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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름답다-44화 (44/206)

< -- 44 회: #3-3그 남자 -- >

제길. 화려하게 날아가려면 끝까지 꼿꼿할 것이지 왜 이딴 모습을 보여, 보이긴!

정말 거슬리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어린 여자는.

뮤의 입술에서 나직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형형하게 빛나는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폭발할 듯 이글거리며 곁에 누운 여자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어린 그녀가 그의 몸을 받아 내는 걸 아직은 벅차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의 무게를 버거워한다는 것 역시도. 때문에 한 번의 관계만으로도 그녀는 쉬이 지쳐 곯아떨어지곤 했다. 잠에 빠지는 그 짧은 순간에조차도 숨을 쌕쌕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는 그녀는 정말로 힘겨워보였다.

뮤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보곤 했다. 이상하게도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질리지가 않는다. 달아오른 뺨도, 자신으로 인해 거친 숨을 내쉬는 모습도. 저 작은 얼굴에 볼 것이 뭐가 그리 많다고 이런 미친 짓을 하는지 뮤도 그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직까지도 욕망이 채 식지 않아 다시금 그녀를 안을 생각을 하고 있는 그로써는 이렇게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녀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당돌하게 굴려대는 저 입술이 잠잠해진 것도 꽤나 마음에 들고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뮤는 웃었다.

매 대화 때마다 혼자 온 몸의 털을 곧추세우고 있는 고슴도치 같기는.

그 경계심이 나름 귀여우면서도 때론 피곤했다. 그렇게 뻣뻣하기 그지없는 그녀가 지쳐 잠든 이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잠잠해진다. 가만히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힘겨워 숨을 몰아쉴 정도니 다시금 뾰족해 지는 건 그녀에게도 힘든 일일 테지. 그렇게 따지자면 그녀를 매 순간 녹초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뮤는 또 웃었다.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따져대는 저 얄미운 입이 잠잠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것을.

하지만 그 얄미운 입술에 뮤는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히 짜증스러울 때 많았지만 적어도 그녀의 입술은 그 어느 꽃보다 향기로웠다.

그래서 뮤는 이 시간이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살면서 무언가에 만족스럽다는 생각 따윈 거의 해본 적 없지만 그래, 이 기분은 분명 만족이다. 만족을 느끼고 있는 제 자신이 한편으론 우스웠다. 그리고 불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여자를 옆에 두고 언제까지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아마도 길지 않겠지. 이제 곧 사그라질 감정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뮤는 불쾌감을 억눌렀다.

영원? 그 따위 것이 어디 있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뮤가 냉소적 이여서가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객관적인 관점이었다.

"얼마든지 널 버릴 수도 있단 말이다. 그걸 아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 순간에도 빌어먹을 욕정은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꽤나 강렬한 것이어서 참기 힘들다. 어차피 참을 생각도 없었지만.

내가 왜 참아야 하나? 내 여자를 바로 옆에 두고. 얼마든지 마음 내킬 때마다 안고 또 안을 것이다. 원하는 만큼, 마음껏. 그리고 지금도 그녀를 안을 것이다. 뮤는 그리 생각하고 그녀의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

그의 단단한 살에 맞닿은 그녀의 살결은 마치 녹아 없어질 것 같이 부드러웠다. 그 포근함에 온 몸이 만족을 표하듯 떨려온다. 양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한 손으로도 다 가려질 것 같은 작은 조막만한 얼굴이 그의 양 손으로 감싸지자 거의 파묻혀 버린다. 일부러 덮지 않은 붉은 입술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 입술을 향해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말랑말랑한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며 그 향내를 마음껏 맛보았다.

천천히 하지만 노골적인 그 행위에도 아직 반응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모양이다. 한참을 그녀의 입술을 괴롭히던 뮤가 잠시 상체를 들어올렸다. 제 입술 때문에 발갛게 부어오르는 그녀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진한 만족감이 새겨졌다.

뮤는 다시 고개를 내려 그녀의 목덜미에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내려 그녀의 쇄골에 그의 붉은 흔적을 새겼다. 쇄골 밑 부분에 새겨진 여러 개의 붉은 흔적들은 처음 나눴던 관계의 흔적들과 지금 다시 새긴 흔적들이다. 이제 슬슬 그녀가 깨어날 거라 생각하며 그녀의 가슴으로 입술을 내리려던 그 때-.

"……."

뮤는 모든 행동을 멈췄다.

온 몸을 뜨겁게 달궜던 욕정도 한 순간에 식어버렸다. 그는 가슴 정점에 닿으려던 그의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볼을 감싸고 있던 손이었다.

"……."

그 손에 묻어난 물기.

눈물? 운건가?"

생각지도 못 한 눈물의 흔적에 그녀를 쳐다보는 뮤의 시선이 한 차례 흔들렸다. 또렷한 눈물이 그녀의 눈에서 흐르고 있었다.

"……엄, 마……아……빠……."

"……잠꼬대?"

아직 잠에서 깬 것 같진 않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울고 있었다. 마음껏 울지 못한다는 듯 참았던 눈물 한 자락만을 흘려보냈을 뿐이지만 그녀는 울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가슴이 한 번씩 크게 부풀리면서 가쁜 숨을 토해냈다. 눈물을 오래 참고 견뎌봤을 법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을, 그의 어린 여자가 지금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잠결에서조차도 안심하지 못한 채.

"엄……마, 아빠……."

"……."

뮤는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거친 동작으로 침대에서 벗어나 대충 옷을 걸쳐 입고는 방 밖으로 나왔다. 이미 욕정은 차갑게 식었다. 우는 여자를 안는 취미 따윈 없다. 달래주는 것 따윈 더더욱.

네가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두었던 그 눈물을 잠결로 흘려보냈다 하나, 감추려 했던 것이니 내 못 본 척 해주겠다. 하지만 그건 널 위해서가 아니다. 그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고작 네 눈물에, 내가 그렇게까지 네게 신경을 써야 하나?

"……."

제기랄!

"호세! 호세를 불러와라."

한밤 중 갑작스런 공작의 명에 집사는 다소 의아해했으나 곧 노련한 능력자답게 감정을 갈무리하고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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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10시간이 지났다.

그 날 그렇게 나온 뮤는 자기의 보좌관 호세에게 처음으로 그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라 명했다. 하급 귀족이나 호세는 꽤나 유능한 사람이었다. 머리에 똥만 가득 찬 쓸모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으면서 제 잇속은 어마어마하게 챙기려드는 버러지 같은 귀족들보다, 뮤는 신분은 낮아도 유능한 사람을 선호했다. 루벤스 제국에서 권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뮤아르노와 알브레히트가 오히려 신분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란 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의 신분 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뮤의 기대에 걸맞게 호세는 그 날 바로 아침에 그녀에 관한 서류를 뮤에게 건네 보였다. 마치 미리 준비해 두었다는 듯 신속하고도 빠른 속도였다. 어쩌면 그녀가 그의 여자가 되고 난 뒤 바로 준비해 두었던 서류일지도 모른다.

"그 전날이 아가씨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날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뮤가 현재 가장 알고자 했던 것이 그 것이란 것을 안다는 듯 호세는 서류를 건네면서도 그 말만은 입으로 직접 고해 올렸다.

"그래?"

"네."

"수고했어."

뮤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이고 호세는 정중한 태도를 유지한 채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가만히 호세가 내민 서류를 쳐다보고 있던 뮤는 서류를 통째로 저 멀리 선반 위에 던졌다. 애초에 그가 알고자 했던 건 방금 전 호세가 말한 그 것이 전부였다. 아니, 마음 한 구석에선 더 알고자 하는 다른 것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뮤는 날카로운 이성으로 그 모든 것을 도려냈다.

그거 하나만 알면 되었다. 그녀가 울었던 그 이유 하나만 알면 되었다. 그 외의 것까지 알 필욘 없지.

그리고 뮤는 잊었다. 바쁜 업무 때문이기도 했고 뮤가 건드리고 있는 사건의 꼬리가 잡힌 탓이기도 했다.

"그래? 그 쥐새끼가 거기에 들어갔다?"

"네. 겐두라 백작 가(家)에서 순순히 받아 준 것을 보아하니 이미 뭔가 이야기를 해 놓은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왜 겐두라 백작이지?"

뮤의 말에 젠이 가만히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비록 소심하기는 하나 그래도 욕심은 굉장히 많은 자입니다. 아마 '그'를 받아주는 척하면서 뒤 배후를 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아. 그렇게까지 생각할 머리가 있었다면 겐두라 백작이 괜히 겐두라 백작이겠어?"

뮤가 씩 웃었다. 의자에 편하게 기대 앉아 나른하게 웃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그의 입술에 걸린 웃음만큼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그 모습에 젠은 슬그머니 시선을 내렸다.

"젠, 너는 겐두라 백작을 너무 높이 평가해줬군."

"그렇다면?"

"겐두라 백작이 아니라 그 배후를 더 캐봐. 며칠 내로 스스로 모습을 보일 테니. 그 소심한 백작이 '그'를 이용하고 버리기 위해 판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건강한 심장을 가진 자로 보이나? 아니지. 겐두라는 미끼에 불과해. 이 일에 감춰진 재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는 몰라도 재물이 클수록 사건을 진행하는 놈들 신분도 높겠지."

"혹?"

젠이 뭔가 깨달은 시선으로 뮤를 쳐다보자 뮤가 기특하다는 듯 젠을 쳐다보았다. 입술 끝에 희미하게 걸린 것이 웃음인 것을 알았을 때 젠은 몸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 겐두라 백작 가(家) 근처에 아이들을 잠복시키겠습니다."

"아아. 그럴 필요 없어."

"네?"

"내일부터 해. 오늘은 절대 오지 못할 테니까."

"어째서……입니까?"

조심스럽게 젠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배후가 누구인지는 짐작할 수 있으나 짐작한 사람이 정말 '그'라면, '그' 사람이 정말 겐두라 백작의 배후가 맞다하면 사건은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수도 있다. 이 알브레히트 공작 가(家)와 맞먹을 재력을 가진 그 사람이 진정 사실이라면 말이다.

젠이 생각하고 있는 걸 뮤라고 모를까마는 뮤는 한결같이 여유로웠다. 하긴 그의 주군은 언제나 이랬다. 젠은 뮤의 얼굴에 다급함 따위 굳어진 것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뮤의 그런 모습은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바보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취하려 들겠지. 이미 들어간 돈이 얼만데 섣불리 움직이겠어? 아마 겐두라가 호들갑 떨 때 움직이려 들 거야. 겐두라가 아니라 겐두라 할아버지라도 그 때는 움직일 수밖에 없을 테니 아예 그 때 나서도 되겠군."

"그 때 나서면 늦지 않겠습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뮤가 맡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맡기 전 눌리아 후작이 루벤스 제국 이로탄 황제의 명을 받고 은밀히 수행하던 것이었다. 암암리에 진행하라는 황제의 명에 눌리아 후작은 조심스럽게 수사망을 뻗어나갔지만 사실 눌리아 후작의 능력으로는 사건의 배후는커녕 꼬투리도 잡기 어려웠다.

그는 정직하나 융통성이 상당히 부족한 사람이었으니. 그러니 검술도 그 모양 그 꼴이지.

하여튼 눌리아 후작은 배움에 있어서 나름의 성실한 노력으로 중간은 가지만 그것이 전부인 사람이다. 활용엔 지극히 약했다. 그는 사건의 총지휘자란 역할보단 지휘의 보좌관이라는 역할에 기실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충성심과 자신의 그러한 부족함을 충분히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사건의 진척이 도무지 자신의 손 안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 판단한 그는 즉시 루벤스 제국의 폐하를 알현하여 자신의 무능력함을 고해 총지휘관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뒤 눌리아 후작은 폐하의 명으로 이 사건을 이어받게 된 새로운 총지휘관 알브레히트 뮤아느로와의 보좌 역할로 남아 그나마 그가 알아낸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그가 이제까지 알아낸 것들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뮤는 그런 그의 말을 건성건성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시하진 않았다. 첫 번째 이유로는 눌리아 후작이 비록 능력은 보잘 것 없지만 인간성만은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그가 자신이 아끼는 보좌관 중 한명인 사키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하. 물론 제가 잘나서 장학금을 받은 거긴 합니다만, 눌리아 후작의 후원이 없었더라면 그 장학금마저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물론 그 말은 사실이다. 사키의 머리가 장학금을 받을 만큼이 아니었다면 사키는 눌리아 후작에게 고마워할 일도 없었을 거다.

"젠은 별장에 가서 그녀를 데려와."

후작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귀찮은 잔챙이 일을 떠맡기기 위해서는. 하지만 대놓고 후작과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 위해 이용한 것이 그의 여자였다. 물론 단순히 그런 이용만으로 그치지 않았지만.

알브레히트 공작 가(家)는 언제 어디서든 주목을 받는다. 따라서 알브레히트 공작 가(家)의 마차가 향하는 방향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젠이 별장에 그녀를 데리러 가면 삽시간에 그 소식이 루노 전체에 알려질 것이다. 당연히 눌리아 후작에게도 알려지겠지. 그럼 눌리아 후작은 그의 딸을 뮤에게 보낼 것이다. 물론 호위기사를 딸려서. 그 호위기사가 눌리아 후작과 뮤의 연결책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관계인 말고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아를랜디 눌리아 영애조차 모른다. 아니, 오히려 아를랜디는 몰라야 한다. 그녀가 알았다면 비밀이고 뭐고 없을 테니까.

"……왜 그러지?"

그녀를 데리러 오란 말에도 젠이 움직이지 않자 나른하게 앉아 있던 뮤의 눈초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그런 시선 앞에서 목석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던 젠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그냥 말하지?"

"……."

저렇게 어물거리는 모습은 평소 젠의 것이 아니었다. 젠은 항상 필요한 말만 했고 필요하지 않다 판단한 것은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런 남자였으니까. 말해보라 부추기는 뮤의 시선에 젠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골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저……오늘은 아가씨의 볼에 상처가 얼마나 날지, 생각했을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건방진 참견을 했다며 고개를 숙이는 젠의 모습에 뮤는 혀를 찼다. 하여간 주위에 재미있는 사람들이라곤 하나도 없군. 그나마 젤 나은 놈이 사키 녀석인데 그런데 그 놈은 또 너무 건방지지. 마치 그의 여자처럼.

"눌리아 후작의 딸이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지.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군, 후작도."

"……."

"매번 더 큰 상처를 만들어 내려는 심보로 알 큰 반지만 끼고 오는 여잔데 어련하시겠나. 신경 쓰지 말고 그녀나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젠이 나가고 뮤는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르른 하늘이 창밖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다. 저 색과 똑같은 색을 지닌 머리칼의 주인공이 곧 공작성으로 올 것이다. 그럼 오늘은 그녀를 안을 수 있겠군.

"바보 같은 계집."

왜 가만히 맞아주기만 하는지 그 속내를 훤히 알겠기에 더 괘씸하다. 뮤의 이름을 방패삼아 몸을 피하진 않겠다는 거겠지. 정신만큼은 그의 정부가 되지 않겠다는 뜻이렷다. 그래야 나중에 혼자 훨훨 날아오를 때 진정한 자유를 가질 수 있다 생각하겠지. 그 이상은 멋지다. 썩은 귀족들의 허영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런 그녀의 존엄성은 훨씬 더 고결하다. 그런 정신만은 썩은 귀족나부랭이들보다 오히려 더 귀족적이었다.

"허나, 난 그것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아."

뮤의 입술이 비틀렸다. 처음 그녀와 관계를 시작할 때 가장 맘에 들어 했었던 그녀의 꼿꼿함이, 뮤는 슬슬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마여혀니님, 월하한유님, lulullu님, 정우규리하님, v미르v님, 게으른냥님, 페르디엔님^^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복받실 거예요. 님들 덕분에 피곤해 죽겠는 와중에도 기분이 참 좋네요.

좀 뿌딱뿌딱 쓰고 올리고 자고 싶은데 느려터진 손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질 않아서 죽겠습니다. 졸려서 죽겠고, 졸려서 죽겠고, 졸려서 죽겠고 ㅠㅜ

ㅋㅋ 다들 좋은 꿈 꾸세요.

선작, 추천, 코멘트 주신 모든 분들, 감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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