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남자는 재빨리 연화가 앉은 의자로 다가와 그녀를 안아 들고 침상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 외로워서.”
“외롭다고?”
놀란 눈으로 백호는 연화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번뜩이는 푸른 눈은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인의 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부드러운 흑발 위로 입을 맞췄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게지?”
“……아무것도요. 그저…….”
뭐라고 해야 할까, 백호에게 이 마음을 알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희게 웃었다.
“아마 마을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런가 봅니다. 제가 너무 입에 단 음식과 보기에 좋은 옷을 입고 있어서인가.”
“…….”
“곧 돌아가겠지요, 곧 어머니를 뵈러 가겠지요.”
연화는 미소를 잃지 않고 백호의 얼굴을 잡아 그의 뺨에 입술을 댔다.
거친 사내는 강인한 신이다. 그러나 순간순간 느껴지는 그의 다정함에 연화는 자꾸만 마음을 기대게 되었다. 백호의 손이 뺨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고개를 기울여 그 넓고 따스한 손바닥에 얼굴을 기댔다.
백호는 답이 없었다. 그는 다만 연화를 들어 침상에 눕히고 그녀의 입술을 찾을 뿐이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거친 손길이었다.
그는 연화의 저고리를 풀어 헤쳐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유두에 입을 가져갔다.
“……!”
이빨로 갉고 깨물어 날카로운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쾌락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드러운 밑 가슴과 양쪽 유두를 남김없이 입으로 깨물고 핥으면서 백호의 손이 치마를 헤치고 들어왔다. 가느다란 연화의 두 허벅지 사이는 무서움과 기대감이 뒤섞인 채로 떨렸다.
혹사당해 도톰하게 부풀어 올라 통증이 느껴지는 입구로 백호의 손이 들어왔다.
“읏……!”
역시 조금 아파서 연화가 흠칫했다. 그녀의 아픔을 눈치채고 백호는 손을 거두었다. 다소의 안심과, 놀랍게도 다소의 아쉬움이 가슴을 채웠다. 하지만 곧 백호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엎드려 음부에 입을 묻는 것을 느끼고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사내의 두툼한 혀가 살점을 가르고 들어왔다. 붓고 예민한 음부를 살살 달래 열고, 계속해서 자극당해 평소보다 훨씬 도드라진 돌기를 이빨로 살살 긁었다. 혀는 살점을 가르고 더 깊은 곳까지 들어와 꽃잎의 깊은 곳을 핥고 빨았다. 사내의 입은 완전히 음문을 덮고 이와 혀를 사용해 깊이 그 안을 애무했다.
“아, 응, 백, 백호 님……. 그, 그만. 응……!”
순식간에 몸이 뜨거워져 연화는 손 밑의 이불을 잡고 허리를 들썩였다. 차마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지 못하고 그녀는 손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허우적거렸다. 이불을 잡았다가 자신의 옷섶을 쥐었다가 하며 고개를 젖히고 허덕였다.
“으응! 흐, 응!”
울컥하고 애액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끼고 백호가 다시 한 번 강하게 빨아들였다. 마치 맛있다는 듯 찔꺽이는 살점 사이를 핥고 빨아들이는 통에 연화는 수치심과 쾌락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녀는 결국 백호의 입으로 작게 절정을 맞았다. 아랫배가 바들바들 떨리며 발가락이 말려들어 갔다.
채 신음도 내지 못하고 온 몸에 잔경련을 일으키는 연화를 올려다보며 백호는 끝까지 그녀를 빨아들이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픽 웃으며 자신의 장포를 벗었다.
“이제 다른 생각을 못 하겠구나.”
이건 좀 심술이라는 사실을 그 역시 안다. 연화가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얼굴로 다른 이를 생각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의 앞에서.
“…….”
백호는 잠시 멈칫했다. 원래 발정기에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던가?
이전의 발정기에도 분명 형식상이지만 반려가 있었고,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의 음기가 한 공간 안에서 미쳐 날뛰는 백호의 양기를 잠재워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연화를 상대로는, 그 작은 머리통 속에 다른 생각이 들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못마땅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침대에 누워 할딱이는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름다운 얼굴이다. 희고 부드럽고 자그마한, 가느다란 새와 같은 여인.
백호는 침대에 엎드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몸을 덮는 묵직한 사내의 무게, 하지만 그녀가 힘들지 않도록 팔꿈치로 지탱하고 있는 백호의 몸은 마치 질이 좋은 이불처럼 아주 아늑하고 따뜻했다. 연화는 눈을 감고 스스로 다리를 벌려 백호를 끌어당겼다.
“이제 대담한 짓도 할 줄 아는구나.”
백호는 웃었다. 연화는 그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물건이 애액으로 덮여 매끄러운 연화의 음부로 파고들었다.
한 번의 절정으로 완전히 풀려 여인의 몸은 부드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너무 커서 다 들어오자 여전히 빠듯했지만 그녀는 그를 품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흐……. 흐으…….”
그녀의 손이 자신의 배 부분을 둥글게 문질렀다. 아랫배가 불룩하게 일어설 만큼 큰 대물을, 연화는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내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하고 남자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화의 양다리를 손으로 잡아 양쪽으로 벌려 들어 올리고 그는 추삽질을 했다. 처음에 다소 느리게 시작했던 허릿짓이 점차 속도를 올렸다.
“아, 흣, 아응, 흑!”
그녀의 입구에서 흘러내린 애액으로 인해 살끼리 부딪치며 질퍽이는 소리가 났다. 백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다리를 완전히 벌리게 했다. 뱃속이 다시 뜨거워져 인두로 지지는 것 같았다.
“아, 흑……!”
골반이 완전히 벌어지는 것 같다. 좁고 작은 몸으로 받아내기에 백호의 남근은 지나칠 만큼 컸다. 내장이 전부 밀려 올라가는 기분이다.
“아! 으응……! 흐응! 흣!”
그녀는 벌어진 다리를 바르작거리며 울었다. 백호의 손이 내려와 이마와 뺨을 쓸었다.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는 푸른빛 눈동자는 다감하면서도 잔인해 보였다. 맹수의 눈.
“흑, 아! 으읏……! 백, 호 님!”
연화는 마지막으로 그의 양물이 배꼽 위까지 치받는 것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눈앞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절정은 언제나 이것이 쾌락인지 고통인지 모르는 형태로 다가왔다. 지나치게 혹사당한 신경은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녀는 백호에게 매달려 속절없이 울었다.
“백, 백호……! 아, 아아!”
“큿…….”
절정에 달하며 그녀의 좁은 내벽이 빠듯하게 사내의 물건을 조여 왔다. 백호는 더 참지 않고 희고 뜨거운 액체를 토해 내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모든 신경이 전부 그녀에게로 쏠려서, 그의 눈에는 연화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백호에게 안겨 연화는 숨을 골랐다. 너무 지쳐서 그대로 수마가 그녀를 끌어내릴 것 같았다. 그녀는 가물거리는 눈을 들어 백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눈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빛을 담고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연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떠날 사람을, 어차피 이별할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제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백호 님께 사랑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
수국의 왕실에는 아주 오래된 전설이 있었다. 잊혀진 꽃, 사방신의 가호를 받는 단 한 송이의 꽃을 연못에 띄운다면 이 나라의 왕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설이었다. 대대로 왕조가 바뀔 때마다 그 꽃이 연못에 띄워졌다 했다. 연못은 왕궁 정면에 있는 큰 희례연이라고 전해졌으나 전설 속의 일설일 뿐이었다.
“우리 수국의 가호자, 사방신 청룡께서는 이번 제사가 마음에 드셨나 보오.”
수국의 왕 만희는 제사장 성현을 향해 빙긋 웃었다.
계속해서 가뭄이 들던 수국에 비가 내렸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내린 큰 비라 가뭄은 거의 해갈되었다. 제사를 올린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때의 일이라 마침내 그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하여 왕은 몹시 기뻐했다.
제사장 성현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사방신의 모두에게 제사를 올렸으니 저희의 정성을 알아봐 주신 게지요. 청룡뿐 아니라 백호, 현무(玄武), 주작(朱雀)의 사방신께 전부 공물과 음식을 올렸습니다. 이에 들어간 인력과 재물이 상당하였으니 왕께서 굽어살피신 덕입니다.”
“모두 제사장의 덕이지. 우리들은 신께서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니.”
만희가 크게 웃었다. 키가 팔 척에 덩치가 큰 왕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희례연의 잔잔한 수면이 보였다. 그 위에는 어떤 식물도 키우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왕의 눈앞에서 연못 위로 꽃이 피는 것 자체가 불경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왕조가 바뀐다는 전설은 너무 오래된 것이었으나 동시에 무시할 수도 없었다.
사실 왕은 전설을 믿지 않았다. 그는 오만하고 잔인한 자였고, 결코 신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그가 믿는 것은 자신의 칼뿐이었다.
“청룡의 제는 신전에서, 주작의 제는 대장장이들의 마을에서, 현무의 제는 먼 광산에서, 백호의 제는 깊은 산속에서 지냈습니다.”
“오죽 알아서 잘하였겠소.”
왕은 예의상의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는 정적이 많았기 때문에 수족처럼 부리는 제사장 정도는 적당히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사실 수틀리면 베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또 다른 수족을 구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니.
성현은 흠흠거리면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 역시 왕의 잔인한 성정을 잘 안다. 그는 최대한 자신의 공을 부풀리기 위해 말을 떠벌렸다.
“청룡의 제는 매우 성대히 치렀으나 나머지는 적당한 규모였습니다. 단, 백호의 제는 워낙 깊은 산속 마을에서 지낸 터라 매우 작은 제였습니다마는.”
금수의 붉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