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46)

* * *

지석은 아주 어렸을 적의 꿈을 꾸고 있었다. 부모님이 다 살아 계셨을 때의.

너무 어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걸 잊고 싶었기 때문인지 그는 지금까지 어린 시절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

그 시절에는 행복했던 기억이 없었다. 그의 기억의 시작은 늘 고아원 원장에게 매를 맞는 장면이었다. 아프다고 하거나, 울면 더 심하게 매를 맞았다.

그래서 그는 한 번도 아프다고 말해본 적도, 울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울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였다. 가족사진 속에서나 봤던 엄마가 다가오더니 그의 이마를 짚어주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많이 아프니? 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서러움이 복받치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아프다. 정말 온 몸이 다 아픈 것 같았다.

그는 엄마에게 아프다고 칭얼거리며 울었다. 안아달라고 떼를 썼다. 부드러운 팔이 다가오더니 포근하게 그를 감싸 꼭 끌어안아 주는게 느껴졌다. 엄마의 냄새, 엄마의 품, 엄마의 따스함...

아픔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깨고 싶지 않은 안락함 속에서 지석은 서서히 눈을 떴다. 굉장히 오랫동안 잠을 잔 것 같았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뻐근했지만, 머리는 개운했다. 철이 들기 시작한 후로, 그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프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양 부모님을 걱정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아프다고 어리광을 피우는 게 싫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더 신경 써야 했다. 술, 담배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꼬박 꼬박 운동을 하며, 건강검진도 주기적으로 했다.

조금만 몸이 안 좋은 거 같으면, 미리 미리 예방을 했기 때문에 그 흔한 감기도 심하게 걸려 본 적이 없었다.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아팠던 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석은 아주 오랫동안 침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감각이 없는 팔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그는 여기가 어딘지 갑자기 생각이 났다. 품 안에 따스하고 보드라운 물체가 있었다.

로운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리에 팔을 감은 채, 쌕쌕 잠이 들어 있었다. 목구멍으로 울컥, 뜨거운 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 알았다. 사람의 체온이 이렇게나 따스하다는 걸. 그는 곤하게 잠이 들어 있는 로운의 팔을 풀어내고 욕실로 향했다.

끈적거리는 몸을 닦아내고 싶기도 했고, 저 혼자 흥분해 버린 난감한 부분을 식혀야 할 필요도 있었다. 안 그러면 로운을 깨우게 될 것이다.

뜨거운 물줄기 아래 서 있는 동안, 정신이 맑아졌다. 그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그 일들에 하나 하나 번호를 매기며 다시 침대로 돌아온 그의 눈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이 든 로운이 보였다.

“음....”

머릿속에 떠올랐던 순서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지석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몸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창 밖은 짙은 어둠에 휘감겨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더 있어야 했다. 어제 낮부터 잠을 잔 것 같으니, 이미 열 시간도 넘게 잔 셈이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그는 불면증이었다. 하루에 두 세시간도 못 자는 날이 태반이었다. 그만큼 바쁘기도 했고, 잠도 오지 않았다.

어제 챙겨 들고 온 가방 속에 일거리가 잔뜩 들어있었다. 거실로 나가면, 로운을 깨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아주 잠깐 동안 고민을 했다. 성큼 성큼 로운이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이불 한 쪽을 젖히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주말이다. 그러니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도 뭐가 문제겠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로운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인상을 쓰더니, 이마부터 짚었다.

“다행이다. 열 내렸네.”

졸음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열이 났었나?”

지석은 가느다란 허리를 바짝 끌어당겨 안았다. 흐릿한 기억 중간 중간 그녀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밤새 좀 아팠던 것 같기도 했다.

로운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세상에 기억 안 나요? 밤새 아팠잖아요. 열 많이 나서 병원 가쟀더니 싫다면서 얼마나 애 먹였는데.”

로운이 투덜거렸다. 덩치 큰 어른을 간호하는게 어떤 건지 어젯밤에 확실히 알았다. 어쩐지 강지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았다.

“병원에 갔으면 진짜 간호사들이 전부 웃었을 거야.”

지석은 무슨 말인가 싶어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로운은 그를 노려보았다.

“진짜 기억 안나요?”

지석은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운이 약오른다는 듯, 빠르게 말했다.

“당신 어제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알아요? 열이 나서 수건을 갈아주면, 내 팽개치지를 않나, 덥다고 이불을 걷어차질 않나, 춥다고 신경질을 부리질 않나. 약도 먹기 싫다는 걸, 억지로 달래가며 먹였드니, 쓰다고 툴툴, 안 먹어도 된다고 툴툴, 그렇게 내내 투덜 투덜, 끙끙거리다 거의 오밤중이 되어서야 잤다구요.”

지석의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다행히 어둠속이라 표는 나지 않았다. 그는 느긋하게 로운의 몸을 품안으로 당겨 안았다.

“내가 그랬을리 없어.”

“헐, 진짜에요.”

그의 팔 안에서 로운이 고개를 바짝 치켜들었다.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지석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새카만 눈동자는 어제보다 훨씬 더 또렷했다.

그걸 보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로운의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눈을 감고 하품을 하며, 일부러 졸린 것처럼 말했다.

“암튼, 난 당신 간호하느라 지쳤어요. 그러니까 더 자야 해요. 나 졸립다구요.”

“그러지.”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스쳤다. 한 번, 두 번, 베이비 키스를 하듯, 쪽쪽 소리를 내더니, 마침내 깊숙하게 입맞춤을 해왔다.

로운은 헐떡거리며 그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입술 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혀를 휘감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붙고, 혀와 혀가 엉켜들었다.

심장이 쿵쿵 울리고, 아랫배가 부르르 조여들었다. 다리 사이를 벌리며 들어온 지석의 단단한 허벅지를 힘껏 조였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몸이 화르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서야 입술을 떼어 낸, 지석이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쿵쿵, 세차게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아마 그녀의 심장도 똑같이 뛰고 있을 것이다.

달궈진 그의 욕망이 한껏 부피를 자랑하며, 그녀의 아랫배를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로운은 꼴깍 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몸 안쪽이 파르르 떨리고, 다리 사이가 부끄러운 기대로 조여 들었다.

“졸립다면서? 어서 자.”

그녀의 머리를 턱에 끼운 채, 지석이 느릿하고 탁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잔뜩 긴장해서 두근거리고 있던, 로운은 그의 말에 오히려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래놓고 잔다고?

아, 물론 그녀가 졸립다고 말했다. 지석은 밤새도록 아팠으니, 자야 하는게 맞다. 그런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그는 이내 곤하게 잠이 든 것처럼 규칙적인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로운은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졌다. 초저녁에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깼더니 그의 몸이 불덩이였다. 그때부터 정신이 없었다.

응급실에 가자고 했지만, 지석은 막무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땀으로 흠뻑 젖은 몸에서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해야만 했는데, 지석의 짜증이 시작되었다. 덥다면서 이불을 차내는 통에, 지키고 섰어야 했다. 약을 먹이고, 잠깐 잠을 탄 틈을 이용해, 그녀도 샤워를 하고, 대충 집안을 정리했다.

두어 시간을 자고 다시 깬 지석이 이번에는 춥다고 난리였다. 이불을 하나 더 꺼내 주어도 춥다면서 칭얼거려서 결국은 그녀가 침대 속으로 들어가 그를 껴안아 주었다.

추워 추워를 중얼거리던 지석과 언제 함께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열은 내렸고, 그의 기분도 나아졌으니 모든게 제대로 된 셈이다.

딱 하나만 빼고.

그녀는 울고 싶었다.

당신, 정말 나한테 왜 이래요?

진퇴양난이라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석은 다시 잠이 든 것 같았지만, 로운은 쉽사리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아랫배에 닿아있는 딱딱한 물건 때문이다.

차라리 깬 김에 그냥 일어나는게 낫겠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조금만 뒤쪽으로 움직여도, 지석은 귀신 같이 알아차리고, 더욱 바짝 끌어당겨 자신의 몸에 딱 붙여 놓았다.

잠이 들면, 줄어들거라 생각했는데, 배와 배 사이에 눌려 있는 딱딱한 부위는 어쩐 일인지 조금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눌린 부위가 갈비뼈가 시작되는 부분이었다. 쿡쿡 찔러 대는 통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로운은 울고 싶었다. 맹세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가슴이 서서히 뻐근해지기 시작했 다. 지석이 만진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젖꼭지가 딱딱하게 곤두서더니, 짜릿짜릿 전기가 흐르듯 따끔거렸다.

피부의 솜털이 한올 한올 일어섰고, 차츰씩 숨이 가빠왔다. 지석은 평온하게 잠이 든 것 같은데, 어째서 자신은 그럴 수 없는건가.

로운은 심각하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에 비해서 자신이 너무 밝히는 것 같다. 게임을 시작할때도 그랬고, 그와 처음 잘 때도 그랬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을때도 그랬다.

전부 다! 그녀가 먼저 시작했다. 남녀 사이란 원래 이런 건가? 여자가 남자보다 더 참을성이 없는건가. 아니면 그녀가 특별히 더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인건지도 모른다.

그는 아프다고 누워 있는데도 섹스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석이 알면 자신을 너무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 번이나 그런 말을 들었지 않은가. 로운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참으려고 노력했다. 절대로 먼저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명예가 달린 문제였다.

로운은 갈비뼈를 누르고 있는 단단한 그의 몸과, 따끔거리고 있는 자신의 꼿꼿해진 부위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서 떨쳐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점점 더 심해질뿐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참았던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지석의 몸은 그대로 굳어진 바위가 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미 깊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이 틈을 이용해, 그의 몸을 조금 옆으로 밀어내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손이 몸 사이로 들어가 나무토막처럼 단단해진 부위에 닿는 순간, 머리 위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지더니 이를 악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지지 마. 할 생각이 아니라면.”

윽, 들켰다! 로운은 정말이지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뻔 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아니에요. 난 그런게 아니라, 좀 불편해서... 정말이에요.”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잠깐 숨을 들이키고는, 더욱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으니까, 얼른 자.”

그리고는 더욱 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압박당하는 부위가 더 많아졌다. 로운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알았다면서? 정말 안 거 맞아?

아픈 건 자신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석에게 아픈게 전염 된 모양이다. 체온이 오르고, 호흡은 가빠졌다. 그가 너무 세게 안았기 때문인지 몸이 오싹 오싹 조여들었다.

로운은 점점 더 불편해졌고, 점점 더 참을수가 없었다. 다리 사이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뭔가가 흘러내려 미끌거리더니, 이윽고 간질간질 해졌다.

그녀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만지고 싶어! 강하게 마찰당하고 싶어서 몸부림이 쳐질 것 같았다.민망함을 참아보려 애를 썼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몸의 욕구불만은 점점 더 거세어져 갔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마침내, 로운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문제의 답이라고 생각했다. 일어나자! 라고 생각한 순간, 목덜미가 따끔했다.

지석이 그녀의 목 사이를 깨문 것이다. 그녀의 몸이 더욱 조여지더니, 다시 조금 느슨해졌다. 뜨거운 숨이 귓가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느리고 무거운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울렸다.

“해도 된다고 말해줘.”

아아, 정말이지 이렇게 참을성 강한 남자는 이길 수가 없다. 여기서 하지 말라고 하면 그는 정말로 하지 않을 것이다.

로운은 머리에서 칙칙 김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한 마디면 돼. 하지 말라고, 딱 한 마디만 하면 명예를 지킬 수 있어.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아줘요.”

흐윽, 졌다.

어느새 두 사람의 옷이 벗겨지고, 목덜미를 배회하는 입술이 점점 더 강하게 피부를 빨아들였다. 로운은 정신없이 그의 입술에 매달렸다.

부끄러움도 잊고, 그의 단단한 허벅지에 다리 사이를 대고 빠르게 비볐다. 이미 예민해져 있던 부위는 금방 달아올랐다.

“아, 아앗, 지석씨!”

짜릿하게 차오르는 쾌감에 로운은 숨도 쉬지 못하고, 연거푸 신음을 내질렀다.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주무르던 지석이 로운의 손을 잡아 두 사람의 몸 사이로 가져갔다.

“만져줘...”

애절한 목소리였다. 로운의 심장이 쿵 뛰었다. 늘 엄격해보이는 그가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침대에서뿐이었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로 부탁을 한다.

그녀의 손을 아래쪽에 내려다 놓고, 지석의 입술이 또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거칠고 강하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듯한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매끄러운 손이 단단하게 솟구친 부위를 부드럽게 쥐고 힘을 주자, 흠칫, 몸을 굳혔다. 로운은 그제서야 살짝 자신감이 돌아왔다.

자제심 강한 지석이 유난히 약한 부분이었다. 그녀의 손 안에서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른 페니스를 가볍게 위 아래로 쓰다듬었다.

“으읏...”

로운은 그의 가슴 위에서 얼굴을 들었다. 그의 눈이 홀린 듯, 그녀를 보고 있었다. 손을 움직이자 날카로운 턱 근육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당신은 여기가 성감대죠?”

그의 몸을 잡고 어루만지면서 로운이 그의 얼굴을 보면서 속삭였다. 그가 인상을 쓰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말했다.

“남자들은 거기가 다 성감대야.”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석은 그녀의 몸에 들어올 때보다, 이곳을 만져줄 때의 표정 변화가 훨씬 더 생생하다.

로운은 그가 긴장하거나, 턱을 움찔거리거나, 인상을 쓰고, 신음을 참으려고 하는 모습이 좋았다. 온전하게 그의 반응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남자들은 다 이래요?”

그녀의 손이 움직일수록, 그의 몸이 점점 더 커다랗게 성을 내며 솟구쳤다.

“음... 뭐가?”

참을성 많은 그의 표정이 어둠 속에서도 서서히 일그러지는게 보였다. 마침내,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참지 못한 듯, 굵직한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손이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이자, 그의 목에서 새어나오는 간헐적인 신음소리도 점점 더 빨라졌다.

“음, 로운아, 아, 읏, 세게, 으...”

“이럼, 좋아요? 얼마나 좋은데?”

얼마나 좋으면, 자제심 강한 강지석이 이러는 걸까?

“으읏, 많이.”

로운은 그가 쾌감에 들떠서 참지 못하고 흘리는 신음소리가 좋았다. 땀이 밴 목덜미를 혀로 핥으며, 로운은 손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음, 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는 손에 압력이 가해지고, 목덜미에 문질러지는 입술에서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가 연거푸 터졌다.

“아, 로운아... 더 세게, 아, 제길, 으, 으으읏!”

그가 몸에 힘을 주며 거친 비명을 토하는가 싶더니, 그녀의 손 안에 있던 남성이 꿈틀꿈틀거리다 세차게 뜨거운 액체를 뿜어냈다.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지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수건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 하나 꼼꼼히 닦아준 뒤, 위로 올라와 체중을 실었다. 눈이 마주치자 지석이 담담하게 물었다.

“옆 집에 누가 살지?”

“네?”

로운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그것보다 지금 왜 그런 걸 묻는거야?

“음, 아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의 말이 좀 섬뜩하게 들린 건, 그녀의 착각이리라.

옆집에 부동산으로 돈 좀 번 중년 부부가 살고 있다는 게 떠올랐지만, 지석이 덥썩, 가슴을 무는 바람에 생각은 멀리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후, 지석은 그녀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로운은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지석은 대답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낮고 정중하며, 조금은 음침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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