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46)

* * *

“지석씨! 그, 그만해요. 이거 망친단 말이에요.”

로운은 결연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그를 위해 사흘이나 케잌만들기를 배웠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잘 구워진 스펀지 케잌 위에 초콜렛으로 코팅하고 테두리를 장식 하는 중이었다. 초코크림과 생크림을 번갈아가며 예쁜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절반을 채운 지금까지는 크기도 모양도 일정해서 완성도가 높았다. 이대로 기세를 몰아 끝까지 가면 정말 완벽할 것이다.

그런데 지석이 너무 일찍 온 것이다. 그는 주방에 있는 로운을 보고는 잠시 멍한 표정이더니, 곧장 다가와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로운은 뒤에서 가볍게 끌어안고 귓불을 혀로 핥는 그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안 돼요. 나 진짜 건드리지 마요.”

그녀가 매섭게 말하자 지석은 부드럽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계속 해.”

낮은 목소리가 느릿하게 귓가를 울렸다.

계속하라니! 이러고 어떻게 계속하라는 거야. 점점 가빠오는 숨소리에 로운은 울상을 지었다.

“정말, 하지 마요! 거의 다 됐단 말이야.”

그녀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이 상태에서 멈추는 건 정말, 정말 억울하다. 다시 하면, 지금처럼 잘 할수 없을 것 같았다.

“저리 가요!”

로운은 엉덩이를 뒤로 쭉 빼서 그의 몸을 밀어내려고 했다. 양손이 초코와 생크림으로 범벅이 되었기 때문에 그의 옷을 더럽힐 것 같아서였다.

애석하게도 그녀의 엉덩이는 지석의 욕망을 더욱 부추기고 말았다. 단단하게 일어난 곳이 자극당하자 지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웅얼거렸다.

“음... 하고 싶어.”

“안 돼요!”

그녀는 옷 속으로 들어와 가슴을 덮는 그의 손길에 질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이번 장식은 지금까지보다 크기가 두배로 커졌다.

“히잉, 난 몰라.”

정말 울고 싶었다. 로운은 투덜거리며 짤주머니를 눌러 또 다시 하나의 장식을 완성했다. 크기가 큰 장식이 정확히 가운데 부분이었다. 반대편에 하나 더 만들어 대칭을 이루면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그 순간, 지석의 손이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와 그녀의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꼭 집었다.

“해도 돼?”

윽!

로운은 인상을 썼다. 망했다.

짤주머니를 쥔 손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갔다. 장식 세 개를 합친 것보다 더 길게, 지렁이 같은 무늬가 이어졌다.

“당신 진짜!”

그녀가 짤주머니를 던지듯 팽개치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몸이 번쩍 들어 올려지더니 그대로 반대편 싱크대 위에 앉혀졌다.

“된다고 해줘.”

강렬하게 타오르는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온 손가락은 애를 태우듯 그녀의 젖꼭지를 빙글 빙글 돌리고 있었다.

로운은 입술을 꼭 깨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이번만큼은 절대 안 넘어가!

지석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 사이 옷 속으로 들어온 양손은 그녀의 가슴을 쥐고, 끄트머리를 살살 돌리다가 빙글 빙글 돌리기도 하고, 둥근 가슴 전체를 풍선처럼 리드미컬하게 애무했다.

부들부들, 짜릿한 전율이 가슴에서 배로 이어졌다. 그녀는 그 감각을 참으려 애쓰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하지 마요.”

지석의 눈 깊숙한 곳이 확 타오르는게 보였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채, 천천히 옷 속에서 손을 빼냈다.

긴 손가락이 둥글게 부푼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스윽, 핥듯이 스치고, 아랫배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마침내 상체가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순간, 로운은 해냈다, 라는 성취감과, 왠지 모를 실망이 뒤섞인 묘한 기분에 휩싸여 버렸다.

“하아...”

그래선지,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듯, 탄식의 한숨을 뱉어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짓궂은 빛을 띠더니 불똥이 튀듯 스파크가 확 일었다.

“안되겠다. 해야겠어.”

안심하고 있던 로운은 꺅 비명을 질렀고, 곧 그의 입에 막혀 버렸다. 간신히 그의 손길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가슴은 또 다시 세찬 공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부드럽지 않았다. 그는 아플 정도로 가슴을 움켜쥐고는 굶주린 사람처럼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달아.”

지석이 탁하고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몇 번이나 맛을 보면서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로운은 손이 그의 몸에 닿지 않게 하려고 엉거주춤 들어올렸다.

그걸,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인 지석이 재빨리 스웨터를 머리 위로 벗겨버리고는 가슴을 덥썩 물었다. 축축하고 따스한 입속으로 젖꼭지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 로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하아앙, 지석씨...”

끈적끈적한 크림이 그의 머리에 잔뜩 엉켜 붙었다.

“아, 어떻게 해. 당신 머리...”

로운은 당황했지만, 지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바짝 조이고, 더욱 세차게 가슴을 빨았다.

단단한 이가 예민해진 젖꼭지를 깨물고, 다시 부드럽게 핥아올렸다. 그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집어 넣은 채, 로운은 헐떡거렸다. 왜인지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몸이 달아올랐다.

지석은 양쪽 손으로 가슴을 모아 쥐고, 거칠게 주물렀다. 혀로 간질이고, 가볍게 깨물고, 세차게 물어 삼켰다. 그때마다 로운은 흐느껴 울었다.

“으응, 지석씨, 하아... 해줘요. 안아줘...”

다리 사이가 움찔거리며 조여들고, 점점 더 흠뻑 젖어 들어갔다. 그의 손이 등을 단단히 받쳐 들었다. 뾰족해진 젖꼭지를 지그시 깨물며, 한 손을 치마 속으로 집어넣어 엉덩이를 주물렀다.

팬티를 비집고 들어온 손에 의해 예민해진 곳이 자극당하는 순간, 그녀는 절정에 올랐다. 싱크대 위에서 몸을 뒤로 휘며 높은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앗, 지석씨!”

그 다음 부터는 엉망이었다. 지석은 침대까지 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 곳에서 로운의 다리 한 쪽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머리를 내렸다.

단숨에 그녀의 팬티를 찢어 낸 뒤, 촉촉한 샘 안으로 혀를 집어 넣었다. 마치 달콤함이 그곳까지 이어져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람 같았다. 뜨거운 것이 들어오고, 주위를 샅샅이 핥고, 거침없이 빨아대기 시작했다.

그녀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 물고기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타액과 애액으로 흠뻑 젖어 허벅지까지 미끌거렸다.

로운은 너무 강한 흥분으로 신음조차 낼 수 없었다. 머리가 마비된 것처럼 멍해지고,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수 없었다.

허기진 사람처럼 그녀를 맛보던 지석이 고개를 들었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이마 근처에 하얀 생크림 덩어리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생크림 덩어리를 닦아냈다. 지석이 그녀의 손가락을 잡아 그대로 입속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입속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그의 단단히 몸이 그녀 안으로 쑤욱 밀고 들어왔다.

“.... 아...”

그제서야 간신히, 로운은 억눌렸던 신음 소리를 토해 낼 수 있었다. 머리가 녹아내리는지, 몸이 녹아내리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흐윽, 지석씨, 아아 제발...”

그녀는 미친 듯이 흐느끼면서 그의 몸에 매달렸다. 세상이 온통 빙글 빙글 도는 것 같았다. 숨소리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지석은 평소보다 훨씬 더 거칠었다. 그녀의 다리를 단단히 자신의 허리에 감게 하고, 한 손으로 싱크대를 짚은 채, 거침없이 그녀 안으로 질주해 들어갔다.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엄청난 감각이 그녀의 내부를 들쑤시고, 소름 끼치는 감각이 척추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울 때마다 그의 허리가 더욱 세차게 움직였다.

“로운아... 로운아...”

마치 태양을 품은 것처럼, 그의 가슴으로 뜨거운 덩어리가 밀려들었다. 그는 뜨겁고 달콤하고 저릿한 쾌락에 휩싸여 길게 울부짖었다.

온통 암흑 뿐이었던 세상이 그녀로 인해 환한 빛으로 가득 차는게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 영원히 하나인 채로 있고 싶었다.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참아도, 척추를 진동시키고 단숨에 뇌까지 치고 올라가는 쾌감의 절정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흐윽, 으, 으앗, 로운아...”

그는 이를 악물다 결국, 눈부신 빛에 감싸인 채, 그녀 안으로 맹렬하게 자신을 침몰시켰다.

“앞으론... 묻지... 말아요.”

축 늘어져 지석에게 안겨 침실로 옮겨지며, 로운이 헐떡거렸다. 그의 등 뒤로 난장판이 된 식탁이 보였다. 지석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

“... 그러지.”

그 후로, 지석의 '해도 돼' 라는 말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 * *

로운은 정말로, 끝까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다 말한 그 한 마디에 지석은 평생사용권을 얻은 듯, 기뻐했다.

그 날을 시작으로 시도 때도 없는 파상 공격이 이어졌다. 지석은 퇴근하면, 곧장 그녀의 집으로 건너왔다.

“이럴 걸 뭐 하러 옆집으로 이사를 와요. 그냥 같이 살지.”

거듭된 공격으로 피곤에 지친 채, 로운이 투덜거렸다.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던 지석의 눈매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좁혀졌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지석이 옆집으로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로운의 일 때문에 쉽지 않았다.

소속사는 두 사람의 결별설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결혼한다는 기사를 발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작년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로 내려간 로운의 이미지가 이번 드라마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지석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훈과 리언이 두 사람이 이어지도록 도와준 공로를 생각해서라도 남아 있는 CF의 계약기간 동안만 결혼을 미루기로 한 발 양보했다.

대신, 새 CF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혹시나 눈치 빠른 기자들이 물어온다면, '좋은 친구' 카드를 쓰기로 한 것이다.

로운은 밀린 일들을 해치우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CF와 화보촬영 때문에 해외에 나가야 할 일이 많았다.

그 때마다, 지석은 그녀를 효율적인 방법으로 고문했다. 촬영 때문에 피부에 절대로 흔적이 남으면 안 된다는 고충이 있었다.

지석은 그녀의 피부중에서 색이 짙은 곳만을 집중 공략했다. 눈처럼 하얗고 순수한 목덜미를 애무할때는 솜사탕을 다루듯 부드러웠지만, 분홍빛 젖꼭지를 탐할 때는 불만족스럽다는 걸 사정없이 드러냈다.

게다가 절대로 드러날 일이 없는 곳을 다룰 때는 더 가차 없었다. 그는 다른 곳을 빨지 못하는 한을 그곳에다 전부 풀어내는 것 같았다.

그 집요함에 로운은 꼼짝도 못하고, 울면서 애원하고, 헐떡거렸고, 끝에 가면 늘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3월, 그녀는 다음 시즌의 광고를 위해 아라비아 사막에 일주일이나 머물렀다. 그곳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로운은 여러 파티에 참석했다.

그 중의 한 파티에서 로운은 아부다비의 왕자에게 청혼을 받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일은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에 의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까지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한국 여자의 위엄이라며 즐거워했지만, 딱 한 사람만은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한 채,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다.

주형이 지석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따스했지만, 그 주변만은 알 수 없는 냉기로 가득했다.

단정한 뒷모습은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위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주형은 전신을 조여 오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조용히 그의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이사님, 말씀하신 테이아 관련 서류입니다.”

주형의 말에 지석은 천천히 몸을 돌려, 책상 앞에 앉았다. 평소와 다름 없는 표정이었지만, 주형의 시선이 움찔했다. 식은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왔다. 그는 보았던 것이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꽉 움켜 쥔 그의 손 안에서 형편없이 구겨진 담배갑을, 마치, 누군가의 목줄기를 쥔 것처럼 부르르 떨기 까지 했던 것이다.

혹시, 엄청난 손해를 보신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강지석이 저렇게 분노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황급히 강지석의 사무실을 빠져 나온 주형은 지난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 아래 층으로 달려갔다.

일층 로비 중앙의 휴게실은 센터장들이 잡담을 나누는 곳으로 늘 그렇듯 북적거렸다. 이제 곧 퇴근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로운은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화사하게 인사를 했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김인호는 허거덕, 발을 삐끗했고, 막 그곳으로 달려가던 주형은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렸다.

“이, 이로운씨, 여긴 어떻게?”

지석이 로운을 식사에 초대한 뒤, K&K 빌딩은 한동안 두 사람이 다시 사귀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맹렬히 이어졌다.

하지만 그 뒤, 두 사람에 대한 기사가 일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좋은 친구'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강이사님 뵈러 온 건데, 혹시 외근 나가셨나요?”

그녀는 우아한 포즈로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다들 앞을 다퉈 그가 아직 건물에 남아 있음을 알려주었다.

“다들 일 보세요. 저는 일전에 강이사님이 말씀하신 투자건을 상담드리러 온 거에요”

투자라는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일제히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강지석이 이로운에게 뭔가 좋은 정보를 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이곳까지 직접 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또각 또각, 걸어가던 로운은 주형을 스치며 작게 말했다.

“주형씨, 저 왔다는 말, 하지 마세요. 놀라게 해주고 싶거든요.”

헉, 이게 무슨 뜻이지?

주형은 그 순간, 머릿속이 혼란했다. 이런 서프라이즈는 연인들 사이에나 하는 거 아닌가, 그럼 두 사람이 정말로 다시 사귄다는 거야?

로운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주형에게 몰려 들었다. 다들 주형이 뭔가 새로운 투자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형은 떨어뜨린 서류를 주워들고는 표정을 담담하게 했다. 강지석의 말투와 표정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노코멘트입니다.”

로운은 작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예정보다 하루 빠르게 입국했던 것이다. 원래는 내일 아침에 돌아오기로 했고, 지석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지석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급하게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입구에 있던 비서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문희는 뜻밖의 방문객에 멍청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인터폰을 드는 걸 보고, 로운은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애교스럽게 부탁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문희는 망설이다 인터폰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상사의 노트북 바탕화면이 이로운의 사진이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또한 지석이 매우 자주 이로운의 기사를 검색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들어가세요.”

그녀는 로운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회사생활은 자고로 눈치가 빨라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입까지 무겁다면, 상사는 틀림없이 그 사람을 매우 중요한 인재로 생각할 것이다.

로운은 고맙다는 듯 가볍게 눈웃음을 지었다. 일주일 넘게 그를 보지 못했고, 매우 중요한 소식이 있었기 때문에 심장은 북을 치는 것처럼 요란하게 뛰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손잡이를 힘껏 잡아 당겼다.

“무슨 일...?”

갑작스럽게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에, 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안경 속에 있던 눈이 커졌다가 다시 가늘어졌다.

로운은 짜잔, 하듯이 그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가 틀림없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지석은 웃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가 이곳에 올 걸 알기라도 한 듯, 언제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그가 일어나 천천히 그녀에게로 걸어왔다.

“나 왔는데, 안 반가워요?”

로운은 실망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서프라이즈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자가 회사에 오는 것을 매우 싫어할지도 모른다.

“연락하지 않은 건 미안해요. 나는 그저 당신을 놀라게 해주려고...”

로운이 머뭇거리는 동안, 지석은 그녀 앞까지 다가왔다. 긴 팔이 뻗어 오자 로운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의 팔은 그녀가 아니라, 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뿐이다. 지석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

“문희씨, 다들 퇴근하라고 전해 주세요.”

문이 닫히고, 철컥,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로운이 고개를 돌리자, 이글 이글, 그녀를 태울 것 같은 눈동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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