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한쪽 다리가 들리면서 성기가 더욱 깊이 박혔다. 내벽 여러 군데를 끊임없이 자극하던 물건이 안쪽 깊은 곳을 건드린 순간―
“흐으윽!”
이연이 상체를 뒤틀며 곧장 반응을 보였다. 속살이 빠듯하게 조여들고 벌어진 입에선 새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로 제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권채우는 잠시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빳빳이 세운 유두를 들이민 채 목덜미가 새빨개진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치밀어서. 간신히 흥분을 누른 남자는 다시 안쪽을 천천히 문질렀다.
“응, 으응, 흐읏……!”
그녀가 흐드러지며 베개를 와락 움켜쥐자 권채우는 나사가 빠진 듯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다. 푹푹 내리꽂히는 성기가 무서울 정도로 이연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
자신의 완고한 벽을 부서뜨린 게 남자의 성기라니, 그 지독한 현실에 이연은 몸을 떨었다. 애액과 살이 엉키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언제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오던 이연에게 섹스란, 정말로 짐승 같은 행위였다.
쩔벅. 쩌억. 쩍.
그가 밀려들 때마다 이연은 죽을 것 같았다. 단단한 귀두가 극점을 계속해서 찔러 대는 통에 온몸이 쾅쾅 울리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권채우는 그녀의 모든 반응을 머릿속에 하나하나 되새기며 여린 몸을 쉬지 않고 헤집었다. 숨을 헐떡이는 이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좆을 깊숙이 짓쳐 올릴 때였다.
“이상해요, 이연 씨.”
난잡하게 허리를 밀어 넣던 그가 불현듯 서늘하게 중얼거렸다.
“……왜 내 눈에는 이연 씨도 아다로 보일까요.”
혼란스러운 두 눈이 천천히 찌푸려진다. 무방비하게 흐트러진 이연을 훑던 시선이 예리해졌다.
쾌감에 당황하는 얼굴, 삽입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몸, 조금도 권채우를 만지지 않는 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모든 결벽적인 것들이.
“왜 처음 같지?”
상당히 거슬렸다.
“근데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는 결혼한 부부인데.”
“…….”
그녀가 시선을 피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자 별안간 무언가를 눈치챈 듯 그가 다소 거칠게 허리를 올려붙였다. 힘이 바짝 들어간 치골 근육이 위협적이다. 이연은 앙다문 입술이 무색하게도 무너져 내리는 쾌감에 젖어 들었다.
“흐읏…….”
“이연 씨가, 말해 봐요. 왜 낯가리는 애처럼 구는지.”
그가 설핏 인상을 쓰며 노려보았다.
“으…….”
평소라면 잘도 나불댔을 입이 오늘따라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위축이 된 상황에서도 그가 내벽을 찧을 때마다 찌릿, 하고 전기가 튀었다.
“혹시, 그 권채우는 이런 식으로 안 박았어요?”
빗물과 땀, 그리고 서로의 체액으로 젖어 엉망이 된 몸뚱이가 질퍽거린다. 푹푹 자비 없이 꽂아 드는 두툼한 성기가 이연을 쪼개고, 꿰뚫었다.
“이게 아니야?”
권채우는 내벽을 짓이기듯 눌러 왔다. 그는 쳐 대는 맛이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둘러 안고 음부를 연신 들이박았다.
박아 봤자 얼마나 박았다고 벌써 부었어. 그가 속으로 혀를 차며 꾸역꾸역 제 물건을 먹어 치우고 있는 좁은 질구를 슥 매만졌다. 그 손가락을 입 안에 넣고 쪽 빨더니 다시 그녀의 음핵을 돌리기 시작했다. 쑤시고 또 쑤셔 대도 이 여자를 갖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흐읏……!”
이연은 등판이 새빨갛게 달궈지는 느낌에 반항하듯 몸을 바르작댔다.
“그래서.”
말을 비틀어 짓이기는 목소리였다. 벌겋게 끓던 눈동자가 시퍼런 안광으로 뒤덮이자 이연은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연신 몰아치는 하반신은 그녀가 만져 본 그 무엇보다 뜨거웠다.
“내가 남편이 아니라 씨발, 모르는 남자 같아요?”
그가 사납게 헛숨을 터트렸다. 안 그래도 돌아 있던 눈이 조금 더 흉포하게 곪아 가고 있었다.
이연은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의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순간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미치게 좋은데, 우리가 어떻게 속궁합이 나쁠 수 있어.”
“…….”
“빨리 싼다는 것도 거짓말이죠.”
매서운 그의 눈초리가 이연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연 씨, 거짓말쟁이잖아요.”
“……!”
그가 이연의 다리를 내려놓고 가슴 봉우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연은 그대로 숨도 못 쉬고 아득하게 떨어졌다. 퍽, 퍽, 푹, 난폭하게 추어올려지는 힘에 몸이 갈라지듯 아팠지만, 그보다 더한 전율을 맛보았다. 별안간 눈앞에서 터지는 빛무리에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그 새끼는 매일 했을 텐데. 나도 좀 하면 안 돼요?”
“하아, 하아…….”
“그 권채우는 되고, 나는 왜 안 돼.”
권채우는 여전히 젖무덤에 얼굴을 감추고 어리광을 부렸다. 퍼억, 퍽, 찌걱, 찌걱, 그는 넘쳐흐르는 애액을 성기로 휘저으며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 상태로 거칠게 허리를 비비자 이연이 흐으, 하고 울먹거렸다. 그녀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쾌감이 피부를 포 뜨듯 오싹하게 밀려닥쳤다.
“당신 남편은 이제 나니까, 나한테 벌려야지.”
“흐으…….”
“섹스를 안 하고 살았기는. 이연 씨 안이 지금 어떤지나 알아요?”
그녀의 구멍은 테두리만 퍽퍽했지, 안은 금방이라도 물크러질 듯 야들야들했다. 물이 계속 거품처럼 일었다.
“대체 날 누구라고 생각하고 반기는 건데.”
그가 귀두 끝까지 뺐다가 다시 단번에 쳐들어왔다. 그녀의 목이 급하게 꺾였다.
“하읏……!”
“왜 나는 안 만져 줘요.”
그가 이연의 목을 빨며 탐스러운 젖가슴을 야단치듯 움켜쥐었다.
“책임감도 강한 사람이, 왜 나한테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데요.”
그가 안쪽을 쑤실 때마다 몸 어딘가가 타는 것 같았다. 저 남자는 불이다. 한번 붙으면 뿌리까지 전부 까맣게 집어삼키는 불.
이연은 평생 동안 ‘송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어딘가에 붙은 작은 불씨 하나가 자꾸만 몸 전체로 번져 간다고.
“이연 씨 보고 있으면 참 재밌어요. 어느 날은 좆같은 의무감에 나를 꽉 쥐고 있으면서도, 어느 날은 바람이나 펴 대고. 사람이 기본이 안 돼 있어요. 흣…….”
악다문 잇새 사이로 남자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짐승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이연을 찍어 눌렀지만, 반대로 그의 하반신은 아양을 떨듯 그녀가 가장 잘 느끼는 곳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한편 일방적인 추궁을 듣고 있던 이연은 그의 억하심정부터 빨리 해결해야 함을 알았다.
“채, 채우……, 채우 씨.”
개미만 한 목소리에 돌연 권채우가 몸을 굳힌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성기만 박아 대던 허리가 우뚝 멈추었다. 그는 한쪽 귀를 어깨뼈에 문대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추삽질을 할 때보다도 흉곽이 더 크게 들썩거렸다.
“……목석 무시하지, 읏, 말아요!”
“…….”
“사람이 섹스를 잘 못, 못, 할 수도 있죠, 이게 그렇게 욕먹을 일이에요?”
그녀가 불긋해진 눈으로 남자를 흘겨보았다.
맹세코 여기에 거짓은 없었다. 원래 안 해 본 일이기도 했거니와, 제가 봐도 그렇게 썩 잘 움직이는 몸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권채우 씨랑 자기로 결심한 건 난데, 왜 자꾸 나 기죽여요…….”
“…….”
“예쁜 말은 하나도 안 해 주고. 사람이 침대 매, 매너가 없어.”
그 순간 남자가 이연의 허리를 홱 잡아채 그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꺅, 하고 짤막한 비명을 내지른 이연이 그의 어깨를 다급히 둘러 안았다.
두 사람은 불그스름하게 열이 오른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았다. 권채우는 여전히 입을 꾹 닫은 채 그저 홀린 듯 이연의 눈동자를 탐하고 있었다.
그때 몸을 일으키느라 살짝 미끄러졌던 성기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쑥 들어갔다. 머리털이 쭈뼛 섰다.
“흣……!”
이연은 미간에 힘을 주며 긴 신음을 흘렸다.
연약해 보이지만 색스러운 그 표정에 권채우는 다시 성기를 올려쳤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젖가슴에 군침이 돈다. 그러나 권채우는 이지러지는 이연의 얼굴에서 조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렇죠, 내가 이연 씨 채우죠.”
그가 손을 내려 이연의 음모를 쓸고 클리토리스를 닳도록 눌렀다.
“으응……! 하읏!”
쿵쿵 찧는 성기가 묵직하여 속이 메슥거릴 정도였다.
권채우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연을 껴안다가, 목에 코를 비비고, 그녀의 뺨에 입술을 꾹 눌렀다. 온몸이 결박된 듯 답답했으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새 익숙해진 남성적인 체취에 물색없이 가슴이 뛰었다.
“흐으으……!”
이윽고 그의 어깨에 손톱을 꽉 박은 이연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틈 하나 없이 맞닿은 구멍을 비집고 기어이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 투명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삽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꽃잎처럼 연하게 풀린 구멍 속으로 퍽퍽 제 성기를 욱여넣는 힘이 점차 강해진다.
확 인상을 찌푸린 그가 이연을 침대에 눕히고 무식하게 성기를 재차 박아 올렸다. 때마침 확연하게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느리게 박혔다.
그가 도끼를 쥔 것도, 멧돼지 피를 뒤집어쓴 것도, 사람을 파묻던 것도, 전부 가까이서 목격했지만, 지금처럼…….
“흣……!”
권채우의 그런 민낯은 처음이었다.
성기를 빼낸 그가 희뿌연 액을 이연의 아랫배 어딘가에 쏟아 냈다. 왈칵왈칵 진하게도 배어 나오는 정액이 그녀의 음모에 엉켜들었다.
이연은 숨까지 멈추고 남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무너지고 있는데 반듯한 콧대는 흠결 하나 없이 고고하다.
낯선 냄새와 광경에 이연이 가만히 굳어 있기만 하자, 나른하게 숨을 내쉬던 남자가 비로소 웃음을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연 씨는 엉망이 되니까 더 예쁘네요.”
권채우가 그녀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안 그래도 늘어진 몸이 쑥 딸려 가는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의 몸을 재차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