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46)

* * *

사랑을 몰랐을 때는, 그 사랑이 실제로 통증을 유발할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사랑 때문에 아프다거나, 죽는 사람도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운은 지금 그런 것들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지석을 생각하면 심장이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고 숨이 막혀 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든, 기자들의 질문은 그녀보다는 강지석에 대한 것이었다.

“이로운씨, 연인이 게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유티비에 강지석씨 영상 뜬 거 보셨나요?”

“동영상 속 남자가 정말 강지석씨 닮은 중국 남자인가요?”

“이로운씨, 지금 심경 한 마디만 해주세요.”

“L양 비디오 파문에 이어 강지석 영상까지 누군가 일부러 퍼뜨렸다는 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지막 질문은 평소 친분이 있는 올데이의 양기자였다. 로운은 가볍게 눈인사로만 감사를 표한 뒤, 꼿꼿하게 공항을 빠져 나왔다.

그녀가 차에 올라타려는데, 차 안에 있던 강지석의 모습이 보였다, 카메라 수백대가 한꺼번에 플래시를 터뜨리는 바람에, 눈 앞이 일순간 하얘졌다.

“괜찮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석의 품 안이었다.

“어떻게 왔어요. 여기 오면 어떻게 해요? 기자들 많은데.”

로운은 새파래진 얼굴로 지석을 올려다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표정, 얇은 입매, 가늘게 떠진 시선 속에 언뜻, 흔들리는 눈빛이 보였다.

“놀랄까봐 왔는데 괜히 왔군.”

그는 얇은 외투 차림인 로운의 복장을 보더니 눈을 찡그리며 자신의 감색 체크 목도리를 벗었다.

“한국이 하이난인줄 알아? 그러고 다니면 감기 걸린다.”

그녀는 목도리를 감기는 동안, 멍하니 그를 보고 있었다. 뜨거워진 가슴에서 뭔가가 그득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울컥, 감정에 못 이긴 로운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걱정했잖아요. 정말, 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지석은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바들 바들 떨리는 어깨가 그녀의 심경을 대신 전달해 주었다.

“무슨 걱정? 비디오 사실일까봐?”

그녀의 젖은 시선이 들어오자, 지석은 끝내 웃고 말았다. 곤혹스러운 웃음이었다.

“유출 경로 수사 중이야.”

“정말... 당신이에요?”

“클럽은 맞고, 뒤는 아니고,”

그는 어깨를 들썩했다. 그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아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맞았다. 처음, 게이 클럽에 갔을 때였다.

지석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제와서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그 영상 속의 젊은이는 틀림없이 그 였으니까. 그는 평소처럼 말하려고 했다.

“누가 클럽 CCTV 영상을 빼돌린 것 같아. 20대 때...”

지석은 끝내, 뒷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과거가 로운의 발목을 잡게 될 거란 생각은 했었다.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내가 당신 만나는 거, 하늘이 별로 안 좋아하나보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웃음기 띤 목소리에 로운은 심장이 철렁했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그녀는 곱게 눈을 흘겼다. 걱정이 된 건, 기사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신없이 끌려가기만 해서, 몰랐던 벽이었다.

그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의 주변에 견고한 성이 둘러 쳐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끝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그는 늘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런 말 하지 마요. 왜 매번 그런 식으로 말해?”

로운은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지석에게 따지듯 물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같이 이겨나가면 되잖아. 왜 꼭 부정적으로 말해요? 또 다른 남자 만나라고 하려고?”

그의 목도리를 벗어 쇼파에 던지려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차마 던지지 못하고, 꼭 잡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속상해 죽겠어.”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그녀는 배우지 못했다. 이렇게 가슴이 메이듯 아플 때, 뭔가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그가 미워죽겠으면서도, 또 그리울 때...

“미안.”

지석이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았다. 따스한 체온이 온 몸에 퍼져갔다. 행복한 꿈은 너무 짧다.

훌쩍거리는 로운의 머리에 턱을 대고, 지석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욕심내서는 안 되는 걸, 욕심냈다. 그래서 결국, 그녀를 아프게 하고 말았다. 지석은 그녀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가, 살짝 힘을 뺐다.

“걱정할 것 없어, 다 잘 될 거야. 아무도, 당신 다치지 못하게 할게. 내가 지켜줄게.”

“지금 내 걱정 할 때에요?”

로운이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지석은 그녀의 기분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다.

“씩씩하네. 다행이다.”

지석이 그녀를 놓아주려고 하자, 로운이 매달렸다. 그의 허리를 꼭 잡았다.

“가지 마요. 나랑 함께 있어요.”

그의 몸이 움찔했다.

연인의 치부가 세상에 적나라하게 밝혀진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눈물을 가득 담은 채, 로운은 그를 보고, 또 웃었다.

“나도... 지키게 해줘요.”

그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썹을 찡그렸다. 로운은 오는 동안, 내내 생각했던 얘기를 했다.

“나한테 기회를 줘요. 내가 당신 지킬 수 있게... 나 한 번만 믿어 봐요.”

의외의 말에 지석은 당황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철이 든 후로,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내가 언제 당신을 믿지 못한다고 했나?”

그는 얼떨떨해서 말했다.

“나도 알고 있다구요. 내가 바본 줄 알아요? 당신이 틈만 나면 날 떠날 생각하고 있다는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로운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하이난에서 그녀는 내내 생각했다. 자신의 기사가 터졌을 때는, 아찔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떳떳했고, 매니저도 걱정 말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지석의 기사가 떴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로운이 걱정한 건, 그가 이 일을 핑계로 자신을 떠날까봐서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예상이 맞았다.

“나 좋아하잖아요?”

지석은 가벼운 한숨을 쉬며,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댔다. 로운이 왜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

“당신이 느끼는 그건, 처음이라서 그래.”

누구에게나 처음은 애절하다. 그 애절함도 결국은 육체를 섞었기 때문일 것이다. 로운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당신은요? 당신도 처음이라고 했잖아요.”

지석은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 아니니까. 난 겪었고, 당신은 겪지 못했어. 그래서 그런 것 뿐이야.”

그의 말에 로운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물었다.

“난, 마음이 아파 죽을 것 같은데... 당신은 내가 왜 아픈지 모르죠?”

지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로운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웠다. 그 자신의 마음도 그러니까.

하지만, 그러면, 나중에 그녀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말했잖아. 사랑은 호르몬 질병이라고. 당신은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그 호르몬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고, 나는 의사니까 당연히 그걸 치료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내가 잘못했다.”

로운은 상처 받은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말이었지만, 직접 그의 입으로 듣게 되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당신 한테는 사랑이... 병이에요?”

“아마도.”

지석은 덤덤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혼자 상처받고, 지치고, 울고... 정신병이랑 같은 거야. 병이 나은 후엔, 내가 왜 그랬나 싶겠지.”

로운은 울면서, 또 웃었다.

“그런 것 같아... 난 당신한테 미쳤나 봐요.”

말을 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 로운은 후련해진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당신이 정말 의사라서 날 치료하려고 그러는 거라면, 내가 안 나으면 되잖아요.”

지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 돌팔이 만들려고? 환자랑 이러는 것도 직업 윤리에 위배되는 거야.”

로운은 발꿈치를 살짝 들고 그의 목에 입술을 갖다 댔다. 지석의 몸이 흠칫, 굳었다.

“그럼 당신 환자 안 할래요. 대신에 당신 여자 할래요.”

그녀는 지석의 바지춤으로 손을 밀어붙였다.

“나도 당신이 처음이고, 당신도 여자는 내가 처음인데, 내가 놓아줄 거 같아요?”

로운의 손이 움직이자, 지석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등 떠밀어봐요. 내가 가나.”

로운은 그의 목덜미를 힘껏 빨았다. 그의 몸에 떨림이 심해졌다.

“당신은 내 꺼라는 자국이에요. 영상이든, 사진이든 수백장이 떠 보라고 해요.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난 신경 안 쓸 거에요. 여자든, 남자든, 누구한테도 안 줄 거에요.”

지석은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 봤군. 당신이 이런 고집쟁이인줄은 몰랐어.”

도도한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여린 소녀인줄 알았더니, 뜻밖에도 이런 강단이 있었다. 그 사이의 갭이 생각보다 컸다.

이로운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배우였나 보다. 지석은 그녀의 손을 잡아 위로 끌어당겼다. 더 이상 만지게 했다간, 여기서 시작해 버릴 것 같았다.

그가 손을 잡는 순간, 로운은 그의 입술에 달려들었다. 지석이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의 말이 얼마나 차갑던지 간데, 그의 입술은 충분히 뜨거웠으니까.

지독하게도 뜨겁고 달콤해서, 로운은 숨이 막혀올 때까지 그의 입술을 놓지 않았다. 간신히 헐떡거리면서 입술을 떼고, 로운이 비로소 그에게 말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

지석은 토막 토막, 끊어지는 목소리에서 로운의 마음을 읽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증세가, 심각하군.”

자신과 똑같이 헐떡거리는 음성에 로운은 안도했다. 그의 가슴에 볼을 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응, 만지고 싶어요.”

그녀는 자유로운 한 손으로 지석의 셔츠를 바지에서 끄집어냈다. 벨트를 풀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끄트머리를 스쳤다.

“음...”

굵은 신음소리가 그녀의 몸을 달뜨게 했다. 로운은 뜨겁고 단단한 지석의 분신을 손에 쥐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아파요?”

그녀가 손아귀에 살짝 힘을 주자, 지석이 치를 떨며, 고개를 저었다. 대신에 그녀의 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여기서 하고 싶어?”

로운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쇼파와, 좀 더 멀리 있는 침실을 본 후에, 다시 지석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모호한 미소를 짓자, 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점점 그녀의 속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전이었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을텐데, 지금은 그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해줄까요?”

로운이 속삭이듯 말했다.

“뭘...”

그가 묻는 순간,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지석의 심장이 돌처럼 쿵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로운의 무릎이 완전히 땅바닥에 닿기 전에,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 마.”

지석이 목젖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로운은 장난감을 뺏긴 어린애처럼 불만스럽게 그를 올려다 보았다.

“왜요?”

위쪽에서 내려다보던 지석은 자신의 뇌가 순간적으로 펑 소리를 내며 터질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서워.”

로운의 얼굴에 궁금하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무서워요? 내가요?”

“아니, 내가...”

지석은 로운의 팔을 잡아 위로 끌어당기려 했다. 로운의 눈이 재밌다는 듯이 구부러졌다.

“정말로요?”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지석이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갑자기 의욕에 충만해서 선언했다.

“난, 하고 싶어요.”

로운이 재빠르게 자신의 바지 벨트를 풀어 버리는 걸, 지석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로운을 말릴 수가 없었다.

바지가 무릎에 걸리고, 검은 색 팬티 위로 우람하게 드러나는 그의 분신을 보는 순간, 로운은 뜨끔한 표정이었다.

바로 눈 앞에서 튀어오르는 남자의 분신은, 질릴 정도로 커 보였다. 지석은 어금니를 꽉 물고,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간신히 힘을 주었다.

“그만...”

로운이 꼼짝도 않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분신은 터질 듯이 팽팽하게 솟구쳤다. 지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아서 그녀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로운은 그의 엉덩이 아래쪽을 양손으로 잡고, 입술을 벌렸다. 붉은 혀가 달아오른 페니스에 닿는 순간, 그의 몸이 튀어올랐다.

“지석씨?”

로운은 그의 다리가 휘청일 것처럼 흔들리자, 잠깐 고개를 들었다. 새빨개진 얼굴의 지석이 보였다. 그가 이렇게 당황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석은 눈에 띄게 허둥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떼어내려 했다.

“자, 잠깐, 로운아!”

그 반응이 너무도 뜻밖이어서 로운은 다시 한 번, 그의 페니스를 길게 혀로 핥아 올렸다.

“크으윽!”

지석의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균형을 잃은 것처럼, 흔들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무릎까지 내려진 바지 때문에 오히려, 엉거주춤한 자세로 주저앉고 말았다.

킥, 로운의 목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석이 이렇게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는게 너무나 의외여서 저도 모르게 새어나온 웃음이었다.

“음... 로운아...”

지석이 난감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눈가를 찡그리고, 귀까지 빨개진 채,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난 여기서 하고 싶어요.”

로운은 카펫 위를 네 발로 기어 그의 몸으로 다가갔다.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점점 붉어지는 걸 보면서, 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이로운!”

종아리에 걸쳐진 바지를 입으려 했지만, 이미 로운의 몸이 그 곳에 자리했다. 지석은 무릎을 꿇고 앉은 로운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걸, 숨도 쉬지 않은 채, 지켜 보았다.

그녀의 혀가 튀어나와 또 다시 그의 페니스를 핥았다. 그의 턱이 불끈거리고, 몸이 흠칫, 굳어졌다.

“어때요? 좋아요?”

“아니!”

지석은 으르렁 거리며 말했다.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마치, 게임 속에서 캔디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스톤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얜 좋아하는 거 같은데요?'

지석의 부정에 로운은 웃음을 터뜨렸고, 다시 한 번 그의 분신을 입술로 건드렸다.

“흐읏, 싫어... 해.”

신음을 터뜨린 지석이 일어나려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그의 것을 물었다. 뜨거운 입속으로 분신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 지석의 몸이 크게 휘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차오르는 쾌감에 저도 모르게 연거푸 신음이 터졌다. 머리가 얼얼하고, 등줄기가 저릿해졌다.

“아... 지석씨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약점을 알아냈다는 듯이 말하며, 로운은 그의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짓궂은 놀림과, 은근한 기쁨의 기색이 묻어났다.

“아니, 난...!”

그의 거부하는 듯한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로운은 그의 것을 덥썩 물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저 열심히 빨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허리를 들썩이며, 속수무책으로 신음을 흘리던 지석은 오래지 않아, 그녀의 입 안에서 절정에 올랐다.

“흐윽!”

느닷없이, 뿜어지는 액체에 놀라 로운이 머뭇거린 사이, 지석의 페니스는 맹렬한 기세로 터져버렸다.

얼굴 가득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그녀는 몇 번 눈을 깜박거렸다. 당혹한 얼굴의 지석과 눈이 마주쳤다.

“풉!”

로운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지석이 난처한 듯,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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