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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의 붉은 달-10화 (10/113)

10화

신령계의 식사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흰 쌀밥과 생선으로 만든 기름진 생선전, 산에서 나는 담백한 산나물과 간을 한 고기 요리 정도였다.

백호는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화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얌전하게 앉아 있었지만 기력이 아주 다 빠진 얼굴이었다.

‘내가 좀 과하게 괴롭히긴 했나.’

아주 약간이지만 미안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그는 다시 연화를 안을 수 있었다. 얄팍한 잠옷 한 겹만 입고 앉은 연화는 아주 연약하고 바스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관능적이고 섬세했다. 마치 세필화로 그린 매화 같은 모습이다.

붉은 달의 발정기란 참 무서운 것이다. 천하의 사방신인 백호가 또 다시 눈길을 빼앗기다가 간신히 고개를 돌리고, 밥을 한 술 먼저 떴다. 그제야 연화도 천천히 밥술을 들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입술이 오물거리며 밥알을 넘긴다. 워낙 느리게 꼭꼭 씹어먹는데 그나마도 양이 적은지 그녀는 몇 술 뜨지 못하고 백호의 눈치를 보았다.

“밥을 잘 먹지 못하는구나. 입에 안 맞는 거냐?”

“아뇨, 맛있습니다. 다만 제가 지금 좀 속이…….”

“밥이 먹기 싫다면 단것은 어떠하냐? 신령계의 시녀들은 다디단 떡과 다과도 잘 만들지.”

“괜찮습니다, 백호 님.”

연화는 희미하게 웃었다. 백호는 자신도 심드렁해져서 대충 밥을 떠 넘기고 물을 마셨다.

이미 밖에는 빠르게 해가 져 붉은 노을이 번졌다. 하늘에 드리운 붉고 푸른 기운에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름답지 않으냐. 이곳의 저녁 하늘은 내 자랑이지.”

백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연화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네요. 너무나 아름다워요.”

살랑거리며 바람이 흘러들었다.

백호는 연화의 귓가를 살짝 물었다. 사랑스러운 여인. 이 육체만이 사랑스러운 것인지, 연화라는 인간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인지 아직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백호의 안에 있는 금수는 계속해서 그녀를 원했다.

“급한 것만 먼저 풀어야겠군.”

손이 닿은 그녀의 다리 사이가 습한 것을 느끼고 백호가 결국 웃었다. 연화는 얼굴이 발그레해져 백호의 목덜미에 매달렸다.

“너도 그렇지만 나도…… 지금 좀 급하단다.”

여인의 손을 끌어당겨 백호는 자신의 양물에 가져다 댔다. 아까 반쯤 발기했던 것은 완전히 힘을 얻어 단단하고 뜨거웠다. 불기둥 같은 것을 손 밑에서 느끼고 연화는 숨을 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나 큰 것이 자신의 안에 들어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몸과 비교할 때 백호는 체구가 두 배 이상 컸고 양물 역시 크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오므려 그의 물건을 쥐어보았다. 손가락 끝이 닿지 않았다.

“크……. 그래, 그거 좋구나.”

연화의 손놀림에 백호가 탄성을 뱉어냈다. 아주 단순한 손놀림인데도 어찌 이리 좋은 것인지, 그는 새삼 신기해졌다. 연화의 뺨에 입을 맞추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으며 백호가 중얼거렸다.

“계속 움직여주렴. 네 손이 내게 주는 쾌락이 아주 좋구나.”

연화는 망설이면서도 조심히 작은 손을 움직였다. 귀두를 쓰다듬고 그 밑의 기둥을 훑는다. 사실 너무 서툴고 약한 움직임이었으나 그것이 연화의 것이라는 사실 하나로 백호는 금세라도 참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는 치마를 걷어 올려 연화의 다리를 벌리게 하고 그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앗…….”

이미 잔뜩 젖어 풀린 음문은 수월하게 백호의 굵은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찌걱거리며 애액이 손가락에 휘감기는 소리가 들렸다. 귀까지 빨개진 연화는 하지만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백호가 음핵을 어루만지고 질구를 벌리는 손길에 따라 연화의 손에도 힘이 들락거렸다. 백호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연화의 절정을 유도했다.

“아, 아아…….”

부드럽고 작은 절정이었다. 연화는 몸을 떨며 백호의 가슴에 묻혀 숨을 내쉬었다. 그의 땀에 젖어 소금기 있는 체향이 콧속 깊숙이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백호 역시 신음하며 연화의 손 안에 흰 액체가 튀었다. 재빨리 자신의 손으로 덮어 둘의 얼굴까지 튀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양이 많고 기세가 좋았다.

“생각보다 밤일에 재능이 있어.”

백호가 웃었고 연화는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손길로 백호가 절정을 맞았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뿌듯했다.

밥상을 물리고 백호는 다과와 술을 가져오게 했다. 연화를 위해서는 연한 향기의 꽃차를 준비하게 했다. 시녀들이 조용히 물러가고, 둘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호의 침실은 한쪽 벽면이 완전히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어 시종들에게 문을 위로 올리라 하였다. 노을이 저무는 하늘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졌다.

장관 앞에 연화는 잠시 입을 벌렸다. 보라색과 붉은색이 뒤섞여 소용돌이 치는 듯한 하늘의 구름을 물들였다. 마지막으로 저물어가는 해의 붉고 노란 낯빛이 산등성이 너머로 빛을 발했다.

넋을 잃은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백호가 웃었다.

“꽤 좋아하는군.”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칭찬 고맙다.”

사방신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는 여전히 넋을 잃은 채인 연화의 입 안에 슬쩍 다과 조각을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입 안에 들어온 것을 씹었다.

“치자꽃으로 노랗게 물들인 찹쌀떡이다. 색도 곱고 맛도 달콤하지.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 않느냐.”

백호는 떡을 조금씩 떼어서 연화의 입에 넣어주었다. 됐다고, 자신이 먹을 수 있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데도 그는 고집을 부리며 어미 새처럼 여자에게 직접 다과를 먹여주었다. 목이 막힐 것 같으면 꽃차를 들어서 연화에게 마시게 주고 다시 떡을 주었다.

그녀는 얌전히 떡 한 덩이를 다 먹었다. 배가 부르지만 떡이 꽤 맛있기도 했고, 이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몸이 많이 힘들었느냐?”

남자가 물었다. 그의 어조가 다소 미안한 투라서 연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붉은 달의 발정기를 이리 보내는 것은 처음인지라, 자제가 힘들어. 네 몸에 무리가 갈 것을 알면서도 손을 떼기가 힘들군. 이렇게 데려와 놓고 사과하는 게 좀 어이없는 일이긴 하다만. 혹시 너무 힘들면 이야기하거라.”

“아니요…….”

“아니라고?”

백호는 잠깐 멈췄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는지를 몰라서 연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귀여워서 남자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래, 너무 힘들지 않다면…… 지금도 또 한 번 내게 안기겠느냐?”

“백, 백호 님.”

아무리 그래도 심하다. 백호가 웃은 뜻을 깨닫고 연화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옷 속으로 파고드는 남자의 커다란 손을 느끼고 그의 손을 잡았다.

“왜, 이제 와서 내빼려고?”

남자는 웃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달콤하고 향긋한 떡과 차의 향기가 났다.

“네가 꽃차 같구나.”

백호는 무릎 위에 앉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이미 조금 전 한 번 약하게 절정을 맞아 부드럽게 풀려 있는 몸이었다. 그는 연화를 똑바로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자신의 양물 위로 천천히 내렸다.

“읏…….”

느릿하게 몸 안을 파고드는 거대한 물건에 여인은 입술을 물었다. 잘못하면 그대로 신음성이 다 튀어나갈 것 같았다.

몇 번을 받아들였지만, 빠듯하게 힘이 든다. 매끄러워진 내벽은 이제 제법 능숙하게 백호의 양물을 삼키고 조였지만 그렇다고 골반이 벌어지는 듯한 기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연화는 다리를 한껏 벌려 백호의 것을 받아들인 상태로 그의 목에 매달렸다.

“백, 호 님……. 흐, 으…….”

그녀는 작게 신음했다. 신의 푸른빛 눈동자는 마치 한밤중의 호랑이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연화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에 겨워 허덕였다. 아랫배 가득 들어찬 불기둥은 지나치게 깊이까지 침범했다. 마치 자궁 입구에 귀두가 닿아 예민한 살을 긁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꾸만 허리를 뒤로 빼려는 그녀를 잡고 백호가 다시 한 번 자신의 위로 세게 앉혔다.

“아……! 아앙!”

제대로 박혔다. 허리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그녀는 학학 숨을 몰아쉬며 본능적으로 백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남자의 손은 강철 같았다. 멀어지려는 여자의 몸은 오히려 백호의 손에 끌려와 완전히 잡혔다.

“어딜 가려고?”

으르렁대는 목소리였다.

점잖았지만 때로 연화는 깨달았다. 백호는 금수의 왕이자, 그 스스로도 금수의 하나였다. 교접을 할 때 그의 푸른 눈은 사냥을 하는 맹수처럼 빛났다. 자신의 지배에서 머리털 한 올 빠져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말 그대로 폭력적인 맹수였다.

“아, 흐, 하응……!”

곧 그의 손이 연화의 허리를 들었다가 아래로 강하게 내렸다. 더 깊은 곳에 사내를 받으며 연화가 신음했다.

“아, 아아! 아앗! 아응! 흐!”

그녀는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백호의 목에 막무가내로 매달려 그의 어깨를 할퀴었다. 희디흰 피부 위로 그녀의 손톱에 상처가 나는 화끈한 느낌을 백호는 오히려 시원하게 느끼며 웃었다.

“그래, 내 품에서 네가 느끼는 걸 보여주렴.”

“백, 백호 님! 아! 앗!”

백호의 양물이 정액을 뿜은 것과 연화가 몸을 떨며 절정에 달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여자의 내벽은 마치 씹는 것처럼 사내의 물건을 조여댔다. 신은 백발을 흔들며 또 한 번 자신을 쓸고 가는 극상의 쾌락에 잠겼다.

한동안 둘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금수의 붉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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