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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붉은 달-110화 (110/113)

110화

백호는 대답하지 않고 연화의 몸을 좀 더 당겨 끌어안았다. 다리를 벌린 채 그에게 정면으로 안기자 예민한 피부 위로 거친 호랑이의 털들이 쓸렸다.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되어 연화가 몸을 비틀었다.

“네가 안달이 난 것이 달 때문이로구나, 그렇지?”

“예, 그런 듯합니다.”

백호의 놀리는 듯한 말에 연화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그가 그리워서 몸이 달았고 스스로를 더듬었다고 인정하기가 부끄러웠다. 남자는 고개를 기울여 연화의 얌전히 내려진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크고 둥글고 순한 눈동자가 잠시 사방을 헤매다가 그의 시선에 따라왔다.

“그렇다면 달의 명에 따라야지.”

백호가 낮게 웃었다. 호랑이와 닮은 얼굴에서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콤함보다 어딘가 성급함과 욕망이 더 배어든 소리였다. 연화는 오싹하게 등에 소름이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혼인 후 한동안 듣지 못했던 거친 음성이다.

“어때, 너도 그러고 싶으냐?”

그의 푸른 눈동자가 유혹하듯 번쩍였다. 호랑이의 눈을 하고 있어 어둠 속에서 커다래진 홍채가 눈을 둥글게 채웠다. 연화는 침을 삼켰다. 저절로 다리가 모아지는 것 같았다.

대답 대신 그녀는 반려의 목덜미를 좀 더 가까이 안았다. 벗은 가슴을 그의 피부 위에 누르며 어설프게 몸을 흔들었다. 백호의 두터운 허리를 양다리로 감싸 안고 허벅지에 힘을 주자 백호가 다시 으르렁댔다. 푸른 눈이 거의 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부디, 원하시는 대로.”

연화가 작게 속삭인 말이 활시위를 당겼다. 백호의 커다란 손이 그대로 그녀의 허벅지를 당겨 안았다. 매끄러운 피부가 다치지 않도록 완전한 인간의 형태로 변한 손이 가늘고 흰 허벅지에 붉은 손자국을 냈다. 물이 넘쳐 욕탕 바깥으로 흘렀다.

벌어진 입술이 맞물렸다. 연화는 가쁜 숨을 어찌할 바 모르면서도 최대한 그에게 맞추려 애를 썼다. 그녀 자신도 이미 달아오른 몸이 방향을 잃을 지경이었다. 손이 물기에 젖어 자꾸만 백호의 매끄러운 피부 위에서 미끄러졌다.

동그랗고 소담한 가슴이 백호의 손아귀에서 뭉개졌다. 바짝 선 유두가 단단한 손톱 끝에 할퀴어져 통증과 쾌락이 반반씩 뒤섞여 연화가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그 신음을 한 치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먹어 삼키면서 백호가 다른 손으로 그녀의 등허리와 엉덩이를 주물렀다. 백호의 허리가 나무처럼 두텁고 강인해 연화의 양다리는 활짝 벌어져서도 힘겹게 그의 몸통을 감싸 안고 있었다.

“백, 호 님.”

간신히 입술이 놓여나 허덕이면서도 연화가 목숨줄처럼 백호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답하듯 그가 연화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완전히 벌어져 벗은 샅에 그의 거대한 양물이 느껴졌다.

마치 화로에서 갓 꺼낸 인두마냥 뜨거웠다. 화끈한 열기에 여린 자신의 꽃잎이 화상을 입을 듯한 공포에 연화가 본능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빼자 용서하지 않고 백호가 그녀의 허리를 바짝 잡아당겼다. 배꼽과 배꼽이 마주 닿은 채 연화는 본능적인 공포와 기대감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찬물 쪽으로 들어와 있음에도 욕탕 전체가 화끈하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단단하게 일어선 양물로 연화의 매끄러운 살점 사이를 문지르며 백호가 웃었다.

“평소보다 좀 더…… 거칠 수도 있다.”

“……시기가, 시기니까요.”

연화는 새빨간 얼굴로 대답했다. 평소보다 거칠더라도 받아낼 수 있다. 그렇게 안긴 지 아주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그와의 강한 정사는 힘겨운 대신 극상의 쾌락을 안겨주었다. 그녀 자신 역시 붉은 달의 영향 아래 달아올라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기대가 되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부끄러워 눈을 차마 들지 못하고 내렸다.

그녀를 욕탕의 너른 난간 위로 올린 백호가 그대로 연화를 뒤로 눕히고 다리를 활짝 열었다. 하늘을 향해 두 다리를 완전히 벌리고 노출된 채로 연화가 얼굴을 가렸다. 자연적인 바위를 평평하게 깎아 만든 욕탕이라 마치 자연 속에서 그에게 안기는 듯한 착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백호는 고개를 숙여 천천히 혀를 연화의 음문에 가져다 대었다. 물에 젖은 가늘고 부드러운 음모를 젖히고 두 살점을 슬쩍 갈라 두터운 혀를 밀어 넣었다. 이미 기대에 차 단단하게 튀어나온 돌기를 끌어내 살짝 앞니로 잘근거리자 연화가 숨 막히는 신음성을 냈다. 이미 붉은 꽃잎은 매끄러운 애액으로 뒤덮여 미끈거렸다.

살짝 혀끝으로 살점 사이를 파고들자 연화의 두 허벅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아랫배 역시 힘을 줘서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혀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갈라진 틈을 빠르게 오가고 아예 입 전체로 틈을 완전히 베어 물었다.

“……흐, 으흐……응……!”

연화가 덜덜 떨었다. 계속 입을 놀리면서 살점 안에 있는 깊은 음문 안으로 혀를 밀어 넣자 기어코 그녀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찌걱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폭포 소리로 결코 조용하지 않은 욕탕 안인데도 그랬다.

내벽 안으로 밀려든 백호의 혀는 평소보다 두텁고 길고 까칠했다. 흠칫거리며 허덕이는 연화를 보면서 백호는 눈을 휘었다. 그의 혀에는 지금, 마치 거대한 고양잇과 맹수의 그것처럼 작은 돌기들이 셀 수 없이 돋아나 있었다.

사냥할 때 피식자의 뼈를 훑으면 묻어 있는 살점들이 그대로 쓸려나올 정도의 거친 촉감이다. 최대한 부드럽게 핥고 있지만 결코 평소와 같은 감촉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이토록 예민하고 뜨겁게 달아오른 살갗이라면, 완전히 벌어져 그만을 기다리고 있는 연약한 살점이라면.

백호가 이빨로 살짝 잘근잘근 음핵과 주변을 씹으며 혀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아흣……!”

연화가 기어코 입을 막으며 몸부림쳤다. 발끝이 허공을 찼고 목소리를 삼키느라 손가락을 꽉 물었다. 쾌락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았다. 밑으로 울컥거리며 애액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랫배가 경직되어 연화의 뜻과 달리 떨리는 것을 지켜보며 백호는 넘치는 애액을 핥았다.

고개를 떼고 만족스럽게 젖은 턱을 닦는 백호를 보며 연화가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간신히 입에서 떼어냈다. 눈물로 관자놀이와 뺨이 형편없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힘없이 벌어지려는 허벅지를 손으로 잡아 모으며 한숨을 쉬었다. 작은 절정이었지만 근육이 떨려 몸 전체가 후들거렸다.

“평소랑 느낌이 다르지?”

“……네.”

“평소보다 좀 거칠 것이다.”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는 그녀의 가느다란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 안에 앉혔다. 똑바로 앉아 마주 본 채 연화는 백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정욕으로 불타고 있었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는 완벽하게 그녀의 반려인 백호였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백호의 뺨을 만지다가 욕탕의 물을 떠서 그의 얼굴을 닦아내 주었다. 자신의 애액으로 젖어버린 그의 피부가 부끄러웠다.

백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마주쳐 오는 그의 눈은 다정한 욕망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이제 내게도 기쁨을 다오.”

낮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연화는 백호의 손이 이끄는 대로 다리를 벌려 그의 어깨를 잡았다. 스스로 몸을 내려 반려를 찾고, 그의 양물을 자신의 음문 사이로 인도했다. 한 번 절정을 맞이해 힘이 빠지고, 떨리는 다리가 자꾸 미끄러지려 했지만 그녀는 백호의 몸에 의지해 느리게 움직였다.

“흐…….”

백호의 낮은 신음성이 고막을 울렸다. 맹수의 으르렁거림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의 욕망에 찬 신음성이 기뻐서, 연화는 너무 큰 양물을 받아들이느라 자신의 입구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고 그대로 몸을 내렸다.

한 번의 절정으로 애액으로 충분히 젖은 내벽이 백호의 양물을 꽉 잡아 물었다. 연화는 몸을 내리고서 잠시 압박감에 숨을 멈췄다. 백호의 남근은 본래도 충분히 컸고 혼인한 이후 거기에 조금이나마 적응이 된 상태였는데, 어쩐지 더 벅찬 느낌이었다.

그녀는 발발 떨면서 백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아직 절반쯤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더 내려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이가 좀 나지?”

백호가 물었다. 스스로 욕망을 억제하려 애쓰는 목소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연화를 끌어안고 가차 없이 안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반려에게 그런 짓을 할 만한 자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었다.

연화는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숨을 삼키고 백호의 목덜미에 이마를 비볐다.

“평……소보다, 더…….”

“그래.”

“조금 힘, 힘들…….”

연화가 백호의 뺨에 얼굴을 비비자 그의 뺨 근육이 실룩이며 어금니를 무는 것이 느껴졌다. 반려를 배려하느라 극도로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연화는 허덕이면서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백호는 이를 악물고 자제하고 있으면서도 눈만은 끝이 없을 만큼 따뜻했다.

아마도 한도가 없을, 반려의 애정.

연화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불행히 태어났던 그녀가 어찌 백호와 같은 반려를 만나 살게 되었는지, 간혹 새삼스럽게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마치 지금처럼.

그녀는 우는 대신 조심히 백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뒷덜미를 감싸는 그의 커다란 손을 느끼면서, 연화는 그대로 몸을 깊이 내려앉혔다.

“읏, 흐, 아……!”

내벽이 한계까지 넓어졌다. 그녀가 숨도 채 못 쉬고 고개를 숙였고, 오물거리며 질기게 물고 드는 연화의 몸에 백호 역시 아찔해져 이를 악물었다. 익숙한데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뜨겁고 좁고 탄력있게 그를 조여든다.

넘쳐난 애액 덕분에 백호의 거대한 양물도 마치 미끄러지듯 그녀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자리 잡았다. 샅에 백호의 피부가 닿는 것을 느끼고 연화는 그를 완전히 품었음을 깨달았다.

백호는 그녀의 다리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벌어진 것이 걱정돼 살짝 몸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연화의 입 안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 응……. 흐, 움, 움직이지……!”

연화의 몸이 바들거리며 떨렸다. 남근이 지나치게 커서 내벽 전체를 다 자극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를 찔려도 아랫배가 찌르르 달아오르고 뒷목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느껴졌다. 자칫하면 그가 움직이는 대로 절정을 맞이할 것 같았다. 과한 자극에 겁에 질린 연화가 급히 백호의 목에 매달렸다.

“쉬, 알았다. 움직이지 않을 테니……. 큭.”

연화를 달래다가 그녀의 내벽이 조여들자 백호 역시 신음을 뱉어냈다. 그녀는 달달 떨면서 백호의 품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달아올라 연화의 흰 몸은 온통 붉었다. 차가운 물 안에서도 열기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버거워하는 것 같아 그녀를 조금 떼어놓으려 팔을 잡는데, 연화가 고개를 젖혔다. 눈물이 가득 찬 검은 눈동자가 열기로 흐려져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백호의 팔을 더듬었다.

“빨, 빨리 해, 주세요…….”

“…….”

그러다 다친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기어 나왔다. 하지만 그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가만히 쏘아보고만 있는 푸른 눈을 보다가 연화가 입술을 달싹였다.

“안에…… 받고 싶어요.”

그녀는 지금 절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초점이 나간 검은 눈동자가 말해 주었다. 하지만 백호는 그 순간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녀의 민감한 피부가 떨리는 것을 보고 백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연화의 입술을 탐했다.

한계까지 입술을 벌려 두터운 혀가 연화의 입 안을 훑고 범했다. 동시에 백호의 허리가 움직였다.

“……으, 흐응……!”

퍽 하고 한 번에 더 깊이 박힌 양물에 연화의 손톱이 백호의 등과 어깨에 상처를 냈다. 아랫배 쪽이 불타는 것 같았다. 쾌락과 고통을 구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배꼽 밑, 어쩌면 배꼽 위까지 그의 것이 파고들어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뱃가죽 위로 만져보면 백호의 물건이 드나드는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아아읏……!”

꼴깍거리며 숨이 넘어가는 연화의 입술을 놓아주고 백호가 그녀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고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벌어진 그녀의 다리가 망가진 인형처럼 흔들렸다. 아랫배 속이 달군 돌절구로 잘게 빻아지는 것 같았다. 연화는 아예 정신을 놓고 비명을 올렸다.

“아, 아! 백, 호 님! 응, 아응, 백……. 아! 흐으, 아아!”

눈물과 타액이 흘러서 얼굴이 온통 엉망이 되었다.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감각에 백호를 밀어내다가 그의 강인한 팔에 속절없이 끌려와 다시 안겼다.

음문과 그 아래, 이어지는 내벽이 전부 한계 이상으로 달아올라 백호의 거대한 남근이 짓누르는 곳을 죄다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흐, 아, 아응, 백, 백호 님! 아아!”

연화가 비명을 지르며 추삽질의 중간 중간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했다. 그녀가 도리질을 치며 긴 검은 머리카락이 온통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물 때문에 뺨과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붙어 엉망이었다. 백호는 그러나 한 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연화의 몸이 고통에 가까운 쾌락을 몇 번이나 견디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백호가 그녀를 콱 끌어안으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장 깊은 곳까지 남근을 박아 넣었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머릿속에 남은 것이 아예 없는 상태로 연화는 눈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느꼈다. 덜덜 떨며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연화를 보면서 백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연화야.”

“아, 흐응, 으…….”

“미안하다.”

백호는 사과의 말을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연화는 자신의 안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아, 이, 이거…….”

그녀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려고 노력하면서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으로 물었다. 문장은커녕 단어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지만 백호는 알아듣고 그녀를 고쳐 안았다.

“고양잇과 맹수들은…… 성교의 끝에 달하면 성기가 변형되지.”

“네……?”

“지금은 움직일 수 없다. 아마 많이 아플 거야.”

연화는 이해를 할 수 없어서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곧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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