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백호 님!”
연화는 벌벌 떨고 있었다.
저승주민들 중 길을 잃은 자들이 신령들의 차원이나 인간들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건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녀의 영혼과 능력은 따스한 빛을 발하고 있으니 거기에 끌려 저승의 주민이 손을 댔다 해도 놀랍지 않았다.
약사여래의 온기에 힘입어 저승에서 돌아온 자들이 없지 않았으니. 아마도 연화의 손을 약사여래의 손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대로 저승으로 끌어당겨, 자신들의 영혼을 구제해 주길 요구하며 나락으로 떨어뜨렸을지도.
저승의 맛을 본 자의 갈퀴같이 차갑고 악의에 찬 손아귀. 연화는 손목에 그 감촉이 남아 벌벌 떨었다.
“이리 와라.”
백호는 아주 불쾌했다.
그는 연화를 들쳐 메고 그대로 날아올랐다. 사방신의 발밑으로 공기들이 쌓이며 그의 몸을 높은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연화가 울면서 떨고 있었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쏜살같이 자신의 궁전으로 날아갔다.
“그런 하급의 영혼 따위가 감히.”
현무에게 한 소리 해야겠어. 주민을 대체 어찌 다스리기에 이런 꼴이 나는가. 바람 속에서 백호의 새파란 눈은 들끓으며 빛났다. 그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연화는 두려워서 목을 움츠렸다.
백호는 그 자체로 사나운 존재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일부러 자신의 공격성과 존재감을 한껏 내려놓아 연화가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백호에게서 풍기는 살기는 신령계 전체를 쥐 죽은 듯 적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검은 밤에도 살아 움직이는 길짐승과 날짐승의 소리로 한시도 조용할 때 없는 신령계가 숨도 쉬지 않는 듯 온통 고요했다.
누각을 통할 것 없이 바로 침실의 거대한 창으로 날아든 백호는 연화를 침상 위에 올려놓았다. 옷이 온통 찢긴 그녀는 눈물에 얼룩진 얼굴을 들었다. 희고 작은 얼굴과 큰 검은 눈이 달빛에 빛났다.
남자가 잠시 그녀의 얼굴을 닦아줄 수건을 찾으려 몸을 일으키자 연화가 그의 목덜미를 잡고 따라왔다. 목숨이 걸린 듯 필사적인 손길이었다.
“가지 마세요.”
여자는 깨질 것 같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서 백호는 다시 몸을 숙이고 여자의 몸을 끌어안았다. 분노와 폭력의 후폭풍으로 그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연화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염려 마라, 이제 안전하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백호는 너른 품으로 그녀를 품었다. 연화는 따뜻하고 안전한 그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불을 덮고 누워 둘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남자는 그녀를 잃을 뻔했다는 위기감으로, 여자는 저승에 끌려갈 뻔했던 두려움으로 서로를 찾았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백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그는 여자를 다독이며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그녀의 몸이 안쓰러웠다. 백호는 연화의 손목을 잡고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연화가 덜덜 떨면서 백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그녀를 안고 꿰뚫어 그 뜨거운 몸 안을 느끼면서 연화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백호는 참았다.
연화에게는 지금 흥분이 아니라 안정이 필요했다.
“쉬, 쉬이……. 괜찮아. 여기 내가 있다. 절대 그놈들이 널 해치게 두지 않아.”
“백호 님, 백호 님…….”
연화는 계속 바르작거리며 남자의 품 안으로 몸을 붙였다. 백호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그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 찢어진 치맛자락과 저고리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그가 차가운 연화의 몸을 덥히기 위해 꽉 끌어안았다.
‘체온이 낮군.’
그렇지 않아도 강한 그녀의 음기가 넘칠 듯 높아져 있다. 체온은 낮아졌고 혈액이 느리게 흐른다. 악귀가 저승으로 끌어당긴 영향일 것이다.
백호는 자신의 양기를 전신에 돌리면서 연화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손바닥 중심을 통해 아주 느릿하게 사방신의 기운이 인간 여인에게로 흘러들었다.
따뜻하고 강한 양기가 연화의 전신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단전에 굳어 있던 차가운 기운이 백호의 따스한 양기에 휩쓸려 녹아내렸다. 얼어붙었던 연화의 심장도 온기에 천천히 데워졌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심장까지 완전히 얼어붙었던 몸은 단순히 단전에만 양기를 넣는다고 속까지 녹지 않는다. 그는 얼른 연화의 벗은 몸을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백호는 그녀의 단전 있는 곳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벌리고 직접 그곳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양기를 주입했다.
배꼽 아래, 연약한 배의 살갗이 그의 호흡에 떨리고 붉게 달아올랐다.
“흐…….”
연화가 작게나마 신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얼음장 같던 손가락 끝도 온기가 돌았다.
그는 연화의 아랫배에 전부 열감을 불어넣은 뒤 그녀의 다리 사이, 갈라진 틈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살짝 혀를 내어 틈을 간질이자 연화의 허리가 움찔했다.
그녀의 반응을 더 끌어내기 위해 이빨을 세워 살점에 덮인 자그마한 돌기를 긁고 물었다. 예민한 돌기에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연화의 입술에서도 신음성이 흘렀다.
천천히 연화의 입구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충분히 젖어들었다 싶을 때쯤 그는 손가락과 입술로 그녀의 좁은 틈을 열었다. 평소처럼 뜨겁지 않고 그저 은은한 온기만 돌았다.
백호는 그 입구에 입술을 대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의 숨결에 따라 양기가 함께 스며들었다.
“아……. 흐…….”
연화가 달아올라서 흠칫거리며 신음성을 뱉었다.
입술과 혀로 핥고 빨며 양기를 불어넣다가 그는 허리춤을 풀고 자신의 양물을 연화의 안에 밀어 넣었다. 힘이 빠진 연화의 몸은 부드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그가 공들여 적셔놓은 내벽 역시 백호를 반겼다.
“연화야.”
느린 움직임에 연화가 작게 울었다.
그의 양물에서 직접적인 양기가 대량으로 그녀의 몸 안으로 퍼져나갔다. 몇 번의 추삽질 후 백호는 일부러 참지 않고 연화의 몸 안에 자신의 정액을 쏟아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절정으로 이끌어낸 여인의 몸 역시 바르르 떨며 남자의 정액을 받았고, 양기가 그녀의 아랫배 안으로 퍼지며 몸의 체온을 되찾아 주었다.
“연화야…….”
그는 다시 그녀를 불렀다. 돌아온 체온을 빼앗길까 두려워 그는 연화를 끌어안고 품 안에 넣었다.
인간 여인의 자그마한 손을 자신의 큰 손에 잡고 백호는 그녀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연화는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그만큼 연약하고 다치기 쉽다.
뱀의 일족의 흉계에 당할 뻔했던 때와는 또 다르다. 사방신인 자신뿐 아니라 신령계의 주민들에게 그리 위협적이지 않은 혼령 하나로도 연화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만약 연화가 죽으면 어떻게 할 뻔했지?
백호는 등줄기를 흐르는 한기에 그녀의 손을 더 꼭 쥐었다. 붉은 달의 발정기를 지나기 위해 들였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잃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의 품 안에서 조금 따스해진 연화가 신음하며 몸을 움직였다.
“백호 님…….”
그녀가 작게 그를 불렀다. 백호의 긴 백발이 흘러내려 연화의 뺨을 감싸고 떨어졌다. 그의 동공이 선연한 눈동자가 연화를 들여다보았다. 작고 부드러운 얼굴.
“나를 보아라, 내 반려야.”
“백호 님.”
“내가 이곳에 있으니 염라대왕이 직접 오더라도 너를 데려가지 못한다. 너는 내 곁에 있으니.”
사방신은 여인의 반듯한 이마에 뜨거운 입술을 내렸다. 지금 연화는 약해져 있다. 극도로 깨질 듯 연약한 그녀에게 손을 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참지 못하고 여인을 끌어안았다. 연화 역시 필사적으로 백호의 목덜미에 손을 감았다.
먼저 움직인 것은 오히려 여인 쪽이었다. 연화는 백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 서툴게 입을 맞췄다. 사방신이 입은 장포를 걷어내고, 여인의 차갑고 작은 손이 남자의 큰 어깨 위로 스며들었다.
그 손을 쥐어서 입김을 불어 따뜻하게 데우면서 백호는 연화를 부드럽게 뒤로 눕혔다. 자꾸만 매달려 올라오려는 그녀를 안정시키며 남자는 조심스럽게 여인을 매만졌다.
원래도 가늘고 부서질 것 같은 몸이다. 지금은 한결 더했다. 새처럼 가늘고 가벼운 골격이 백호의 손 안에서 마치 그대로 부러질 것 같아서 그는 애정 어린 손길로 가볍게 여인의 늑골을 끌고, 그 아래 허리를 손에 쥐었다.
차가운 몸은 마음과는 달리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저승의 주민이 손목을 쥐고 저 세상으로 끌어당기려 했으니 모든 생기가 차오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백호는 연화를 무리시키지 않고 자신의 기운을 조금씩 천천히 불어넣었다. 연화는 사지를 활짝 벌린 채 침대에 늘어져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달빛을 후광처럼 두른, 희고 흰 머리카락의 남자. 그의 형형한 눈동자에는 걱정과 애정이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세상 어느 보석보다 귀하고 귀한 자.
‘이분을 사랑하고 말았어.’
원래도 알고 있던 사실이 불쑥 가슴으로 치밀어 올랐다. 백호가 귀한 자라서가 아니다. 누구보다 강한 자라서도 아니다. 그냥, 처음 만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일이다.
연화는 깨달았다.
“백호 님…….”
여인은 신음처럼 다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백호는 조심히 그녀의 몸 위로 엎드렸다. 육체의 온기가 연화의 차가운 몸을 덥혔다. 묵직하고 뜨거운 백호의 몸에 연화는 몽롱한 눈으로 몸을 열어 그를 받아들였다.
적극적인 연화의 태도에 백호는 조심히 손과 입을 놀렸다. 천천히 제 체온을 찾아가는 여인의 몸을 더 부드럽게 만들면서 그의 손가락이 연화의 다리 사이, 음모 속에서 움직였다. 굵고 긴 손가락이 예민한 돌기와 입구를 간지럽혔다.
이미 충분히 젖었는데도 백호는 그녀의 안에 들어서지 않았다. 다만 얼굴을 내려 그녀의 음모 속에 입을 묻었다. 연화가 몽롱한 정신에도 기겁하면서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백호는 허락하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허벅지를 좁히지 못하도록 완전히 고정하고 그는 부드럽게 연화의 입구를 핥았다.
금수의 붉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