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9/158)

#68.

“흐으, 으으응, 하아……!”

이연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마음껏 신음을 내뱉었다. 남자는 좆을 다시 빼지 않고 그 안에서 철썩이며 잘게 삽입했다. 때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내벽 안에서 진동하도록 허리만 흔들었다. 이연은 그 강약에 자지러질 듯 울어 젖혔다. 조금씩 눈앞이 하얘졌다.

“아, 흐, 아아…….”

부지불식간에 오르가슴을 맞은 그녀가 아랫배와 다리를 떨어 댔다. 

그 짙은 떨림에 남자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마 한가운데로 힘줄을 툭 밀어낸 그는 연신 오그라드는 질 안쪽을 얄궂은 페니스로 쉬지 않고 찔러 댔다. 두 사람의 접합부는 이연이 흘린 애액 때문에 어느새 질퍽해져 있었다.

“하아, 하아.”

이연은 여운에 잠겨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성기가 철떡철떡, 다시 흉악한 짓을 해 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것이다.

“채우……. 채우 씨……!”

별안간 성기가 쑥 빠져나가고 그녀의 등에 뜨뜻한 무언가가 확 퍼졌다. 이연도 이제 이 냄새가 어떤 건지 알았다. 그가 살짝 욕을 짓씹으며 수건으로 그녀의 등을 닦아 주었다. 그때 홱, 몸이 뒤집혔다.

“…….”

“…….”

똑같이 목덜미까지 붉어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나 막 사정을 마친 남자의 얼굴이라기엔 지극히 이성적인 표정이 무섭다. 그는 노려보는 것으로 착각할 만한 눈빛을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보기 좋게 잡힌 근육, 흐트러진 앞머리와 채 해갈되지 않은 욕구로 번들거리는 눈, 거칠게 들썩이는 흉부, 핏줄이 돋아난 팔뚝까지, 이연은 넋을 빼고 바라보았다. 

몸이 뒤집히면서 잠깐 놓치고 말았던 권채우의 체취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로 밀려들었다. 섹스를 시작한 후 한층 짙어진 달큼한 체향. 그것이 얼마나 반갑고 좋던지, 이연은 고작 그 냄새만으로도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동시에 이연의 허벅지를 밀어 올리듯 벌린 남자가 다시 성기를 들이밀었다. 방금 전 한 차례 토정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꼿꼿한 페니스가 번들거린다. 

이내 권채우는 축축하고 뜨거운, 그가 익히 아는 곳으로 쑤욱 성기를 집어넣었다.

“흐윽……!”

연이은 삽입에 통증은 없었다. 귀두 끝이 내벽 어딘가를 정확하게 찧자 몸이 절절 끓는다.

“으응! 흣……!”

허리가 비틀리고 입이 벌어진다. 교성이 터질 즈음이면 권채우는 귀신같이 입술을 막고 혀를 잡아당겨 주었다. 그는 자극점을 정확히 쳐 대며 움직였고, 이연은 불가항력으로 고개가 젖혀졌다.

“흐읏, 흐…….”

그가 이연의 골반을 추켜올리는 바람에 허리가 불안하게 굽어졌지만, 위에서 아래로 푹푹 내리찍듯이 박는 페니스에 또다시 정신이 날아갔다.

다만, 그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힘줄이 돋아난 붉은 성기가 얼마나 그악스러운지, 얼마나 빠르고 또 힘 있게 움직이는지. 자신의 음부가 얼마나 새빨개졌는지. 

첫날 밤, 얼떨결에 지나친 부분들이 제대로 눈에 박히자 열이 확 올랐다. 저 몽둥이를 무리 없이 잘 삼키고 받아들이는 제 구멍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렇게나 노골적인 행위여서. 이연은 이 남자와의 결속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뭐를 그렇게 열심히 쳐다봐요?”

축축한 목소리가 혼몽한 정신 가운데 들렸다. 

욕구로 번들거리는 눈이 이연을 씹어 삼킬 듯 열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선불 맞은 산짐승도 아니고, 더 이상 뜨거워질 몸도 없는데 그 시선 하나에 이연은 또 다시 왈칵 젖고 말았다. 

“내 자지?”

“흐…….”

더욱 수치스러운 건 그런 제 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먼저, 가장 빨리 알아채는 사람이 바로 성기를 집어넣고 흔드는 권채우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질퍽한 속을 퍽퍽 치대며 웃었다.

“나는 지하실에서만 살아도 즐거울 거예요.”

“흐읏……!”

“햇빛도 물도 필요 없어요. 이연 씨만 있으면, 그딴 건 다 대체할 수 있잖아요. 나처럼 키우기 쉬운 화분이 또 어디 있어요. 대신 여기서 나오는 물 아니면 말라 죽으니까―”

그가 자신의 손가락을 빨더니 이연의 음핵을 꾹 누르고 비볐다.

“아, 좋아요. 이연 씨. 좋아.”

그는 반쯤 감긴 눈으로 허리를 난잡하게 박아 올렸다. 퍽, 퍽, 퍽. 이내 아득할 정도의 쾌감이 그녀를 덮쳤다. 

이연은 정신 줄을 꽉 잡고 있었지만, 조금씩 눈이 가물가물해지는 게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무심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참 동안 이어지는 그의 허리 짓에 이제는 쾌감과 다른 신음을 내뱉었다.

정말로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취업해요.”

그러자 여전히 불길이 식지 않은 눈으로 그녀의 가슴을 빨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괜찮아요, 권채우 씨는 집 나가도 괜찮아…….”

“이제 와서 왜 약한 소리를 해요?”

아니, 진짜 죽을 것 같아서 그래요……. 이연은 얼얼한 하반신을 힐끔 내려다보며 말했다.

“흣……! 산속이 위험하긴 해도, 매번 잘 이겨 내는 거 보면 순전히 내, 내 기우였던 것 같아요.”

가슴팍이 연신 들썩이느라 꼿꼿이 선 유두가 그의 입술에 부딪쳤다. 내부에서 또다시 크기를 키우는 짐승 같은 좆에 이연은 흠칫했지만 이젠 대꾸하기도 힘에 부쳤다.

권채우는 여유가 사라진 표정으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땀을 뚝뚝 흘리며 씨근대는 숨소리가 사람 같지 않았다.

“하아, 하아.”

남자의 낮은 신음이 파문처럼 퍼지고, 마구 치받는 힘은 점점 강해졌다. 질리도록 단단한 페니스가 한없이 물렁해진 속살을 무섭도록 쑤시고 또 쑤셨다. 

이연은 타닥타닥 온몸에서 불티가 튀는 듯 눈앞이 번쩍거렸다. 주르륵 밀려 나오는 애액이 야속하여 아랫배에 바짝 힘을 줘 보았다. 그 느닷없는 압력에 돌연 극치감에 다다라 버린 권채우가 욕설을 읊조렸다. 그는 성기를 빼내고 수건 위에 정액을 싸질렀다.

“흣……!”

우습게도 남자는 짐짓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이연을 쏘아보았다. 그 앵돌아진 얼굴이 문득 어리게만 보여 그녀가 눈을 크게 키웠다.

이내 권채우는 질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그의 정액을 긁어내듯 한 바퀴 휘저었다. 안 그래도 예민해진 내벽이 파르르 떨렸다. 

쉬지 않고 흔들리던 몸이 멈춘 것도 잠시, 권채우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개운하게 쓸어 올리며 다시 이연의 발목을 잡아 벌렸다. 

그녀는 그대로 혼절하듯 눈을 내리감았다. 

“꼭 일 구해요…….”

그 마지막 당부는 잊지 않고서.

코끝에 찬 공기가 닿아 오는 새벽녘. 

잠깐 정신이 든 이연은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난 듯 바짝 마른 입술에 인상을 찌푸렸다. 쩍쩍 갈라지는 듯한 목구멍을 조였다 풀어 보며 그녀가 몸을 뒤척였다.

얇은 커튼 뒤로 비치는 여명. 멍하니 그 빛을 보는데 문득 가슴 속이 술렁거렸다.

“일어났어요?”

“아…….”

그리고 그 나직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연은 제 감정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발밑이 단단해졌다는 안도. 해묵은 설움이 새벽빛을 피해 그림자처럼 달아난다. 그 대신 그녀의 심약한 뿌리가 한 사람의 자리를 조심스럽게 에두르고 그 밑을 기쁘게 파고들었다.

‘겁먹지 말래이.’

문득 스쳐가는 추자의 목소리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울음이 역류하듯 올라왔다. 

“읏…….”

당장에 권채우를 찾아 등 뒤로 고개를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입 안으로 혀가 들어왔다. 차가운 물이 그대로 넘어온다. 동그랗게 커진 이연의 눈에 그의 나른한 눈빛이 읽혔다.

설명할 수 없는 예감에 슬쩍 그에게서 몸을 뗐다. 하지만 더는 도망치지 못하게 뒤에서 와락 껴안은 남자가 이내 불처럼 뜨거운 성기를 그녀의 엉덩이에 비비기 시작했다.

“……!”

그녀가 비몽사몽간에 몸을 굳히자 권채우는 놀란 말을 달래듯 쉬— 하며 연신 머리카락을 넘겨 주었다.

“괜찮아요.”

그가 이연의 귓불을 빨며 뒤에서 그녀의 다리 한쪽을 들었다.

“어, 잠, 잠깐……!”

그녀가 놀라 허둥대는 사이, 구멍에 귀두를 맞춘 남자가 그대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흐읏……!”

“하아…….”

그는 이연의 목덜미에 입술을 박으며 끈적하고 긴 신음을 내뱉었다. 마치 온천에 들어온 듯한 뜨뜻함과 안도가 온몸에 퍼졌다. 권채우는 그녀의 허벅지 살을 꽉 움켜쥐고 천천히 허리 짓을 시작했다.

“이연 씨는 어떻게 엉덩이도 예뻐요?”

“하읏…….”

“사람이 안 예쁜 데가 없어요.”

“그, 그만……!”

그는 이연의 볼을 당기며 입술을 찾아 물었다. 개처럼 한쪽 다리만 들린 자세에서 퍽, 퍽, 치고 올라오는 성기가 무작스럽다. 찰팍 찰팍, 살끼리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깨웠다.

“이연 씨, 이연 씨. 하……. 좋아요.”

그는 뿌리 끝까지 안쪽을 채웠다가 빠져나갈 때는 다소 느릿하게 후퇴했다. 그러면 이연은 또다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하아…….”

귀 뒤와 목덜미에 점점이 입술이 찍힌다. 그가 뒤에서 이연의 가슴을 그러쥐며 유두를 굴렸다. 그는 멈추지 않고 허리를 튕기며 이연의 말랑말랑한 귓불을 몇 번이나 빨아 제꼈다. 

크고 길쭉한 성기는 제아무리 힘 있게 짓쳐 온다 해도 성기 끄트머리를 언제나 내부 안에 남겨 두었고, 그 밭은 움직임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아앗! 아!”

퍽, 퍽, 퍽, 살덩이가 연신 맞부딪친다. 몇 번째 삽입이건 간에 권채우는 항상 처음 하는 사람처럼 격렬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이어지자 그가 또다시 손가락 두엇을 이연의 입 안에 욱여넣었다.

몽롱해진 그녀가 이번엔 남자의 손가락을 혀로 휘감고 적극적으로 쭉쭉 빨았다. 그러자 그녀에게 들이박는 추삽질이 확연히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체중을 실어 철벅철벅 이연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녀가 이를 세워 그의 손가락을 콱 깨무는 순간, 선명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 좋은 아침이에요, 이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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