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회: #프롤로그 -- >
내가 이렇게 빨리 엄마 아빠가 있는 곳에 가게 될 줄 알았다면, 그랬더라면 좀 더 당신한테 내 마음을 전할 걸 그랬다. 하지만 정말로 몰랐어. 생각해 보지도 못했어. 이별이 이렇게도 일찍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컥!"
숨이 거칠어진다.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 힘이 스르륵 빠져나간다. 흐려지는 시야는 내 끝을 암시하는 걸까, 아니면 내 눈물 탓인 걸까? 바들바들 떨리는 손가락 사이에 걸린 단검의 존재가 미치도록 생생하다. 칼이 꽂힌 옆구리를 중심으로 터진 피가 옷을 적시고, 땅을 적신다. 아득히, 아득히.
"아……."
입안 가득한 비릿한 혈 향에 속이 뒤집힌다. 계속되는 구역질 탓에 뭉친 피가 입술 사이로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꺼번에 뱉어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힘조차 내겐 남아있지 않다.
귀마저 먹먹해져 가는 걸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그 소리에 있는 힘을 짜내어 눈에 힘을 줘 보려했지만 그마나 보이는 건 하늘뿐. 내가 사랑하는 하늘, 엄마를 닮은 하늘, 하늘 꽃, 그리고 당신……. 아릿해져 가는 시야 끝에 맺힌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치 당신처럼-.
처음부터 그랬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빛이 났다. 그래서 나는 꿈속에서도 당신을 욕심낼 수 없었다.
사실은 사랑한다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굉장히, 굉장히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말해선 안 될 것 같아서,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아서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지만. 이게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그냥 말이라도 해볼 걸…… 바보처럼 후회해도 이젠 소용없겠지. 이렇게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바보 같은 유니시이나.
나 죽으면……, 당신은 울어 줄까?
하룻밤이라도, 그 하룻밤의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당신 품에 안겼던 날 떠올리며 슬퍼해 줄까? 정말?
"……."
만약 당신이 그리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정말로, 응, 진심으로.
마침내 눈이 감긴다. 시야를 놓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이 끊기듯 더는 비릿한 향도 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렴풋이 보이던 하늘도 깨끗이 사라진다. 가녀린 생각의 끈마저 녹아내리며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과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엇 하나 선명하지 않은 기억 속에서 오로지 분명한 것은 이것 하나뿐이기에.
응, 나 행복했어요.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