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그녀가 당황하여 권채우의 어깨를 밀쳤으나, 그는 도리어 이연의 엉덩이를 훌쩍 받치고 안아 올렸다.
“읏……!”
눈높이가 역전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고 입술의 빈틈을 끼워 맞췄다. 치아를 쓸며 조그마한 혀를 휘감고 문질렀다. 이연은 도리질을 쳤지만 이미 날카로운 잇새에 입술이 단단히 물린 후였다.
권채우는 그녀의 다리를 제 허리에 두르게 한 뒤, 그대로 벽에 밀쳤다. 벽과 남자 사이에 끼인 이연은 입 안을 빠듯이 채우며 휘젓는 살덩이에 볼품없이 침을 흘렸다.
“하읏……!”
그가 입술을 내려 이연의 연약한 목을 세게 빨아들였다. 살점이 뭉텅이로 딸려 나가는 느낌에 몸 어딘가가 부르르 떨렸다.
이미 흉하게 일어선 성기는 그녀의 배꼽을 찌르고 있었고, 남자는 음산하게 읊조렸다.
“왜 자꾸 사사건건 신경 쓰이게 만들까.”
권채우는 걸레짝처럼 나가떨어진 앞섶을 헤치고 이연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채, 채우 씨, 잠깐……!”
“우리는, 조용히,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으읏……!”
“정말로 나는 잘하려고 했어요.”
그가 어둑한 눈빛으로 그녀의 뽀얀 젖무덤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연 씨가 먼저 그런 꼴을 보였잖아요. 사람 불쌍해 보이게.”
이연은 그의 숨소리 하나에도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남자는 이연의 브래지어를 올리고 둥글게 떨어지는 가슴을 표정 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얄팍한 평정은 찰나였다. 작고 붉고 동그란 것. 그녀의 부은 입술과 똑같은 색의 살점을 보자 침이 고여서. 그는 둑이 무너지듯 붉은 젖꼭지를 와락 물었다. 유륜 전체를 강하게 빨다 혀끝으로 천천히 주위를 문질렀다.
“채, 채우 씨. 하읏, 잠깐. 하아, 잠깐만요……!”
오싹, 소름이 돋고 순식간에 유두가 빳빳하게 일어섰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게걸스러워졌다. 단단해진 유두를 휘감고 문대며 힘 있게 흡입할 때면 이연은 거의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찔거렸다. 권채우는 축축한 유두를 입천장에 바짝 붙이고 볼이 들어갈 정도로 세게 빨아들였다. 유두가 반응하듯 점점 단단하게 굳어졌다.
“하아, 하아……!”
유륜 주변에 묻혀 놓은 타액과 혀가 엉켜 어느새 질척이는 소리를 낸다. 그의 뺨이 규칙적으로 홀쭉해질 때마다 이연은 뒤통수를 벽에 비비거나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읏, 아.”
이연은 눈가를 붉게 물들인 채 그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마침 권채우가 그녀의 고무줄 바지를 벗겨 내고 제 버클까지 풀었다. 이연은 몽롱한 머리로도 몸을 바르작거렸다.
“나 땀, 땀이…….”
“내가 이연 씨 땀 좋아한다고 얘기했어요?”
그는 아예 이연의 가슴골에 코를 박았다. 텁텁한 땀 냄새와 어우러지는 그녀의 보드라운 체향이 사람을 완전히 홀려 놓았다.
제 타액이 묻어 반질거리고 새빨개진 젖꼭지. 그리고 벌써부터 울긋불긋하게 올라오는 울혈에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만족감이 들었다.
“일하고 와서 더럽단 말이에요……! 일단 나부터 씻고―”
“시간 아까워요.”
이연보다 낮은 시야에 있던 그가 절절 끓는 눈을 사납게 치켜떴다. 동공 아래로 설핏 보이는 깨끗한 흰자위가 섬뜩했다.
“일 초라도 더, 내가 많이 가져가고 싶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권채우는 속옷 너머로 다물린 구멍을 문질렀다. 몸이 반응하듯 움찔거렸다.
“흣!”
“무슨 말이긴, 좆질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거지.”
낮은 목소리엔 욕정이 가득했다. 이내 남자는 이연을 안아 든 채 욕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그녀의 다급한 만류에도 권채우는 저벅저벅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연을 내려놓은 그는 샤워기를 틀고 가차 없이 그녀의 몸에 뿌려 댔다.
“읍……!”
느닷없는 물줄기에 이연이 펄쩍 뛰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폭격처럼 떨어지는 수압이 아프고 얼얼하다. 혹여 물이라도 들어갈세라 눈과 입을 꽉 다물고 그의 팔을 제지하듯 붙들었다. 어떻게든 찬물을 피해 보려 했으나 권채우는 인정사정없이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결국 등을 돌린 이연이 얼굴을 닦아 내며 외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가슴팍이며 얼굴이며 안 젖은 곳이 없다. 그녀는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이연 씨가 땀 때문에 신경 쓰는 것 같아서요.”
권채우가 이연의 몸통을 억지로 잡아 돌려 눈을 맞추었다.
“이거면 됐어요?”
“…….”
이연은 그의 뻔뻔하고 경우 없는 태도에 숫제 말문이 막혔다.
“아직 부족해요?”
권채우는 목 뒤에서부터 제 옷을 잡아당겨 상의를 벗었다. 벌어진 버클 사이로는 이미 두툼하게 올라온 성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내 바지까지 내던진 남자가 재차 샤워기를 들었다.
“잠, 잠깐―”
“그럼 내가 씻겨 줄 테니까 이연 씨도 벗어요.”
이번엔 적당히 따뜻한 물이 이연의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찢어지다 만 젖은 옷가지가 살결에 붙어 여린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 모습을 느릿하게 훑던 남자는 돌연 반투명해진 속옷 위로 비치는 까슬한 음모를 보았다. 눈길이 멎고 숨소리가 잦아든다.
그는 이연의 다리 사이에 물줄기를 계속해서 쏘았고, 그 푸슬푸슬한 것은 점점 더 색이 진해졌다. 그가 불현듯 입맛을 다셨다.
그때 무언가를 눈치챈 이연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러나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은밀한 골 사이에 척척하게 달라붙은 얇은 천. 탱탱한 살성이 느껴지는 윤기 나는 허벅지. 팬티 라인 밖으로 삐져나온 둥글고 탐스러운 엉덩잇살. 그런 볼기에서 흐르는 물방울. 그 모든 것들이 권채우의 눈을 쑤시는 듯했다.
“흣…….”
수압 때문이었을까, 이연이 약한 신음을 흘렸다.
그 순간, 쏴아― 하고 쏟아지던 물줄기 소리가 단번에 뚝 그쳤다.
“…….”
“…….”
기묘한 침묵이었다. 그에 이연이 눈치를 보듯 고개를 돌리려는데, 대뜸 골반이 붙잡혔다.
“앗……!”
펄펄 끓듯이 뜨거운 손에 놀란 것도 잠시, 이내 기함할 만한 광경과 맞닥뜨렸다.
“채우 씨, 무슨, 지금 무슨―!”
그가 이연의 팬티를 확 끌어 내리고 성급히 입술을 갖다 대었다. 권채우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이연의 다리를 벌려 그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스며드는 입김 하나에도 이연은 소름이 돋았다. 남자는 혀를 내밀어 회음부를 길게 핥아 올렸다.
“흣……! 권채우 씨!”
그녀가 용수철처럼 몸을 움찔 떨자 그가 힘주어 이연의 아랫배를 꽉 붙들어 맸다. 금세 물크러질 그곳에 콧날이 비벼졌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선홍빛 구멍을 둥글게 핥았다가 찌르듯 혀도 넣어 보며 치덕치덕 침질을 했다.
“흐으……! 채우 씨, 흣, 하지 마요!”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연의 반응에 픽 웃었다. 이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엉덩이 쪽으로 입술을 박은 권채우나, 남사스럽게 뒤로 빨리고 있는 자신이나. 이 모든 상황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녀는 위기를 감지한 사슴처럼 자리를 피하려 들었다. 하지만 권채우의 완력이 그녀를 재차 끌어당겼다.
도망이라니,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흐응, 흣……!”
이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애꿎은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권채우는 맛있어 죽겠다는 듯 혓바닥을 자꾸만 비벼 대고, 쫄깃한 살을 정신없이 빨고, 질구 안으로 끈질기게 혀를 집어넣었다.
“하응, 응, 읏……!”
그 새빨간 혀는 불씨였다. 그게 앞뒤로, 좌우로 미끈거리는 살점을 핥고 파고들 때마다 불이 옮겨붙었다. 질척이는 소리는 물장구질에 가까웠으나 이연은 속이 덥고 홧홧해졌다.
그녀의 내밀한 성기를 한입에 넣고 쭙쭙 빠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는 질벽 주름을 혀끝으로 강하게 문대고, 살점을 입 안에 넣어 흔들었다. 그러다 고개를 더욱 젖히고 툭 튀어나온 돌기를 찾아내 기어이 머금는 것이다.
“하윽……!”
권채우는 혀 날을 세워 음핵을 꾹꾹 누르고, 그 주변을 애태우듯 느리게 자극했다. 그럴 때마다 이연은 어김없이 숨이 가빠지고 어딘가가 녹아내렸다.
“하아, 하아, 하응……!”
그는 다시 폭신한 음부를 개처럼 깨물고 마음껏 잇자국을 내며 빨아 젖혔다. 구멍 안으로 깊이 혀를 쑤셨다가 키스하듯 턱을 움직였다. 밑구멍에서 흐르는 애액은 그가 전부 앗아 갔다. 한껏 두드러진 목울대가 크게 일렁이며 무언가를 연신 넘기기 바빴다.
“하으……!”
“하아…….”
권채우가 붉고 번들거리는 입술을 떼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찰나―
“읏!”
습한 구멍으로 곧장 손가락이 밀려들었다.
“뒤에서 보니까 느낌이 달라요, 이연 씨.”
“흐으…….”
욕실 벽을 긁어내리던 이연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졌다. 그는 내벽을 둥글게 돌리고, 손마디를 꺼떡이면서 뻑뻑한 안쪽을 풀어 갔다. 동시에 여기저기 헤집어 보는 손놀림이 과감했다.
“이연 씨랑 떡친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만, 이런 건 없었거든요.”
“흐읏……!”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입구를 질척하게 적시는 애액이 그의 손끝을 감싸며 주욱 늘어난다. 질구를 들락거리기 시작한 손가락은 하나에서 두 개, 세 개로 점차 그 개수가 많아졌다.
그는 일부러 손마디를 갈고리처럼 휘게 하여 질구 끝에 툭 걸었다. 그렇게 긁듯이, 무언가를 파내듯이 점점 빠르게 내벽을 건드리자 이연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였다.
“흐응, 흐읏……!”
속이 화끈거리다 못해 무언가가 줄줄 흘러내렸다. 도저히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애액을 휘감은 손가락이 계속해서 푹푹, 깊숙한 곳을 찌르고 또 찔렀다. 찌걱찌걱, 끈적거리는 젖은 소음에 이연의 귓가가 붉게 물들었다.
“채, 채우 씨. 흣, 그만요. 그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죠.”
남자가 비웃듯 낮은 조소를 흘렸다.
“그래도 이런 건, 읏, 싫어요…….”
“왜요?”
“그냥, 그냥 조금 추워요. 아니면 채우 씨 얼굴이라도 보면서― 하악!”
그때, 불길에 휩싸인 듯 무지막지하게 뜨겁고 굵은 꼬챙이가 단번에 이연의 몸을 꿰뚫었다.
“……내가, 이연 씨 애원 하나에 빌빌 기면 좋겠죠?”
흐트러진 호흡이 갈라진 목소리와 함께 섞여 나왔다. 그녀는 흉통 같은 이 압박감을 조금이라도 견뎌 보고자 입을 크게 벌리고 마냥 굳어 있었다.
“그럼 그렇게 고분고분 굴어 줄까요?”
권채우가 한쪽 손으로 이연의 목을 느긋하게 그러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