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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인의 밤 (6/7)

5. 각인의 밤

라슬로가 셀레나를 데리고 이동해 온 곳은 그의 침실이었다. 낯익은 공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셀레나는 그제야 긴장감이 풀리는 걸 깨달았다.

‘돌아왔어.’

힘이 빠진 몸이 비틀거렸지만 라슬로가 계속 잡아 주고 있는 덕에 셀레나는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라슬로는 셀레나를 침대에 앉히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무심코 침대에 손을 대려고 했던 셀레나가 손을 재빨리 거두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손에 피가 묻었…….’

“어?”

“왜 그러는 거지?”

“여기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분명 피가 묻어 있었는데…….”

처음부터 피는 묻어 있지 않았다고, 그 모든 게 자신의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찻잔의 손잡이가 타마스의 눈을 후벼 팔 때의 그 물컹한 느낌마저 아직 생생했다. 더불어 불에 타며 비명을 지르던 타마스의 모습 역시.

그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작 그 상황일 때는 덤덤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눈에 선연히 보일 정도로 떨고 있는 모습에 라슬로가 손을 뻗어 셀레나의 등을 끌어당겼다.

“많이 무서웠나?”

셀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대답과 그녀의 몸은 떨림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미안하다.”

어깨 뒤로 나지막한 숨이 닿았다.

“네게 그런 일을 겪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내가 부주의했다.”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당신의 말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미안해요. 게다가 저 때문에 다치기까지 하고…….”

“다친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만져 보면 알겠지만 마법으로 깔끔하게 치료했으니까.”

라슬로는 셀레나에게 확인시켜 주려는 듯 아까 칼에 찔림으로써 난 구멍에 손을 넣어 천을 벌렸다. 그 모습에 셀레나가 기겁했지만, 상처 하나 없는 살을 보고는 벙찐 얼굴로 읊조렸다.

“……없어?”

“그래. 마나로 모두 치료했으니까.”

라슬로가 옷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사과 역시 마찬가지야. 모든 건 네게 말을 해 주지 않은 내 잘못이니 죄책감 갖지 마라.”

“당신의 잘못이라고요?”

“그래. 내 잘못이었고, 오만이었다. 사실 이전부터 타마스는 날 노려 왔다. 그 아이는 언제나 나를 죽이고 싶어 했고, 내 왕위를 탐내 했지.”

시녀장에게 이미 들었던 이야기이긴 했지만 실제로 일을 겪은 다음, 당사자에게 듣는 건 확연히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려 주면 네가 무서워할 테니 차라리 너를 보호하고 모든 게 끝나면 알려 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말해 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군.”

“…….”

“그리고 네 손에 묻어 있던 피는 내가 마법으로 없앴다. 그놈 피를 묻히고 있어 봤자 좋을 게 없을 테니까.”

라슬로는 상황을 설명해 준 뒤에도 셀레나를 끌어안은 상태로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귓가에 속삭여지는 그 낮은 음성에, 저를 가득 끌어안은 온기에 셀레나는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 끝이 난 건가요?”

“그래. 타마스가 죽었으니까.”

“아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저도, 그리고 당신도요.”

“왕의 인장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지.”

“……그거 말인데, 이해가 안 되는데 물어봐도 돼요? 그 사람이 왜 갑자기 그렇게 불에 타서 죽은 건가요?”

“왕의 인장은 신수, 일카이의 영혼이 일부 깃들어 있는 영물이다. 스스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기까지 하지.”

라슬로는 숨을 한차례 고른 다음 말을 마저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되기 위해서는 선왕께서 후계자를 점찍어 두기도 하지만 인장의 시험을 통과하고, 인장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시험…… 인정…….’

“하지만 타마스, 그놈은 내가 후계자로 점찍어 두지도 않았을 뿐더러 인장에 제대로 자신의 존재를 고하지도 않았지.”

“…….”

“더불어 인장은 날 왕으로 인식한 상태이기 때문에 타마스를 외부인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외부인이 내게 살해 마법을 쓰려고 했고, 그걸 감지한 인장은 나를 지키기 위해 마법을 쓴 거지.”

“그 불이 마법이라고요?”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보다는 더 상위 계열의, 신의 힘이 맞는 말이지만 편의상 마법이라고 지칭하지. 왕의 인장이 영물이라는 걸 아는 이는 왕과 그 후계자뿐이니까.”

“왕과 후계자밖에 모르는 사실을 제게 알려 줘도 되는 건가요?”

“당연한 말을. 넌 내 반려다. 당연히 알 권리가 있지.”

곧바로 돌아오는 대답에 셀레나는 입을 꽉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셀레나?”

“…….”

“갑자기 왜 그러나?”

“미안해요. 사실, 저는 당신이 저를 구하러 오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게 무슨…….”

“당신에게 데려가 달라고 말했지만, 당신을 따라오고 나서 매 순간 겁이 났어요. 낯선 환경도 무서웠고, 무엇보다도 당신이 왕이라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어요.”

“내가 왕이라는 사실이 무서웠다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왕은 수많은 여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취하고 버린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당신에게 밉보이거나 폐를 끼치는 순간, 엄마처럼 버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라슬로는 어떤 놈이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셀레나를 추궁을 하는 것보다 그녀를 달래 줘야 하는 게 더 우선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널 버리긴 왜 버리나. 줄곧 말했지 않았던가? 넌 내 반려라고.”

“물론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이전에 할머니가 무릇 남자들이란 여자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던 게 떠올라서…….”

‘할머니라면 그때 봤던 노파를 말하는 건가. 정작 셀레나를 이상한 놈이 탐하도록 내버려 둔 주제에 별말을 다 했군. 역시 그때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부하들에게 명령을 해 노파를 죽일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셀레나의 말이 계속 들려왔다.

“게다가 줄곧 못 나가게 한 것도 있고, 또 당신이 절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혹시 전 당신의 정부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정부라니.’

라슬로는 셀레나가 한 생각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저가 봐 온 셀레나의 표정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을 뿐더러, 저 역시 셀레나를 충실하게 사랑하고 있었기에 설마하니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당신을 안 따라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다가 수바늘에 찔려서 다치게 됐고, 의사 선생님이 오셨어요. 그리고 선생님과 약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너무 즐겁더라고요.”

“…….”

“그런데 다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어지니까 적적함을 느꼈고, 제가 우울해하니까 시녀장님이 정원에 가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 시녀장님은 정원에 가면 제가 기운을 차릴 수 있을까 해서 그러신 거예요. 시녀장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라슬로가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제가 고집을 피운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셀레나가 라슬로의 눈치를 살폈다. 안 된다고 한 걸 굳이 해서 일을 만든 건 자신이었지, 시녀장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셀레나는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시녀장이 피해를 입지 않길 바랐다.

라슬로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셀레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계속해서 더 말하라는 듯해 셀레나가 마저 말을 이었다.

“그 뒤에 저는 그 사람에게 납치됐고, 납치된 후에 그 사람이 저한테 당신이 올 거라고 말했지만 저는 당신을 믿지 못했어요. 죄송해요.”

셀레나는 제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모든 것들을 말했다. 서슴없이 말을 내뱉긴 했지만 막상 말을 모두 끝낸 이후에도 라슬로에게서 아무런 말이 돌아오지 않자 후회가 밀려왔다.

‘어떡해…… 괜히 말했나 봐. 나한테 실망했을 거야.’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에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셀레나는 이번에야말로 라슬로가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모두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거군.”

“네?”

“네가 걱정할까 봐 먼저 말하자면 시녀장은 벌하지 않겠다. 그리고 블리크 말대로 네게 왕비 직위부터 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군. 하다못해 밖에 나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 줬다면 네가 이렇게 불안해할 일은 없었겠지.”

셀레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이 돌아오자 눈을 깜빡였다. 분명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제, 제가 싫어지신 게 아닌가요?”

“내가 너를? 그럴 리가.”

라슬로가 깊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셀레나, 넌 내 반려다. 전에도, 앞으로도 더 없을 나만의 반려. 내가 너를 싫어하게 될 일은 없다. 오히려…….”

너무 사랑하고 독점하고 싶어서 안달 나 있는 상태지.

라슬로는 끝말을 삼켰다. 자신의 독점욕을 내비친 건 타마스와의 대화로도 이미 충분했다. 더 이상의 독점을 내비쳤다간 셀레나가 도망갈지도 몰랐다. 라슬로가 셀레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라. 다 들어주겠다.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 역시 말해라. 네가 갖고 싶다면 다 갖다 줄 테니까.”

“다 들어주겠다고요?”

“그래. 내 능력이 되는 한, 그리고 이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널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가리지 않겠다. 네가 사라진다면 나 역시 따라 죽겠다.”

“주, 죽는다니, 그런…….”

“그 정도로 널 사랑한다는 말이다.”

“…….”

“내 심장에, 내 영혼에 널 담았다. 널 몰랐을 때라면 몰라도 각인이 새겨진 이상 그 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해.”

셀레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감정이 벅차올라서, 그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 혼란스러움 중에도 확실한 건,

“저도…….”

“…….”

“저도 당신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싫어요.”

더 이상 라슬로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무섭다는 것.

“사랑해요.”

“…….”

“사랑해요, 라슬로.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계속.”

말을 마치고 나서 숨을 가다듬으려는데 돌연 입술 위로 따뜻한 온기가 닿았다. 놀란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자 라슬로의 얼굴이 비추어졌다. 잠시 닿았던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나 역시.”

다시금 입을 맞춰 왔다. 입술 위로 전해지는 지분거림에 셀레나가 입을 열었다.

“흐읍!”

벌려진 입 안으로 들어온 혀가 게걸스럽게 그녀를 탐했다. 밀어붙이듯 들어와 붙잡고 옭아맨다. 더없이 열정적으로.

몸이 점차 뒤로 밀려나다가 이내 침대 머리판에 가로막힌다. 그 이상으로 물러날 곳이 사라지자 머리판에 닿은 머리칼이 점차 밀려나고, 그녀의 몸 역시 점점 아래로 미끄러져 갔다.

곧 몸이 완전히 눕혀졌다. 셀레나는 누운 상태에서 팔을 뻗어 라슬로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 몸짓이 원동력이 된 듯 입맞춤의 농도가 짙어졌다. 더욱 파고드는 혀에 셀레나가 정신없이 그를 받아 냈다.

“으으응…….”

입술 새로 미처 막지 못한 신음이 새어 나갔다. 몸을 짓누르는 무게감과 끝까지 그녀를 놓지 않겠다는 듯 옭아 오는 혀에 점차 몸이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옷을 끌러 내는 게 느껴진다.

좀 전에 흘려보낸 찻물에 젖은 옷가지가 달라붙어 있던 몸에 찬 공기가 닿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젖은 옷가지 탓일까, 어느 때보다 유두가 꼿꼿하게 서 있는 게 느껴졌다.

아무런 접촉 없이 단지 공기 중으로 노출이 되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자극을 받은 것처럼 유두 끝이 예민하다.

어떻게 할 줄 몰라 그저 엉덩이만 들썩이는데 라슬로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쥐었다. 뜨거운 손바닥 아래로 유두가 쓸리자 허리가 뒤틀렸다.

“흐윽!”

평소보다 더 예민한 것 같은 몸에 셀레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튕겨 내듯 그녀의 유두를 자극하는 엄지에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라슬로를 한껏 끌어안았다.

손가락 아래서 굴려지는 방향에 따라 유두 역시 짓눌려지고 돌려진다.

허벅지 안쪽이 당겨지며 은밀한 부위가 젖어 가는 게 느껴졌다. 찻물에 젖었던 옷처럼, 속옷이 눅눅하게 젖어 들며 음부에 한껏 달라붙는다.

“이게 뭐지?”

그가 셀레나의 가슴께에 묻어 있던 하얀색의 알갱이를 만졌다. 그의 손가락에 묻어나는 알갱이를 보며 셀레나는 아까 마셨던 핀치 차의 찌꺼기란 걸 알았다.

“핀치…….”

“핀치?”

“네. 핀치라고 먹으면 마비가 오거나 심하면 기절까지 하는 약초예요.”

“그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아까 당신의 동생이 차에 섞어서 줬는데 기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조금씩 흘려보냈어요. 그리고 전 기절한 척했고요.”

“그래서 아까 기절을 안 했군.”

셀레나가 가쁜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라슬로가 제 손에 묻어 있던 알갱이를 핥았다. 셀레나의 눈이 커졌다.

“라슬로! 그걸 먹으면!”

“괜찮아. 난 모든 독초에 내성이 있으니까.”

“그런…….”

셀레나는 안도했지만 그래도 그가 독초를 먹었다는 사실에 영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라슬로를 올려다보는데 그가 핥은 손으로 그녀의 유두를 문질렀다.

하얀 알갱이와 타액으로 뒤섞인 엄지 아래서 유두가 더 꼿꼿해진다. 허벅지 안쪽이 한껏 당긴다.

“하아, 라, 라슬로…… 으응!”

그의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녹진한 입술이 가슴에 닿고, 삼켜진다. 녹녹한 입 속으로 유두가 굴려진다. 손가락이 자극할 때보다 더 강한 자극이 가해진다.

머릿속이 찌르르 울린다. 손끝, 발끝, 어느 곳이라고 할 것 없이 무언가 뚝뚝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으흑, 라슬…… 읏!”

셀레나는 더듬더듬 손을 뻗어 제 유두를 빨아 당기는 그의 뒷 머리칼을 한껏 쥐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손 역시 정처 없이 흔들렸다. 정신이 점차 혼미해지고 이성이 사라진다. 조금 더…… 더 느끼고 싶어.

그의 애무에 엉덩이를 들썩이던 셀레나가 못 참겠다는 듯 신음을 내지르며 그에게 제 몸을 지분거렸다. 그러나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걸 가진 그는 여전히 그녀의 가슴만 괴롭히는 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입 안에서 유두가 굴려지고 빨아 당겨질 때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결국 먼저 안달 난 건 셀레나 쪽이었다. 셀레나가 손을 뻗어 라슬로의 손을 붙잡고는 아래로 이끌었다.

덜 풀러진 옷자락 끝으로 그의 손을 이끌자 그녀의 가슴을 물고 있던 라슬로가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를 응시하는 금색 눈동자에 어쩐지 한껏 부끄러움이 올라왔지만 셀레나는 참을 수 없었다. 잔뜩 오물거리던 입술이 열린다.

“넣…….”

“…….”

“넣어 줘요…….”

주어는 없었으나 가리키는 바는 명확했다. 금색 눈동자가 제게 붙잡혀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 있는 손을 응시한다. 말해 놓고 나서야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왔다. 말없이 내려다보는 시선에 셀레나가 그의 손을 쥔 손에 힘을 풀며 몸을 일으켰다.

“그, 그 방금 한 말은!”

몸을 뒤집고 엉금엉금 내빼며 도망가려는데 발목이 붙잡혔다. 순식간에 몸이 주르륵 밑으로 밀려 내려왔다. 올려다보던 라슬로 대신 침대 시트가 시야에 맺혔다. 그리고 목 뒷덜미의 닿는 그의 숨결.

“먼저 유혹해 놓고서 어딜 가려는 거지?”

귓가에 속삭여지는 목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잡힌 발목을 가볍게 주무르는 그의 손길에 셀레나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그게, 음…… 하읏!”

발목을 주무르던 손이 올라와 치마를 헤집고 올라와 허벅지를 매만지자 허벅지 안쪽이 당겼다. 녹녹히 젖은 속옷이 음부 사이로 말려든다. 다물린 살 틈새로 달라붙은 속옷 위로 음부의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이렇게 젖어 놓고.”

“그, 그건…… 으응!”

음부 위로 뜨거운 온기가 닿는다. 질척해진 천 위로 닿는 손에 절로 엉덩이가 들썩였다. 그저 닿았을 뿐인데도 예민해진 부위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천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이 톡톡, 그녀의 음부를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찌릿한 감각이 그녀를 뒤덮었다. 쓰다듬고 이내 도톰한 부위를 매만지고 문지르고 굴린다.

가슴의 정점을 자극당할 때처럼 굴려지는 그 느낌에 허리가 뒤틀렸다. 속옷을 적신 애액이 그의 손가락을 적시는 게 느껴진다. 점차 질척해지는 그 손놀림에 몸이 더욱 들썩였다.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반쯤 넋 놓은 상태로 있는데 라슬로가 손을 떼며 일어섰다. 의아한 눈으로 고개만 돌려 뒤돌아보려는데 돌연 다리가 들리더니 확 잡아당겨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붙잡힌 하체가 침대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졌고, 이내 발이 땅바닥에 닿았다. 뭐라 항의할 새도 없이 속옷이 벗겨졌다. 질척하게 젖은 속옷이 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라, 라슬로?”

무얼 하려는 건지 감이 오는 듯하면서도 오지 않는다. 셀레나가 한껏 당황한 얼굴로 라슬로를 부르자 ‘쉬이, 괜찮아.’하며 그녀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골반을 붙잡았다.

어쩐지 심장이 벌렁거렸다. 꼭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라슬로, 저, 저…….”

셀레나가 손을 허우적거리며 몸을 돌리려고 했으나 엉덩이에 닿은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가 싶더니, 그녀의 음부에 그의 것이 닿았다.

“아무거나 붙잡는 게 좋을 것 같군.”

“붙잡으라니, 무얼…….”

“오늘 네가 내 반려라는 걸 완전히 새겨 넣을 때까지 안 멈출 생각이거든.”

맞물린 살 틈 위를 지분거리는 그것에 셀레나는 그가 무얼 하려는지 깨달았다. 덩달아 이 행위가 한 번에 끝나지 않을 거란 것도.

당황하던 셀레나는 이내 그의 말대로 붙잡을 만한 걸 찾았지만 적당한 걸 찾을 수 없었다. 침대 기둥을 붙잡기엔 너무 멀었다.

그녀의 손이 정처 없이 침대 위를 배회하는데 그의 성기가 살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읍!”

어느 때보다 더 깊숙이 들어오는 존재감에 절로 벅찬 숨이 흘러나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이불을 붙잡았으나, 흔들리는 몸을 받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처음보다 더 깊숙이 들어온다. 이미 깊숙한 부위까지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빈틈없이, 끝까지 치고 들어온다.

“하아…… 아흐…… 흣!”

다리가 사정없이 후들거렸다. 몸이 자꾸만 미끄러지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치고 들어오는 몸짓에 그녀의 몸이 올라갔다가 미끄러지길 반복했다.

미끄러질 때마다 유두가 이불에 쓸리고 다시금 치고 들어오는 강렬함에 점차 정신이 혼미해진다.

“으, 흐윽!”

눈가에 치민 열기가 기어코 눈물을 떨어뜨렸다. 몰아붙여지는 쾌감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벅찬 숨이 턱 끝까지 들어차고 셀레나가 흐느끼다시피 신음을 흘렸다.

“라슬…… 으응, 흣!”

“사랑한다. 사랑해.”

“저, 저도, 으응!”

밀려나고 당겨지고 정처 없이 부딪힌다. 맞물린 중심부로부터 치솟던 쾌감이 넓혀졌다가 좁혀 들기를 반복하다, 이내 발끝까지 퍼진다. 끝에 달한 몸이 경직되며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무너지려 한다.

“멀었어.”

그러나 아직 만족 못 하겠다는 듯 힘껏 박아 오는 그것에 의해 셀레나는 숨을 헐떡였다. 억지로 세워진 다리 사이로 그의 것이 깊숙이 들어온다. 그녀에게 완전히 자신에게 새겨 넣겠다는 것처럼. 빠르게 쳐 대 오는 그것에 다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읏, 그, 그만, 흑!”

“말했잖아.”

“무, 무얼……!”

“오늘 네가 내 반려라는 걸 완전히 새겨 넣을 때까지 안 멈출 생각이라고.”

그가 속삭임과 동시에 목덜미에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각인이 새겨진 자리에 또 다른 각인이 새겨진다.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셀레나는 그의 말마따나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을 수도 없는 각인과도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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