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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붉은 달-32화 (32/113)

32화

“아……. 옷이.”

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잤다. 연화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백호는 심술궂게 이불을 확 들추었다. 꺅, 작게 비명을 올리며 연화가 다시 이불을 잡아 들이려 했지만 그가 멀찍이 던져 버렸다.

아침 햇빛 아래 드러난 여인의 나신이 눈부셨다. 간밤에 그가 물고 빨아 난 붉은 자국들을 제외하면 보드랍고 흠 하나 없는 흰 피부였다.

연화는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가슴을 가리고 반쯤 엎드렸다.

“이, 이불 주세요. 아니면 옷이라도.”

“왜? 어차피 서로 다 아는 사이에.”

“백호 님, 그래도…….”

“괜찮아.”

“제가 안 괜찮아요!”

제법 강하게 투덜거리는 그녀를 보며 백호가 시원하게 웃었다. 그는 엎드린 연화의 등 뒤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 그 역시 장포 하나만을 입었던 터라 그것을 벗어버리자 맨몸이 되었다.

“백호 님!”

“그래, 그래.”

나 귀 안 먹었다, 하면서 그가 손을 연화의 밑으로 넣었다. 바닥에 눌린 가슴을 손으로 쥐어 부드럽게 만지면서 손톱 끝으로 유두를 긁었다.

“흣!”

예상치 않게 예민한 끝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연화가 신음하면서 앞으로 고개를 떨궜다.

“백호 님, 정말이지.”

“뭐 어떠냐.”

“이렇게 밝은 데서는…….”

“부끄러워 말아라. 내 앞인데 무슨 상관이겠느냐.”

연화의 뺨과 귓가에 입을 맞추며 백호가 그녀의 엉덩이를 쥐고 문질렀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을 매만져 넘겨 민감한 뒷목을 드러내고 이빨을 세웠다. 뒷목에서부터 경추, 척추를 따라가며 도드라진 뼈마디에 이빨 자국을 새겼다.

“흐, 흐읏. 흐응……!”

하나씩 그녀의 근육과 뼈의 결을 확인하며 내려갈 때마다 연화의 몸이 흠칫거리며 떨렸다.

무릎을 세우게 하고 그는 연화를 달랬다. 그녀는 밝은 아침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의 앞에서 엎드린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했지만 결국 백호의 말대로 했다.

허벅지를 좀 더 넓게 벌리게 하고 그는 연화의 동그랗고 흰 엉덩이와 허벅지에 입을 맞췄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그녀의 분홍색 입구가 보였다.

아직 충분히 젖지 않은 길을 손가락으로 조심히 애무하며 백호가 그녀의 등과 허리에 입술을 문댔다. 뜨거운 남자의 입술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연화가 흠칫거리며 놀랐다. 평소보다 더 민감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밝은 환경 때문일 것이다.

“아프면 말하거라.”

손가락이 느리게 삽입되었다. 그사이 조금 더 젖은 밑은 수월하게 백호의 손가락 두 개를 받아들였다. 따스하고 촉촉한 연화의 내벽이 손가락에 감겨들어 백호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처럼 그를 품고 받아들여 주는 연화의 몸.

“빨리……. 으, 응…….”

연화가 베개에 얼굴을 박고 뭔가 웅얼거렸다. 베개에 눌려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백호는 그녀의 입가에 귀를 댔다.

“뭐라고?”

“……빠, 빨리 해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자꾸 보지 마시고……. 으응…….”

연화는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남자는 자신이 들은 재촉에 귀를 의심했다. 물론 이유는 수줍어서지만, 빨리 해달라는 말을 맑은 정신에 연화에게서 듣게 되다니. 백호는 뭔가 아주 뿌듯해졌다.

그는 웃으면서 그녀를 끌어안고 고개를 돌려 입술을 찾았다. 연화의 작은 입술이 그를 반겼다.

“그래,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게 되고. 빨리 해주마. 내 반려의 말인데 그조차 못 들어줄까!”

“아, 앗……!”

만족스러운 백호의 말에 그게 아니라고 연화가 항변하고 싶었지만 곧 안쪽을 파고들어 온 백호의 양물에 말문이 막혔다. 그의 양물이 입구를 빠듯하게 벌리고 들어오는 감각은 지금까지도 도통 익숙해지질 않아서, 그녀는 압박감에 입을 벌리고 학, 하악 허덕였다.

고개를 숙이고 감각을 버티는 연화의 옆으로 백호의 긴 머리카락이 후두둑 흘러내렸다. 그가 고개를 숙여 연화의 뺨에 입을 맞추고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가뜩이나 힘겨운 그의 양물이 더 깊이 들어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아랫배의 내장이 전부 밀려 올라가는 듯한 느낌에 연화는 힘들게 숨을 내쉬었다.

“하, 흣, 흑…….”

뒤에서 안기자 삽입은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백호는 연화가 적응할 수 있도록 느린 속도로 허리를 움직였다. 허리를 꽉 잡아 자신의 품 안에 넣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몸을 보고 있자니 만족스러운 정복감이 차올랐다.

그러지 않아도 연화는 이미 그의 반려인데, 새삼스럽고 치졸하게도 자신의 가슴을 채우는 이 풍족한 감각은 대체 무엇인지.

“응, 으응……. 흡, 흐…….”

연화는 밝은 햇빛과 열린 창문이 부끄러워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벌어진 허벅지 위로 애액이 흘러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무릎에서 힘이 빠져 자꾸만 연화의 몸이 낮아졌다. 팔꿈치도 미끄러져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런, 역시나 체력이 못 따라오는군.”

웃음기 어린 백호의 말에 연화는 이제 화를 낼 기력도 없었다. 대체 누가 신의 체력에 뒤따라간단 말인가. 연화 자신은 남자를 모르던 쑥맥이긴 했으나 그의 밤일이 절대 인간의 평균치와 같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대신 백호의 머리를 잡아당겨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남자가 덮어 온 등은 묵직하면서도 편안했고, 이 밝은 햇빛 아래서 그는 지독히 사랑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잠시 놀란 듯 백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곧 더 깊이 입술을 맞물리며 연화의 모든 숨을 빼앗을 듯 그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허리 밑의 움직임도 격해졌다.

“아, 흐……응……! 아앙!”

호흡이 모자라 허덕이면서 연화가 얼굴을 베개에 묻고 신음했다. 안에 들어온 뜨거운 양물이 배꼽 있는 부근을 마구 짓이기며 박혔다. 쾌감이 뇌리를 점령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백호의 물건을 품고 조이면서 연화는 침대의 이불을 쥐어뜯었다.

안에 있는 모든 피부가 성감대가 된 기분이었다. 양물이 움직일 때마다 자극되는 모든 부분이 자극적이다.

“으, 응! 으응! 흑!”

그녀는 비명을 삼키면서 목울대를 울렸다. 과한 쾌락에 눈물이 흘러내려 코끝으로 떨어졌다.

쾅쾅 박히는 양물이 가장 안쪽까지 뭉갰다. 연화는 순간 무릎에 힘이 풀려 앞으로 넘어졌지만 백호의 손이 잡아챘다. 그 역시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친 숨을 쉬며 그녀의 귓가를 물었다. 아플 만큼 이빨로 귓불을 잘근거리며 그가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으, 백, 백호 님……! 아아앙!”

죽을 것 같아서 그녀가 울어댔다.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백호의 양물이 빠르게 출입하며 접합부에서 애액이 거품이 되어 찌걱거렸다. 힘에 겨운 연화의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아!”

짧은 비명과 함께 결국 연화가 먼저 절정에 도달했다. 온몸에 잔 경련이 지나갔다. 그녀가 벌벌 떨며 절정을 맞이하는 동안 내벽은 잘게 백호의 양물을 씹어댔고, 백호 역시 정액을 터뜨리며 눈을 감았다. 그는 연화를 품 안에 숨이 막힐 정도로 안으며 자신을 쏟아내었다.

“…….”

연화는 그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그가 끌어안은 양팔의 압박감이 안정감을 주었다. 따뜻하고 너른 가슴, 언제까지고 기댈 수 있을 듯 단단하고 부드러운 품.

아침 햇살 속에서 그녀는 나신의 부끄러움조차 잊은 채로 백호에게 기대 안겼다.

연화는 조심스럽게 누각으로 나섰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2층의 누각에서는 드넓은 영토가 한눈에 보였다.

그녀는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백호는 어디로 갔는지 오전 내내 보이지 않았다.

해는 중천을 지나 오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몸이 노곤했다. 하루 종일 백호에게 시달리는 것이 매일의 일과였으니 당연했다. 다리 사이가 익숙한 통증으로 욱신거리고 온 몸이 그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다른 남자도 그런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백호는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연화의 몸 안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피부는 남자의 잇자국과 손자국으로 거의 빈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호접은 시녀들에게 연화의 시중을 맡기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백호의 궁은 너르고 고요했다.

신령들은 전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발걸음을 지녔고, 동시에 공간을 넘어 이동할 수 있었다. 간혹 그녀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허공중에서 들렸다가 사라지곤 했다. 인간의 상식으로라면 유령이나 귀신으로 부르는 것이 어울릴 법한 존재들이었다.

이제 그녀는 백호의 궁에 익숙해져 있었다. 너무 넓어서 아주 한정된 길만 알 뿐이지만 연화는 이 넓은 누각으로 나올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았다.

백호는 일이 없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연화를 끌어안고 지냈다. 그는 정말 훌륭한 신랑이었다. 백호는 다정다감하게 연화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입 안에 이것저것 넣어주었다.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눈 또한 맞춘다. 그의 물빛 눈동자가 이토록 익숙해질 줄 연화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좋은 분이야, 정말…….”

애초에 공양으로 몸을 바쳤으나 연화는 백호의 품 안에서 행복했다.

양어머니는 그녀를 잘 보살펴주었지만 보호를 해주지는 못했다. 남자의 너른 품은 그녀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절대적인 안정과 안온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연화를 내려다볼 때, 백호의 물빛 눈동자는 아주 부드럽게 온기를 띄우고 있었다. 정말 다정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허나 묘우 님의 말씀을 잊지 말자.’

시시때때로 연화는 묘우의 말을 되새겼다. 그가 백번 맞았다. 천하의 사방신이다. 세상을 넷으로 나누어 관장하는 가장 귀한 존재들.

연화는 천애고아로 천민 부락에 갇혀 있던 몸이고 심지어 공물을 훔쳐 달아나던 죄인이었다. 자비로운 백호의 애정에 기대어 살아남았을 뿐 결코 착각하면 안 되는 일이다.

금수의 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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