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밖으로 나온 지석은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가 더디게 변하는 층수를 확인하고는 비상구 문을 벌컥 열었다.
두 계단씩 뛰어내려 마침내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는, 과열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간신히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
“헉, 헉”
그는 한참 동안이나 거친 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뭘 한 건지 얼떨떨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이로운을 처음 본 순간부터, 이러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쾌했던 거였다. 그녀가 사내들에게 심어주는 환상을 자신도 느낀 적 있었다.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 향기 나는 몸을, 부드러운 육체를 갖고 싶었다. 은밀하고 비좁은 내부가 얼마나 황홀할지 상상조차도 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아직도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은 제 멋대로 찔끔거리며, 그를 향해 원망스러운 몸짓을 해대고 있었다.
“미친 놈...”
조금 전, 그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욕구에 지배당했다. 할수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그녀를 쇼파로 밀어뜨리고 차지했을 것이다. 가늘게 떨리던 여린 몸, 섬세하고 하얀 목덜미, 화려한 프릴 사이로 봉긋한 솟아오른 젖가슴.
“빌어먹을!”
그는 자기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거칠게 차를 출발시켰다. 여자에게 욕망을 느끼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것도 이 나이에!
지석이 경험한 여자는 그를 학대하는 악마였거나, 감히 쳐다볼 수 조차 없는 성스러운 마리아. 둘 뿐이었다.
둘 다 그에게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였다. 욕망을 품는 것조차 두렵고, 죄스러웠다.
강지석에게 여자란, 손 내미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태양처럼 눈부신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더 철저히 무시했다.
자신은 암흑 속에서 살면 그 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어둠이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였고, 혼자가 오히려 편했다.
그런데 이로운이 갖고 싶다니!
그녀는 그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통제할 수 없는 본능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극복해낼 것이다. 설사, 그게 죽을 만큼의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