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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붉은 달-23화 (23/113)

23화

그녀는 다리를 활짝 벌린 채로 백호에게 입술을 빼앗겨 숨을 쉬지 못했다. 산소가 모자랐고 쾌락이 지나쳤다.

“흐, 핫…….”

연화의 눈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깨닫고 백호가 입술을 떼고 그녀의 뺨을 토닥이며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정신 차려라, 연화야. 정신 차려.”

“……아, 흐으……. 흐응!”

연화가 신음하며 도리질 쳤다. 어지러운 머릿속으로도 백호의 뜨거운 물건만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흐릿한 시야 속으로 손을 뻗어 백호의 허리를 잡고 스스로 몸을 움직였다. 숨이 모자라 정신마저 흐렸지만 쾌락을 잡고 싶었다. 그래야 이 욕망이 해소될 수 있었다.

“백호 님……. 백호 님. 흐, 응…….”

“그래.”

“제 안에…… 백호 님이 들어와, 흐읏……. 있어요.”

“…….”

“백호 님의 것을……. 백호 님의 씨를 저에게, 주세요…….”

연화는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흐린 정신 속에서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본능대로 말을 뱉었다. 그리고 백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성이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겁도 없구나.”

더 이상 아무런 말 없이 남자는 그녀의 골반을 잡고 거세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 흐앙! 하, 하앙……!”

정말 자궁 입구를 짓뭉개는 굵고 뭉툭한 양물의 끄트머리에 연화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쾌락이 지나쳐 숫제 고통이었다.

울컥이며 쏟아진 애액이 둘의 접합부 사이로 거품을 만들어냈다.

“아, 아! 백, 백호 님! 아응! 아! 아아!”

연화가 소리를 누르지 못하고 높게 신음을 올렸다. 질꺽이는 소리는 그녀의 신음성에 눌려 들리지조차 않았다. 내벽 전체가 백호의 양물로 가득 차서, 아기집과 내장마저 완전히 눌려 압박에 뭉개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백호의 움직임에 맞춰 힘겹게나마 따라갔다. 그의 정을 받고, 그에게 사지를 결박당하고 완전히 정복당하고 싶었다.

“아! 흐, 아응, 아! 백호 님! 아아!”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연화가 마지막으로 비명을 올렸다. 벌어진 입가로 타액이 흐르고 발음이 전부 샜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었고 시야가 마구 번져 나갔다. 발가락이 곱아들며 뒤꿈치가 침대 이불 위로 필사적으로 비벼졌다. 그녀의 눈이 다시 뒤로 넘어갔다.

지나친 쾌락에 본능적으로 백호를 밀어내려 연화의 양손이 남자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소용은 없었다.

“아, 아, 아아아!”

“큭…….”

그녀가 절정에 오르며 가뜩이나 빠듯하던 내벽은 마치 끊어먹을 듯 양물을 씹었다. 백호가 숨과 함께 신음을 토해 냈다. 진저리 치며 경련을 일으키는 연화의 아랫배 속으로, 백호 역시 참았던 절정을 쏟아내었다.

신의 뜨거운 체액이 연화의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며 채웠다. 그녀는 자신의 안에 차오르는 백호의 정을, 거의 사라진 정신 속에서도 느꼈다.

백호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정까지 그녀의 몸 안에 완전히 내보냈다. 잔뜩 조여드는 내벽 안에서 양물은 여자의 몸 안에 박혀 뜨거운 정액을 마지막 순간까지 쏟아냈다.

완전히 털어내고 나서도 그는 숨을 고르며 그녀의 위에서 잠시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뒤로 넘어갔던 연화는 결국 더 견디지 못하고 까무라쳤다. 잔뜩 경직되었던 다리도 힘이 풀린 채 침대 위로 늘어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신을 잃은 여인을 보다가 백호는 한숨을 쉬었다.

귀를 기울여보니 다행히 숨은 안정적이었다.

그는 힘을 끌어올려 손에 맺고 연화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핏기가 없는 흰 피부에 희미하게 푸른 빛이 옮겨갔고, 잠시 후 연화의 얼굴에 연한 분홍빛이 돌았다. 약간의 기력을 회복하도록 힘을 써준 것이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었고 다리 사이는 애액과 뒤섞여 흘러나온 백호의 정액으로 엉망이었다. 옷도 제대로 벗지 않고 몸을 섞은 터라 온통 더러워진 천으로 몸이 휘감겼다.

그는 손 안에 불꽃을 불러와서 연화와 자신의 옷을 모두 태워버렸다. 신의 힘이라서 둘의 피부에는 아무런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연화를 안아 들고 욕실로 가서 그는 탕 안에 들어가 앉았다. 기절한 여인은 목을 가누지 못했다. 그녀의 고개를 가슴에 기대게 하고서 백호는 한숨을 쉬었다.

“과했던 것 같은데.”

인간을 상대로 순간적인 욕망을 참지 못해 눈이 뒤집혔다. 연화를 상대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리 붉은 달의 발정기라도 좀 심했다. 상대가 기절할 정도로 몰아붙이고 스스로도 이성을 잃어버리다니.

다행히 연화는 열이 내리고 호흡이 안정적이었다. 백호와 몸을 섞고 정을 받아 미약이 해독된 모양이었다. 땀에 젖어서도 약간 분홍기가 도는 흰 피부가 깨끗했다. 비정상적인 홍조가 아니었다.

“다행이구나.”

그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백호는 누가 이 일을 꾸민 건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인간의 반려라 하니 장난감처럼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리도 눈에 빤히 보이게 일을 꾸미다니. 우현에게 걸렸던 주술은 그리 깊은 술수가 아니었고 따라서 하급의 신령이 뱀의 일족에게 명을 받아 저지른 짓일 것이다.

그 때 욕실 밖으로 인기척이 있었다. 돌아보지도 않고 백호는 연화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

“들어와라……. 묘우.”

“백호 님.”

여우의 신령은 여느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의아하다는 듯 방 안과 욕실을 둘러보았다.

“이르게 오셨습니다, 백호 님.”

“그래. 그렇게 되었다.”

“일과는 끝나신 것인지요.”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

묘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휘어진 눈 안의 감정은 잘 읽을 수가 없다. 백호는 무표정하게 그를 돌아보았다.

“침입자가 있었다. 넌 무얼 하고 있었느냐.”

“……침입자라니요?”

“말 그대로. 연화를 노리고 들어온 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경비병인 우현이…….”

더 설명을 붙이지 않고 백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간 어지간히 풀어져 있었군, 묘우. 이 얕은 주술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니.”

백호는 손가락을 딱 맞부딪쳤다. 궁 전체를 감싸고 있던 인식 방해의 주술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말대로 아주 얕은 주술이라 오히려 걸린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묘우는 움찔했다.

“원로의 이름이 아깝다, 묘우. 정신 나갔군.”

“……죄송합니다.”

그제야 방 안 가득히 찬 밤꽃냄새를 맡고 묘우가 대경실색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없었던 며칠간 연화의 상태는 어땠느냐.”

“호접의 말로, 열이 있고 힘이 없으시다고.”

“그래. 그사이에 와서 약을 탔던 게지.”

“약이라니…….”

“나중에 이야기해 주마.”

사방신의 궁이라 감히 누가 와서 수작을 부릴까 방심했던 게 화근이다. 설마 아무리 간이 큰 자라 한들 신의 거처까지 기어들어 와 술수를 쓰리라 누가 상상했을까.

“대체 누가 어째서 이런 짓을.”

“누구 짓인지는 확실히 알겠구나.”

백호의 느린 대답에 묘우는 잠시 그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신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백호는 물로 깨끗이 씻긴 연화를 안고 탕 안에서 일어섰다. 벌거벗은 신과 그 반려의 모습에 묘우는 황급히 눈을 내려 피했다.

시녀를 부르려는 묘우를 제지하고 백호는 손수 연화의 물기를 닦아내었다. 침대 위에 그녀를 눕혀 이불을 덮어주고 그는 새로운 장포를 걸치고 일어섰다.

묘우가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굽혔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백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벌을 줄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다.

“뱀의 일족의 거처로 가겠다.”

***

밤이 깊어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백호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불길했다.

사혈은 입술을 물어뜯으며 황급히 일족의 원로들을 모아 거처 밖으로 향했다. 지상에서 백호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원로들 틈에 낀 사영은 가는 내내 아버지의 힐난을 들었다.

“네년 때문이다. 네년이 실패를 해서 신에게 우리 일족이 미움을 받게 되는 게야.”

사혈은 입에서 나오는 저주를 되는 대로 사영에게 퍼부었다. 그 스스로 사영의 꾀를 칭찬하며 도와주었던 사실은 완전히 잊은 듯했다. 사영과 마찬가지로 그의 장포 밑으로 나온 긴 방울뱀의 꼬리가 차르르 하는 소리를 냈다. 불안하고 분노한 사혈의 감정이 그대로 보였다.

사영은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일이 실패한다면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리라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순간이 닥치자 손바닥 안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내를 지나 도착한 지상의 입구에는 거대한 체구의 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구름이 걷혀 별과 달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일단 사혈은 허리를 굽히고 백호의 앞으로 나아갔다. 일족의 원로들은 그의 뒤에서 허리를 굽힌 채 물러나 있었다.

“신이시여, 오셨습니까. 밤에 두 번이나 걸음을 하시는군요.”

사혈은 불안감을 감추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꼬리에서 차르르 하는 소리가 났다. 백호는 하늘에서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재미있는 일을 벌였더군.”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모르겠나이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곳에서 서 계시지 말고 저희의 거처로 들어오시는 것이?”

“말이 길어, 사혈.”

일족의 수장에게 건네는 말로는 무례했다. 사혈이 뭔가 반응하기도 전에 백호가 시선을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달과 별 외에는 온통 어두운 밤하늘 아래 그의 눈이 형형했다. 파란색의 눈동자는 불처럼 타올랐다.

금수의 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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