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리고 연화는 신령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마구 달려 도망치느라 엉망이 된 머리와 옷차림에도 원래의 아름다움은 선명했다. 눈물이 어린 큰 눈과 달콤한 붉은색의 입술,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새처럼 가느다란 사지가 마음에 들어서 백호는 그녀의 치맛자락 사이로 손을 넣으며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에 연신 입술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에 대한 벌을 거둬주시는 건가요.”
연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백호는 그녀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나는 공물을 제대로 받은 셈이니까.”
처녀는 깊은 숨을 쉬었다.
그녀는 어리숙하고 순진했지만 백호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았다. 이 사내는 그녀의 몸을 원하는 것이다. 여인의 몸을 안고 씨를 뿌리려 하는 사내의 욕망이 피부가 아플 정도로 느껴졌다.
생전 처음의 성교다. 심지어 상대가 산주 백호였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을 애써 억눌렀다.
“산주님의 신부가 될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백호는 미소를 지었다. 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짙은 푸른빛의 눈동자가 만족스럽게 가늘어졌다. 밤이라 동공이 확장된 것이 연화의 눈에도 보였다. 형상은 인간이되 그의 눈은 여전히 고양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자, 이리 오너라. 몸에 힘을 빼고. 두려워하지 마라.”
남자의 커다란 손이 연화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입은 얇은 저고리 깃 사이로 입을 맞추면서, 백호는 그녀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음기. 머리카락 끝까지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 달이 뜬 이 발정기에는 지나가는 암컷만 보아도 백호의 몸에서 양기가 솟아나왔다. 더구나 연화의 몸은 아주 부드럽고 연해서 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것 같은 여인이었다.
신선하고 향기로운, 그만을 위한 여인.
“내 긴 삶에 있어서도 이러한 인연은 쉽지 않은데……. 너는 특별한 것 같구나.”
백호는 낮게 속삭이며 그녀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귓볼을 잘근잘근 씹다가 귓구멍 안으로 혀를 밀어 넣자 연화의 어깨가 떨렸다. 신음성을 삼키려 애쓰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백호는 계속해서 귀를 핥고, 입술로 씹었다.
예민한 부분을 뜨거운 혀가 핥고 삼키려 든다. 연화는 생전 처음 겪는 감각에 결국 신음성을 터뜨렸다.
“으, 으읏……. 응…….”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둥글게 말고 남자의 애무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그마한 연화의 몸을 덮어버리는 백호의 큰 몸은 수월하게 그녀를 끌어당겨 구속했다. 가느다란 턱선을 핥고,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뿜는다. 어둠 속에서 정욕에 휩싸인 맹수의 눈이 번득였다.
“무서우냐? 할 수 없지. 네가 저지른 일의 업보다. 자업자득이라 할까.”
치마가 걷어지고 그 안 속곳이 남자의 손에 의해 끌려 내려갔다. 부드러운 속치마까지 걷어내 버리고 그는 천천히 여자의 가느다란 다리를 쓸어 올렸다. 희고 매끈한 다리가 백호의 커다란 손에 한 줌으로 잡혔다.
연화는 여전히 두려움에 달달 떨었다. 그런 여자를 보면서 백호는 연신 그녀의 피부 위로 입술을 내렸다. 뺨과 귀, 목덜미와 턱선, 그리고 쇄골과 저고리 사이의 가슴.
남자는 끈을 풀 것도 없이 저고리의 고름을 간단히 끊어내었다. 소박하고 거친 천으로 만들어진 옷 사이로 얄팍한 속옷 한 겹이 나타났고, 그 밑으로 어릿하게 여자의 둥근 가슴이 보였다.
백호는 천천히 입술로 속저고리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의 뜨거운 입술과 축축한 숨결이 얇은 한 겹 천 위로 느껴져서 연화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숨을 할딱였다.
“흣……. 백호…… 님…….”
“그래.”
다른 사내의 손이 단 한 번도 닿지 않았던 몸이다. 생소하고 무서운 쾌락에 연화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백호는 그녀를 놀리듯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그는 금수의 왕이었고, 그 누구보다 육체로 하는 대화에 익숙했다.
“흐, 흑…….”
무섭고 공포에 질린 작은 인간 여자를 꽉 끌어안고서 그는 그녀의 매끈한 종아리 위쪽 볼록한 복사뼈에 입을 맞췄다. 열이 올라 뜨거운 남자의 입술이 가느다란 발목에서부터 흘러 내려와 종아리를 거쳐 무릎 안쪽에 입맞춤한다.
“흐윽…….”
허벅지 안쪽으로 천천히 뜨거운 입술이 연신 입을 맞추며 올라온다. 씻을 때 이외에는 자신의 손마저 잘 닿지 않는 곳이다. 안쪽 넓적다리의 예민한 피부로 사내의 두껍고 큰 손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백호는 그녀의 다리와 골반이 연결되는 민감한 곳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치마를 걷어 올려 드러난 납작한 아랫배와 보송보송하게 음모가 시작되는 곳에도 입을 맞춰주었다. 신경이 온통 곤두서서, 마치 전신의 피부에서 느껴지는 것이 전부 쾌락처럼 느껴졌다.
“읏…….”
자꾸만 신음성이 비어져 나와 연화는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남자가 목을 그르렁대며 말했다.
“손 치우거라. 예쁜 소리를 들려줘야지.”
“……으. 하…… 하지만…….”
“아니면 이대로 안고 인간의 마을로 내려가 주랴?”
백호는 심술 맞게 웃었고 떨던 연화는 결국 손을 내렸다. 손등을 깨물어서 발갛게 잇자국이 나 있었다.
남자는 혀를 차고 연화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가져다 대었다. 그의 숨결도 놀랍게 가빠져 있었다. 서로 호흡이 오가고, 뜨겁게 달아오른 혀와 타액이 오갔다.
언제 그녀를 죽이려 했냐는 듯, 사내의 몸짓은 지극히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치 정말 그녀를 잡아먹을 것처럼 격렬하게 연화의 온 몸을 탐했다.
“정말 작고 가느다란 몸이구나.”
손 안에 잡히는 인간 여인의 몸은 대나무처럼 날씬했다. 그녀의 허리가 뒤로 젖혀져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작은 흉곽이 위로 발씬거리며 오르내렸다. 소담한 가슴 끄트머리 유두가 솟아올라 붉었다.
“아, 흐……. 아!”
그의 손길에 연화는 정신이 나가 몸이 흔들렸다.
“아, 읏……!”
쾌락과 열기와 공포가 같은 양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백호가 급히 손을 내려 음모 안쪽으로 좀 더 깊숙히 손을 넣었다. 까슬한 검은 털 속으로 그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가고, 천천히 자그마한 돌기를 문질렀다.
“앗……!”
틈을 벌려 돌기를 꺼내 손톱으로 긁고 돌리면서 남자의 긴 중지가 천천히 여자의 은밀한 구멍으로 들어갔다. 자꾸만 조여드는 빡빡한 질 입구를 벌리면서 백호의 길고 굵은 손가락이 연화의 내벽으로 파고들었다.
“……!”
생전 처음 겪는 삽입에 처녀는 숨도 쉬지 못하고 남자의 목에 매달렸다. 백호의 느린 애무로 이미 꽤 습기에 찬 내벽은, 좁고 빡빡했지만 찢어지지 않고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몸 안에 남자의 손가락이 들어와 있다는 생각에 연화는 넋을 잃었다.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백호는 느릿하게 손을 움직였다. 첫 경험인 그녀가 최대한 통증을 덜 수 있도록 좁은 내벽을 넓혀야 했다. 충분히 젖도록 작은 돌기와 그녀의 전신에 시간을 들여 애무를 했다.
“젠장.”
빨리 그녀의 몸 안으로 진입하고 싶어 손이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깊숙이까지 반복적으로 추삽질하는 손가락이 거의 끝까지 살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여러 번. 흘러내린 애액으로 질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좁은 구멍이 제법 잘 먹는구나.”
내벽은 뻑뻑했지만 애액이 흐르면서 굵고 긴 손가락을 무리 없이 집어삼켰다. 백호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도 연화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했다. 뱃속이 뜨겁고 정신이 없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지만 연화의 몸은 이완되어 갔다. 중지 하나를 더 밀어 넣자 그 빡빡함에 연화가 작게 우는 소리를 냈지만 백호는 그녀의 몸이 상처를 입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움직였다. 미끄러운 애액이 그래도 될 만큼 넘쳐흘렀다.
산속의 숲은 비정상적으로 고요했다. 남자의 손이 찌걱찌걱 움직이는 소리가 둘 모두에게 들릴 만큼.
“이대로 씹어먹어 버리고 싶군.”
백호는 연화의 귓볼을 물면서 자근자근 씹었다. 그의 낮고 울리는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으르렁댔다. 절반의 공포와 절반의 쾌락에 연화의 허벅지가 단단하게 경직되었다. 덜덜 떨리는 아랫배를 보며 백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 암컷.”
그가 손가락 두개를 조금 벌렸다.
“아, 읏.”
내벽이 늘어나는 느낌에 연화는 고통과 쾌락 어느 쪽이 큰지 알지 못하고 입술을 물었다. 자꾸만 잇자국이 나는 그녀의 입술에 깊이 입 맞추어 호흡마저 앗아버리면서 백호는 손가락을 빼고 자신의 하의를 풀어헤쳤다.
“하아, 하아…….”
사내의 손이 떨어져 나간 음부가 허해서 연화는 다리를 움츠리려 했지만 곧 백호가 그녀의 다리를 잡아 넓게 벌렸다. 민감한 하지에 사내의 뜨거운 양물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아앗…….”
그녀는 뭐가 뭔지 알지 못한 채로 허덕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백호가 천천히 허리를 밀어붙였다.
“……!”
연화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의 입구가 힘겹게 사내를 받아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완전히 벌어져서 다리를 오므리지도 못하고, 그녀는 자신의 음부가 찢어질 것 같은 공포에 숨을 들이켰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백호는 사정 봐주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양물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넘치는 애액이 간신히 사내의 양물이 밀려들어 가도록 도와주었다.
“아, 아악!”
상상 외였다. 처녀의 여린 몸을 뚫고 들어온 백호의 성기는 상상 이상으로 크고 고통스러웠다. 연화는 어쩔 줄 몰라 덜덜 떨면서 바닥을 마구 쥐어뜯었다.
“악! 아아……!”
가느다란 어깨가 떨리며 어떻게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치는 것이 정복욕을 자극했다. 백호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녀의 위로 몸을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