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그럼 안 찾을게요.”
사나운 눈으로 그녀를 파헤치던 남자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권채우는 검지 하나를 질구에 더 넣고 내벽 어딘가를 문질렀다. 두툼한 손가락이 그녀의 비부를 거침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게, 읏,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손가락이 어딘가를 건드릴 때마다 안에서는 애액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해 볼게요. 나랑 함께 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게 옛 기억이라면. 나도 필요 없어요. 이연 씨가 먼저 부탁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버리고 묻었을 거예요.”
과거를 찾고 싶다는 회귀적인 본능도 완전히 밟아 꺼트렸다. 이연이 달아오른 눈으로 애원하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기억을 찾고 그녀를 잃느니, 그녀를 갖기 위해 제 기억을 버리는 게 낫다. 그런 선택 따위야 권채우에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연 씨도 약속해요.”
“하아, 하아……!”
“당신이 누구 아내인지 똑바로 기억하겠다고.”
어느 순간 찔꺽찔꺽, 적나라하게 들리는 젖은 소리에 이연의 귓불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음문이 벌어지는 감각을 견뎠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한 것처럼 가쁜 숨소리가 쉴 새 없이 터지고 땀이 배어 나왔다.
“으읏……!”
이연이 허리를 움찔거리거나 두 눈을 손으로 가릴 때면 내벽을 헤집는 손길은 더욱 거칠어졌다.
“오늘처럼 거짓말하고 딴 새끼를 만나거나, 날 버릴 기미가 보이면―”
그가 다시 혀를 섞으며 손가락 하나를 늘렸다.
예고도 없이 푹 들어와 내벽을 휘젓는 바람에 등허리가 오싹해지고 허벅지가 절로 벌어졌다. 위아래 전부를 속수무책으로 내어 줬건만 조금 더 다리를 열고 싶었다. 그건 당황스러운 충동이어서, 이연은 울음을 참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권채우가 입술을 떼자 축축한 실선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집 밖으로 안 내보내요.”
“하아, 하아…….”
“이연 씨, 그 생활이 얼마나 비참할지 상상이 가요? 그래도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혼이 나야죠.”
권채우는 제 손가락을 씹어 대듯 들러붙는 내벽 때문에 이를 악다물고 머리를 한 차례 털었다. 까딱했다간 안 그래도 좁은 구멍을 찢고 동물처럼 박아대기만 할 것 같다.
그는 벌써부터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제 한심한 성기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를 함부로 다루고 싶지만 동시에 미움받는 게 무서웠다.
“나를 조금이라도 좋아해 줘요.”
권채우는 부풀어 오른 음핵을 연신 문지르며 퍽, 퍽, 빠르게 내부를 들쑤셨다.
“하읏……! 아아, 아응……!”
이연은 뜨거운 숨을 토해 냈다. 훤히 드러난 아랫도리가 부끄러울 새도 없었다. 억지로 무언가가 침입하고 그녀의 막을 깨부수는데도 그녀는 휩쓸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다정은 개나 줘 버린 것처럼 가끔은 무도하게 굴어도.”
“흣……!”
“이연 씨만큼은 날 안아 줘요.”
쫀득한 내벽이 손가락 세 개를 삼킬 듯 먹어 치우자 권채우는 확 인상을 쓰며 바지 버클을 풀었다.
“아내잖아.”
그가 한 손으로 드로어즈를 다급히 내렸다. 툭 불거진 남성이 배꼽 쪽으로 튕겨져 나왔다. 묵직하게 꺼덕이는 그것은 우람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었다.
“어…….”
저게 뭐지? 말뚝……? 이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자 그가 가느스름하게 눈매를 좁혔다.
“왜 그래요, 남편 자지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 그게…….”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함을 알면서도 머리 어딘가가 느리게 굴러갔다.
“오, 오랜만이라…….”
남자 몸에 달린 고추는 처음이라서…….
“아, 그렇죠. 나 식물인간이었지.”
제 처지를 잠깐 상기한 권채우가 길쭉한 성기를 가볍게 손으로 훑었다. 그 색정적인 모습에 이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섹스라는 게 나체의 남녀가 성기를 끼워 맞추는 말도 안 되는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외설적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긴장으로 꽉 조여든 복근, 열에 미쳐 반쯤 돌아가 있는 눈, 그리고 쾌락이 아닌 고통을 줄 것처럼 잔뜩 벼르고 있는 불그스름한 성기까지.
“그런데 어쩌죠, 이연 씨.”
“……아!”
그가 이연의 바지를 마저 쑥 벗기며 네 발로 올라와 그녀의 몸을 덮었다.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섹스에 대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
“체감상 나는 지금이 아다라서.”
그가 먹음직스러운 그녀의 젖가슴을 쥐고 느릿하게 주물렀다.
“이럴 땐 나보다 경험이 많은 이연 씨가 이끌어 줘야죠.”
귀두가 금방이라도 짓쳐들어올 것처럼 연신 이연의 음부를 누르고 있는데 약한 척 내숭을 떤다.
어떻게든 이연을 더 동참시키고, 깊이 발을 들이게 하려는 그의 앙큼한 속내가 읽혔다.
그저 눈 딱 감고 남자의 기세에 휘말리고 싶었던 이연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우리가 섹스를 잘 못했다면서요.”
“그게…….”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그는 이연의 귀밑, 쇄골, 가슴에 차례로 입술을 찍으며 배꼽까지 내려갔다. 잠시 움푹 파인 그곳에 입술을 파묻은 그는 어느새 닫혀 버린 그녀의 허벅지를 재차 벌리고 자리를 잡았다.
“사람은 허기가 지면 남김없이 다 먹게 돼 있거든요.”
그녀의 까슬까슬한 음모에 콧대가 닿는 순간이었다. 그가 수줍게 덮여 있던 살을 와락 벌리고 음핵을 한입에 삼켰다.
“하윽……!”
그녀가 허리를 살짝 띄운 채 비틀었다.
권채우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구멍 주위를 게걸스럽게 핥았다. 그러다 요도와 음핵을 동시에 빨아대는 통에 감당할 수 없는 액이 왈칵 터져 나왔다. 그는 한껏 예민해진 음핵을 혀로 거침없이 비비며 음순 사이사이를 혓바닥으로 누볐다. 음부 전체를 입 안에 넣었다가, 한쪽 면만 집요하게 쑤시면서 회음부 전체를 길게 쓸어내렸다. 그는 클리토리스를 꾹 누른 채 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혀끝을 집어넣었다.
“하아, 하아……!”
엉덩잇살이 그의 손아귀에 사정없이 짓눌렸다.
미끌거리며 굴곡진 질 속을 반복적으로 쑤시자 기특하게도 구멍이 알아서 빠끔대기 시작했다. 권채우는 고개를 열렬하게 비틀며 쏟아져 나오는 애액을 하나도 남김없이 빨아 젖혔다. 음모는 물기로 엉키고, 음부는 붉은 잇자국이 나 엉망이었다.
“으으……. 이제 그만……. 그만요!”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리고 손끝 발끝은 저린 듯 움직일 수조차 없다. 조금씩 팽창하던 감각이 한순간에 터져 버리자 그녀의 아랫배가 격하게 꿈틀거린다. 얕은 절정에 오른 몸이 축 늘어졌다.
“미안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연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문대던 그가 앙큼하게 말했다. 치켜뜬 눈이 퍽 반항적이었다.
그러나 엄살과는 달리 이미 그는 뭉툭한 귀두를 그녀의 질구 끝에 맞추고 있었다. 권채우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도회적인 눈가를 왈칵 일그러뜨렸다. 그의 목 위로 푸릇한 힘줄이 돋아난 순간이었다.
“악……!”
웬 불덩이가 몸을 쪼개며 짓쳐들어왔다. 이연은 비명을 삼키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단단했던 세계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권채우 또한 인상을 구기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녀의 귀엔 들려오지도 않았다.
몽롱했던 정신이 단박에 깨어나는 격통. 온몸을 빈틈없이 꽉 메워오는 압박감에 그녀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읏……!”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 선명한 사실 하나가 이연의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왔지만, 곧 더없이 버거운 권채우의 페니스에 번민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하으……. 하앗……!”
그 대신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기묘한 쾌감이 순식간에 그녀를 집어삼켰다. 권채우는 이연의 널찍한 골반을 잡고 쉬지 않고 허릿짓을 했다. 커다란 성기로 그녀를 꿰뚫을 때마다 울음 섞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이연 씨, 이연 씨도 처음에 이랬어요? 섹스가 원래 이런 거예요? 씨발, 죽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퍽, 퍽 살이 부딪쳐 흔들렸다.
“으응, 흐, 흐읏…….”
둥그런 가슴이 모양을 잃었다가 다시 모여든다. 권채우는 그 광경에 머리끝까지 열이 치솟아 더욱 흉포하게 날뛰었다. 뿌리까지 성기를 찔러 넣었다가 반쯤 뒤로 물리고, 다시 때려 박는 힘이 험악했다.
“으…… 하아……!”
이연은 내벽이 딸려나가는 감각에 무섬증이 일었지만 동시에 지극한 쾌락에 푹 잠겨버렸다.
뜨겁게 달궈지다가도 오싹해지고, 끝없이 오르다가도 뚝 떨어진다. 고작 기다란 몽둥이 하나가 한 사람의 감도를 분탕질해대며 가지고 노는 것이다. 더는 씻어낼 수 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흣…….”
내벽이 수축을 반복하며 페니스를 쥐어짜자 결국 권채우도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남자는 그녀의 목에 이를 박고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았다는 양 그는 이연의 속살을 무자비하게 벌리며 웃었다.
“이연 씨, 이연 씨.”
서로의 음모가 비벼지며 따끔한 감촉이 인다.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입을 맞추었다.
그에게 삽입당해 흔들리는 몸 때문에 때때로 얼굴이 비껴나가 입술이 떨어졌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욱 집요하게 살점을 찾아 물었다.
“권, 권채우 씨……. 이, 이건 너무……! 그만, 그만요!”
그녀가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뜨거워진 눈꼬리에 생리적인 물기가 맺혔다.
“안 돼요.”
권채우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그녀의 다리 한 짝을 어깨에 걸쳤다. 비정상적으로 눈이 풀린 그는 이연의 말을 간단히 묵살해버렸다.
그녀의 샅은 이미 거센 마찰에 의해 울긋불긋해진 후였다. 삽입에 혈안이 된 눈으로 허리를 움직이자 이윽고 퍽, 퍽, 잔인한 소리가 방 안을 꽉 채웠다.
“채우라고 불러 줘요.”
그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요구했다.