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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109화 (109/206)

< -- 109 회: # 8 -- >

"날짜를 잡았다 하더군."

"예?"

"루이와 라니 배롤린의 결혼식."

잠시 그의 말을 곱씹어보던 나는 곧 탄성을 내질렀다. 그 둘의 일이고 날짜라면 딱 하나, 결혼 날짜뿐 아니겠는가.

우울해질 만큼 가라앉았던 심장이 꽃이 만개하듯 활짝 피어올랐다. 그 향기로움을 머금고 내가 그에게 매달리듯 달려들었다.

"언제예요? 네? 언제로 잡았대요?"

"다음 달 말. 약혼식은 생략하고."

"맙소사. 정말 좋아."

정말 미치도록 좋다. 아주아주 많이 좋다.

다음 달 말이면 약혼식을 이미 치른 레니보다 결혼을 더 먼저 치르게 된다.

그런데 그래도 되는 걸까?

그게 흉 될 것까진 없겠지만 대부분은 약혼식을 치른 뒤 결혼식을 하곤 하니까. 하지만 딱히 하지 않아도 되는 약혼식을 치르면서까지 결혼을 미루는 건 더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라니가 하루라도 빨리 배롤린 가(家)에서 벗어나는 거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그깟 약혼식? 좀 치르지 않으면 어떤가. 대신 결혼 피로연을 약혼식 두 배로 치르면 되지. 아니, 사실 라니는 그딴 거에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다.

"으악!"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있던 내게 강한 힘이 와 닿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힘은 내 몸을 거침없이 뒤로 밀어냈다. 그 갑작스런 손아귀에 나는 이상한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휭~.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술잔 따위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내 몸 위를 유연한 동작으로 올라오고 있는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얼굴 위로 그의 그림자가 진다. 그는 단지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 그 모습이 어쩜 저렇게도 뇌쇄적일 수 있는 건지. 거미줄에 걸려 온 몸이 꽁꽁 묶여버린 나비처럼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점점 겹쳐지는 뜨거운 체온에 희미해졌던 이성을 어렵게 되찾았다.

"무, 무거워요."

부끄럽고 창피하다. 얼굴에 열기가 홧홧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두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있는 힘껏 밀어내 보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반항을 무시하고 더 가까이 내게 몸을 겹쳐 올뿐이다.

"손 치워. 여기서 더 눌리면 네 손목이 다쳐."

친절을 베풀어주시기까지 한다. 영광스러워 죽겠네. 고집스럽게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자 그가 슬쩍 내게서 몸을 떼어낸다. 그 모습에 안도의 숨을 다 내쉬기도 전에 그가 내 양 손목을 휙 잡아 뺐다.

"어, 어?"

내 손은 어느새 그의 가슴팍이 아닌 어깨에 놓였다. 놀라 허둥지둥 거리며 다시 그를 밀어내려 한 것도 잠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몸을 겹쳐오는 게 아닌가!

"대, 대체 밖에서 왜 이래요?"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

"보는 사람이 있든 없든 이건 아니잖아요."

울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그가 미묘한 웃음을 입에 걸었다.

"걱정 마라. 정말 아무도 없으니."

사실……, 음, 사실 그 말에 안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행동을 용납하는 건 아니다. 이런 야외 플레이는 레니가 별장에 놓고 간 수많은 로맨스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플레이 중 하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한 것이 내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나는 은밀하고 조금은 폐쇄적인,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닿지 않는 그런 방 같은 곳이 훨씬 더…….

오,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정말 머리가 돌기라도 한 건가?

또 다른 충격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내 상황 따윈 하나도 모르는 남자가 천천히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져 오는 그의 시선을 차마 끝까지 받아내지 못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음?"

입술로 내려앉을 거라 생각했던 그의 숨결은 입술이 아닌 목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구 뛰어대고 있는 맥박 위로 그의 입술이 닿았다. 이제 심장은 터져버릴 것처럼 쿵쾅거려댔다. 이렇게 딱 달라붙어 있는 상황에서 내 심장박동을 숨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절망스런 현실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가 내 목덜미를 가만히 빨아들였다.

"흡!"

아픈가? 아니, 아프지 않다. 그저 뜨거울 뿐이다. 나도 모르게 몸을 비틀어댈 만큼. 미묘하게 자리를 옮겨가며 그가 내 목덜미에 자신의 자국을 새겨나갔다. 촉촉한 입술이 머물며 살을 머금었던 자리마다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고 그로 인해 불이 일 것 같았다.

"아."

정신이 흐릿해진다. 이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 불안해졌다.

탁탁. 더 이상의 열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손으로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려댔다. 제발 좀 떨어져 달라는 나의 반항 아닌 반항이었다. 그런데 참 짜증나지. 마구 때려대는 내 손은 아파 죽겠는데 맞은 이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그는 때려대는 내 손만 아프다는 것을 눈치 채고 양 손목을 그러모아 위로 눌러버리기까지 했다.

"저기, 저기 혹시, 혹시 제가 당황하는 게 즐거우신 건가요?"

"뭐?"

울먹이는 목소리. 겨우 내뱉어낸 내 말에 그가 목덜미에 고개를 박은 그대로 잠시 행동을 멈추어주었다.

"상, 상대방의 당황을 즐기는 건, 변, 변태들이나 하는 짓이래요."

"하아?"

잠시 그대로 행동을 멈추어주었던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마주보았을 때, 나는 이미 내가 내뱉은 웃기지도 않은 단어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고 난 후였다. 여러모로 심각한 패닉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어떤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거 한 가지만 분명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거.

"변태라."

"아, 아니."

"내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만, 지금은 네가 당황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여겨지는 군."

"네?"

가득 잠겼던 목구멍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으악!"

갑자기 그의 얼굴이 내 앞으로 내리꽂혔다. 서로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멈춰선 그는 혼란스러움에 눈을 뱅뱅 굴리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음대로 생각하란 소리다."

부드럽고 상냥한 입술이 내게 내려앉았다. 한 번은 가볍게 쪽, 다시 한 번 쪽. 아이들의 뽀뽀와 같은 가벼운 마찰이 몇 번 계속되고 그 간지러움에 온 몸이 근질근질 거리기까지 하려던 그 때 더운 입김과 함께 뜨거운 혀가 내 입으로 들어왔다.

"흡!"

놀라 주춤거리는 내 혀를 잡아채 자신의 것으로 감아댄다. 입천장과 치아를 훑어가며 숨도 편히 못 쉬게 한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빨고 또 깨물고. 다시 혀를 집어넣어 입 속을 마구 헤집어대고. 어느새 내 혀를 자신에게로 가져가 마음껏 빨아대고. 그 얼얼함에 절로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커다란 손이 다리를 쓸어 올린다. 옆구리를 타고 슬금슬금 올라오던 손은 원래 자리가 그곳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가슴 위로 안착했다. 맨살이 아닌 옷 위로 그의 손이 닿은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느새 흥분해버린 건지 유두가 우뚝 서 버렸다. 얼마나 예민해졌는지 옷이 싸구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옷자락에 닿은 유두 끝이 아플 지경이다.

"흑!"

물컹물컹. 가슴을 주물러대는 손길에 이해할 수 없는 따끔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상상치도 못했던 공간에서의 행위로 일었던 불안감이 무색하게도 열렬히 달아오른 반응이었기에 그런 내 몸의 반응에 나 역시도 놀라버리고 말았다. 이 남자에게 미쳐가고 있던 건 비단 마음뿐이 아니었나 보다. 몸도 어느새 그에게 물들어 버린 건가?

"당황했다면서 몸은 정직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그가 그런 내 변화를 모를 리 없지.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당황함에 파드득 떨어대는 몸의 가련함에 아랑곳없이 그의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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