에 지금의 유나에겐 그리운 것이겠지요 ㅎㅎ 쿤이 나와도.... 네... 뮤에게는 어림도 없을 거랍니다;;;; 왜 남자주인공을 요렇게 그려놓은건지;;; 하지만 사실 저도 질퍽질퍽한 삼각관계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 whomi님ㅎㅎ 유나에게 첫사랑은 열병과같은 그런 것은 아니었답니다. ㅎㅎㅎ 댓글이 늘어나는건 감사할 따름이지요^^

* 페르디엔님 ㅎㅎ쿤은 괜찮은 아이지만, 원래 첫사랑은 아름다운 만큼 이뤄지기 힘든 거라니까요.............. 그래도 다음에 첫사랑이 이뤄지는 내용을 함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ㅎㅎㅎ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추억은 과거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일루미네님ㅎㅎㅎㅎㅎㅎ뮤는 안그래도 쿤을 좋아하지 않아요 ㅎㅎㅎㅎㅎ

* 게으른냥님 ㅎㅎㅎㅎ선물입니다~ ㅎㅎ 끝까지 가진 않았지만 조금은 므흣하셨나요? ㅎㅎ

* 월하한유님 ㅎㅎㅎ사실 쿤은 제가 초등2학년 때 제 남친이 제게 해주었던 짓을 하고 있다능 >////< 부끄럽네요.. 또 그립네요, 꽃반지 ㅠㅜ

* 검은깨두유님ㅎㅎㅎ반지 얘기는..... 제 이야기랍니다 ㅠㅜ 미안해 필통아... 아, 가명아닙니다. 그 친구 이름이 정말 필통이었어요. 손필통. 혹시 아시는분은 조심스레 쪽지를...? ㅎㅎ

* momorica님 ㅎㅎㅎㅎ암요! 물론이죠! 사실 애정표현으로 따지자면 뮤는 쿤에게 많이 부족합니다.

* 세이린느님ㅎㅎㅎ 다음편 드렸답니다 ㅎㅎ

* 크샤나크님 ㅎㅎㅎㅎ 집착물~ 담엔 집착물 도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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